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어를 기능적 도구로 여겨왔다. 소통의 수단으로, 개념을 담는 그릇으로, 경계를 구분하는 울타리로, 환영의 표상으로, 권력장악의 무기로, 문화감각의 자극제로, 실천파동의 증폭제로… 언어는 ‘문자언어와 음성언어로 나뉜다‘ 라는 좁은 설명에 담길 수 없고, 설명과 주석을 늘여 붙여도 장님이 코끼리 고루만지는 노력에 불과하다. 언어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하기 무섭게 언어는 그 경계를 탈주해 튀어 나갔으니, 기능적 도구라는 내 편협한 […]

언어는 사고방식과 세계관을 결정한다. (는 사피어-워프 가설이 있다.) 시간에 대한 개념어가 없었다면 우리는 시간을 좀체 인지하지 않거나 다르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제어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을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을 인식하기 위한 개념어로 인해 우리는 시간을 단절적이고 선형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런 인식론적 관점은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미치고, 현재는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기게 […]

천고가 족히 10미터는 되었던 것 같다. 전시에 참여했던 부스 업체들이 물밀듯 빠져나가자 바닥에는 전시패널들과 각종 쓰레기들이 나뒹굴었고 천장에는 지름 1미터 크기의 헬륨풍선이 붙어 있었다. 풍선을 준비한 부스는 여럿이었지만 대형 풍선을 준비한 곳은 분명 한 곳이었기에 범인을 특정해 전화로 문책하자 잘 안들린다며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전화는 끊겼다. 연기가 어설펐지만 민망함과 송구스러움은 묻어났기에 사과를 받은 셈 치고 […]

내려 놓았다. 도통 무엇을 해야할 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런 느낌은 수 개월이 아니라 년 단위를 넘어섰다. 출근해서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데도 개선의 진척이 없으니 나는 방향을 잃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출근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자전거를 탔다. 동네에서 자전거를 제일 잘 타는 놈이 되었다. 출근자덕보다 무직자덕이 아무렴 잘 타야 했다. 일의 성과는 내지 못했지만 […]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일이 많았던 때도 아니고, 문제가 어려웠던 때도 아니다. 일이 없었을 때다. 일이 많다는 것은 세상을 인지할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역량을 강화할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사회에 쓸모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축복이다. 문제가 어렵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어려운 문제일 것이기 때문에 문제의 어려움은 문제가 아니다. 내 능력의 한계를 […]

작년 여름부터 일의 호흡을 바꾸었다. 주단위로 끊어 가기로 했다. 주마다 결산을 하며 한 줄 평이 남겨진다. 문장들이 쌓이니 내가 어떤 일에 어떤 태도로 임하고 있는지 잘 보여지는 것 같다. 묶어본다.     Reset everyweek. 정리하지 않으면 개선할 수 없습니다. “솔직, 간결, 즉시” 설레는 일을 합시다. 비효율은 적이다. 적을 섬멸하자. Concise and Precise 한계에 다다랐을 때, […]

나는 미디어 전공자이다. 비가시적인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미디어로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경제적인/사업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능력은 쓸모가 없는 것이다. 가치의 유무는 그 자체로 고유하게 평가할 수 있지만, 쓸모의 유무는 철저하게 시대와 환경에 의해서 결정된다. 경제체제 속에서 어떤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흑자 상태가 지속되어야 한다. 밥벌이를 […]

사업은 시대 속에서, 산업 속에서 존재한다. 나는 거래를 할 줄 알기 때문에 시장을 만들 수 있었다. 거래가 계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고, 개인에 의존하지 않고도 거래가 계속 창출되는 시장을 만들었다. 거래를 할 줄 알면 시장을 만들 수 있고, 시장을 만들 수 있으면 다음엔 산업을 만들 수 있다. 산업은 밸류체인을 일컫는다. 수직적인 묶음도 수평적인 묶음도 밸류체인이 […]

후회할 것이다. 분명 후회할 것이다. 또는 후회의 마음을 덮기 위해 합리화할 것이다. 절대적인 사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건이란 어떤 방향에서 어떤 관점으로 보는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이 사건이 후회스러운 일이라도 후회하지 않기 위해 합리화의 태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 후회스러운 사건을 다시 떠올렸을 때 후회스러운 마음이 자책으로 이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합리화하는 것은 어쩌면 마음을 다독이는 기술일 […]

우리는 조상에게 감사할 줄을 모른다. 지금의 우리를 존재케 해준 최초의 생명체, 뭍으로 올라왔던 물고기, 호모 사피엔스에게 감사함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배은망덕함은 우리 후손들에게도 물려질 것이다. 그들도 우리에게 감사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의 원시적인 모습을 하찮게 깔보며 웃음거리로 여기지만 않으면 좋으련만. 먼 미래에는 지금의 종과는 전혀 다른 post-human이 만들어질 것이다. post에는 여러 뜻이 있다. 시기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