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박 틔우는 방법 알아냄 (쓰레기무덤 인터벌)

일 보고 집에 오니 8시다. 밥 먹으니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었다. 이 때는 운동하기 적합하지 않다. 식사 후 3시간은 지나야 운동하기 적합하다. 고등학교 때 아침먹은 직후인 1,2교시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잤다. 쉬는 시간에 빵하나 처먹으면 또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3,4교시를 잤다. 점심시간에 밥 묵고 5,6교시를 잤다. 그 뒤에 달리기를 하고 와서 피곤해서 잤다. 저녁 묵고 야자시간에 잤다. 독서실 가면 휴게실에서 온게임넷 스타리그 보면서 컵라면 하나 말아먹고 또 잤다. 다 부교감신경 때문이었다. 아무튼 오늘도 그놈의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된 탓에 밥 먹고 바로 잤다. 밤 10시가 되어서 정신이 들었다. 할머니의 걱정대로 소가 되어 있진 않았다. 난 소띠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렴 상관없는 일이다. 옷을 챙겨입고 하늘-노을 공원을 조지러 갔다.

 

너무 늦은시간이라 그런지 공원 샤따 내렸다. 2분 30초짜리 업힐 연속 열개 타면서 다리를 함 조져볼까 했는데 아쉬운대로 중간길 언덕을 탔다. 오히려 1분 30초 짜리 업힐이라 인터벌에 더 적합했다. 좋다. 오늘은 이걸로 10바퀴다.

 

 

▣ 인터벌 한사이클

정방향 24미터 오르막 1:30 > 0:40 쉬고
역방향 17미터 오르막 0:50 > 2:30 쉬고

 

▣ 심박 해킹의 개요

내 최대 심박은 191이 아니었다. 심박을 올리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찾아냈다. 케이던스가 아니었다. 호흡도 아니었다. 근력이다. 호흡이 가빠지면 심박이 따라 올랐기 때문에 심-폐를 묶어 생각했다. 그것이 고정관념. 난 여태 심박에 큰 무리를 준 적이 없었나 보다. 무리를 주는 방법도 몰랐다. 항상 다리가 먼저 털리거나 숨이 턱까지 차올라 목구멍이 따가워졌으니까. 근력-심박-호흡 중에서 호흡이나 근력의 한계에 갇혀 심박은 제대로 일한 적이 없는 것이다. 심박의 능력을 최대로 발동시키는 것은 간단한 원리였다. 무산소 상태에서 근력을 최대한 끌어다 쓰는 것이다.

무산소 상태에서 빠르고 강하게 근육을 탈진시킬수록 심박에 강한 구조요청신호가 전달된다. 구조요청신호가 강할수록 심박은 급발진한다. 문제는 어떻게 다리가 털리지 않고 더 많은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소진하는지다. 40초 동안 시팅으로 500와트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정도 빠워는 내모메 무리데스. 근전환을 해도 30초만에 다 털린다. 가장 큰 근육인 둔근과 외전근을 써도 400을 넘기지 못한다. 다리가 다 털려 일을 하지 않으니 심박에게 요청신호를 보내지도 않는 것이다. 더욱 폭넓은 근육의 동시사용이 필요하다.

 

▣ 심박 해킹 매뉴얼

15초 무릎치기내전근댄싱으로 600와트 낸다.
20초 무릎치기외전근댄싱으로 500와트 낸다.
10초 외전근시팅으로 400와트 낸다.
나머지 시간은 어떤걸로든 전환시켜 침을 질질 흘리며 300와트 이상 유지시킨다.

이러면 10회전을 하면서도 1:30동안 350와트 이상 낼 수 있다. 젖산이 쌓이려고 할 때 쯤 휴식기에 접어드니 다리가 털리지 않는다.
15-20-10을 똑같이 한 이후 200와트로 설설 탔더니 구조요청신호가 끊겨 심박이 170까지만 올라간 뒤 멈췄다. 심박이 오르는 동안 계속 산소부족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 주법의 개선 – 무릎치기 댄싱

