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뉴스팀은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동면기에 접어들었다. 겨울 동안 광고주도 얼어붙고, 남은 자금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3명일 때 1달 반, 1명일 때 6달을 버틸 수 있었기 때문에 조직 축소의 결정을 내렸다. 빚을 내면서까지 버티는 것은 원칙에 어긋났다.

GoD 1기에 붙었다. 동면해제.

합격해서 기쁘거나, 공간이 생겨 다행이라는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지원해주는 디캠프가 고맙고 미안해서라도 성과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급해졌다. 염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좌불안석한 마음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물리적인 공간이 아무리 편하더라도 총 12팀 중 일부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걸 직접 보게 되니까.

GoD에 붙기 전에는 스스로를 스타트업이라 생각지 않았다. 기술기반도 아니고, 혁신적이지도 않으며, 지금의 비즈니스모델로는 투자 대상도 아니었다. 디캠프에 들어오면서 스타트업이라 할만한 회사,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핏을 맞춰보려고 했다. 독립사무실을 쓰면서 먹고사니즘 고민만 하던 때보다 생각의 속도가 다섯 배는 빨랐던 것 같다.

12페이지 피칭덱 형식에 맞춰 비전과 비즈니스를 우겨 넣는다. 잠재 파트너에게 업데이트를 보내고 진부한 답변을 받는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캐내고, 투자유치 경험담을 찾아 듣는다. 오피스아워에 다섯 번 신청했다가 네 번 거절당한다. 발표 스크립트를 수십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본다.

이 과정에서 좌절하거나 상처를 입는다고들 한다. 투자를 받으려면 모든 리소스를 올인하고, 아니라면 아예 사업에만 집중하라는 조언들이 많았다. 투자자에게 심사대상이 되기 위해 노력한 이 경험이 나에겐 정말 의미있었다. 너무나 당연히 생각해야 할 부분들을 많이 빠트리고 있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투자자가 사업이 되고 안되고를 판단하는 기준들은 정말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그 기준들 앞에서 완벽한 팀은 많지 않다. 우리 팀을 포함해 세 팀은 개발자가 내부에 없었다. 개발력은 뛰어난 데 아이템을 한 달에 한 번씩 바꾼 팀도 있었다. 문제점 인식은 명확한데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되지 않은 팀도 있었다. 현금이 부족한 팀도 있을 것이고, 오픈했는데 사용자 확보가 예상보다 느린 팀도 있었을 것이다. 매출은 나는데 운영 비용이 이익보다 큰 팀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게 다 좋은데 시장이 작은 팀도 있을 것이다.

너무 흔하고 뻔하고 진부하기까지 한 초기기업의 어려움이다. 그런데 그게 다 내 얘기인 줄 몰랐다. “난 지금 뭘 해야 하지?”,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뭘 해야 하지?”, “우리 회사의 정체성은 뭐지?”와 같은 1인칭적 사고만 했다.

지난 4.5개월 동안 좁았던 사고의 틀이 깨진 것 같다. 혼신의 힘을 다해 박치기 하는 식의 태도에서 벗어나 이성을 좀 찾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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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함께 작업한 해외 미디어 동향 보고서가 나왔다. 셰프뉴스는 한 페이지 가량 소개되었다. 이메일로 문의왔던 당시 답변했던 내용을 이 곳에 기록으로 남긴다.

보고서 다운받기(169MB) : http://www.kpf.or.kr/downloadfile.jsp?num=6369&board_data_id=7824

 

정보전달발전역사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이전 세대의 기술은 매정하게도 세상에서 잊혀졌습니다. 봉화, 전령, 목판인쇄, 타공프린터, 모스부호, 흑백 TV, 모뎀 등 모두 잊혀졌습니다. 인류는 정보전달 기술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키고 있고, 불과 몇 년 전에 사용하던 전달기술들이 새로운 기술들에 의해 대체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 시대적인 환경 속에서 언론사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반대의 의견을 내겠습니다. 기존 언론사들이 콘텐츠를 못 만들어서 위기가 왔나요?아닙니다. 지금의 위기는 전적으로 시대적인 현상이며, 언론사 외부의 환경적인 문제입니다. 내부에서는 결국 해답을 찾지 못할 것입니다. 주목할 것은 콘텐츠가 아닌 역할입니다.

