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things that don’t scale. 확장성이 없는 일을 하라. 왜냐면 확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일은 이미 확장성을 갖추었거나, 쉽게 확장될 수 있거나, 이미 누군가가 확장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일을 해내더라도 효용이 없는 일이며 보상도 받을 수 없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의 본질은 확장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영역을 확장이 가능하도록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② 행위의 미분
“콜라병을 따고, 컵에 따라서, 마신다”는 3단계로 보이는 행위를 최소 단위로 미분하면 147단계로 정의할 수 있다. 행위를 최소 단위로 미분하는 것은 테일러리즘의 첫 단계다. 행위를 정의할 때 위계가 [과업단위, 수행단위, 작동단위]중에서 일관적이어야 한다.
일을 더 잘하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100번의 노가다 과정을 거치면서 행위를 통합하기도, 지름길을 만들기도, 요소들의 배치를 변경하는 요령을 부리게 되며, 도구의 필요성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일을 더 잘하려는 노력 없이 같은 일을 같은 방식으로 반복했다면 비효율을 숙달하게 되고, 이 경우 미분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미분하는 행위는 일을 올바르게 해내는 것은 물론, 더 잘해내기 위한 노력이 반영된 행위 최적화가 이뤄졌을 때 이뤄져야 한다.
③ 기계 위임
미분된 행위 중에서 일부를 위임할 수 있다. 피위임 대상은 도구다. 도구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 인간의 부족한 능력을 보완해주거나 (보완)
– 인간의 능력을 양이나 질적으로 더 잘해내거나 (강화)
– 인간이 해낼 수 없는 행위를 가능케 하거나 (초월)
2차 산업혁명은 인간에게 부족했던 물리적 노동력을 보완하며 일어났고, 3차 산업혁명은 인간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처리 능력을 강화하며 일어났다. 현대인의 업무 대부분은 정보처리이며, 정보처리 기계인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서 수행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컴퓨터가 연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업무를 재구성해야 한다.
컴퓨터가 연산할 수 있으려면 연역적 연산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컴퓨터가 널리 활용되기 전에도 인류는 이미 정보처리 모델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독립변인 – 모델 – 종속변인] 또는 [input – process – output] 의 모델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원인만으로 결과를 예상하거나, 결과만 관찰하면서도 원인을 파악해낼 수 있다.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감정의 영향을 제외시킬 수 있는 인간이라면 정보처리과정을 쉽게 컴퓨터로 연산위임을 시킬 수 있게 된다.
④ 재편성
행위의 일부가 도구에게 위임되는 순간, 사람의 역할도 바뀌게 된다. 도구의 역할과 사람의 역할을 재구성해야 한다. 도구가 할 일을 임시로 맡았던 사람의 역할은 해임되고, 사람에겐 도구를 활용하는 새로운 역할이 배정된다. 돈 세는 일은 계수기가 더 잘하고 녹취록을 문자언어로 바꿔내는 일은 클로바노트가 더 잘해낸다. 도구가 없는 상황에서 100번을 노가다하며 터득한 사람의 숙달능력 중 일부는 폐기되어야 한다. 전체 역할 수행 과정을 도구와 사람을 함께 고려해 재편성해야 한다.
사람과 도구가 통합되어 시스템을 형성하기 때문에 사람과 도구를 융합시켜야 한다. 도구의 성능 자체를 높이는 일과, 사람의 사용성을 높이는 일도 진행해야 한다. 반복되는 부분 행위를 모듈화해야 한다. 모듈끼리 연동관계를 조정하면서 전체 구조를 리팩토링 해야 한다.
⑤ 최적화
재편성의 단계를 반복하는 최적화의 기간을 가져야 한다. 비정형의 작업 수행 과정을 정형화시키고 최대한 일렬로 배치하는 것이 좋다. 일렬려 배치해내지 못하면 경우의 수가 늘어나 복잡도가 늘어난다. 시스템 설계의 요령과 모델링 방법은 더 많겠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함의 추구다. 재편성 과정에서 단순함을 추구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기존의 작업보다 더 복잡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⑥ 회고
Version 1이 만들어졌다. 이 방식이 더 나은 방식인지 돌아보자. 더 나은 방식이 아니라면 ②번이든 ③번이든 ④번이든 다시 돌아가서 해야 한다. 더 나은 방식이라면 다시 ①번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방식으로 100번 노가다 하며 다음 개선을 준비하자.