온몸의 근육을 단기간에 최대한 활용하는 댄싱이다. 어떤 강좌나 댄싱분석영상에서도 본적이 없어서 내멋대로 이름을 붙였다. 핸들바에 무릎을 찍는다는 느낌으로 당기다가 발견했는데 내 잔차는 프레임이 작아서 실제로 무릎이 바탑에 닿는다.
자세는 스프린터의 라스트 댄싱과 콘타도르의 업힐댄싱의 중간이다. 스프린터의 라스트댄싱만큼 무게중심은 앞으로 이동하지만 콘타도르의 업힐만큼 상체는 곧게 펴고 발목은 세운다. 스프린터의 댄싱보다 햄스트링, 내전근을 덜 쓰고 대둔근과 외전근을 약간 더 자극한다.
물론 여기서도 당겨서 무릎을 치는 모션을 우선시할 것이냐, 발끝을 세워 찍어 누르는 모션을 우선시할 것인지에 따라서 근전환이 2가지로 가능하다. 당겨서 무릎을 칠 때 평소의 주법에선 안 쓰는 근육을 더 많이 쓴다. 더 많은 종류의 근육을 쓰기 때문에 순간 파워도 더 높다. 안쓰던 근육이기 때문에 먼저 털어버리는 게 좋다.

 

▣ 무릎치기 댄싱에 대해 끊이지 않는 찬사

이 댄싱은 상사점과 하사점이 2시 8시로 바뀐다. 그러므로 중력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 상사점에서의 무효성도 없고 하사점에서의 정체도 없다. 상사점에선 앞으로 차는 모션, 하사점에선 뒤로 긁어 당기는 모션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회전운동이 자연스럽다. 토크 유효성이 93%까지 나온다.(평균대비 +13%) 온 근육이 템포를 찾았고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에 이미 다음 모션을 준비하고 있다. 상체의 위아래 흔들림도 적어진다. 닭대가리마냥 눈알 높이가 고정되어 손떨방 모드가 작동된듯 시야도 맑아진다.

자전거 탈 때 동원되는 근육의 종류가 10개, 최대효율이 100%라고 했을 때 ;
무릎치기내전근댄싱 8종 80%
무릎치기내전근댄싱 5종 70%
외전근시팅 3종 50%
내전근시팅 4종 30%
정도의 느낌이다. (인체해부학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든 수치적 비교를 해보려고 함. 정확할 리 없음)
이 방법이 지금의 나로선 심박에 가장 강한 구조요청신호를 보내는 방법.

 

▣ 다시, 심박 해킹

근력 > 심박 > 호흡 순이었다.
근력을 쓰고난 후 30초 뒤에 심박이 반응한다.
심박이 벌컥댄 후 30초 뒤에 호흡이 반응한다.
근력을 써서 체내에 저장된 산소를 소진해버리면 가리느까 심박이 추가적인 산소를 지원하기 위해 혈액공급을 늘리는 것이고, 순환이 빨라진 혈류 속 산소량이 적어지니 호흡이 가빠지는 것이다.

한심할 정도로 느린 반응이다. 힘을 쓰기 시작한 뒤 1분이나 걸려서 지속적인 상태유지를 위한 모드에 접어들게 된다니. 아쉽지만 이 메커니즘은 내가 조정할 수 있는게 아니다. 중추신경계 방화벽은 꽤나 튼튼하다. 중추신경계 해킹법을 터득한 놈들이 있다한들 살아남지 못해 대가 끊겼겠지.

심박을 해킹했다고 표현했지만 설레발친거고 공략일 뿐이다.

 

▣ 마무리

업힐을 오르기 전에 체내 산소를 미리 공급해둔답시고 호흡을 과하게 마셨던 것은 다 헛짓이었다.

심박 170으로 탄 것과 220으로 탄 것의 퍼포먼스 차이는 오늘 없었다. 당연하지. 오르막 다 오르고 내리막에 접어들 때가 되어서야 220까지 올랐다. 이 모드를 어떤 구간에 적용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 퍼포먼스의 차이를 알아 보려면 5분짜리 업힐 시작지점에서 적용해봐야 한다.

10회전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로누적을 감안하면 회복기간 단축에는 확실히 도움된 것 같다.

심박을 높이는 방법을 찾은 것은 기쁜 일이지만 심박이 높은 것 자체는 좋은 일이 아니다. 미겔 인두라인의 심장은 일반인의 두배 크기였고 그의 심박은 1분에 28번 뛰었다. 일반인은 65bpm 나는 50bpm 말은 48bpm이다. 그는 심박을 높이지 않고도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었다. 심박이 높다는 말은 그만큼 심박출량이 낮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또는 부정맥이 의심되기도 한단다. 다음주엔 병원에 한 번 가봐야겠다.

 

▣ 숙제

1. 근력을 쓴 직후 심박의 반응을 앞당기거나 심박이 벌컥댄 후 호흡의 반응을 앞당기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젖산역치를 몇초나마 더 미룰 수 있지 않을까.

2. 산소가 공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진시킬 수 있는 에너지 총량은 어떻게 키우는가? 어떤 트레이닝이 요구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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