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제작 거래중개서비스를 창업한 8개월의 기록

비드폴리오를 시작한 이유와 접근방법을 기록하기 위해 쓴다.

영상제작 거래중개에 궁극적으로 최적화되며 이상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앞서 6개 이상의 사업체가 실패했다. 나라고 몇 달만에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몇 년은 걸릴까?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보자.

시장에 맞는 중개 방식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누구보다 깊게 바닥까지. 탐험의 깊이에 따라 성공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2년 정도. 큰 투자 없이 시작할 수 있다. 앞서 진행된 시도들처럼 탐험 후 빈손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탐험 중 끼니라도 챙기면 도전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며, 보상은 그 경험만으로도 충분하다.

2017년 8월 17일 첫 장사가 시작됐고, 10월 1일 사업자를 냈다. 지금까지 8개월이 지났다. 잠시 발을 들여본 결과, 앞서 출발했던 선발대의 탐험지역은 해안가의 일부에 불과했단 걸 깨달았다. 나는 진득하게 눌러앉는 데에는 자신이 있다. 지구상에서 누구보다 영상제작 거래과정을 깊이있게 들여다 보는 사람이 될 것이다. 잘 되면 스타트업이 되어 버티컬 중개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잘 되지 못하더라도 에이전시 형태로 입에 풀칠을 할 것이다.

중개가 가능한 거래의 조건을 따져보자.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가 발생하는 시장이어야 한다. 인력시장과 부동산시장은 중개자가 직업으로 인정받는 대표적 시장이다. 인력 중개는 건당 규모가 작지만 양적으로 많은 처리가 가능하고, 부동산 중개는 한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에 오랜 기간과 노력이 소요되지만 건당 규모가 크다. 영상제작 분야는 중개자가 존재할 수 있는 거래규모 조건은 우선 충족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유통단계는 최소화되어야 하고, 미들맨은 없어져야 한다고들 말한다. 역사적으로 그래왔고 앞으로는 중개자가 더욱 필요없어질 것이라 한다. 정말일까? 지나치게 일반화된 이야기인 것 같다. 먼 미래도 모르겠고, 당분간만 내다보더라도 특정 산업에서는 미들맨을 통핸 거래가 더욱 필요해질 것이다. 산업의 복잡도는 계속해서 증가하게 될 것이니까. 산업의 복잡도가 증가할수록 중개자는 필요해진다. 그리고 물론 중개자가 필요하다는 것과 중개사업의 전망이 밝다는 것은 다른 얘기다.

소비자는 거래를 확정하기까지 두 단계를 거친다. ‘정보 수집’ 단계와 ‘정보 검토’단계다. 인력시장과 부동산시장은 각 시장에서 활약하는 역할의 종류가 다르다. 인력시장의 중개자는 정보 수집을, 부동산시장의 중개자는 정보 검토를 더 중점적으로 제공한다. 수집단계는 기술의 발전과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해 효율이 증대될 수 있다. 하지만 검토 단계는 효율과 속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중개자를 필요로 하는 가장 우선적인 이유는 정보의 수집이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소비자가 매 거래를 발생시킬 때마다 정보를 수집하지만, 이를 재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중개자가 이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 유지, 관리해서 재사용하는 것만으로 산업 전체적인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중개자는 정보수집 및 정보검토를 대신 수행해 도와준 대가를 직접 받기 어렵다. 정보의 질이 압도적으로 괜찮다하더라도 수단에 그친다. 궁극적으로 소비자는 공급자를 만나는 미션을 달성하면 되는 것이지, 공급자를 만나는 과정에 비용을 지불할 의사는 없다.

정보 검토 단계가 사업의 핵심이 된다면 확장성에 문제가 생긴다. 정보처리기술을 활용하거나 기계적 알고리즘을 통해 일련의 연산시스템으로 서비스를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서비스라면 고객의 만족도 또한 높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가 일일이 상담해주는 것도 고객 만족을 높여줄 수는 있겠지만 확장성에서 문제가 생긴다. 고객의 서비스 만족도를 충족하자니 확장성을 포기해야 하고, 확장성을 지향하자니 고객 서비스의 퀄리티를 다소 포기해야 한다. 상반되는 명제의 적정선을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상반되는 두 명제를 충족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아무래도 공급자의 풀이 더 넓은 곳에서 적합한 공급자를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경쟁 플랫폼의 갯수는 계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다. 유사 플랫폼과 비교해서 공급자의 양이 압도적이지 않다면 정보 수집 단계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히가 힘들다.

정보는 적어도 문제고, 많아도 문제다. 적으면 수집의 문제, 많으면 검토의 문제가 생긴다. 이상적인 것은 많은 정보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검토하는 데에는 시간과 노력이 든다. 필요한 것은 기준이다.