이 과정이 한 사이클이다. 사이클을 반복한다.
— 덧붙임 —
언제적 테일러리즘이냐. 4차산업에 적합한 일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서도.
— 덧덧붙임 240623 —
테일러리즘은 탈영토화-재영토화다. 4차건 5차건 6차건 이것말고 다른 방법은 딱히 없는 것 같다.
두뇌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인간은 사이보그다. 태생적 신체만으로 살아가는 인간은 없다. 외부의 물질과 기계의 도움을 받아 능력의 확장을 이룬다. 두뇌도 확장한다. 펜과 노트의 도움을 받아 기억력을 확장하고, 스프레드시트의 도움을 받아 연산력을 확장하고, 마인드맵의 도움을 받아 정리력을 확장하고, 정보습득도구의 도움을 받아 발상력을 확장한다. 어디까지가 내 두뇌인가? 두개골 안에 들어있는 뇌만 두뇌인가? 내가 쓰고 있는 두뇌 확장팩들까지 모두 합쳐 두뇌로 여겨야 한다.
이 블로그 또한 나의 external brain 중 하나이다. 두뇌를 그대로 전자기기에 옮기겠다는 뉴럴링크 프로젝트에 대해 나는 회의적이다. 내 살아생전 실현되는 모습을 보진 못하겠지. 구현된다 하더라도 블랙미러에 나온 모습처럼 완전한 인격이나 능력이 복제된 모습은 아닐 것이다. 두뇌 속에서 일어나는 전기신호는 의식활동의 부분적 작동방식일 뿐이기 때문이다. 두뇌의 가능성을 확장한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전기신호와 같은 미시적 작동방식은 두뇌 활동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두뇌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활동결과로서의 의식이다. 그리고 의식 활동은 두뇌만으로만 이뤄지지도 않는다. 이 블로그는 내 두뇌의 일부다. 의식활동의 주요 기록공간이며, 각성을 촉진한다.
기록 : 한 사람을 정의할 때, 기계론적인 관점에서의 메커니즘만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인간의 존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개념을 모두 합친 범주를 넘어선다. 과거의 경험은 특정 인간을 정의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환경적인 요인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없는 존재인 인간은 과거의 사건들로부터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다. 과거의 사건은 독립적으로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현재에 개입하여 미래를 결정짓도록 만든다. 따라서 중요한 사건이나 감정은 존재의 일부다. 생각은 휘발성이 있고 기억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록보조매체가 필요하다.
사유 : 사유의 도구는 언어다. 언어가 없다면 사유할 수 없다. 언어는 음성언어와 문자언어로 나뉜다. 숙련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coding과 decoding의 프로세스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두 언어는 직관적이다. 하지만 음성언어는 단점이 많다. 음성언어는 기록하고 읽어들이는 과정에서 linear할 수 밖에 없어 시간의 제약이 발생하며, 저장과 관리 분류를 컴퓨터와 같은 보조장치를 통해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규모있는 확장이 불가능하다. 사유의 주언어로 문자언어를 택했다. 글로 생각하고 글로 기록하는 것은 두뇌 확장을 위한 1조건이다.
정보처리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분류의 도구를 익혀야 한다.
어떤 도구들이 있는지, 각 도구는 무엇인지, 언제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다.
몇 가지는 실무에 적용하고 활용하면서 이해하는 중이다.
2020년도 36살의 이은호로선 대단한 수준의 정리요약을 해낼 순 없으므로, 간단한 항목들만 리스트업한다.
Type 유형
Class 구분
Property 속성
Stage 단계
Level 등급
Affiliation
Asset
Tag
Labeling
Statement
Coverage 역할범위
Key figure 요인
명목척도 nominal scale 속성을 분류하는 척도
서열척도 ordinal scale 순서 관계를 밝혀주는 척도
등간척도 interval scale 순서 사이의 간격이 균등한 척도
비율척도 ratio scale 순서 사이의 간격이 균등하고, 절대값(0)이 존재하는 척도
각 항목은 경제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적용될 가장 일반적인 예를 든 것이다.
