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룰루랄라🎶) 어디로 갈까욧? (디기링 딩디딩🎵)

어디든 상관없어. 목적지는 자전거 위니까!

자전거에 올라타는 것만으로 목적을 달성한 거야. 어딘가를 가기 위한 수단으로 발명된 자전거지만 때로는 자전거 그 자체만으로도 목적이 될 수 있지. 오늘은 그런 날이고, 그러니 어딜 가든 상관없어.

목적지를 정한다는 것은 내게 큰 스트레스야. 마치 직장인이 점심메뉴를 정하는 것만큼이나 중대한 사안이거든. “어제 먹었으니까 안돼, 주말에 먹을거니까 안돼, 기름져서 안돼, 단백질 비중이 적어서 안돼….” 선택에 앞서 제거의 과정부터 거쳐야 하는 것도 마음을 어렵게 해.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선택지가 불만족스러워서가 아니야. 포기할 선택지가 여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지. 그래서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선택의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지는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현상이 생겨. 단순히 아쉬운 마음을 넘어 무력함과 좌절을 느끼게 만들고, 때로는 잘못된 선택까지 하게 되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문명의 혜택은 늘어도 행복지수는 높아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야. 우리는 조상 대대로 불만족하는 욕망덩어리의 기질을 물려받았어. 무언가를 강렬히 원하고, 그것을 갖자마자 금새 흥미를 잃고 불만족하도록 디자인되어있어. 그래야 새로운 것을 다시 욕망할 수 있으니까. 이 기질은 DNA 깊은 곳에 새겨져 있어. 생존경쟁에선 불만종자들이 우월했고 대를 이을 확률이 높았거든. 하지만 때로는 조상들이 물려준 기질들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에는 도움되지 않을 때가 있어. 에너지를 장기간 저장시키는 시스템은 기근이 만연한 시대엔 필요했지만, 현대인에겐 탄수화물 중독과 비만이라는 부작용을 야기하는 것처럼 말이야.

선택지가 많지 않던 조상님들의 삶. 그리고 내 삶. 달라. 너무나 달라. 다르니까 다르게 해보기로 했어. 선택하지 않기로. ‘자전거를 끌고 나가 안장 위에 앉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선택하지 않기로.

선택의 기로란 대체로 둘 중 하나야. 그럼 왼쪽으로 갈 지, 오른쪽으로 갈 지만 정하면 되는 거거든. 어디든 상관없지 않겠어? 자전거 위에 앉아있는 건 매한가지니까.

갈림길에 도착해서도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면 그건 반길 일이야. 그 때 마음의 소리가 들리거든. 난 오늘 마음에 귀를 기울였더니 “돼지고기 김치찌개”가 들리길래 바로 핸들을 꺽었어.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면 평소에 하던 것과 반대의 선택을 해보는 건 어때? 분명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거야. 난 오늘 평소와 반대의 선택을 했다가 실수로 한강을 건너버렸지만 말이야. 다리 위에서 안 죽으려고 시속 40으로 째느라 고생 좀 했지만 말이야. 라이딩이 끝나고 나니 분명 오늘 라이딩의 하이라이트는 그 때였단 생각이 들어.

‘불필요한 선택고민을 없애는 것’ 그것은 감사만족을 느끼는 마음의 기술. 건강한 마음으로 도시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현대인에게 필요한 필수 소양.

 

주행 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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