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펀치에서 셰프뉴스의 데이터를 보고, 후기를 적어 달라고 요청을 했었는데… 이제서야 쓴다.

지난 3월 31일, 로켓펀치의 리뉴얼 이벤트에 참석했다. 나 또한 셰프잡스라는 외식업계 전문 채용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 행사에 참석한 사람 중에서도 큰 관심을 두고 발표 내용을 들었다.

‘Growth Hacking’, ‘AARRR’과 같은 키워드를 공부하기 위해서 검색을 하면 로켓펀치에서 작성한 슬라이드가 몇 개 나온다. 이를 통해 로켓펀치 팀의 핵심역량, 서비스 운영의 접근법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리뉴얼 이벤트는 단순히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것을 넘어, 지난 3년간 로켓펀치를 운영하며 쌓은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방향을 LEAN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검토한 고민결과일 것이라 기대했다.

“기업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 안에 일하는 사람이고, 그 사람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가 해온 일들”이라는 멋진 말로 본격적인 리뉴얼 계획을 밝힌다.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다”라고 주장하는 셰프잡스의 포지셔닝과 왠지 닮았다.

로켓펀치는 ‘비즈니스 프로필’ 중심적으로 서비스를 개편했다고 발표했다. 기업의 채용공고보다는 사람의 프로필을 더욱 우선시하고 무게를 둔다는 뜻으로 들린다. 실제로 리뉴얼 된 로켓펀치를 사용해보니 “나를 규격화”하기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 구인•구직 정보 서비스의 시작 – 규격화

대부분의 구인•구직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 다른 형식의 정보를 다룬다. 모습이 다른 비대칭 정보를 상호간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규격화standardization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관건이다. 기업에서 찾고자 하는 인재의 역량, 기술, 경력, 태도 등을 규격화해야 하고, 입사를 원하는 지원자 또한 이력서상에서 역량, 기술, 경력, 태도 등을 규격화시켜야 한다.

“인간을 규격화(수치화)한다고요? 무서운 소리 같은데요?” 한 심리학 교수님을 만나서 했던 질문이다. 나의 질문에 그분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돌연 칠판에 그림을 그리며 수업모드로 설명을 이어갔다. “인간을 측정할 때, 양적 측정과 질적인 측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이 좋다’라는 주관적인 평가는 질적이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얼마나 좋은지, 어느 정도 좋은지를 말할 수 없습니다. 현대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과 마음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입니다. 사주팔자나 별자리는 몇 천 년 이상 이어져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으로 인정되지 못하는 것은 실험했을 때 나오는 결과가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누가 봐도 객관적이면서 과학적으로도 옳아야 합니다. 그래서 더욱 수치화가 필요합니다.” (기사 보기)

규격화, 또는 수치화되지 못한 기존 구인•구직 서비스들은 정보 목록을 보여주는 게시판형 커뮤니티에 가깝다. 정보들이 모여있긴 하지만, 기계가 그 정보를 이해하거나 분류해내지는 못한다. 기계도 이해할 수 있고, 사람도 쓰기 좋은 형식으로 통일시키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구인•구직 서비스 기획의 첫 단추다. 디지털 문서를 나열하는 것에 그치는 게 WEB 1.0 방식의 접근이라면, 이를 규격화해서 기계가 연결해줄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드는 것이 WEB 2.0의 접근방식이라 구분해볼 수 있겠다.

이전 세대의 정보 서비스들이 정보를 나열하는 방식은 지면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 신문 1면의 광고가 비싼 것처럼, 웹사이트 내에서도 상단에 정보를 보여주려면 돈을 많이 내고, 돈을 적게 내면 그보다 아래에 보여주는 방식이다. 강제로 노출 순서를 바꾸기도 하며 요란한 아이콘을 붙여 주목도를 높여 시선을 빼앗아 간다. 이런 정보 나열 방식은 상대적인 노출도를 가져가기 때문에 같은 플랫폼에 들어있는 다른 정보의 접근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다. 사람의 인지능력의 한계가 곧 정보 서비스의 활용 능력의 한계가 된다.

지면을 모방하는 것에 그치는 것과, 정보를 규격화해서 기계가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은 접근법이 다르므로 그 목적지 또한 달라진다. 전자의 경우에는 태생적으로 폐쇄형 플랫폼의 성격을 가지지만, 후자는 무한한 확장과 개방을 꿈꾼다.

 

  • 구인•구직 정보 서비스 운영 – 잘 보여주기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인류는 UI/UX 기획의 맥락에서 큰 통찰을 얻은 것 같다. 화면의 크기가 제한되는 환경을 접하자 비로소 기존의 인쇄물들을 모방하는 방식의 웹 기획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모바일에서는 상·하 구분이 나뉠 만큼의 공간도 없고, 다른 정보의 시선을 빼앗을 여력도 없다. 기존의 PC환경에서 기획된 구인•구직 서비스를 레이아웃만 바꿔 모바일로 넘긴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손바닥만 한 모바일 디바이스 안에서 어떻게 정보를 보여줘야 잘한 것일까? 이전 시대에는 카테고리 분류가 전부였다. 필터 기능이 제공되긴 했지만 앞서 말한 규격화의 문제와 폐쇄성의 문제로 대부분의 필터 검색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 외에도 공통된 태그 분류로 솎아보기를 하는 방법, 특정 프리셋 조건으로 소트아웃해서 보여주는 분류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로켓펀치는 이런 기능을 활용해 ‘콜렉션’ 기능을 선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을 이렇게도 묶어보고, 저렇게도 묶어볼 수 있다. 카테고라이징의 다각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완고불변하던 상하위 규칙hierarchy structure을 없애고 어떤 상황에는 A그룹에 속해서 보이고, 또 다른 상황에는 B그룹에 속해서 보인다.

사용자의 필요와 맥락에 맞는 정보들을 솎아내 편집해서 보여주는 작업으로도 정보는 큰 가치를 가진다. 의미는 관계에서 나온다. 로켓펀치 팀은 이를 “구슬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속담으로 비유했다. 정보가 너무 많아 문제인 시대, 큐레이션 커머스는 정보를 편집해주는 것만으로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게 해주는) 가치를 제공한다. 단계와 비용이 늘어났음에도 사용자들은 기꺼이 이용한다. 오늘날 ‘쇼핑 콘텐츠’라는 표현은 ‘쇼핑 정보 탐색’이라는 표현보다 일반적이다.