경제활동이 아닌 여가활동을 한다면 체제영역, 수행영역은 다르게 바뀔 것이다.
문학, 창작, 예술, 정치, 사회 등의 활동을 할 경우 추구, 체제, 수행의 영역이 다르게 바뀔 것이다.
이 개념도는 어떤 일을 진행시키거나 조직을 구성할 때 도움될 수 있다.
아래 단계에서 이슈가 발생했을 경우 상위 개념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수행 단계의 의견이 불일치할 경우 수행의 차이를 좁히기보단 가치의 동기화를 진행시켜야 한다.
상위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어야 역할을 맡거나 일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
<화면부터생각하면망해요>쓰고나서 연장, 관통된 글이다.
이 글에서는 뿌리-기둥-줄기-잎파리의 순서를 예시로 들었다.
일이 제대로 안 될 때의 현상의 공통적인 이유를 파헤치다 찾아낸 틀이다.
나와 다른 수행방식, 다른 사회에서의 성장, 다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인간의 다양성의 한계가 얼마나 넓은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일부 사람들에겐 역학영역 위에 신의 영역이 존재한다.
역학 영역에서 모순이 되는 이슈는 내 삶에서 좀체 발생하지 않는다.
때문에 일상에서 신경써야 할 정보 분류는 대체로 2~4단계의 것들이다.
하위 개념은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기보다
상위 개념이 결정되지 않았을 경우 무의미해지는 선행-후행 관계에 놓인다.
나에게 20년도는 생각을 전혀 정리하지 못한 절망적인 한 해였다.
최근 이 틀에 넣어보니, 내가 할 일과 생각을 정리해내지 못하고 패닉을 맞았던 상황들을 돌이켜보면
하나같이 13단계, 14단계와 같이 수행단계보다도 더 하찮은 단계의 매몰되어있었다.
14단계의 이슈를 A6크기 카드로 50장 넘게 만들어 온 벽에 도배했었다. 압도당했다. 그 외의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결국 현상계에 갇혀버린 나는 폭주해버렸다.
상위 단계를 항시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두뇌는 병렬적으로 정보의 동시처리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생각을 동시에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슈를 단위화시켜야 한다.
저장해두었다가 다시 불러내 이슈를 처리해야 한다.
직전의 생각 context가 지워진 상태에서도 즉각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저장해두어야 한다.
저장하는 공간과 규칙도 중요하다.
물리적인 공간을 떠올려 구조화하는 것도 좋다.
hierarchy를 시각화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상하위 트리구조
트리구조 (뿌리 > 기둥 > 줄기 > 잎파리)
Circle (내핵, 외핵, 표피)
좌-우 선형선상
사르트르는 인생이 Birth와 Death 사이의 Choice라고 말했다. 알베르 카뮈는 “자살을 할까, 커피를 마실까”라는 명언을 남겼다. 가장 일상적인 사건과 가장 낯선 사건을 선택지로 두니 실로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지난 글 <라이딩 콘셉 결정 방법론>에서 방법론적 접근을 시도했다. 결론이 썩 만족스럽진 않다. 방법론은 언제나 그렇듯 한계가 있다. 구성원이 방법론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따르지 않는다면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방법론은 도움되기보단 탁상공론으로 남는다.
라이딩 코스를 짤 때, 그저 모두가 가고 싶어 안달이 난 코스였다면 의사결정 방법론을 적용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또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수준의 케미가 있었다면 방법론이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군가의 손해 혹은 불만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고, 동시에 누군가의 이익 혹은 만족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방법론을 꺼내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운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안타까운 수준을 넘어 절망스럽고 비참하다. 올바르지 않은 의사결정 구조 때문에 정작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선택지로 향하는 집단적 오류도 흔히 발생한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명제를 도덕시간에 배웠음에도 우리는 그 상태에 한발짝이라도 다가갈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 나는 방법론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집단적 협력을 통해 인류를 진보의 길로 이끌 유일한 희망이라 믿는다.
