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대하는 두 가지 관점 : 쫓길 것인가 쫓을 것인가.

쫓기며 사는 사람과 쫓으며 사는 사람이 있다. 둘 중에 누가 더 잘 살까? 대체로 쫓는 사람이다. 쫓기는 사람은 쫓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어떻게 단정할 수 있냐고? 내가 쫓기는 사람이니까. 음… 구차하게 설명을 덧붙이자면 나는 쫓기는 사람에서 쫓는 사람이 되고 싶은 그런 상태야.

쫓겨서 사는 사람도 간혹 폭발적인 에너지와 성과를 낼 때가 있는데, 그건 쫓길 때야. 생존의 위협을 받을 때. 죽을 고비가 눈앞에 있다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고난과 역경은 사사로운 것들이거든. 난 27살에 서울에 올라왔고 그 무렵 나 뿐만 아니라 나의 지인들도 다 독립을 하는 시기였어. 자취도 하고 해외에서 거주도 해봤지만 완전한 독립은 27살이었다고 해야할 것 같아. 그 뒤로 나는 아득바득 살았다.

사회 초년생 때 100만원 조금 넘는 돈 받으면서도 20만원어치씩 책을 샀다. 나한테 투자하려고. 이거 일종의 강박이야. 나한테 투자하지 않으면 그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거든. 오래 걸리는 일이라는 것도 알았고 막막했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어. 그냥 꾸준히 내공을 쌓았다.

일할 때 프로젝트가 있으면 모든 것을 쏟을 수 있었다. 갈아 넣었다는 표현은 맞지 않고, 완전히 그 속에 빠져들었다. 일은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깜냥보다 큰 프로젝트를 몇 개 맡을 수 있었던 행운으로 나는 일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30살에 첫 창업하고 2년 동안은 한 달에 한 번 밤을 샜다. 그렇게 집중적으로 input을 넣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산업, 정보처리, 기획, 광고, 영업, 글쓰기, 미디어, 워드프레스, 마케팅, 홍보, 퍼포먼스마케팅, 콘텐츠제작시스템, 사업경영, 웹사이트… 등 분야를 하나 잡고 조졌다. 이 또한 당장 성과가 나오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고 막막했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냥 꾸준히 내공을 쌓았다. 첫 사업은 밥벌이만 겨우 하고 접었다.

서른 다섯이 되고 나니까 딱 에너지가 갑자기 줄어 드는 거야. 이유가 뭘까? 추구하는 게 없기 때문이야. 먹고 살만 하거든. 막 재산이 10억씩 있어야 한다는 열망도 없거든. 자산을 무지하게 쌓아서 허영을 부리고 싶은 마음도 없어. 사회적인 명성과 지위를 갖는 것도 참 세속적이고 하찮다고 생각해.

나는 줄곧 쫓기면서만 살았어. 해방되고 싶어서, 벗어나고 싶어서. 저 사람은 싫으니까 끊어야지. 나는 지금의 가난으로부터 벗어 나야지. 저 사람처럼 안 살아야지. 저 회사처럼 안 되어야지. 다 피하려고만 하니 지향점이 없는 거야.

이런 회피대상들이 나란 존재를 어딘가로 밀어내긴 하는데, 끊임없이 표류하고 있고, 위치는 크게 변함이 없어. 갑자기 정신이 든 거지. “아 맞다. 나 어디로 가야 하지?” 근데 이 질문에 대답을 지금 일년 넘게 못하고 있는 거야. 일년은 무슨 지난 9년 동안 한 번도 안해본 생각인데 그게 금방 나오겠니.

쫓으며 살아야 돼. 그래야 돼. 쫓는 놈은 역순으로 계획을 세워. 목표가 있다면 수행계획을 역순을 짜낸다고. 그 방식은 아주 성공률이 높아. 쫓기며 사는 놈은 시간을 순방향으로 살아. 오늘은 내일을 보고, 내일은 다시 오늘이 되어 내일만 보고 살아. 어디로 갈지 두 수, 세 수 앞을 내다볼 수 없어.

순방향은 경우의 수가 무한정 늘어나. 내일의 선택에 따라 모레의 선택지가 또 늘어나게 되지. 기하급수적으로 선택지가 늘어나기 때문에 그 선택지들을 다 예상할 수도 검토할 수도 없어. 역방향은 경우의 수를 좁히는 사고방식이야. 가능한 방식만 생각하는거야. 일을 성취하고 성과를 내려면 역방향으로 설계해야 돼. 목표부터 세우고 역순으로 계획을 세우자고.

 

그래 잘해보자고!

그런데 다시 이 문제네? 목표가 없네? 야 너 왜 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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