‘잘 보여주기’위해 정보를 솎아내고 묶어 보여주는 구조적인 작업도 필요하지만, 다른 작업도 필요하다. 묶음 정보 중에서도 어떤 정보를 우선적으로 보여줄지에 대한 배열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정보생성일이나 가나다순으로 나열시키는 건 좀… 불친절하잖아?

 

  • 로켓펀치 랭킹 알고리즘 추론하기

리뉴얼 이벤트를 다녀온 후에도, 로켓펀치를 이렇게까지 들여다볼 의도가 없었다. 회사 정보 업데이트, 공고 생성 등 작업을 한번 시작하면 6시간은 족히 걸리는 데, 그럴 시간도 없고 어차피 사람을 채용할 자금도 넉넉지 않으니 간단한 업데이트만 해 놓으려 했다.

회사 소개를 업데이트하고, 서비스 항목을 하나 추가한 뒤, 사진도 첨부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스타트업>인기순’ 리스트에서 셰프뉴스가 5페이지로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 회사 정보와 채용공고의 완성도가 정보 배열 우선순위와 연관성이 있을 거라는 가정 하에 계속해서 정보를 업데이트했다. (로켓펀치에서 셰프뉴스 회사소개 보기)

‘키워드를 추가하고, tech stack도 추가하고, 관련기사 1건, 주소 및 연락처 업데이트, 구성원 2명 연결, 채용공고 3개 신규 생성’을 모두 마쳤다. 몇 시간이 지났다. (아마 로봇이 6시간 또는 12시간 단위로 우선순위 배열 계산을 갱신하는 것 같다.) 순식간에 셰프뉴스는 ‘스타트업>인기순’ 10위를 기록하더니 또 하루가 지나선 상위 5등까지 랭크 되었다. 10위에서 5위로 올라가던 기간에는 추가로 데이터를 입력하지 않았으므로 다른 사용자들이 조회한 횟수, 북마킹 횟수가 추가로 반영되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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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랭크한 다음 주의 현황

몇 가지 더 실험해 볼 수 있었지만, 로켓펀치의 알고리즘을 추론하는 것은 나의 본업에서 멀어지는 일인데다, 우리 회사 정보를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과장하는 데에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아서 5위 기록을 만족하며 다시 본업으로 돌아갔다. 리뉴얼 직후에는 메이크모델(이걸 어떻게 이겨)과 로켓펀치가 인기순에서 1, 2위를 놓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각각 6위,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감기나 감가상각과 같은 개념을 추가 적용했거나 각 항목들 간의 가중치를 변경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셰프잡스도 같은 고민을 했다. (띄워준 후 무단탑승. 좀 얹혀갑시다?) ‘정보 적합성’과 ‘완성도’를 총 10가지 기준에 따라 평가할 것이고 높은 점수를 받은 순으로 상단에 보여줄 것이다. 셰프잡스와 성향이 맞지도 않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정보들은 유료 아이템을 구입하더라도 최상단에 노출되기 힘들다. 이 작동 원리와 정책은 간단히 공개할 예정인데, 이를 통해 ①전체적인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게 유도할 수 있고 ②허투루 작성된 콘텐츠 때문에 콘텐츠 exploring의 경험이 저해되는 경우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니 로켓펀치에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사람들은 이 알고리즘을 잘 활용해서 회사 노출기회를 높이길 바란다. 그게 로켓펀치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어뷰징 해봐야 알고리즘 수정으로 차단하면 그만이다.)

 

  • 그러고보니

그러고보니, 로켓펀치 팀은 ‘잘 보여주기’의 중요성을 창업 초기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내가 비석세스에서 일하던 2012년 가을, 사무실로 찾아와 미디어 웹사이트에 연동될 수 있는 플러그인을 제공할 테니 게시해주고, 매주 월요일 구인•구직 콘텐츠를 모아서 송고할 테니 발행해달라는 약속을 받아갔다. 벤처스퀘어에도, 플래텀에도 찾아가 똑같이 약속을 받아냈더라.

그러고보니, 로켓펀치는 처음엔 텀블러로 시작했었다. 얼마나 LEAN한가! 같은 시기에 론칭했던 벤스터도 어머어마한 LEAN함으로 모바일프로필서비스 profile.me로 피봇한 뒤, 명함사진인식서비스로 다시 피봇했다가, 지금은 전 국민이 사용하는 명함 앱 리멤버가 되었다. 무시무시한 LEAN스러움이다.(IT스타트업 전용 채용 플랫폼의 등장! VENSTER와 RocketPun.ch)

그러고보니, 셰프뉴스는 로켓펀치 스타트업 인기순 5위를 기록하고도 이력서는 다섯 개밖에 못 받았다. (인기순 6위 기록했던 옆팀은 20개 받았다고 하던데… 셰무룩…) IT도 이해하고, 미디어도 이해하고, 외식산업도 이해하고, 마케팅도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니 좀체 맞는 사람이 나타나질 않는다. 어디 있으면 나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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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더 보기 – CARAMEL 제공>

네이버도 윙버스를 인수해 윙스푼으로 운영하다 13년 12월 18일 서비스 종료.

Yelp는 12년 IPO 했지만, 15년 5월 8일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왜 다 망하나.

 

  1. 날것의 정보 자체가 의미를 가지진 않는다.

백종원 아저씨가 2010년에 쓴 책 <초짜도 대박 나는 전문식당>에서는 상권을 3가지로 나눈다. 1차 상권은 걸어서 갈 수 있는 지역을 뜻한다. 2차 상권은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동네를 이동하는 정도다. 3차 상권은 미디어에 나온 소식을 듣고 도시를 이동하는 정도다. 서비스가 전국구를 대상으로 하려면 아주 극단적으로 로컬한 정보를 다루거나 3차 상권에 대한 정보를 다뤄야 한다. 이 상권 구분은 장사하는 사장님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지만, 각 상권 고객마다 필요로 하는 정보의 종류가 달라진다는 게 내가 생각해 보고자 하는 부분이다.