기업의 임원은 실무적 노동은 전혀 않고 종일 의사결정만 하는데 그 양이 80회에 달한다. 도구적, 기술적 방법이 없다면 처리할 수 없는 분량이다. 세계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자주 일어나는 언택트(un-tact)의 시대를 맞이했다. 대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정보보다 훨씬 더 적은 정보만으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잦아져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비용 손실은 커질 것이다. 직관, 촉, 케미에 의한 판단은 이미 비합리적인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더욱 활용되기 어려워진다. 앞으로 인류는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론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더 뼈저리게 실감할 것이다.
따라서 이 연구는 단순히 라이딩 코스를 더 잘 결정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 지구적인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 물론 나의 본업과도 연관이 있다. 나로선 1타 3피다. 구조적인 선택방법론을 연구하는 것이야말로 다가오는 새 시대를 맞이하는 선진적인 자세, 생존과 윤택한 삶을 추구하는 슬기로운 자세다.
인류가 이제껏 제안한 의사결정방법론만 간단히 추려도 60개 이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먹물들이 써놓은 것들이라 실용적이지 않다. 분야가 상이해 적용하기 어려운 것도 많다. 기존에 제시된 방법론도 검토는 하겠지만, 라이딩이라는 분야에 적합한 의사결정방법론을 내가 기필코 새로이 창안하겠다는 각오로 접근할 것이다. 철저하게 실리적이고 합리적이며 구조적인 관점을 고수할 것이다.
가위바위보
누구나 어렸을 때부터 줄곧 즐겨운 친숙한 의사결정 방법론이자 게임이다. 승자가 있다면 패자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상호 격렬한 대립이나 경쟁이 벌어지고 있을 때 가위바위보를 통해 결정하게 되면 긴장감도 즐기며 빠르게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각자 한 가지씩의 선택지를 주장해야 하고, 자신의 선택지가 선택되길 강렬히 원해야 이 게임의 의미가 있다. 결정 방식은 거의 랜덤에 가까워 비이성적이다. 따라서 승자는 있으나 패자는 없는 경우, 더 정확히 말하자면 패자가 되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는 경우에 적용할 수 있다. 주로 경품을 추천할 때나, 길거리에서 주운 만원을 누가 가질지를 결정할 때 적용되곤 한다.
동전 던지기 / 사다리타기
가위바위보와 다른 점은 참가자들이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외부의 무작위성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최종결과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순응하게 된다. 승리의 쾌감은 반감되지만, 패배의 충격도 완화시킬 수 있다.
다수결
민주사회에서 만장일치를 이뤄낼 수 없을 때 이용하는 대표적인 차선책이다. 다수의 횡포에 의한 패권주의가 형성되어 소수를 배척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특정 분야에선 다수의 비전문가들 오답을 선택하곤 하기에 이 의사결정 방법이 해당 사안에 적합한지 검토해보아야 한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일차원적으로 추구할 땐 좋은 선택 방법인 것처럼 보이지만 불행의 총합에 대해서는 계산하지 않기에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문제를 감안하고 갈 뿐이다.
리스트 제시 & 투표
선택지의 이름만 달랑 있고 디테일이 결여되어 있는 불완전 정보로는 올바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없다. 구성원 모두가 선택지에 대해 자세히 이해하고 있다면 제목만 적힌 리스트로도 충분하겠지만, 추가 정보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택지의 추가 정보를 어떤 형식으로 준비할 지에 따라 다음 4가지 방법론으로 분화된다.
요요 다 붙어라 **
집단의 규모가 너무 커서 부분 집단을 만들 때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이다. 이 방법론의 맹점은 제안자가 수용적인 상황에 놓인다는 데서 발생한다. 일단 지원자가 모집되면 제안자는 지원자를 검토하거나 심사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지원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거부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머릿수만 채우면 되는 상황에 주로 적용되곤 한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선 제안을 할 때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요구사항을 명시해 공고를 배포하면 지원자를 박탈할 권한을 가질 수 있다.
