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통증원인제거와 꼴사나운 자전거산업의 마케팅 (스피드플레이 망해라)

문제는 페달이었다. 문제는 스피드플레이였다. 다 닳아버린 스피드플레이 페달을 누르려면 쇠구슬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누르는 느낌이다. 조금이라도 힘을 주는 각도가 쇠구슬의 정중앙을 벗어난다면 덜컥거리며 각도가 변하고 만다.

최근 주법을 다양화한다고 평지에서 4가지, 댄싱에서 3가지를 종류를 나눠 연습하던 것이 더욱 문제가 되었다. 주법을 다양하게 쓸수록 마모는 더 심해졌고 무릎에 가해지는 대미지도 커졌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았던 주법은 단 한가지 뿐이다. 평지에서 엄지발가락을 안쪽으로 밀면서 밟는 방법. 더이상 안으로 젖혀질 수 없을 정도로 바짝 밀어둔 상태로 꾸준히 밟기만 한다. 당기는 순간 덜컹거리기 때문에 꾸준히 밀어야 한다. 그래서 평지에서는 무릎이 아프지 않았다. 하지만 이 페달링은 나의 주페달링이 아니다. 약간 팔자로 벌리고 지긋이 눌리듯이 밟는 것이 나의 주페달링이었다. 그 페달링은 쓰지 못하게 되었다. 쇠구슬 위에 올려져 좌우로 흔들리니까.

 

페달의 유격은 주행에 필요한 기능이다. 수평은 유지하며 뒷꿈치의 각도가 변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노후한 스피드플레이는 왼쪽으로 기울고 오른쪽으로 기운다. 이런 유격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고 무릎에 대미지를 준다. 기우는 각도가 2도면 1.75cm만큼 무릎이 좌우로 흔들리고 5도면 4.36cm만큼 흔들린다. 정밀하게 세팅하기 위해서 각도가 있는 스페이서를 끼우기도 하는데, 노후된 페달 앞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단순히 무릎의 위치가 옮겨지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로 인해 무릎의 각도도 꺽이게 된다. 클릿에서 2도 차이가 나면 무릎에서는 4도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5도 차이가 발생하면 10도 차이가 발생한다. 1도의 차이를 추구하는 것이 피팅인데 이정도면 관절을 부수기 위해 작정한 수준이다. 무릎이 이정도만 아프고 끝나서 정말 다행이다.

스피드플레이는 플로팅이 있는 편이다. 꽉 조여져 있지 않다. 밀다가 당기면 털컹하면서 페달을 끌어 올린다. 플로팅 간격은 시간이 갈수록 넓어진다. 꾸준히 밀어 밟는 단순한 페달링이면 이런 플로팅이 크게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페달이란 무엇인가. 잡아주는 것이 본디 목적이다. 굴리는 페달링을 할 때나, 내전근-외전근을 전환할 때, 댄싱 근전환을 할 때마다 플로팅이 생긴다면 한 바퀴를 돌릴 때마다 무릎에 대미지를 주게 된다.

 

나는 문제를 다른 곳에서 찾느라 한참 헤맸다. 다른 사람들도 스피드플레이는 원래 그렇게 타는거라고 했기에 이것이 문제의 원인이 아닐 것이라 여긴 것도 잘못이다. 영상에 보이는 것보다 각도가 좀 더 심할 정도로 마모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올바른 무릎의 위치와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노력이 클수록 문제의 원인은 더욱 가려질 뿐이었다.

 

스피드플레이는 의도적으로 내구성이 부족한 제품을 만든다. 좌측의 제품은 어떤 것을 쓰더라도 스피드플레이 측에서 의도한 마모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좌우측이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최상급 제품은 모두 금속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페달과 클릿이 결착되기 위한 4가지 접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거했다. 가장 이상적인 제품은 오른쪽의 모습인 것이다.

최상의 제품을 만들어두고, 하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다운그레이드해서 상품선택지를 늘리는 것은 일반적인 장사 방식이다. 하지만 스피드플레이는 지켜야 할 선을 넘어버렸다. 적어도 고객의 무릎건강에 해가 될만큼의 다운그레이드는 하면 안 될 일이었다. 무게를 줄인다거나 구름성의 차이를 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돈을 많이 지불하지 않은 자는 무릎이 박살나 버려”라는 식의 상품군은 정말 비인륜적이다. 최소한 스포츠 산업이라는 바닥에서 장사를 하는 기업이라면 건강증진이라는 최우선 목표는 지키며 개별성을 추구해야 할텐데, 제 1전제를 어겼다. 돈을 버는 것이 산업의 1전제보다도 앞서버린 것이다.

스피드플레이라는 제품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잘 살려 제품군을 나눌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내구성에 따라 50,000키로를 타도 끄덕없는 제품, 20,000키로 이상을 탈 수 있는 제품, 10,000키로 이하 제품, 5,000키로 이하 제품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또는 한계파워에 따라 800W의 파워에도 끄떡없는 초강성제품, 600W의 파워를 잘 견디는 엔듀어런스제품, 400W 언더의 초보나 여성용 제품으로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구름성에 따른 차이로도 구분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이건 제품의 기술이나 기능에 관한 것이 아니다. 고객 설정과 상품화에 관한 지극히 마케팅적인 요소다. 석박사MBA 다 나온 애들이 머리맞댔을테니 이런 상품군 분류 기준이 있다는 걸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팔면 안 팔리니까 채택되지 못한 것이다.