한국 도시의 음식점들은 고밀도로 밀집해 있으므로 아무리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모은다 한들, 1차 상권에서 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보다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없다. 가로수길이 흥했다가 2년 만에 죽고 경리단길이 또 떴다가 식어가는 변화는 얼마나 빠르며 한 지역 내에서도 개폐업은 얼마나 잦은가. 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2010년도 올라웍스에서 내어놓은 스캔서치의 사용자 경험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빨라진다. 손바닥만한 아이폰 안에서 재현되는 virtual layer에 published된 정보는 2~3개의 상점이지만, 두 눈으로 실제 세계를 맞이하면 50개의 간판을 읽을 수 있다. ‘후보 식당의 리스트 확보’라는 가장 우선적인 사용자 경험단계에서 큰 실망을 안겨준다.

식당정보서비스는 모바일기기에서 실행되는 앱서비스가 출시되기 전에도 ‘맛집추천’이라는 키워드로 네이버에 검색하면 104개의 맛집소개 플랫폼들이 나왔을 정도로 많았다.(자체조사, 2011년) 블루리본서베이는 10년째 식당정보를 묶어 책으로 발간하고 있으니 식당정보서비스는 새로운 서비스라고 할 수 없다. 어떤 형태로 어떤 디바이스를 통해 전달되는지완 상관없이 제공되는 정보의 종류들은 대충 이러하다. 식당의 이름, 식당의 위치, 식당의 사진, 음식 사진, 메뉴명, 음식가격, 연락처, 비전문가나 전문가의 리뷰…. 이러한 정보들은 사람들의 발길을 움직이게 하거나 지갑을 열게 만들 수 없다. 데이터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를 생성해낼 수 없다. 3차 상권 사람들이 이 정보들을 보고 식사 경험까지 이어지도록 유도하기에는 너무나 생기가 없는, 발굴 상태 그대로의 static 정보다.

 

  1. 괜찮았던 서비스들

한국에선 쓸 수 없는 서비스지만, Yelp의 사용자 만족도는 어찌 그렇게나 좋았는가? 2013년 가을, 촌놈이 미국 땅을 처음 밟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거긴 땅이 넓어서 1차상권이 존재하지 않았다. 미국 동부(뉴욕)는 한국의 서울처럼 지하철도 있고 마천루가 빼곡한 도심지가 컸지만, 샌프란시스코의 다운타운은 서울 강남역-역삼역 사이의 테헤란로 거리 정도가 전부였다. 숙소가 있던 서니베일, 40분 걸리던 도심지, 그 외에도 팔로알토와 산호세를 매일같이 옮겨 다니며 끼니를 해결해야 했으니, 동네마다 먹을만한 식당을 헤맬 때 yelp에서 제공하는 저런 static한 정보들도 가뭄에 단비같이 느껴졌다. 밥을 먹으려면 어차피 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으니 안 쓸 이유가 없었다. 아침을 제외하고 하루에 2번, 보름 동안 30번 yelp의 도움을 받았다. 확보된 데이터도 많고 음식 범주도 넓어 새로운 음식을 explore하는 데 더없이 좋은 서비스였다. 한국의 서비스보다 어뷰징 이슈가 적어 정보신뢰도 또한 높았다. 별 4개짜리를 받은 식당이 실망을 안겨 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위시랜드는 2011년도부터 사업을 시작했는데 공격적인 영업력으로 서울지역의 50개 식당과 계약을 맺었다. 앱에서 보이는 식당 리스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었다. 나는 그 뚜렷한 편집(또는 선별)기준이 좋았다. “연인과 함께 특별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 파트너사와 미팅을 잡아도 가오가 떨어지지 않는 곳, 오랜만에 가족끼리 근사하게 식사할 곳”을 찾는 사람이 2인 기준 4~10만 원 사이에서 식사할 수 있는 식당들이었다. 상권으로 구분하면 3차 상권 중에서 특정 목적을 가진 고객만으로 더 좁힌 것이다. (“모든 사람을 위한 제품은 누구를 위한 제품도 아니다”라는 교과서에 나오는 말씀segmentation을 잘 따랐다.) 이 고객의 가장 우선적인 사용자 경험인 ‘후보 식당의 리스트 확보’를 훌륭하게 충족시켰다. 나는 여길 통해 예약을 3번 정도 했다. (위시랜드 통해서 예약하면 30% 할인받을 수 있다는 파격적인 조건은 소셜커머스와 같은 개념이었다.) 하지만 그다음 해부터 제휴업체 확장을 위해 샤브샤브집, 쇠고기구이집등을 무리하게 집어넣으면서 나에겐 그 리스트들이 무의미해졌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확장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당시엔 지금만큼 파인다이닝 시장이 크지 않았다. 위시랜드는 2년 전 서비스를 종료했다.

 

  1. 왜 돈을 못 버나.

식당에 대한 정보, 먹을 것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나 넘쳐난다. 페이스북에도 하루에 몇 번씩, 인스타그램에는 종일 먹고 마셨다는 소식이 원치 않는데도 보인다. 대중매체에서는 방송과 기사가 앞다투어 먹거리에 대한 정보를 쏟아낸다. 내가 원하면 블로그를 찾거나 친구에게 물어보거나 수많은 앱 서비스에서 리스트를 받아볼 수 있고, 책을 사도 되고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거나 직장 동료들끼리 리스트를 공유하기도 한다.

식당정보서비스를 ‘정보플랫폼’이라고 정의할 때, 정보 자체가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러기 힘들다. 그 이유를 정보 자체에서 찾으면 안된다. 누구도 정보를 독점할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이 그 이유다. 모든 종류의 식당정보가 서로의 경쟁 상대가 된다. 경쟁앱 뿐만 아니라, 새로 출간되는 책도, 생생정보통도, 생활의 달인도, 블로거도 경쟁 상대가 된다. 앱 정보가 부족한 시대라면 모를까, 정보가 넘쳐나서 다른 정보들을 제치고 턱 밑에까지 정보를 밀어 넣어줘야 겨우 정보를 받아먹는 정보과잉시대에는 정보독점을 하겠다는 목표 자체가 잘못된 설정이다. (최근 앱서비스 대다수는 이미 존재하는 정보를 긁어모아crawling서 빅데이터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재정렬된 것이기 때문에 이 목표를 지향하진 않을 것이다.)

