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지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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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봄이다. 꽃 피는 계절이다. 꽃이 만개한 화단을 지나며 생각했다.

이 꽃은 어디서 왔지? 주변에 화훼단지가 있나? 경기도 김포에 있는 화훼단지에서 왔을까? 화훼단지에서 직접 보냈을까, 유통업자가 옮겼을까. 화단에 심는 꽃과 꽃시장에 들어가는 꽃은 유통업자가 다르지 않을까? 화단꽃은 유통 뿐만 아니라 식재까지 해야 할텐데, 식재의 책임은 구매자에게 있겠지? 식재 후에는 관리를 해야 할텐데, 물과 농약은 얼마나 자주 줘야 할까? 화단은 시에서 관리할까? 구에서 관리할까? 동에서 관리할까? 아마 관리전문 업체가 있겠지? 그 업체도 나라장터를 통해서 계약하겠지? 년단위로 계약하지 않을까? 업체에서 현장에 보내는 사람은 계약직일까 정규직일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며 쉴새없이 튀어나옴과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

제멋대로 뻗쳐 나가는 생각은 멈출 기색이 없었다. 대부분 기억되지도 못했다. 이것은 자유연상이었다.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당하는 쪽에 가까웠다. 이래서 스님들이 생각 비우기 훈련을 하는구나 싶었다. 스님들은 어떻게 생각을 비우는 것일까? 명상을 하면 될까? 우선 눈을 감으면 정보가 차단되니까 아무래도 생각이 덜 나지 않을까? 생각이라는 것은 뇌의 전기신호에 불과하다. 뉴런과 시냅스가 전기신호를 주고받다가 빈도가 잦은 쪽으로 지름길을 낸다는 것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생각의 고속도로라고 표현하면 적절하려나. 내 뇌는 지금도 그렇게 자라고 있겠지. 결국 나란 놈은 정보처리 기계에 불과하다. 입력기/연산기/출력기로 구성된 컴퓨터나 다를 게 없다. 배아가 만들어질 때부터 감각계/신경계/운동계 로 나뉜다는 뇌과학자의 설명을 유튜브에서 본 기억이 난다. 눈귀로 들어온 정보를 두뇌에서 처리하고 입으로 말하거나 손으로 써낸다. input/processing/output. 나는 지금 생각이란 똥을 싸내고 있다. 섭취/소화/배설. 가만보자… 비슷한 것들이 더 있을 것 같은데… 입법/사법/행정? 그럼 국가도 정보처리유기체로 볼 수 있을까? 증상/검진/처방? 분석/설계/개발? 파악/정의/해법? 이렇게나 많다니! 역시 3은 완벽한 숫자야! 그래서 동서양 구분없이 trinity의 개념이 있는 것이지. 아무렴. 3은 어디에나 있고, 3은 완벽 그 자체며, 3은 모든 것이야!

아차, 지금도 자유연상을 하고 있다! 내 머리속의 투머치토커 제발 죽여주세요. 그냥 자살하는 편이 나을까요? 저는 완전히 고장났어요.

생각이 잠시도 쉬지 않고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날뛰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자각한 순간, 의식은 둘로 쪼개졌다. 자유연상의식을 지켜보는 의식이 새로 나타났다. 나를 지켜보는 의식-본의식-은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얼마나 잠들어 있었던 것이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았다. 이전에 있던 의식이 다시 깨어난 것인지, 새로 생겨난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우선 시야를 넓혀야 했다. 시점을 1인칭에서 3인칭으로 옮겼다. 마치 레이싱 게임에서 C를 누르면 camera view가 바뀌는 것처럼, 내 뒤통수를 내려다보는 가상의 위치에 시점을 만들어 나를 지켜보기로 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자유연상의식에 잠식되어 언제 다시 깨어날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본의식은 냉철한 이성을 각성시켰다. 인지를 인지하고 의식을 의식했다.

생각났다. 속독법. 속독법 책 스무권을 몰아서 읽은 적이 있지. 책을 왕창 읽겠다는 작정을 하고나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이 속독법을 익히는 일이었지. 속독법엔 종류도 많았어.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시점을 3인칭으로 전환하는 훈련이었어. 거기선 오렌지를 떠올리라고 했어. 책을 보는 나를 지켜보는, 가상의 오렌지를 뒤통수 위에 띄워 올려서, 오렌지의 시점으로 나를 내려다 보라고 했어. 왜 오렌지여야 하는지 설명은 없었던 것 같은데 왠지 이유를 알 것 같아. 상큼 달달 하잖아. 대충 그런 느낌과 기분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 책이란 것은 대개 지루하니까. 너무 몰입하지 않도록, 서순에 얽매이지 않고, 중요한 정보를 능동적으로 발췌할 수 있도록 객관성을 유지하라는 룰 같은 거였지. 그 훈련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되어버린 거야. 내 인생 책 <지의 편집공학>에서도 ’주의의 추이를 관찰한다’는 표현을 썼었지. 저자는 마쓰오카 세이코. 기호학에 빠졌을 때 나는 당신을 만났지. 그 작자도 무지막지한 독서광이라고 했어. 우리가 생각이라고 여기는 것 중 대부분은 어디서 긁어 주워 모은 거야. input 없이 고유한 사유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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