피칭 & 투표
<요요 다 붙어라>와 개념이 같지만 제안자가 2명 이상일 때 선택 절차가 추가된 것이다. 선택 절차는 다수결의 원리에 따른다. 집단이 분리되어도 괜찮은 상황이라면 <요요 다 붙어라>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어도 선택 절차가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 한 가지 선택지로 추려야 한다는 상황이다. <요요 다 붙어라>는 제안자가 지원조건을 설정하는 권한을 가진 갑이었지만, <피칭 & 투표>에서는 반대로 구걸과 부탁을 해야 하는 을이 된다. 제안자는 자신의 선택지가 선택될 수 있도록 경쟁적인 홍보활동을 펼쳐야 하는 게 관전포인트 꿀잼 팝콘각이다.
장단점{Pros/Cons} 서술 > 순위 조정
<피칭 & 투표>의 절차에 주관을 빼고 객관성을 가미한다. 개인의 주관이 들어갔던 피칭은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나열하는 것으로 바뀌고, 구성원들의 주관적인 의사표현은 조직 관점에서 합리적인 우선순위 조정으로 바뀐다. 순위의 조정은 1군, 2군, 탈락 정도로 불명확하게 그룹핑한 뒤 1군의 선택지에 대해서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빠른 진행에 도움된다.
시나리오 서술 > 순위 조정 *
시나리오 기법은 앞으로 경험할 수 있는 상황과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예측해 서술하는 것이다. 장단점을 융통성없이 나열하는 것보다 어떤 것이 더 마음에 끌리는 지를 가늠해보려면 생동감있는 정보가 이야기를 전달하듯이 시나리오로 작성되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 미래의 경험에 대해 전체적인 윤곽을 그려냄으로 의사결정권들은 상황별 판단의 근거를 제공받을 수 있다.
후회 최소화 선택 방법론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 창업을 결심할 당시 사용한 방법론이다. 무탈하게 잘 다니고 있던 연봉 2억의 회사를 계속 다닐지, 리스크를 감안하고 모험을 하는 선택지 사이에서 그는 고민했다. 확정적으로 가질 수 있는 이익을 모두 포기할 리스크 앞에서 리스크만 따지면 1대 99의 차이다. 그는 리스크를 보지 않기로 했다. 선택을 포기했을 때 얼마나 큰 후회가 남을지를 따지기로 했다. 실리적인 계산을 하지 않고 마음이 동하는 곳으로 향했던 그는 20억의 자산을 포기한 대신 200조의 자산가가 될 수 있었다.
형이 짜르고 동생이 골라 **
케익을 먹을 때마다 싸우는 형제에게 내린 현명한 부모의 지혜를 빌린다. 코스를 제안하는 사람과 선택하는 사람을 분리한다. 코스를 제안하는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코스만 제안할 것이기 때문에 어떤 선택이 내려지더라도 만족할 것이고, 선택하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으니 이 또한 만족할 것이다.
모든 구성원의 강제 제안 > 탈락 > 선정 *
우리 회사에서 점심 식당 고를 때 쓰는 방법론이다. 각자 2개의 식당(또는 메뉴)을 제안한다. 제안 개수는 무조건 채워야 하기에 별다른 의견이 없는 날엔 김밥천국이나 3만원짜리 한정식 같은 얼척없는 제안으로 개수를 채우면 된다. 그렇게 6~8개의 선택지가 후보로 제시되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최악의 선택지를 제거한다. 누구부터 선택지를 제거할지, 1인당 몇 개를 제거할 지는 제한하지 않아도 된다. 최종 선택지가 2~3개로 좁혀질 때까지 계속 돌아가며 선택지를 탈락시킨다. 최종 선택지가 2~3개로 좁혀진다면 그 중 1개를 선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체로 최종 단계에선 만장일치로 결정되기 때문에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식당에 향할 수 있어 밥맛도 좋게 느껴진다.