이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정보를 독점하지 못하면 플랫폼이 수익전략을 구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보를 독점하면 상위노출, 순위조작의 고전적인 방법으로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겠지만, 대체재가 넘쳐나는 지금 봉이 김선달식 전략이 먹힐 리 없다.

 

  1. 그럼 돈을 어떻게 벌까?

‘미디어가 돈 벌기 힘든 이유’와 공감대가 생긴다. 콘텐츠를 생산해도 재화로 교환할 수 없다. 정보이용자가 많아도 직접 돈을 내진 않는다.

돈을 ‘어떻게’보다 돈을 ‘어디서’부터 고민해보자. 고객이 누구인지부터 설정해보자. ①식당주인에게 받을 것인가? ②식당에 가는 손님에게 받을 것인가? ③아니면 이 두 집단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는 제 3자에게서 받을 것인가?

미디어에선 기본적으로 ③번 고객에 해당하는 광고주에게 돈을 받는다. 정보과잉시대라 광고효율과 광고비가 낮아지고 있다. 예전엔 ②번에 해당하는 독자에게 유가지로 돈을 받았지만, 지금은 선물을 얹어주며 공짜로 보라 해도 구독률이 떨어지는 현상을 막기가 힘들다. ①번에게 돈 받고 홍보기사 쓰는 건 누구나 아는(?) 업계의 비밀(?)이었으나 강도질도 금고에 돈이 있을 때 수익이 나는 법이다. SK최회장이 언론사에 삥뜯기기보단 커밍아웃을 택한 최근의 사건은 이 수익모델이 앞으로 더욱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복선이 될 것이다.

옐프는 ①번을 택해 sponsor마크 붙이고 상위에 노출시켜 주었다. Yelp의 시도는 네이버에 검색되던 104개의 맛집추천 플랫폼과 같이 작동하지 않았다. 식당 사장님들을 잘 사기쳐설득해 노출강화 광고상품을 팔았다 한들 플랫폼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사용자 경험을 저해한다. 광고한 식당은 ‘우리 가게 장사 안되니까 좀 와주세요’라고 외치는 꼴이 되고 만다.

Open Table은 ②번 고객에게 돈을 받는다. 엄밀히 말하면 돈나오는 구멍은 ①번과 ②번 사이에 있는 관계에서다. 예약과 결제과정을 대행할 수 있어야 중간자가 수수료를 청구할 명목과 권리가 생기는데 Open Table에선 이것이 작동한다. ‘pay first, eat later’이라는 캠페인이 먹힌다. 파인다이닝 식당 중에서 예약은 무조건 open table로만 받는 곳도 많다. 이곳은 식당정보제공은 뒷전이고 포스기를 제공해서 고객(식당)의 사용경험개선, 손님의 예약과 결제를 포함해 관련된 모든 활동을 한 큐에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노쇼에 대한 이슈가 이제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달엔 조선일보에서 천박한 시민의식 훈계하듯 1면에 기사를 냈고, 최근 셰프님들 노쇼 때문에 얼굴이 늙어간다며 연합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윙스푼도 옐프도 ①번과 ②번 사이에 있는 관계를 잡진 못했다.

이도 저도 못했다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④번을 누구보다 빨리 찾아내야 한다.

새로운 정보나 웹사이트를 찾아내는 방법이 발전되어야 새로운 온라인 활동이 생긴다.

웹 ‘서핑’이라는 표현이 부끄러울 정도다. 더 많은 정보-사람이 연결되었기 때문에 웹 2.0 시대가 열린 것으로 보자면, 당연히 웹 3.0 또한 정보-사람의 연결을 획기적으로 확장하는 그 시점에서 일어날 것이다.

지금 이 문제에 대해서 그나마 생각있는 애들이 스텀블 어폰이랑 레딧 정도이다.

https://www.stumbleupon.com/ 모든 서비스가 개인화 큐레이션으로 갈 때 얘는 반대로 간다. 무작위로 간다. 한 페이지로 구성된 웹 정보를 책 넘기듯이 계속 넘겨보면 된다. 진정한 의미의 서핑이다. (2015년 현재, 서비스가 운영되지 않고 있다.)

http://www.reddit.com/ 수많은 페이지들이 공유되고 유저들은 끊임없이 해당 정보에 대한 점수를 매겨서 실시간으로 인기가 있는 정보들이 랭크되어 보여진다. 한국의 라이크링크가 이와 같은 모습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http://digg.com/ 얘네들도 레딧이랑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서비스를 했었는데 2012년도쯤 들어서면서 손 큐레이션으로 바꼈다. 전문 큐레이터들이 15명 모여서 종일 큐레이팅만 하는 것이다. 언론사로 보자면 기자는 한 명도 없는데 편집장만 15명이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virtual한 세계에서도 그 나름대로의 물리적인 한계를 갖게 된다. 위 서비스들과 네이버같은 대형 포털도 결국엔 하나의 infuluencer에 그친다는 점이다. 트래픽이 많든 적든 결국 한 가지 방식으로 정렬된 정보들이라는 것이 한계다.

얘네들의 등장은 분명 긍정적인 일이지만 아직도 아쉬운 것은 이런 key-influncer들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새로운 웹세계로의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섯다리 건너면 세계인이 모두 친구”라지만 이 다리를 두번이라도 건너는 순간 그 사람은 평생 만나지도 못했고 만날 일도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전달되어 마땅한 정보는 모두 한 다리안에 놓여져야 하는데 지금의 웹 지도는 그런 상황이 아닌 것이다.

윕키(http://www.wibki.com/) 얘네들도 좀 개념있게 즐겨찾기를 정리하긴 했지만 결국 개인의 생산성 증가 보조도구로만 접근한 것 같아 아쉽다.
즐겨찾기를 chunk 지어서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기대했는데.. (http://8tracks.com/ 처럼…) 타인의 즐겨찾기를 관음하고 싶다…..