이전 세대까지 언론사가 하고 있던 역할은 수많은 대체재에 의해 대체되고 있습니다. 남아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무엇을 남길 것이며, 다른 서비스에 의해 대체되어버린 분야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언론사들이 각자 해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시점일수록 업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현대적인 ‘언론사’의 범위를 넘어, 더 큰 범위를 아우를 수 있는 미디어의 본령이 무엇일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제가 찾은 답은 결국 ‘중간자’, ‘매개자’, ‘연결자’, ‘전달자’입니다. 여전히 연결이 필요한 곳은 많이 있고, 새로운 기술로 그 연결을 더욱 효과적으로 해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14년 7월 셰프뉴스를 창업하기 전까지 IT스타트업 미디어 비석세스에서 3년 가까이 근무했습니다. 없던 IT산업이 활성화되는 것을 보고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활성화되기 위해서 산업미디어가 필요하다. 산업미디어는 정보를 전달하고, 사람들의 연결을 도모한다.”라는 산업미디어의 개념을 정립했습니다. 이 맥락에서 외식산업은 미디어가 가장 필요한 산업입니다. 테크황무지에 가깝지요. IT기술을 아는 사람은 외식 산업을 이해하지 못해 매번 실패하고, 외식 산업에 속해있던 사람들은 기술을 이해하지 못해 실패합니다.

이 산업에는 총 25종 가량의 오프라인 매체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온라인으로 넘어오려는 시도를 안 한 게 아닙니다. 매번 실패했고, 지금도 여러 시도들이 실패되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도 많이 있겠지만 공급자 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외식 산업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F&B(Food & Beverage)두 개로 구분하거나, HoReCa(Hotel & Restaurant & Café)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이는 모두 공급자 중심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소비자 중심적인 관점에서 매체를 기획하면 산업 종사자를 독자로 설정해야 할 것입니다. 측정 가능한 외식업 종사자가 300만 명이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 주방 근무자는 140만 명입니다. 이들이 볼만한 매체가 있을 법도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없습니다.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기존 언론은 “셰프에 관한 뉴스”만들 생각은 하지만, “셰프가 보는 뉴스”를 만들 생각은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년간 ‘버티컬 미디어’라는 어휘가 유행하기도 했는데 소재를 버티컬하게 접근하면 보기엔 그럴싸한 미디어가 만들어지겠지만 역할을 찾기 힘들 것입니다. 독자를 버티컬하게 설정하면 그들이 역할을 알려줄 것입니다. 구인구직서비스도 독자분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셰프뉴스가 지금까지 매체 영향력을 키워올 수 있었던 것은 저희가 잘해서라기보다 독자의 특이성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리사라는 독자는 다소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있습니다. 하루에 14시간씩 창문도 없는 주방에서 육체노동을 하지요. 잠시 담배를 피러 나와 휴대폰을 보는 게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취미, 특기, 진로가 모두 요리인 삼위일체형 직군입니다. 인생에 요리밖에 없다고 합니다. 다른 매체가 독자들과 가지는 약한 연결고리에 비교하면 훨씬 큰 유대감이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디어는 두 가지로 구분해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는 콘텐츠 생산자(Media as Contents Creator)이며, 또 다른 하나는 채널(Media as Channel)입니다. 콘텐츠를 돈 주고 사보는 사람이 점점 없어지고 있으므로 미디어 운영의 목적은 채널을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맥락에서 콘텐츠는 목적이 아닌 철저한 수단이 됩니다.

채널로서의 미디어도 전환(transition)을 일으키지 못하면 아무 짝에 쓸모가 없습니다. 전환도 안 일어나는 채널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콘텐츠 생산부서는 애물단지 지출부서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셰프잡스에서 수익이 발생하기 전까지 셰프뉴스는 애물단지 지출부서에 해당하므로 1.2명의 최소 리소스만으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중입니다. 셰프뉴스로부터 전환을 일으켜 셰프잡스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셰프뉴스의 미디어 운영 비용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입니다. 셰프뉴스의 독자와 셰프잡스의 고객이 같으므로 전환 효율이 아주 높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뭔가 하고 싶은데 계획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14년 6월 한 달 동안은 집구석에 박혀서 음식 콘텐츠만 소비했다. 거의 모든 F&B관련 앱을 사용해보고, 거의 모든 F&B 관련 미디어를 돌아다녔다. 밀린 마셰코 틀어놓고 잠들었다가 아침엔 고든램지 욕하는 소리에 일어났다. 조사만 하느라 한 달이 금세 지나갔다.