이 의사결정 방법론을 거치면 모든 구성원이 모든 절차에 같은 무게로 관여하게 되므로 입체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의견을 평면배치한다는 것도 좋은 점이지만, 아무런 의욕없이 집단생활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아싸도 참여할 수 밖에 없는 강제사회화 기능도 있다. 한국의 문화적 특성상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무례하다 여겨지는 문제, 내성적인 사람의 소극적인 태도 문제,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해서 자신의 의견을 숨기는 문제를 유쾌하게 해결할 수 있다.
다만, 구성원이 많아질수록 매번 무난한 식당을 가게 된다. 탈락 과정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예측불허하고 기발한 선택지는 매번 탈락할 수 밖에 없어 평균 편향 현상이 발생한다.
다중 기준 의사 결정 (Multiple-criteria decision analysis)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여러 기준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경우 적합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구입할 때라면 가격, 연비, 승차감, A/S편의성, 기업이미지와 같은 기준을 평가하는 것이다. 평가 기준들은 속성(Attribute) 혹은 목적(Objective)으로 나뉠 수 있다. 속성은 스펙을 따지는 것이고 목적은 해당 선택지를 통해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를 따져보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여러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MCDA를 사용하는 이유이기 때문에 두 가지 모두 평가해도 좋다.
등간 척도와 비율 척도로 나타낼 수 있다면 수량화, 정량화 할 수 있다.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면 연산할 수 있다. 컴퓨터가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준마다 가중치를 두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주관적 판단의 영역, 정성적인 영역을 정량적 세계로 끌고 들어가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기준이 많아지면 오히려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MCDA + 표준편차 분석 + 끝장 토론
나는 운이 좋게도 어린 나이에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맡아 운영한 적이 있다. 스타트업 산업이 태동하던 시기였다. 당시 대부분의 스타트업 평가 담당자들은 나름대로의 MCDA를 만들어 썼는데, 자신이 개발한 MCDA의 이유와 근거를 알진 못했다. 이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으나 아무도 해법을 제시하진 못했다.
심사위윈이 평가하는 과정에서 나온 의견과 실제로 MCDA과정을 거친 평가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작성할 때가 문제인지, 취합하는 과정에서 문제인지를 찾아내야 했다. 우선 점수를 취합하기 전 심사위원들 간의 점수 격차를 눈여겨보았다. 극단적인 점수 차이를 보이는 스타트업을 표준편차(standard deviation)으로 쉽게 계산해 추려낼 수 있었다. 사업에 대해 이해할 수 없기에 0점을 줬다는 심사위원의 점수는 평균점으로 제출하도록 조정했고, 프로그램과 별개로 이미 스타트업과 인연을 맺어오고 있어 평가에 중요한 정보를 공유한 심사위원 덕에 다른 심사위원의 최종 점수가 바뀌기도 했다. 이런 끝장토론을 한차례 거치고 나니 10팀 중 3팀의 운명이 바뀌었다.
정량의 기법을 보조적으로 활용하면서 정성적 논의를 중점적으로 전개시킨 훌륭한 사례랄까. 7년 전 고안한 절차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도 스스로 대견스럽다.
목표지향(Goal Oriented) & 제한조건(Don’t) 수렴 > 선택지 구성 **
이 방법론엔 모더레이터가 필요하다. 선택지를 제시하기에 앞서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한다. 구성원은 “이런 라이딩을 하고 싶어요”, “이런 라이딩은 싫어요”와 같이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조건을 수렴한 뒤 선택지를 찾거나 생성하기 때문에 선택지 결정 과정은 생략, 축소될 수 있다.
제한 조건이 많아질수록 선택지가 줄어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구체적인 제한 요건이 있어야 선택지가 명확하게 추출된다. “흰색 물체 10개를 말하시오”라고 물었을 때보다 “당신의 방 안에 있는 흰색 물체 10개를 말하시오”라고 물었을 때 더 많은 답을 할 수 있다.
Goal은 지향점이고 Don’t는 지양점이다. 추구하는 것과 피하는 것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고려한다. 제한조건(Don’t)을 수렴한다면 구성원들의 불만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최악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최선으로 향할 수 있다.
간혹 대립하는 목표들이 제시될 수 있다. [침질질 운동하고 싶어요]와 [샤방으로 타고 싶어요]는 대립한다. 조건의 대립이 있다면 합의점을 애써 도출하는 것보다 그룹을 쪼개는 판단이 나을 때도 있다.