최근 게임 트렌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모바일’과 ‘소셜’이라는 키워드이다. 애니팡으로 시작해, 드래곤플라이트, 컴투스 홈런왕, 다함께 차차차, 윈드러너 등 수많은 모바일소셜게임들의대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모바일소셜 게임은 언제쯤 그 다음 주자에게 자리를 내어줄까? 지금 한창 잘나가는 모바일소셜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왜 뜬금없이 후발주자 얘기를 꺼내는지에 대해서는 그 이유가 있다. 모바일소셜게임들의 수명은 3개월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짧고 징가가 페이스북에서 전성기를 보냈던 때와 지금이 크게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이 애플리케이션 방침을 변경하고 사용자들의 이용패턴이 달라졌을 때 징가의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되었던 것처럼, 모바일과 메신저를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는 지금의 모바일 게임들 또한 외부요인에 생사가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모바일소셜 게임의 패러다임 전환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것이다. (기사가 작성되던 중 이미 그 미래가 다가왔다는 소식도 들려왔다.-e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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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에서 다가오는 6월, 새로운 소셜 게임을 선보일 엔텔리전트게임즈를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 엔텔리전트게임즈는 인지 및 임상 심리학과 뇌과학을 활용한 기능성 게임인 ‘토링소셜’의 개발을 마친 단계다. 실리콘밸리에서 영향력있는 인물 중 7위로 뽑힌 유기돈씨(그는 한 때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CFO였다.)와 49위의 Joe Lonsdale, Brian Koo와 그의 동료들이 12억을 투자한 이 회사, 어떤 회사인지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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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으로 인지능력검사를 해내다. 융복합 인재의 길을 걷기로 한 정재범 교수

“저는 석사 때, 언어심리학을 전공했어요. 언어심리학이라는 게 참 재미없는 분야에요. 굉장한 방법론을 요구하거든요. 이를테면 한 단어에 대한 인지수준을 조사하려고 한 시간씩 실험모니터를 들여다봐야 하는 식입니다. 이 지루한 과정을 간단한 게임으로 바꾼 적이 있는데, 하는 사람도 재밌고 검사 결과도 유의미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죠.

심리검사에 게임을 접목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 정재범 대표는 박사과정에 접어들면서 전공을 게임으로 바꿨다. 그리고 박사논문으로 프로게이머들의 뇌와 바둑프로기사들의 뇌를 비교하는 주제로 학위를 수여했다. 게임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중독에 빠져 있다는 일반적인 편견을 깨는 논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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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두면 머리가 좋아진다며 아이들을 기원에 보내는 어른들은 있지만, 머리가 좋아지라며 게임방에 보내는 어른은 없어요. 하지만 프로게이머의 뇌와 바둑프로기사의 뇌를 fMRI로 찍어보면 비슷한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이는 게임 중독자의 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죠”

논문에 따르면 실제로 게임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중독에 빠진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등산이나 낚시를 하시는 어른들도 주말까지도 반납하면서 시외까지 갔다 오곤 하는데, 게임을 단순히 오랫동안 한다고 해서 그것을 중독이라 할 수 있을까? 정대표는 게임 그 자체가 중독의 원인이라고 말하지 않고, 더 나아가 게임이 그 중독까지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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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도 긍적적일 수 있을까!?

“공부를 하라고 그러면 한 시간을 앉아있기도 고통스러운데, 게임은 너무 재미 있어서 하다가 죽는 사람들도 나오잖아요? 게임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재미’라는 요소를 뽑아서 교육이나 의료와 같은 확장된 분야로 사용하자는 것이 기능성 게임의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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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게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아이패드에서 “오즈의 마법사”를 구동시켜 보았다. 엔텔리전트게임즈에서 진행하고 있는 메인 프로젝트 이외의 것으로 4일만에 뚝딱 제작되었다고 한다. 게임은 3~4분 동안 보여지는 e-book처럼 보이지만 중간에 퍼즐게임들이 삽입돼있는 형식이다.

“이 게임을 통해서 말을 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정신적 이상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우울한 감정을 가진 사람일수록 퍼즐을 맞추는 방법이나 속도가 일반인과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X,Y축으로 얼마나 세밀하게 맞췄는지도 중요하죠. 사자가 화를 냈을 때나, 웃는 얼굴이 보일 때에 각각 반응 속도가 다른 것도 의미가 있는 데이터입니다. 오티즘(autisum : 자폐증)이 있거나 아스퍼거 신드롬(Asperger Syndrome : 경미한 자폐증)이 있는 어린이들은 긍정적인 표정의 얼굴에 대해 빨리 반응하지 못하거든요.”

기능성 게임은 한국에선 생소하지만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차세대 게임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VentureBeat 관련기사 보기)그리고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능성 게임의 모습은 정말 다양하다. 인지 및 임상심리학과 뇌과학을 활용해 뇌의 기능적 이상을 분석해 낼 수 있어서 치매나 치매 이전의 초기 증상인 MCI(경도 인지 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를 발견할 수도 있다. 치료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기억력, 운동능력, 주의력, 실행력, 정서지능 등, 특정한 인지 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것이 기능성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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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의 재미, 어디든지 융복합 될 수 있다. 유의미한 결과를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대표는 본인이 만든 다섯 개의 게임을 놓고, 기존 심리 측정도구로 사용되는 설문지와 함께 조사를 실시했다. 게임들이 심리검사를 제대로 해낼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실험이었다.결과는 기존의 설문지들을 통해서 얻은 결과와 게임을 통해서 얻은 결과가 같거나 유의미한 패턴을 보인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게임점수만으로도 심리조사의 결과를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사회성/협동성/책임감/동립감/동기요소를 심리조사한 다음에, 게임의 결과와 비교를 했습니다. 역시 결과는 유의미하게 나왔습니다. 유의미한 결과가 많이 모이면 패턴을 발견할 수 있죠. 빅데이터 기법을 사용해 봤습니다, 이제 게임점수만 알아도 심리조사의 결과를 역추적(회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을 수치화한다는 부분은 약간 무섭게 들리는데요?”라고 필자가 질문하자, 정재범 대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칠판에 그림을 그려가며 의견을 이었다.

“인간을 측정할 때, 양적 측정과 질적인 측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이 좋다.”라는 주관적인 평가는 질적이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얼마나 좋은지, 어느 정도 좋은지를 말할 수 없습니다. 현대심리학은 인간의 행동과 마음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입니다. 사주팔자나 별자리는 몇 천 년 이상 이어져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으로 인정되지 못하는 것은 실험을 했을 때 나오는 결과가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평가는 누가 봐도 객관적이면서 과학적으로도 옳아야 합니다. 그래서 더욱 수치화가 필요합니다.”

