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인간은 사이보그다. 태생적 신체만으로 살아가는 인간은 없다. 외부의 물질과 기계의 도움을 받아 능력의 확장을 이룬다. 두뇌도 확장한다. 펜과 노트의 도움을 받아 기억력을 확장하고, 스프레드시트의 도움을 받아 연산력을 확장하고, 마인드맵의 도움을 받아 정리력을 확장하고, 정보습득도구의 도움을 받아 발상력을 확장한다. 어디까지가 내 두뇌인가? 두개골 안에 들어있는 뇌만 두뇌인가? 내가 쓰고 있는 두뇌 확장팩들까지 모두 합쳐 두뇌로 여겨야 한다.

이 블로그 또한 나의 external brain 중 하나이다. 두뇌를 그대로 전자기기에 옮기겠다는 뉴럴링크 프로젝트에 대해 나는 회의적이다. 내 살아생전 실현되는 모습을 보진 못하겠지. 구현된다 하더라도 블랙미러에 나온 모습처럼 완전한 인격이나 능력이 복제된 모습은 아닐 것이다. 두뇌 속에서 일어나는 전기신호는 의식활동의 부분적 작동방식일 뿐이기 때문이다. 두뇌의 가능성을 확장한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전기신호와 같은 미시적 작동방식은 두뇌 활동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두뇌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활동결과로서의 의식이다. 그리고 의식 활동은 두뇌만으로만 이뤄지지도 않는다. 이 블로그는 내 두뇌의 일부다. 의식활동의 주요 기록공간이며, 각성을 촉진한다.

 

기록 : 한 사람을 정의할 때, 기계론적인 관점에서의 메커니즘만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인간의 존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개념을 모두 합친 범주를 넘어선다. 과거의 경험은 특정 인간을 정의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환경적인 요인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없는 존재인 인간은 과거의 사건들로부터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다. 과거의 사건은 독립적으로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현재에 개입하여 미래를 결정짓도록 만든다. 따라서 중요한 사건이나 감정은 존재의 일부다. 생각은 휘발성이 있고 기억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록보조매체가 필요하다.

사유 : 사유의 도구는 언어다. 언어가 없다면 사유할 수 없다. 언어는 음성언어와 문자언어로 나뉜다. 숙련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coding과 decoding의 프로세스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두 언어는 직관적이다. 하지만 음성언어는 단점이 많다. 음성언어는 기록하고 읽어들이는 과정에서 linear할 수 밖에 없어 시간의 제약이 발생하며, 저장과 관리 분류를 컴퓨터와 같은 보조장치를 통해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규모있는 확장이 불가능하다. 사유의 주언어로 문자언어를 택했다. 글로 생각하고 글로 기록하는 것은 두뇌 확장을 위한 1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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