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어를 기능적 도구로 여겨왔다. 소통의 수단으로, 개념을 담는 그릇으로, 경계를 구분하는 울타리로, 환영의 표상으로, 권력장악의 무기로, 문화감각의 자극제로, 실천파동의 증폭제로… 언어는 ‘문자언어와 음성언어로 나뉜다‘ 라는 좁은 설명에 담길 수 없고, 설명과 주석을 늘여 붙여도 장님이 코끼리 고루만지는 노력에 불과하다. 언어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하기 무섭게 언어는 그 경계를 탈주해 튀어 나갔으니, 기능적 도구라는 내 편협한 […]

천고가 족히 10미터는 되었던 것 같다. 전시에 참여했던 부스 업체들이 물밀듯 빠져나가자 바닥에는 전시패널들과 각종 쓰레기들이 나뒹굴었고 천장에는 지름 1미터 크기의 헬륨풍선이 붙어 있었다. 풍선을 준비한 부스는 여럿이었지만 대형 풍선을 준비한 곳은 분명 한 곳이었기에 범인을 특정해 전화로 문책하자 잘 안들린다며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전화는 끊겼다. 연기가 어설펐지만 민망함과 송구스러움은 묻어났기에 사과를 받은 셈 치고 […]

내려 놓았다. 도통 무엇을 해야할 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런 느낌은 수 개월이 아니라 년 단위를 넘어섰다. 출근해서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데도 개선의 진척이 없으니 나는 방향을 잃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출근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자전거를 탔다. 동네에서 자전거를 제일 잘 타는 놈이 되었다. 출근자덕보다 무직자덕이 아무렴 잘 타야 했다. 일의 성과는 내지 못했지만 […]

인간이라는 종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내가 선택한 일이 아니다. 내 생의 시작과 끝은 이미 정해졌다. 거기엔 내 의지가 개입할 여지도 없었다. 자의적인지 타의적인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내가 결정할 수 있고 집중해야 하는 문제는 내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 지에 대한 것이다. 내가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작게나마 내 방식으로 돌아가는 더 나은 세상을 […]

우리는 만족을 모른다. 강하게 열망하던 대상도 소유하게 되면 흥미를 잃는다. 강하게 추구하던 목표도 달성하게 되면 만족감은 급격하게 추락한다. 우리는 이런 성향 때문에 만성적 불만족에 시달린다. 이미 가진 것과 이룬 것을 보는 것으로는 만족감이 충족되지 못한다. 열망은 가지지 못한 것을 향해 생긴다. 이미 가진 것에 대해서는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성향 덕분에 인간이라는 종은 위대한 문명을 […]

만드는 것이 삶이다. 만드는 과정이 삶이다. 만든 결과물은 아니다. 결과물은 영원하지 않다. 결과물이 세상에 선보인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무가치 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만들던 과정은 값지다. 그 자체로 객관적으로 고유한 가치를 지닌다. 만들기 위한 노력과 시도가 가장 고상하고 고결한 가치를 가지는 일이다. 내 삶을 값지게 보내려고 한다면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해 시도하고 노력하는 시간의 […]

모로 가도 한양만 가면 된다. 한양에만 도착한다면 불완전한 탈 것이어도 괜찮다. 애초에 완전하거나 불완전한 것은 없다. 인생은 항해이고 어딘가로 이동하는 일의 연속이다. 완전해 보이는 탈것이라도 시대가 변하면 불완전한 탈것이 된다. 탈것이 아닌 목적지를 중심으로 사고해야 한다.

꾸준히 하는 것만큼 강한 것도 없다. 빠르게 하거나 똑똑하게 하는 것으로 단기간에 성과가 나올 순 있다. 하지만 꾸준함만이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 있다. 그 영역에 도달하기위해서는 믿음이 굳건해야 한다. 믿음은 의심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희망을 연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중간에 확인해야 한다. 중간 확인 없이 지켜지는 […]

나는 미디어 전공자이다. 비가시적인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미디어로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경제적인/사업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능력은 쓸모가 없는 것이다. 가치의 유무는 그 자체로 고유하게 평가할 수 있지만, 쓸모의 유무는 철저하게 시대와 환경에 의해서 결정된다. 경제체제 속에서 어떤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흑자 상태가 지속되어야 한다. 밥벌이를 […]

모두 내던져진 사람들이다.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어디로 향하는 지 모르는 채로 세상에 내던져진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을 세상으로 내던지기를 반복하며 세상은 이렇게 내던져진 존재들로 벅적댄다.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 안다고 착각하고 있는 놈들도 사실 아무것도 모른다.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어디로 향하는 지 모르지만 같이 달리기나 할까? 뛰고나면 상쾌하거든. 같이 동물원 갈래? 대뜸 기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