두바퀴를 돌고나니 제자리다.
돌고 도는 자전거가 무슨 의민가 싶어 한동안 누워 하늘을 보았다.
서울의 하늘은 밝았다. 내 자전거의 전조등도 저 밝음에 조금을 보태고 있으리라.
완전 진 벚꽃과 반쯤 진 벚꽃 아래에서 계절의 변화를 알아챘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도 보냈던 봄이다. 작년에도 맞았던 여름이다.
돌고 도는 것은 내 자전거만이 아니다.
밀었다 당겼다
뻗었다 접었다
올렸다 내렸다
잡았다 놓았다
가볍게 무겁게
빠르게 느리게
이렇게 굴리고 저렇게 굴리고
굴리는 방법이 다 달라도
세 개의 동그라미는 제자리에서 돌아갈 뿐이다
자전거는 유난히 잘 돈다
돌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여서일까
제 존재의 숙명대로 그저 하염없이 돌기만 한다
내 인생에서 아직 한바퀴를 돌려보지 못한 것은 내 인생 뿐이다
그것말곤 모든 것이 돈다
끊임없는 순환이다
채우면 비워야 하고
비우면 다시 채운다
찾아오면 떠나고
떠나면 찾아온다
올라가면 떨어지기 마련이고
바닥을 치면 올라갈 일만 남는다
두바퀴를 돌고나니 제자리다.
돌리고 돌려서 제자리에 온것이
느닷없이 낯설게 느껴진 연유를 모르겠다
굴림을 멈추고 하늘을 보았다
서울의 하늘은 밝았다.
누군가의 낙선
누군가의 작별
누군가의 발암
그들의 사건도 저 밝음에 조금을 보태고 있을까
그대들도 처음 돌려보는 인생이겠지만
자전거는 한번쯤 타봤을 터이니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 믿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