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 전달 방식의 시대적 변화

정보전달 매체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 정보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던 시대에는 정보 중개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언론사가 정보 유통의 관계를 독점했다. 기술적인 진입장벽도 높았고, 비용도 많이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편이 사회 전체적으로도 효율적인 정보를 공유 방법이었다. 언론사를 중심으로 일련의 정보 유통 규약과 문법이 생겨났다.

시대는 바뀌어 모든 사람이 웹이라는 완전 개방 정보생태계에 접속될 수 있게 되었고, 인터넷을 손에 쥐고 다니게 되자 정보와 정보소비자가 직접 연결되었다. 이런 환경의 변화로 인해 기존의 규약과 문법은 파괴되고 있다. 매체는 간소화되었고, 특정 분야별로 버티컬화가 진행된다. 정보는 파편화되어 독자 입장에서 다시 재배열되는 정보 맥락의 변화 또한 생긴다.

 

  • 기업 입장에서 브랜드 저널리즘이란

기업은 여러 타겟에게 기업의 활동을 알림으로 관계를 맺고자 한다. 그 타겟으로는 고객, 잠재고객, 사업파트너, 내부 직원, 경쟁사 등 다양하다. 각각의 타겟과 관계를 맺기 위해 기업은 마케팅 부서와 홍보 부서를 운영했다. 두 부서의 업무는 약간 다르지만 외부의 정보 플랫폼, 광고 솔루션을 빌려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던 기업의 메시지 전달을 내재화할 수 있게 되었다.

미디어 환경이 다변화되고 복잡해지자 이를 트리플 미디어 전략으로 묶어내고 있다. 기존의 광고 홍보 방식을 페이드 미디어(Paid Media), 자체적으로 미디어를 운영하는 것을 온드미디어(Owned Media), 사회관계망을 겨냥한 독자 중심의 콘텐츠 전략을 언드 미디어(Earned Media)로 분류한다. 타깃에 접근할 방안은 갈수록 다양해지므로, 성격이 비슷한 것들 것 묶어 분류하는 것으로 거시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전략을 통일시킬 수 있다.

기업의 브랜드 저널리즘은 트리플 미디어 전략 중에서 온드 미디어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자체적으로 미디어 브랜드를 구축해 정보를 직접 소싱, 제작, 발행하는 것은 여러 장점이 있다. 빠르게 실행하고 대응할 수 있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손실이 적다. 맥락 통제권을 직접 가질 수 있다. 원하는 타겟을 직접 설정하고 겨냥할 수 있다. 독자의 문법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직접 기획할 수 있다. 피드백을 직접 받고 관리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장점을 찾을 수 있겠다.

 

  • 브랜드 저널리스트가 갖춰야 하는 태도

브랜드 저널리스트는 바깥으로는 독자를 바라보되 귀는 안으로 기울여야 한다. 정보 생산은 소싱, 제작, 유통의 과정이 거치기 때문이다. 좋은 정보는 올바른 소싱으로부터 나온다. 미디어의 체계와 발행 전략이 수립되고 나면 콘텐츠는 소싱에서 8할이 결정된다. 좋은 콘텐츠는 좋은 소싱에서 비롯된다.

브랜드 저널리스트는 내부인이면서 외부인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유는 전달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받아들이게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메시지를 전달받는 독자의 입장이 되어 객관적으로 기업을 바라볼 수 있는 롤플레잉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야 한다. 좋은 브랜드 저널리스트라면 구축한 브랜드와 콘텐츠가 외부의 시선에서 어떻게 해석되는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저널리즘에 대한 이해와 정의는 각각 달라지고 있지만, 넓게 ‘전파에 대한 책임’이라고 포괄할 수 있다. 정보 중개자라면 응당 가져야 할 자세다. 기업이 미디어를 직접 운영하더라도 기존의 언론사가 추구하던 저널리즘의 정신은 지켜질 필요가 있다. 언론이 사회와 가지는 관계의 성과는 영향력으로 측정되지만, 이 또한 신뢰가 구축되지 않고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브랜드 저널리즘 또한 신뢰 구축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미디어 운영과 기사 작성 과정에서 객관성, 독립성, 투명성을 지향해야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함께 작업한 해외 미디어 동향 보고서가 나왔다. 셰프뉴스는 한 페이지 가량 소개되었다. 이메일로 문의왔던 당시 답변했던 내용을 이 곳에 기록으로 남긴다.