기존에 존재하는 서비스와 사업모델들, 할 수 있을 법한 아이디어를 한 줄로 정리하니 총 15개가 나왔다. 그래도 뭘 해야겠다는 확신이 서지 않자, 다섯 가지 기준에 따라 각 아이템들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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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로 인해 세상은 고통받고 있는가 / 이 문제를 풀면 세상은 행복해지는가? / 이 문제를 풀면서 돈을 벌 수 있는가 / 나는 이 문제를 풀 수 있는가 / 나는 이 일을 좋아하는가

총점이 높은 순으로 소트아웃하니 할 법한 일이 몇 개 보였다. 아직 조사가 더 필요했다. 하지만 더 이상 조사할 여유가 없었다. 조사는 이미 2011년도부터 하고 있었으니, 이러다 조사만 하다 생을 마감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한국엔 F&B 온라인 미디어가 텅 비어 있었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미디어가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거라 판단했다. 14년 7월 10일 사업자를 냈다. 일주일 밤새가며 워드프레스로 미디어 구축했다. 매체에 적합한 글을 쓴 사람들을 찾아가 좋은 취지에 공감해달라고 부탁하며 글을 받아 냈다. 핵심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가 인맥을 소개받았다.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다”라며 셰프에 대한 이야기도 다뤘고, 시간이 지나선 셰프가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들을 더 중점적으로 다루게 되었다. 미디어 영향력(트래픽, 평판, 활용도)은 예상보다 높은 수치를 달성할 수 있었다. 사람을 꾸준히 만났다. 일주일에 최소한 두 명의 새로운 사람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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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정표의 일부분

15년도 한 해 동안 1일 1콘텐츠 발행을 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지금은 한 달에 PV가 60~90만가량 나온다. 페이스북 팬 수는 5.9만 명을 넘어가고 있다. 뉴스레터 구독자는 6천 명이다. 취미, 특기, 직업이 모두 요리인 사람들을 독자로 두고 있으니 인게이지먼트와 관련된 수치들이 아주 높게 나온다. 미디어만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고들 한다. 콘텐츠 소비자가 직접 돈을 주지 않는다. 제 3자의 홍보나 광고를 도와주는 대행일도 외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적게나마 매출은 냈다. 식품회사 홍보부서, 마케팅부서를 찾아가 대행 일을 땄다. 2015년도 한 해 동안 3명이 겨우 라면만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을 냈다. (현재 팀은 2명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궁극적으로 갖춰야 할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이 산업은 테크 황무지이며, 산업 내 연결이 부족하구나.” 실제로 셰프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채용서비스는 앞서 평가했던 15개의 사업아이템 중에서 뒤에서 세 번째에 있던 것이었다. 이젠 주 수익원으로 삼을 것이다. 조사만 계속하고 있었다면 기회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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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무실을 얻은 후 벽에 회사의 비전을 붙였다. “산업역군 셰프뉴스”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미식 콘텐츠기업”를 덮어 붙이고, 또 “요리사에게 가장 신뢰받는 온라인 미디어”를 덮어 붙였다. 지금은 “Connect Culinary People”이 붙어 있다. 사무실을 옮겨서도 비전변경기록은 남기고 싶어 덮어 붙인 느낌을 살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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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도 봄부터 푸드테크 열풍이 불었다. 디캠프에서 매달 주제를 바꿔 개최하는 특정 산업 네트워킹 행사인 디파티에서 푸드테크를 주제로 행사를 연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 공부도 할 겸 한국의 음식산업 역사, 해외의 푸드테크 시장현황을 조사해서 소개하는 발표를 했다. 이후에 언론에서 뜨겁게 들고 일어났다. 대부분의 푸드테크 서비스들은 소비자단에 몰려있다. B2C가 크면 B2B도 크기 마련이다. 결국 F&B시장의 모든 상호작용은 생산자의 상품이 최종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사람 몰리는 곳에 가지 말라더라. 나는 아무도 가지 않는 B2B를 가야겠다고 마음을 더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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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5 = 625 / 산업에 연결할 지점은 수도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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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뉴스가 바라보는 산업의 모습