저명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지에 실린 논문을 보더라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전수조사의 경우 보통 1,000명~2,000명 정도의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을 때 객관적으로 신빙성있는 조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를 대상으로 심리조사를 하는 데에는 약 5,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다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빠른 시간 안에 비용없이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면? 엔텔리전트게임즈는 2008년 창업 이후로 게임개발뿐만 아니라 연구소도 함께 운영해 왔다. 연구소에서는 다양한 임상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게임이 사회의 순기능적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의 과정에서 수십 편의 논문이 나왔고 13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이 회사의 연구위원회에는 정 대표의 은사인 고려대 심리학 남기춘 교수, 의대 출신의 박건우, 편성범, 박문호 교수, 커뮤니케이션학의 이관민 교수 등이 참여해 제대로 된 기능성 게임개발의 기반에 이바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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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능성 모바일소셜 게임 : 토링 소셜(Ttoring Social)

Ttoring의 기본적인 게임 진행 방식은 30초짜리 퍼즐 게임들이 랜덤하게 나오는 방식이다. 다양한 측정을 위해서 다양한 게임을 연속으로 제한된 시간 내에 해결해야 하는데, 측정인 동시에 게임이기도 한,이 과정이 모두 끝나면 게임결과를 통해 파악된 사용자의 인지능력을 기반으로 한 결과리포트가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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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모바일소셜 게임들은 단순히 게임의 결과를 친구와 비교하거나 ‘경쟁을 유도하는 소셜코드’만 갖고 있었다면, Ttoring에는 몇 가지 더 흥미로운 요소들이 있다. ‘단순한 게임 결과가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콘텐츠라는 점’, ‘자기 능력의 이해와 증진을 도모한다는 점’, ‘자신의 지능 패턴을 타인과 비교할 수 있다는 점’, ‘게임의 과정을 통해 행동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이 그 예가 된다 싸이월드에서부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까지 전 소셜네트워크의 역사를 관통하는 공통점을 꼽아보자면 ‘노출증’과 ‘관음증’이 아닐까 싶다.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이 드러난다는 점과 타인에 대해서 이만큼 깊이 있게 알아볼 수 있는 소셜코드는 이제껏 존재한 적이 없었기에 얼마나 빠른 속도로 확산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외국에도 유사한 형태의 게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샌프란시스코 대학, 캐나다 맥길 대학이 공동으로 만든 루모시티, 영국 케임브릿지 대학의 케임브리지뇌과학도 있다. 하지만 아래 스크린샷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시험지가 온라인으로 옮겨졌을 뿐, 소셜코드가 있지도 않고 게임과 융합되었다고 보기에도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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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폭의 기능성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최고의 인재들이 모였다.

“인문학을 전공한 후에 게임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 제가 처음이지 않나요? 인문학이 게임과 융합될 수 있다면 더욱 긍정적인 발전이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대표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거나 창의적인 것들을 발견해내는 과정이 그렇게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심리학에서 너무나 당연히 이뤄지고 있던 실험들을 게임에서 너무나 당연히 이뤄지고 있던 요소인 재미와 합쳤더니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벤처기업의 대표로 있는 그는 자신의 능력보다 직원들이 융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말이야 쉽게 했지만Ttoring은 결코 쉽게 나온 결과물이 아니다.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를 끌어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그의 친형은 2000년 그라비티게임즈의 대표였었고 그 외에도 ‘열혈강호 온라인’, ‘위 온라인’등 국내 MMORPG를 개발하고 운영한 팀원들이 그와 함께 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콜로라도 대학출신의 임상심리학자인 Isaac Hunter박사도 합류하여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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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바일 게임의 다음 패러다임을 열 수 있을까? : 기능성 게임의 플랫폼으로 더 큰 꿈을… 

기능성 게임은 그저 검사만 목적으로 하거나 그저 재미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 Ttoring은 유사한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 캐릭터의 색상, 모양, 움직임 하나하나에까지 심리학적 요인들을 고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설혹 기능성이 있더라도 측정과 증진에 대해서 과학적인 검증이 없으면 그것은 무용지물이다. ”라고 정대표는 말한다. 네덜란드나 프랑스와 같은 경우는 국가적으로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게임들 중의 60%가 기능성의 게임이라고 한다. 한국의 게임 기술은 전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긍정적인 역할을 하거나 제대로 된 기능성 게임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저희가 시장을 만들고 선두주자로 나서기 때문에 시장의 룰도 저희가 만들고, 따라올 수 없을 만큼의 데이터베이스를 저희가 독점하게 되겠죠.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할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기능성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기능성 게임에 대한 Open API, SDK와 같은 표준 포맷을 만들어서 제공할 계획입니다.”

엔텔리전트게임즈는 장기적으로 플랫폼 사업을 계획 중에 있다. ‘SDK(Software Development Kit)을 제공하면서 다른 개발사들도 기능성게임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심리학 연구와 뇌과학에 대한 근거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 부분은 기능성 게임을 어떻게 구분하고,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기준을 세워 국가에 제안을 해놓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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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도 긍정적이기를..

“엔텔리전트게임즈가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는 것은 뉴로테인먼트입니다. 사람들은 몸이 피곤하면 운동을 등록하고 뭔가 해야 한다는 걸 상식적으로 알고 있잖아요? 두뇌와 정신, 지능도 조금 신경쓰면서 살아야 하는데, 사람들은 정신을 수련하고 운동할 계획조차 안 세워요. 그래서 게임에 대한 인식부터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면 이런 사람들의 삶도 바뀔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게임은 정말 무조건적으로 폭력과 비행의 원인이며 절대적 사회악인 것일까? 2013년의 시작, 정권이 바뀌는 시점에서 게임 중독과 규제에 과한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앞으로는 통하지 않는  대화만으로 대립구도에서 언성만 높일 것이 아니라, 함께 해결책을 찾아나서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2013년 하반기에는 Ttoring이 그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gmae, well being life

