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독법 찬양

내가 몇권의 속독책을 읽은 결과 모든 속독법 책에서 말하는 바는 같은 내용이었다. 빨리 읽으면 좋은 이유를, 그리고 빨리 읽을 수 있는 요령들을 많이 소개해놓았다.

나는 그 요령들을 제대로 연습하지 않아 완전히 속독법을 습득할수는 없었으나 문자를 빨리 읽는 새로운 개념과 방법들을 아는 것만으로 독서속도를 세배나 증가시킬 수가 있었다. 읽는 속도는 세배 빨라졌지만 독서의 깊이또한 두배나 깊어졌다. 속독법을 익힘으로 책과 친해지고 더 많은 정보를 얻을수가 있게 되었다.

우리는 가나다라를 외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글을 읽는 속도가 향상되어 왔다.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한번 분석해보자.

우리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들어갈 즈음부터 글을 배우게 된다.

처음에 ㄱㄴㄷㄹ을 외우는 것으로 시작한 어린아이는 가나다라처럼 자음과 모음이 합쳐져 소리를 낼 수 있다는걸 배우며, 그 형태소들이 모여 단어를 만든다는 것도 이해하게 된다. 단어를 이해한 학생은 문장 문단의 개념까지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나비라는 단어를 말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보도록 하자.

맨 처음 ‘나비’라는 단어를 해체하여 ㄴ+ㅏ + ㅂ+ㅣ로 구성되어있다는 것을 분석한 뒤 ‘ㄴ’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 ‘ㅏ’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를 떠올린다음 여러번 시도 끝에 “느으아아뷔이이”라는 단어를 말할 수 있다.

글에 조금 더 익숙해진 아이라면 ‘나비’라는 단어는 나+비로 이루어져 있다고 인식한다. ‘나’라는 형태소가 ㄴ+ㅏ 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과정은 생략하게 된다.

학교를 계속 다녀 ‘나비’라는 단어를 여러번 마주쳤을 경우 그 학생은 ‘나비’라는 단어를 보고 습관처럼 ‘나비’라고 말할수가 있다. 또 학생이 ‘나비’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경우 머릿속에는 팔랑거리며 날아다니는 나비의 이미지가 떠올라 문자로이루어진 단어와 음성발음과 머릿속에 떠오른 나비가 같다는걸 이해할 수 있다.

단어를 많이 알면서 또 글을 많이 접한 사람은 단어 뒤에 일정한 형태의 조사가 온다는 것을 무의식중에 알고있다. ‘나비를’, ‘나비가’, ‘나비도’ 와 같이 단어와 조사의 결합형태까지 한번에 인식할수 있게 된다.

우리 대부분은 단어를 인식하는 정도나 단어 뒤에 붙는 조사나 접미사들을 한꺼번에 인식할 수 있는 정도에 도달하면 글공부를 그치게 된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인간이 한 번에 인식할 수 있는 문자양의 최대단위가 단어라고 단정지은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석한 우리들은 그 이상의 독해능력을 키우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다.

문장의 형식을 여러가지로 나눌 수가 있지만 대부분이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위대한 한글의 큰 틀은 S+O+V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단어+조사,접미사’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 단계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것이 문장의 형태를 분석하고 그 안에 들어가는 성분을 유추해낼 수 있는 정도이다. 이전 단계에서는 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차례대로 눈으로 읽어나가지만, 이 수준까지 도달하게 되면 문장 전체구조를 먼저 파악한 후 그 안에 어떤 단어들이 있는지 인식하고 머릿속에서 문장의 의미를 한 번에 이해하게 된다.

이 단계까지 올라가는 것은 무척이나 오랜 시간과 많은 연습이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문장의 패턴을 많이 분석하여 알고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한데 문장을 주어와 목적어, 수식어로 나누어 인식하던지 또는 적당한부분을 너댓마디 정도로 끊어서 인식하는 연습을 하는게 우선이다.

창의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눈치 챘을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 수준보다도 훨씬 더 뛰어난 속독이 있다.

문장을 한번에 인식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면 그 다음과제는 문단을 한번에 인식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경지에 오른 속독법은 이것 말고도 꽤 많다.

  • 좌우로 눈알을 굴리는 안구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
  • 두줄씩 또는 서너줄씩 한번에 읽는 것
  • 한페이지를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대각선으로 읽는 것
  • 정 중앙에 세로로 한번 그어내려 읽는 것
  • 두괄식과 미괄식 형식의 글이 많은것을 이용하여 앞 뒷부분만 읽는 골라읽기
  • 페이지를 아예 사진으로 찍어버리는 포토리딩

이 정도의 속독법을 익히게 되면 200페이지 책 한권을 30분안에 독파할 수 있고, 포토리딩을 마스터 한 사람은 5분만에 한권을 다 읽는다. 1분에 10만개의 단어를 읽어버리는 수준이다. 제대로 단련된 속독법은 읽는 속도는 물론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 또한 천천히 읽는것보다 훨씬 이해도가 높다.

나는 창의력이 무척이나 뛰어난 사람이라서 책에서 소개된 위의 속독법 보다도 효과적인 방법을 창안해내어 더 높은 경지의 책읽기 방법을 터득하였는데, 그것은 목차만 보고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나는 한 단계 더 높은 경지에 도달했다. 3일 전 나는 책 제목만 보고 책의 모든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도서관에 가서 뱀처럼 책장사이를 기어다니며 3일만에 도서관에 있는 책의 1/3을 다 봐버렸다.

조금만 더 갈고 닦은 후에 전국의 각 도서관들만 찾아다니며 도서관 입구에 앉아 도서관 간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독서법을 깨우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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