15년 봄, 미디어를 기반으로 교육서비스와 채용서비스 쪽으로 확장하겠다고 사업계획서를 업데이트해서 정부지원사업에 지원했다. 연세대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할 수 있었다. 다행히 빚을 지는 상황은 면했다. 지원금 대부분은 제품개발비에 들어갔다. 현금이 생긴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숨통이 많이 트이진 않았지만, 라면에 계란을 풀어 먹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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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뻔하다. 정보제공, 커뮤니티 구축, 홍보 및 광고대행, 이벤트 대행 또는 주최, 박람회, 공간사업, 채용대행, 커머스… 산업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F&B산업에서 할 수 있을 법한 일들은 이 그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수직적확장 이후에 수평적으로 확장한다. 참 꿈만 같은 일인데 그림 그려놓고 보니 안 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스타트업은 기존의 낙후된 시장을 기술로 혁신시키고, 확장성 있는 사업 모델로 빠르게 성장하고, 수익성이 큰 규모의 시장을 두드려야 한다. 스타트업에 대한 정의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전의 셰프뉴스를 스타트업으로 보긴 어려웠다. 전혀 다를 게 없는 방식으로 미디어를 운영하려 했고, 전혀 다르지 않은 수익모델들을 검증해왔다.이때까지 셰프뉴스는 임시조직이었으며, 자영업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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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디캠프에 입주했다. Game of D.Camp 1차 배치에 합격한 12팀 중 한팀이 되었다. 영광스러운 마음과 가능성을 알아봐 준 사람이 있어 감사하다는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이 일은 셰프뉴스에게 인정받거나 합격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셰프뉴스에게 디캠프 입주는 자영업자의 태도를 벗어던지고, 스타트업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전에는 ‘버티컬 미디어’ 또는 ‘산업 미디어’로 소개했으나 오늘부로 미디어 스타트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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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처음으로 디캠프에서 퇴근한 후, 새벽 다섯 시까지 잠이 안 오길래 그렸다. 계획된 주요 사업(뉴스&잡스)로고를 박고 수평확장 영역에 컬러 브랜딩을 입혔다. 가야할 길이 시각적으로 보이니 지도로 삼을 수 있겠다. 2017년도에는 명함 뒷면을 저 이미지로 바꾸겠다. 물론 로고들도 꽤 채워져 있을 것이다.

 

1달 뒤에는 셰프잡스가 론칭된다.

* 개발팀장님을 재촉하기 위한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 합류할 동료, 팀장, 직원을 구하고 있으니 회사의 비전과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 첫번째 운영일지 | 8월 21일

셰프뉴스 페이지를 운영한 지 4주가 넘어간다.
운영일지를 쓴다.