 

beSUCCESS에 발행 : https://besuccess.com/opinion/%eb%aa%a8%eb%b0%94%ec%9d%bc-%ec%86%8c%ec%85%9c-%ea%b2%8c%ec%9e%84%ec%9d%98-%eb%8b%a4%ec%9d%8c-%ec%a3%bc%ec%9e%90%eb%8a%94-%eb%88%84%ea%b0%80-%eb%90%a0-%ea%b2%83%ec%9d%b8%ea%b0%80-torring-social/

인간을 동물과 구분 지을 수 있는 많은 기준들 중에서 가장 명확한 구분은 ‘말(음성언어)’의 유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의 언어는 동물의 것들과는 확실히 수준이 다르다. 제스쳐나 표정과 같은 동물들의 직접적인 전달 방법과 다르게 다른 매체를 통해서 의미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원숭이가 표정을 찌푸리고 땅을 내리치면서 소리를 지르면 다른 원숭이는 ‘저새끼가 기분이 나쁘구나’라는 것을 알아들을 수 있지만, 인간은 ‘나 기분이 안좋아’라고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수도 있다. 그림을 그리거나 이모티콘도 날릴 수 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과 전달받는 사람 사이에 어떠한 것이 개입되어 대신 전달한다는 것에 그 수준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

우리는 그 사이에 끼어있는 것들을 매체라고 부르고 그 과정에서 의미가 매체로 암호화(Coding)되고 매체에서 의미로 다시 해석(Decoding)되었다고 한다. 머릿속에 있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 다른 매체를 사용하는데, 현대인류는 이 매체사용법을 주로 교육기관에서 배운다. ‘나무’라는 적힌 글자가 실제의 나무를 가리키는 것이라는 연결고리들을 학습하지만 사실 나무를 ‘나무’라고 부를지 ‘tree’나 ‘木’이라고 부를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필연성도 없다. 이를 기호학에서는 ‘자의성(arbitarire)’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서 나무를 니무로 부르든 내무로 부르든 사회적으로 약속이 되어 서로가 알아듣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너무로 부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옷장을 만들 때 사용된 재료를 ‘나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영어권에서는 ‘tree’라고 할 수 없고 ‘wood’라고만 할 수 있다. 에스키모들에게는 ‘눈(snow)’를 칭하는 단어만 20가지 이상 가지고 있다. 이러한 code들은 사회적인 약속에 불과하고, 언젠가부터 부르던 것들이 약속이 되면서 그 단어나 소리들에 의미가 고착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짜장면을 짜장면이라 부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준어로는 ‘자장면’만 인정되어 왔다. 2011년 8월이 되어서야 짜장면도 표준어로 인정되었는데, 이를 보면 code에 대한 정의가 우선시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지칭하는 사회적인 약속이 우선시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편집공학을 준비하면서 기묘한 훈련을 나 자신에게 부과하기로 했다. 그것은 지금 현재 내 머릿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편집 프로세스를 리얼 타임으로 관찰하는 훈련이었다. 즉 생각이 흘러가도록 그대로 두고, 이와 동시에 그 프로세스를 관찰하는 훈련이었다. 잇달아 전개되어 가는 ‘주의’의 ‘추이를 관찰하겠다는 것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 知의 편집공학 중에서

오, 오오… 저는 지금 훌륭한 책을 발견했습니다.

 

It’s getting hot.
Don’t get me wrong.
Get off at the next station.
She hasn’t got any excuse.

네개의 문장에 쓰인 동사는 모두 같다. Get. 하지만 의미는 모두 다르다. 한 단어의 뒤에 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의미가 단 하나가 아니라는 것은 한국어에서도 예를 찾을 수 있다.

사람을 때리다.
문자 한통 때리라.
아, 골때리네.

여기서도 ‘때리다’라는 동사는 여러가지 의미로 쓰였다. 이 동사 뒤에 ‘치다’, ‘보내다’, ‘아프게하다’라는 세개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머리가 아파진다.

사실 기호의 뒷면에는 어느것도 없다. 기호는 양면이 아니다. 기호의 모습은 보이는 것 그대로이다. 더 이상도, 더 이하도 아니다.

기호의 의미가 때마다 달라지는 이유는 뒤에 여러가지 의미들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른 기호들을 만나면서 조합을 이루어내기 때문이다.

영상에서도 한 컷, 한 컷이 다른 컷들과 만나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기호들은 서로 만나 연결되면서 문맥을 만들어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간의 2차원 선상에 올려놓아진다. 그리곤 해석을 기다린다.

기호들이 만나면서 생성되는 이미지들은 얼마나 많은 경우의 수가 가능한지 알 수 없다. 한계를 보지 못할 정도로 광범위한 창작가능의 장이다.

인간들도 사회를 이루고 있는 하나의 요소로 간주한다면, 인간들과 인간들이 만나서 생겨나는 새로운 이미지들은 얼마나 또 많을까. 백명의 사람을 만나면 백개의 인간관계가 생겨나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새롭고 개성있는 색깔의 만남을 가져다주어야 한다.

하지만 사실 인간관계에서는 이 이미지 생성의 가능성이 적절하게 대입되지 못하는 것 같다. 모든 인간관계가 전형적이다. 나는 아직 타인과 관계를 맺지 않았지만 그 타인은 이미 나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결정해 놓았다.

내가 몇권의 속독책을 읽은 결과 모든 속독법 책에서 말하는 바는 같은 내용이었다. 빨리 읽으면 좋은 이유를, 그리고 빨리 읽을 수 있는 요령들을 많이 소개해놓았다.

나는 그 요령들을 제대로 연습하지 않아 완전히 속독법을 습득할수는 없었으나 문자를 빨리 읽는 새로운 개념과 방법들을 아는 것만으로 독서속도를 세배나 증가시킬 수가 있었다. 읽는 속도는 세배 빨라졌지만 독서의 깊이또한 두배나 깊어졌다. 속독법을 익힘으로 책과 친해지고 더 많은 정보를 얻을수가 있게 되었다.

우리는 가나다라를 외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글을 읽는 속도가 향상되어 왔다.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한번 분석해보자.

우리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들어갈 즈음부터 글을 배우게 된다.

