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보지 않기로 했다.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전에 본 풍경들. 이전에 느낀 감정들. 라이더 이은호는 다시 깨어났다. 몇 달 동안 숫자에 묻혀 사느라 잊고 있었다. 모든 숫자엔 의도가 들어가있다. 속도는 더 빠르게 파워는 더 높게 심박은 더 가쁘게 거리는 더 멀리 밸런스는 더 동일하게 평활도는 더 균일하게 주행시간은 더 오래 주행빈도는 더 자주 사실 […]

인간은 이미 사이보그다.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안경을 꼈다. 태생적 신체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신체를 후천적으로 개조하거나 외부의 물질로부터 도움받는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미 사이보그다. 옷과 신발은 피부의 확장이고, 안경은 시력의 확장이며, 보청기는 청각의 확장, 탈 것은 다리의 확장이 되었다. 더 찾아보자. 백신은 면역력의 확장이고, 노트는 기억력의 확장이며, 컴퓨터는 연산능력의 확장이고, 인터넷은 사회적 연결의 확장이다. 사이보그는 […]

쓸모없이 어려운 내용만 많아서 내가 이해한 것만 요약한다. 근육을 움직이는 데에는 ATP가 필요하다. ATP를 공급하는 방법은 4가지가 있다. 각 단계는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1. 저장된거 바로 쓰기 (3초) 2. 급한대로 만들어 쓰기 | 무산소 ATP-PC (10초) 3. 빚내서 쓰기 | 무산소 젖산 (2분) 4. 정직하게 만들어 쓰기 | 유산소 (∞) 근육 속에 저장된 ATP는 아주 적어서 […]

▣ 연구 배경 주법을 연구하고 체화시키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어느 순간 주법을 무한정 다양화시키는 것으로 목적이 변질되었다. 종류만 많아질 뿐 나의 라이딩 스타일 스펙트럼이 넓어지진 않는다. 어떤 일이건 진행과정에서 퇴적물이 쌓여 복잡도가 증가하기 마련이다. 이럴 경우 주기적으로 리팩토링 해줘야 한다. 바탕화면 정리, 디스크 조각모음, 안쓰는 책 버리기 같은거. 미분 후 경우의 수 조합 방법론을 적용한다. […]

마르코 판타니라는 라이더를 알게 된 이유는 단순히 그가 빡빡이이기 때문이다. 머리숱이 풍성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나도 몇년 전부터 머리가 한웅큼씩 빠지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약을 추천했지만 나는 세월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라고 대꾸하며 무시했다. 그렇게 일말의 저항도 하지 않고 머리털의 절반을 떠나 보내었다. 보름 전 엄마는 아들의 두피가 훤히 들여다보이자 크게 놀라시었다. 당신의 자식도 당신만큼이나 늙고 있다는 것을 평소엔 […]

두바퀴를 돌고나니 제자리다. 돌고 도는 자전거가 무슨 의민가 싶어 한동안 누워 하늘을 보았다. 서울의 하늘은 밝았다. 내 자전거의 전조등도 저 밝음에 조금을 보태고 있으리라. 완전 진 벚꽃과 반쯤 진 벚꽃 아래에서 계절의 변화를 알아챘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도 보냈던 봄이다. 작년에도 맞았던 여름이다. 돌고 도는 것은 내 자전거만이 아니다. 밀었다 당겼다 뻗었다 접었다 올렸다 내렸다 잡았다 […]

일 보고 집에 오니 8시다. 밥 먹으니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었다. 이 때는 운동하기 적합하지 않다. 식사 후 3시간은 지나야 운동하기 적합하다. 고등학교 때 아침먹은 직후인 1,2교시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잤다. 쉬는 시간에 빵하나 처먹으면 또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3,4교시를 잤다. 점심시간에 밥 묵고 5,6교시를 잤다. 그 뒤에 달리기를 하고 와서 피곤해서 잤다. 저녁 묵고 야자시간에 잤다. 독서실 가면 […]

우리는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이런 시대에는 올바른 정보를 분간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자전거 피팅에 대한 정보는 식품, 금융에 이어서 3번째로 쓰레기정보가 넘쳐나는 영역이 아닐까 싶다. 진짜 정보는 찾기 더욱 어려워진다. 피팅에 관해서도 여러 계파가 있다. 첫째, 절대피팅신봉자 혹은 만사피팅해결주의자다. 이들의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어서 한마디 질문만 되물어도 자신의 모순에 스스로 막혀 벙어리가 된다. […]

▣ 팩라이딩 개요 솔로로 라이딩하면 200W를 써야 30키로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피를 빨면 150W만 써도 30키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룹 중앙에 서면 130W만 써도 된다. 속도가 높아지면 이 차이는 더 커진다. 선두가 40키로를 유지하기 위해 350W를 써야 한다면 바로 뒤에서 피빠는 사람은 220W만 써도 되고, 그룹 중앙에선 200W만 써도 된다. 무리지어 바람저항을 이겨내는 진영을 […]

문제는 페달이었다. 문제는 스피드플레이였다. 다 닳아버린 스피드플레이 페달을 누르려면 쇠구슬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누르는 느낌이다. 조금이라도 힘을 주는 각도가 쇠구슬의 정중앙을 벗어난다면 덜컥거리며 각도가 변하고 만다. 최근 주법을 다양화한다고 평지에서 4가지, 댄싱에서 3가지를 종류를 나눠 연습하던 것이 더욱 문제가 되었다. 주법을 다양하게 쓸수록 마모는 더 심해졌고 무릎에 가해지는 대미지도 커졌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았던 주법은 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