  1. 모바일 접속자가 92%에 달한다.
    젊은독자층과 주방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기에 모바일로 접속하시는 분들이 대다수다.
  2. 페이스북이 유일한 콘텐츠 유통 창구
    독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더 효과적인 유통창구는 없을 듯하다. 외식 관련 종사자분들은 IT종사자들에비해 페이스북에 대한 거부감이 더 낮은 것으로 보인다.
  3. 콘텐츠에 따른 반응, 기복이 심하다.
    hook할 만한 콘텐츠 위주로 사이트 트래픽을 높이는 전략은 초기에 필수라 생각했지만, 콘텐츠만으로 웹사이트의 정기방문자를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는 생각도 든다. (실시간 소통에 더욱 성실해야 함) 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4. 페이지보다 영향력있는 팔로워 분들도 있다.
    몇 개의 콘텐츠는 페이지에서 공유된 것보다 팔로워(스타셰프)가 공유했을 때 더 큰 인기를 끌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덕분에 새로운 좋아요는 급증한다. 대중을 타겟으로 하기보다는 이 분들을 위한 콘텐츠를 준비하는 것이 더 선명한 목표가 된다.
  5. 소비용 콘텐츠보다는 소장용 콘텐츠의 가치가 높다.
    독자에게 가르침을 주는 콘텐츠가 독자의 허영심 덕분에 공유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외식산업과 관련된 분들 중에는 배움을 원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최신의 실용적인 지식도 다뤄야 한다.
  6. 산업에 네트워킹이 부재한다.
    이 산업에는 온, 오프라인 모두 네트워킹이 부재한다. 이는 3년 전에도 짐작했던 바지만 그 필요성은 3년 전보다 많이 인식되었다는 점에서 셰프뉴스가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는 점에 감사한다.
  7. 실속없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대중매체는 대중이 좋아할만한 내용만 쏙 뽑아서 스타셰프를 만들어낼 뿐이다. 광고주와 독자를 위해서 존재하는 매체는 산업의 주인공을 하이라이트해주긴 하지만 지원해주진 못한다. 그래서 영혼과 철학이 없이 과포장된 정보만 돌아다닌다.
  8.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 : 토론공간, 네트워킹 (가설과 계획)
    한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정보가 돌아야 하고 사람이 만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실제 산업 역군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채널로 산업미디어가 필요하다. 실제 산업 역군들끼리 영향을 주고 받을 중간자 역할도 도맡아야 한다. 온라인 포럼과 오프라인 이벤트 진행, 채용 플랫폼 개발이 필요하다.
  9. 혼자 일하기 싫다.
    어떻게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일을 펼치거나 내가 이해한 다음에 일을 진행한다는 주의이기 때문에 아무한테도 도움구하지 않고 혼자 일하고 있다. 그래서 고독하다.
    일의 진척속도가 느려지는 것도 문제인데, 어디 사람 없나? 이 글 보고 간이라도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편히 연락주세요.

 

  • 두번째 운영일지 | 9월 14일

주말에 카페와서 일하고 있다. 주말인건 괜찮은데 카페가 질린다. 다음주엔 사무실을 좀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두번째 운영일지를 쓴다.

  1. 8월 마지막주엔 1주일치 콘텐츠를 모두 예약발송해놓고 4박5일 일본여행을 다녀왔다. 신나게 놀고 돌아오니 팬이 세 배로 늘었더라. 영상 하나가 250만명에게 전달됐고 6만명이 좋아요를 눌렀더라. 바이럴되는 가속도가 확산이 느려지는 감속도를 훨씬 앞질러서 연쇄반응이 일어나 새 독자를 이끌고 왔다. 임계점을 넘긴 쾌감이 있었지만 모든 콘텐츠가 이와 같은 무작위 확산을 목표로 해선 안된다.
  2. 추석 기간 동안 페이지 홍보를 써봤다. 1명 데려오는데 80~100원 정도 비용이 지출되었으니 다른 페이지보다 훨씬 효율이 좋은 편이었다. 그래도 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페이지를 눌렀으니 Engagement가 높은 고객층일 것이라 예상했다.
  3. 이번 주부터 갑자기 스페인, 멕시코,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 출신 신규구독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신규팬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당장 광고를 중단시켰다. 한국인들이 주로 유학가는 국가를 제외한 모든 국가의 접근을 차단시켰다. 여러모로 생각해봐도 좋은 상황이 아닌 것 같아서 2시간 동안 일일이 수작업으로 600명에 달하는 외국인을 솎아내 모두 쫓아냈다. 페이스북에 광고비가 아까웠다며 항의하려 했으나 페이스북은 항의 창구를 만들어놓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 쓴다. 보고 있나!?
  4. 공유 수는 100개가 넘는데 실제로는 10명도 채 확인이 안되는 경우가 있다. 친구들에게만 공유하거나 혼자보려고 숨겼기 때문이다. 유용한 정보들은 확실히 더 그러하다. 바이럴에는 도움이 안되지만 독자들과 친밀도가 높아졌으니 어쨌든 개이득.
  5. 타 페이지에서 발행하는 콘텐츠 도달율이 보통 전체 팬 수의 10~15%정도 나온다고 하는데 셰프뉴스는 80~200% 이상 나오고 있다.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코드가 있는 주제라서 다행이다.
  6. 지금까지의 성장률이면 2015년 초까지 10만명의 팬이 모인다는 계산이 나온다.
  7. 기존 매체의 소싱, 제작, 유통과정을 온라인 매체에 비교하면 온라인 매체는 콘텐츠 유통비용이 거의 0에 가깝다. 하지만 이걸 이득인줄로 알고 꽁으로 먹으려 해선 안된다. 유통에도 비용을 써야 한다. 콘텐츠 유통량이 곧 매체 영향력의 척도가 된다. 그러니 안본다는 신문도 집어넣어주고 자전거도 주고 하는거다. 온라인도 비용을 아껴선 안된다.
  8. 웹 트래픽은 현재 일평균 800정도, 어떻게든 연말까지 10,000을 찍어야 한다. 일단 트래픽이 있어야 뭐 어디서 본적은 있느냐, 광고를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말을 꺼낼건데, 아직 800이다. 광고주가 좋아할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여기에 쓴다. 나라면 지금 이 글 보고 바로 광고문의 한다. 왜냐고? 왜냐면 지금 광고 넣어주시면 제가 3달 동안 트래픽 상승해도 광고비 안 올려받을거니까요! 마수걸이 특가할인 혜택을 놓치지 마세요! 하하! (010-7388-1276)
  9. 생각보다 게시판 설치가 쉽게 되었다. 생각보다 사용성이 좋다. 사용자들에게 쓸모 있는 온라인 공간을 기획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PC형 게시판인데 독자 중 90%가 모바일로 접속을 한다는 것도 난제다. 괜스레 디씨도 일베도 운영자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10. 콘텐츠 소싱과 제작에 대해서 어느정도 체계를 잡아놓았으니, 이를 맡아줄 팀원이 필요하다. 셰프뉴스 기자, 편집장, 상시 채용 중입니다. ~_~