보고서 다운받기(169MB) : http://www.kpf.or.kr/downloadfile.jsp?num=6369&board_data_id=7824

 

정보전달발전역사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이전 세대의 기술은 매정하게도 세상에서 잊혀졌습니다. 봉화, 전령, 목판인쇄, 타공프린터, 모스부호, 흑백 TV, 모뎀 등 모두 잊혀졌습니다. 인류는 정보전달 기술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키고 있고, 불과 몇 년 전에 사용하던 전달기술들이 새로운 기술들에 의해 대체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 시대적인 환경 속에서 언론사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반대의 의견을 내겠습니다. 기존 언론사들이 콘텐츠를 못 만들어서 위기가 왔나요?아닙니다. 지금의 위기는 전적으로 시대적인 현상이며, 언론사 외부의 환경적인 문제입니다. 내부에서는 결국 해답을 찾지 못할 것입니다. 주목할 것은 콘텐츠가 아닌 역할입니다.

이전 세대까지 언론사가 하고 있던 역할은 수많은 대체재에 의해 대체되고 있습니다. 남아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무엇을 남길 것이며, 다른 서비스에 의해 대체되어버린 분야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언론사들이 각자 해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시점일수록 업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현대적인 ‘언론사’의 범위를 넘어, 더 큰 범위를 아우를 수 있는 미디어의 본령이 무엇일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제가 찾은 답은 결국 ‘중간자’, ‘매개자’, ‘연결자’, ‘전달자’입니다. 여전히 연결이 필요한 곳은 많이 있고, 새로운 기술로 그 연결을 더욱 효과적으로 해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14년 7월 셰프뉴스를 창업하기 전까지 IT스타트업 미디어 비석세스에서 3년 가까이 근무했습니다. 없던 IT산업이 활성화되는 것을 보고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활성화되기 위해서 산업미디어가 필요하다. 산업미디어는 정보를 전달하고, 사람들의 연결을 도모한다.”라는 산업미디어의 개념을 정립했습니다. 이 맥락에서 외식산업은 미디어가 가장 필요한 산업입니다. 테크황무지에 가깝지요. IT기술을 아는 사람은 외식 산업을 이해하지 못해 매번 실패하고, 외식 산업에 속해있던 사람들은 기술을 이해하지 못해 실패합니다.

이 산업에는 총 25종 가량의 오프라인 매체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온라인으로 넘어오려는 시도를 안 한 게 아닙니다. 매번 실패했고, 지금도 여러 시도들이 실패되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도 많이 있겠지만 공급자 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외식 산업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F&B(Food & Beverage)두 개로 구분하거나, HoReCa(Hotel & Restaurant & Café)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이는 모두 공급자 중심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소비자 중심적인 관점에서 매체를 기획하면 산업 종사자를 독자로 설정해야 할 것입니다. 측정 가능한 외식업 종사자가 300만 명이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 주방 근무자는 140만 명입니다. 이들이 볼만한 매체가 있을 법도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없습니다.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기존 언론은 “셰프에 관한 뉴스”만들 생각은 하지만, “셰프가 보는 뉴스”를 만들 생각은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년간 ‘버티컬 미디어’라는 어휘가 유행하기도 했는데 소재를 버티컬하게 접근하면 보기엔 그럴싸한 미디어가 만들어지겠지만 역할을 찾기 힘들 것입니다. 독자를 버티컬하게 설정하면 그들이 역할을 알려줄 것입니다. 구인구직서비스도 독자분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셰프뉴스가 지금까지 매체 영향력을 키워올 수 있었던 것은 저희가 잘해서라기보다 독자의 특이성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리사라는 독자는 다소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있습니다. 하루에 14시간씩 창문도 없는 주방에서 육체노동을 하지요. 잠시 담배를 피러 나와 휴대폰을 보는 게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취미, 특기, 진로가 모두 요리인 삼위일체형 직군입니다. 인생에 요리밖에 없다고 합니다. 다른 매체가 독자들과 가지는 약한 연결고리에 비교하면 훨씬 큰 유대감이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디어는 두 가지로 구분해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는 콘텐츠 생산자(Media as Contents Creator)이며, 또 다른 하나는 채널(Media as Channel)입니다. 콘텐츠를 돈 주고 사보는 사람이 점점 없어지고 있으므로 미디어 운영의 목적은 채널을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맥락에서 콘텐츠는 목적이 아닌 철저한 수단이 됩니다.

채널로서의 미디어도 전환(transition)을 일으키지 못하면 아무 짝에 쓸모가 없습니다. 전환도 안 일어나는 채널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콘텐츠 생산부서는 애물단지 지출부서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셰프잡스에서 수익이 발생하기 전까지 셰프뉴스는 애물단지 지출부서에 해당하므로 1.2명의 최소 리소스만으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중입니다. 셰프뉴스로부터 전환을 일으켜 셰프잡스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셰프뉴스의 미디어 운영 비용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입니다. 셰프뉴스의 독자와 셰프잡스의 고객이 같으므로 전환 효율이 아주 높을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