이들이 상품을 어떻게 나눴는지를 들여다보면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까지 유추해볼 수 있다. 지금 상품군으로 보면 경량과 디자인이 기준이다. 경량이라는 요소는 선수에겐 성적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겠지만 동호인에겐 허영심 충족일 뿐이다. 츄파춥스 대가리 색이 도대체 뭐가 중요하냔 말이다. 그런 방식으로 팔았는데 잘 팔린다는 것은 고객들도 딱 그정도 수준이라는 방증이기에 씁쓸해진다.

 

어떤 기업이든 이윤을 추구하고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갖은 방식의 노력을 한다. 시장이 포화되면 과점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과점이 일어나면 재구매를 유도해 지속매출을 올릴 방법을 연구하는 것도 당연하다. 브라더에서 미싱을 너무 튼튼하게 잘 만들었더니 30년 동안 고장이 안나서 재구매가 일어나지 않았고 수리산업도 돌아가지 않았을 정도로 경제 성장과 유동성에 방해가 되었다. 이 실패 사례를 전세계 기업이 모두 배웠다. 제품의 수명을 의도적으로 낮추거나 부품의 내구성이 의도적으로 낮추는 것은 필수 장사기술이 되었다. 좋은 마음으로만 장사해선 살아남지 못한다. 기술을 개발해야 할 제품생산자들이 거의 이상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나니, 더이상 개발할 기술이 없어 결함을 개발하는 지경에 다다른 것이다.

이걸 계획적 구식화라고도 부른다. 한 때 앱손은 프린터를 엄청 싸게 팔았는데 그 프린터에서 작동하는 카트리지가 프린트를 몇 장 못 뽑도록 해둔 것이 들통나서 질타를 받았다. 프린터를 구매한 사람은 잉크 값으로 몇 배나 많은 돈이 유지비로 나가야 했다. 애플도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 오래된 기종은 속도가 느려지게 만든 것이 들통나서 고소당했고 패소한 사례는 익히 알려져 있다. 대량생산 시대에서 대량소비의 시대로, 대량소비에서 대량폐기의 시대가 되었다. 폐기되지 않으면 소비될 수 없고, 소비될 수 없으면 생산할 수 없다. 공급이 포화된 시장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취해야 할 필수 생존전략. ‘폐기는 생산에 선행한다’ 두 수 앞을 내다본 똑똑한 생산자들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 넣고 싶다.

꼴사납지만 나따위가 뭘 어쩌겠는가. 다운그레이드를 통한 제품군의 확장, 괜찮단 말이다. 계획적 구식화를 통해 재구매와 총매출을 늘리겠다는 전략, 이것도 괜찮단 말이다. 판매자는 고객을 조삼모사 원숭이 취급하고, 원숭이는 어느 쪽도 이득이 아닌 선택지를 골라놓고 이득을 보았다고 착각하는 것도 좀 한심하지만 그것까지도 괜찮다 이거다. 고객이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갈 수 밖에 없는 지경으로 만들어 지속적인 고정매출을 장기화시키는 것도 괜찮다 이거다. 21세기의 식민지화는 이런 식인데 나따위가 뭘 어쩌겠는가. 이것까진 자본주의 경제체제 속에서는 정상이란 말이다. 그래야 더 큰 돈이 돌고, 경제의 규모도 커지고, 미세먼지도 많아지고, 태평양 쓰레기섬도 커지고 하는거니까. 괜찮다 이거다. 이렇게 돌아가는 게 세상인데 나따위가 뭘 어쩌겠는가.

 

다 괜찮은데 스피드플레이는 안 괜찮단 말이다.

로드자전거의 클릿페달 시장은 3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여기도 계획적 구식화는 반영되어 있다.

Look은 원조라는 Legacy를 내세워 최상위 고객을 타겟층한다. 이런 고객은 Luxury 고객으로 분리되기 때문에 가성비는 잘 따지지 않는 경향이 있을 뿐만 아니라 Loyalty가 높아서 쉽게 이탈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장 내구성이 나쁜 클릿을 만든다. 지우개라고 욕을 먹으면서도 내구성을 높이지 않는다. Look 고객들은 5개씩 쌓아두고 쓰면 되니까. 기술이 없거나 적절한 신소재가 없어서도 아니다. 고객이 만족하는 선에서 최대한의 매출을 추구하고 있을 뿐이다.

시마노는 지불능력이 부족하거나 가격민감성이 높은 고객을 위해 자신들의 기술력중 일부만 반영하거나 다운그레이드시킨 제품군을 출시한다. 듀라에이스는 너무 비싸다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고객을 위해 울테그라와 105가 출시되어 있다. 시마노가 제일 양반이다. 그래서 시마노로 갈아탔다. 조삼모사 원숭이는 가성비충이라 105를 골랐다.

스피드플레이의 계획적 구식화는 안 괜찮단 말이다. 어느 분야에서든 지켜져야 할 1전제는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산업이라면 건강증진이란 말이다. 왜 내 무릎을 박살내면서까지 재구매를 유도하냔 말이다. 당신들은 내구성이 구리니까 5,000km마다 페달을 교체해야한다는 안내를 해야했다. 하지만 너네는 영구히 사용할 수 있다고 개구라를 쳤지. 철학도 신념도 없는 기업. 자본주의에 기생하고 있을 뿐이다. 너네같은 기업은 그냥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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