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모기한테 뜯기다보니 어느덧 새벽 세 시다

내 꿀같은 선잠과 교환해
모기 한마리를 짓이겼다

그놈의 시체를 창밖으로 던지려다
방충망에 들러 붙은 모기 10마리를 발견하곤
오늘 밤 모기로부터 벗어나긴 글렀구나

가을이 왔다며 모기야 내년에 또 보자꾸나
접어 넣었던 원터치 모기장을 다시 꺼낸다

내 방충망에 들러 붙은 녀석을 잡을 재간은 없어도
모기장을 통발삼아, 이 한 몸 미끼삼아
집안의 모기를 끌어 모으는 중이다

들어올 땐 자유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온 집안 모기를 전기 파리채로 살짝 기절시켜
날개를 뜯어내고 에프킬라에 익사시키겠다
모기향 위에 올려놓고 줄줄이 화형시키겠다
테이프로 땅에 붙여놓고 망치로 내려 쳐야겠다

아무리 잔인한 복수를 생각한들
아직 한마리도 잡히진 않았고
모기향에 눈코가 맵싹하고
물린 곳은 간지럽고

내 꿀같은 잠 다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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