숙박업계 중개 플랫폼은 이미 포화되어 경쟁이 치열해진 나머지, 선두권 업체들은 상호 제휴를 맺어 공급자 공유를 한다. 동시에 후발주자의 플랫폼에 가입한다면 공급자 자격을 박탈시키겠다며 조항을 내건다.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방증이다. 정보의 검토가 중요하지 않은 공급자이거나, 혹은 소비자가 직접 정보 검토의 기준을 가지고 있을 경우, 이렇게 중개자에게 정보 수집의 역할만 요구한다. 배달업체정보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이런 정보서비스는 양적으로 많은 정보를 처리가능하지만 정보검토의 역할을 위임받지 못하기때문에, 광고 모델을 수익사업으로 채택한다.

영상제작 거래중개 서비스의 필요성과 어려운 점이 모두 여기서 발생한다. 영상제작은 업체 정보만 있다고 해서 이뤄지지 못한다. 정보의 수집도 고역이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정보의 검토과정과 기준이 없는 것이다. 많은 잔소리꾼들이 플랫폼인데 탈플랫폼 현상에 대해서 왜 그렇게 방임하고 있냐는 얘기를 하지만, 정보 검토에 대한 요청이 있는 이상, 고객이 이탈할 이유는 없다.

시장의 필요는 너무 당연하다. 중개자는 거래량을 창출할 수도 없고, 거래금액을 조정할 수도 없다. 소비자의 필요는 받아들여야 하는 현상 그 자체인 것이다. 중개자가 해야하는 일은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문제는 시장이 아닌 나에게 있다. 처리가능 중개량의 최대화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시장에서 허용하는 중개수수료의 크기는 갈수록 낮아진다. 중개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제법 똑똑해지고 업무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허용 수수료 하락속도를 중개자의 업무효율성이 따라잡아야 한다. 따라 잡았다면 역할이 창출될 것이다. 따라잡지 못했다면 자연히 소멸할 것이다.

“가벼운 거래는 가볍게, 무거운 거래는 무겁게” 앞으로의 중개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저관여 중개를 하게 되더라도, 우선은 극고관여 중개를 진행해야 한다. 탐사하는 모험가의 실제 하루는 종일 엑셀을 돌리느라 충혈된 눈이다. 모든 과정을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올바른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 없다. 결론은 나의 주관, 영감, 창의성이 내리는 것이 아니다. 방대한 경험의 양과 집요한 조사를 통해 나올 것이다. 이렇게 귀찮고 지루한 과정을 통해 도달된 결론은 결과적으로 ‘통찰’이라는 짧은 단어로 축약될 것이다.

고관여 중개를 하며 제작사를 찾고 선택하는 과정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새로운 방법도 착안해내었다. 지금까지 전형 과정을 7가지 만들어냈다. 기존 사업체가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사업을 실패한 이유는 중개자의 필요성을 인정받을 만큼 일을 효율적으로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전에 효과적으로 해내지도 못한 사업체가 대부분이다. 앞서 실패한 사업체들은 어땠는가? 7가지 전형 과정 중 1가지 아이디어에 심취되어 모든 것을 내던졌고, 효율성을 내지 못하고 사업은 성장을 멈췄다. 효과적으로 커버리지를 넓혀내 증명하기보다는 작은 시장의 필요에 집착하고 공급자와 수수료 비율로 싸움을 벌였다. 그들이 해법이라 믿고 선택했던 아이디어는 현재 내가 사용하는 7가지 방식 중에서 가장 산업에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다.

이제껏 영상제작 거래중개를 시도한 곳은 독점 플랫폼 통제 전략을 취했다. 그 누구도 정보를 독점할 수 없다. 10년 전에 이미 유행이 지나버린 모델이다.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해야겠다는 목표는 추구하지 않고, 불필요한 단계를 추가로 거치라고만 근거없이 주장하니 거래가 일어나지 못한다.

요란한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정보는 결국 간단한 것이니까. 정보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처리과정을 다듬어낼 수 있어야 한다. 웹기술은 포기한다. 회원가입과 로그인기능을 만들만한 기술조차 없지만, 그것들이 있다 하더라도 이용자들에게는 결국 새로보는 환경일 뿐이다. 빠르게 새로운 전형방식을 개발해내고 적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든 소비자 인터페이스마저 생략된 구조로 일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비드폴리오라는 프로젝트가 매력적인 이유는 정보의 순환과 배움의 크기에 있다. 프로젝트의 최종적인 성공을 떠나, 그 과정에서 수많은 회사와 마케팅 담당자를 접하는 기회를 얻는 것만으로 즐겁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챌 수 있는 포지션이라 어깨가 우쭐해진다. 발주 과정을 배우는 것도 값지다. 결국 협업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다. 내부 팀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외부 협력자와의 커뮤니케이션도 모두 중요하다. 발주도우미를 한다는 것은 앞서 다가올 협력의 시대에 필요한 경쟁력을 학습할 좋은 환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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