처음에 ㄱㄴㄷㄹ을 외우는 것으로 시작한 어린아이는 가나다라처럼 자음과 모음이 합쳐져 소리를 낼 수 있다는걸 배우며, 그 형태소들이 모여 단어를 만든다는 것도 이해하게 된다. 단어를 이해한 학생은 문장 문단의 개념까지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나비라는 단어를 말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보도록 하자.

맨 처음 ‘나비’라는 단어를 해체하여 ㄴ+ㅏ + ㅂ+ㅣ로 구성되어있다는 것을 분석한 뒤 ‘ㄴ’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 ‘ㅏ’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를 떠올린다음 여러번 시도 끝에 “느으아아뷔이이”라는 단어를 말할 수 있다.

글에 조금 더 익숙해진 아이라면 ‘나비’라는 단어는 나+비로 이루어져 있다고 인식한다. ‘나’라는 형태소가 ㄴ+ㅏ 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과정은 생략하게 된다.

학교를 계속 다녀 ‘나비’라는 단어를 여러번 마주쳤을 경우 그 학생은 ‘나비’라는 단어를 보고 습관처럼 ‘나비’라고 말할수가 있다. 또 학생이 ‘나비’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경우 머릿속에는 팔랑거리며 날아다니는 나비의 이미지가 떠올라 문자로이루어진 단어와 음성발음과 머릿속에 떠오른 나비가 같다는걸 이해할 수 있다.

단어를 많이 알면서 또 글을 많이 접한 사람은 단어 뒤에 일정한 형태의 조사가 온다는 것을 무의식중에 알고있다. ‘나비를’, ‘나비가’, ‘나비도’ 와 같이 단어와 조사의 결합형태까지 한번에 인식할수 있게 된다.

우리 대부분은 단어를 인식하는 정도나 단어 뒤에 붙는 조사나 접미사들을 한꺼번에 인식할 수 있는 정도에 도달하면 글공부를 그치게 된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인간이 한 번에 인식할 수 있는 문자양의 최대단위가 단어라고 단정지은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석한 우리들은 그 이상의 독해능력을 키우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다.

문장의 형식을 여러가지로 나눌 수가 있지만 대부분이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위대한 한글의 큰 틀은 S+O+V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단어+조사,접미사’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 단계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것이 문장의 형태를 분석하고 그 안에 들어가는 성분을 유추해낼 수 있는 정도이다. 이전 단계에서는 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차례대로 눈으로 읽어나가지만, 이 수준까지 도달하게 되면 문장 전체구조를 먼저 파악한 후 그 안에 어떤 단어들이 있는지 인식하고 머릿속에서 문장의 의미를 한 번에 이해하게 된다.

이 단계까지 올라가는 것은 무척이나 오랜 시간과 많은 연습이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문장의 패턴을 많이 분석하여 알고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한데 문장을 주어와 목적어, 수식어로 나누어 인식하던지 또는 적당한부분을 너댓마디 정도로 끊어서 인식하는 연습을 하는게 우선이다.

창의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눈치 챘을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 수준보다도 훨씬 더 뛰어난 속독이 있다.

문장을 한번에 인식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면 그 다음과제는 문단을 한번에 인식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경지에 오른 속독법은 이것 말고도 꽤 많다.

  • 좌우로 눈알을 굴리는 안구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
  • 두줄씩 또는 서너줄씩 한번에 읽는 것
  • 한페이지를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대각선으로 읽는 것
  • 정 중앙에 세로로 한번 그어내려 읽는 것
  • 두괄식과 미괄식 형식의 글이 많은것을 이용하여 앞 뒷부분만 읽는 골라읽기
  • 페이지를 아예 사진으로 찍어버리는 포토리딩

이 정도의 속독법을 익히게 되면 200페이지 책 한권을 30분안에 독파할 수 있고, 포토리딩을 마스터 한 사람은 5분만에 한권을 다 읽는다. 1분에 10만개의 단어를 읽어버리는 수준이다. 제대로 단련된 속독법은 읽는 속도는 물론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 또한 천천히 읽는것보다 훨씬 이해도가 높다.

나는 창의력이 무척이나 뛰어난 사람이라서 책에서 소개된 위의 속독법 보다도 효과적인 방법을 창안해내어 더 높은 경지의 책읽기 방법을 터득하였는데, 그것은 목차만 보고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나는 한 단계 더 높은 경지에 도달했다. 3일 전 나는 책 제목만 보고 책의 모든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도서관에 가서 뱀처럼 책장사이를 기어다니며 3일만에 도서관에 있는 책의 1/3을 다 봐버렸다.

조금만 더 갈고 닦은 후에 전국의 각 도서관들만 찾아다니며 도서관 입구에 앉아 도서관 간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독서법을 깨우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미지 공부를 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나던 어제였습니다. 어젯밤 저는 정말 잊을 수 없는 황홀한 경험을 했습니다. 보는 것에 집착이 너무 심했던 요즘 꿈속에서도 무엇인가가 등장해서 보였습니다. 이제껏 본적이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그리고 꿈속이 아니면 절대로 볼 수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인간의 시각능력으로는 볼 수 없는 다른 세상의 것이었습니다. 아마 그것은 눈을 통해 들어온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제가 보았던 그 풍경에는 거리에 상관없이 초점이 맞아있었습니다. 모든 눈알과 카메라에는 초점이 있어서 가까운 곳에 초점이 맞으면 멀리 있는 곳은 흐리게 보이고 먼 곳에 초점을 맞추면 가까운 곳은 초점이 안 맞게 됩니다. 제가 꿈에서 경험한 풍경에는 모든 곳에 초점이 다 맞아 있었습니다. 보이는 모든 것이 모두 선명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시야각 120도를 초월한 풍경이었습니다. 저를 둘러싼 모든 공간을 저는 시각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지각할 수 있었습니다. 보았다고 표현하는 것보다 알았다고 표현해야 더 적당할 것 같습니다. 보는 과정도 없었고 이미지를 읽는 과정도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들리지도 않고 아무런 감각적 자극도 없었습니다. 다만 내가 그 안에 있었고 내가 보고 싶은 것이 아주 선명한 이미지로 저에게 다가왔을 뿐입니다. 봄과 동시에 이미지의 이미지를 느꼈고 물체의 상은 그 뒤에 저의 머릿속에 새겨졌습니다. 눈을 감고 상상력을 통해 본 꿈속의 세계는 아직도 생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