 

  • 세번째 운영일지 | 9월 18일

셰프뉴스 의 세번째 운영일지를 씁니다.

3분전에 페이지 알람을 모두 확인했는데도 30개의 알람이 새로 뜬다. 확인해보면 뒤늦게 셰프뉴스를 발견한 팬이 기존에 올려진 게시물을 모두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를 한 상황이다. 페이스북이 아카이빙을 하는 데에는 좋은 플랫폼이 아니지만 콘텐츠 발행자의 기준이 엄격하면 책장을 계속해서 넘기는 잡지만큼이나 볼만한 담벼락이 나올 수 있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결국 SNS는 책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지 인사이트(관리자 분석 정보 제공 툴)를 보면 ‘총 도달’수치에 현혹되기 마련이다. 총 도달 수치를 올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대박 콘텐츠를 공들여 기획해 발행하거나 다수의 콘텐츠를 마구잡이로 발행하는 것이다. 다수의 콘텐츠를 마구 발행하면 단기적으로 총 도달이 늘어나지만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껴 이내 기본 도달마저 줄어들게 된다. 팔로우 취소와 게시글 숨기기는 곧 채널의 죽음을 뜻한다. 한 번 잃은 팬과 평판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평판상실은 불과 2주도 채 걸리지 않는다.

콘텐츠 유형에 따라 확산이 많이 되기도, 적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도달은 똑같다. (이는 팬/팬이 아닌 사람의 비율로 알 수 있다.) 모든 콘텐츠가 달리기를 시작하는 출발선은 같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특정 콘텐츠 유형에 잘 반응하는 경향도 있지만 엣지랭크(페이스북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의 지속적인 정책 변화도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 페이스북 엣지링크 정책 변화의 목적은 콘텐츠편식을 중재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광고수익을 늘리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기존의 매체라면 그들의 지면을 자신들의 콘텐츠로 채워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지면 흐름도 조정하고 콘텐츠의 강약조절도 해야 한다. 페이스북에서의 지면은 페이지나 담벼락이 아니라 독자들이 보는 뉴스피드다. 다른 매체들의 콘텐츠와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페이스북에서 강약 조절을 하려고 했다간 볼폼없고 쓸모없는 콘텐츠만 발행하는 곳으로 보여지게 된다. 플랫폼에 따라 이상적인 편집의 방법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그래서 강강강강강 콘텐츠만 발행하는 인사이트와 허핑턴포스트가 뉴스피드에서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레전다리, 에이스, 킬링 스프리, 펜타킬. (제 뉴스피드에선 이미 탈주시킴. 내 뉴스피드의 편집자는 나다!)
미국에서 타블로이드가 판쳤던 125년 전, SNS상에서 황색언론이 재현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인쇄할 수 있는 기사는 모두 씁니다.”=>”퍼 나를만한 기사는 모두 씁니다.”

이런 현상이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거나 의식수준이 높아져서 어느 순간에 중단되든, 플랫폼에서 언론중재를 하든, 결국에는 정리되어야 할 상황이고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 혹여나 이 상황이 계속되더라도 그것이 잘못된 사회현상이라는 소신은 지켜야 한다.

강강강강강을 이용하면서도 올바른 새 언론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곳도 있다.
버즈피드는 미디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술회사로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포맷을 계속 찾아내고 있다.
ㅍㅍㅅㅅ는 편집자의 역량이 뛰어나서 깊이도 있는 콘텐츠가 있다. 슬로우 뉴스의 좋은 정신을 잘 이어간다고 생각한다.
피키캐스트는 모바일에서 최적화된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 네번째 운영일지 | 11월 14일

운영일지를 쓴다. 한동안 안썼다.

창업일지가 아닌 운영일지로 이름을 붙여 썼던 이유는 3달 전, 페이스북으로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이 재미가 있기에 소셜 마케팅 노하우를 공부하고 복습하고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이번 건 그 둘의 중간 쯤 되겠다.

셰프뉴스는 온라인 미디어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이것 저것 모든 일을 하려는 노가다 서포터 집단이라고 보면 된다. 해야 할 수많은 일 중 온라인 미디어는 30%정도의 비중을 넘지 않게 될 것이다. (미래의 일이겠지만)

구색을 갖추기는 쉽다. 워드프레스 7일 배우니 다 되더라. 영양가있는 콘텐츠 채우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70일 정도 관련 콘텐츠 서핑 계속 하니까 어지간히 볼만한 내용 소싱은 할 수 있겠더라. 산업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실행하는 것은 꽤 어렵다. 아마 700일 정도 계속 하면 될 일일까?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해 특정 타겟을 사로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그 사람들의 서재를 뒤지고, 그 사람들의 꿈과 미래 계획을 듣는 것이다. ‘가설 설정과 실행’이라는 어려운 방법론도 필요 없다. 그냥 독자를 만나는 방법이 제일 빠르고 정확하다. 물론 해당 타겟의 울타리가 명확할 때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세상 사람은 두 분류로 나뉜다. 미디어를 이용하는 사람과 미디어에 의해 이용당하는 사람.
산업미디어는 산업 구성원에 의해 철저히 이용당하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진다. 생태계를 건강하게 발전, 진흥시키기 위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구성원은 자신의 이기심을 드러내줘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원동력 또한 기업들의 이기심 아니었던가. 모든 구성원의 이기심이 충족될 때, 그 상태가 건강하다고 정의된다.

산업미디어도 미디어다. 그렇기 때문에 저널로써 가져야 할 최소한의 사명감과 책임감은 똑같이 부여 받는다. ‘독자가 원한다’는 변명으로 트래픽 장사를 하다가 욕 먹고 있는 게 우리나라 언론의 현실이 아닌가. 트래픽 장사치들을 이겨낼 욕심도 없고, 그걸 이긴다고 승리하는 게임도 아니다.

산업이 생기면 정보가 돌아야 한다. (미디어의 역할)
산업이 생기면 사람들이 만나야 한다. (이벤트, 모임, 커뮤니티, 박람회, 컨퍼런스, 포럼, MICE, whatever etc.. 의 역할)
산업이 생겨서 미디어와 모임이 생기는 것일까, 미디어와 모임이 있기에 산업이 성장하는 것일까. 닭과 달걀 이야기다.

미디어가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인 제약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박람회는 그렇게 될 수 없다.
온라인 미디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산업미디어로써 절대불패의 장점은 아니다. 그냥 조금 유리할 뿐이다.(이미 온라인 미디어로 접근했다가 은근슬쩍 운영 접은 곳 여럿 발견) 미디어로서 해야 할 과제는 똑같이 부여되고, 누가 얼마나 핵심을 잘 파악해 실행해내느냐에 달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