실질적 문맹률이 높은 대한의 현대인들은 문장보다 키워드로 말하는 것에 익숙하다. 자신이 원하는 라이딩의 해시태그로 표현하라고 하면 의견을 더 많이 수렴할 수 있다.
의견을 수렴할 때 의견의 무게를 구분하는 것이 좋다. [알러지가 있어서 꽃가루 날리는 곳은 불가능해요]는 필수 조건으로 접수해야 하지만 [차량통행이 적은 곳이면 좋겠어요]는 부수적인 조건으로 접수해야 한다. 필수조건과 욕심조건을 구분한다면 의견 수렴에 도움된다.
롤토체스에 빠져버렸다. 협곡엔 재능이 없고 체스를 좋아하던 사람도 아니었다. 롤토체스가 이렇게 재밌을 줄 몰랐다. 나는 지난 6개월 간 롤토를 500판을 넘게 한 것 같다.
게임을 플레이한 시간을 말할 때마다 인생을 허비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괜히 나는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었다고 강조한다. 이런 내 얘기를 듣던 상대방은 괜한 부연설명에 적잖이 당황해한다. 그럼 나는 더욱 변명처럼 들리는 구체적 설명을 덧붙인다. 단순히 게임이 재밌어서 추천한다는 뜻이 아니라 내 인생을 그만큼 할애해도 전혀 아깝지 않을만큼 값어치가 있다고 설명을 한다.
구차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게임에 대한 태도가 모순적이기 때문이다. 게임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나는 아직 혼란스럽다. 인간은 생산을 해야 한다고 배워왔는데 게임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한다. 시간을 생산에 쓰지 않고 게임에 썼다는 것에 죄책감이 생기는 것이고, 지레 제발저려 생산에 도움이 된다고 변명을 해대는 것이다.
롤토는 생산적인 게임일까. 게임이기에 생산적일리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겐 생산의 원리를 알려주었다.
시즌 2가 시즌 1보다 랭크가 올라갈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공부도 하고 유튜브도 많이 본 것도 분명 도움이 되었겠지만, 게임을 학습하는 나만의 방법을 시도했다는 데에 의의를 둔다.
그러니까 나는 게임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렇게 열심히 하고도 플레1밖에 못 갔으니 그냥 아주 게임상병신이다.
단계 1 –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는 멍청이
멍청이의 상태로 게임을 했다. 라운드 준비시간 30초 동안 아무 판단도 내리지 않았다. 멍하니 감상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르는갑다. 싸우면 싸우는갑다. 이기면 와 이겼다 좋아하고, 지면 아 졌구나 안타까워한다. 이기는 것과 지는 것에 대해 내가 관여하지 않고 관람만 한 것이다. 그래픽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는 있었다. 그러다가 시너지를 맞추고 챔프를 고르고 아이템 계획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뇌는 정지했다. 창고는 항상 꽉 채웠다. 왜냐면 계획이 없으니까. 뜨는대로 가는 것이다. 그렇게 아무런 선택을 하지도 못한 채로 수많은 패배만 맛보았다. (다른 아이디로) 100판 할 때까지는 실버 이상 오르지 못했던 것 같다.
단계 2 – 뭐라도 일단 정리하기 시작
하루는 잠이 안 오는 것이다. 롤토의 챔프들이 막 머릿속에서 시너지가 맞춰지느라. 그래서 폰에 적기 시작했다. 얘랑 얘랑 같이 들어오면 시너지가 어떻게 나올지를 계산했다. 며칠을 이 짓을 반복하니 시너지를 다 외울 수 있었다. 그리고 구글닥스를 하나 켜서 이것들을 적어가기 시작했다.
양이 많아지자 쓸 수가 없게 되었다. 게임에 임하기 전에 내가 어떤 덱과 전략을 사용할지 정해야 하는데, 여전히 게임의 진행에 내가 반응하듯이 하려니까 이런 아카이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게임을 진행하는 급박한 시간흐름 속에서 다른 도구의 도움을 받기 어려웠다. 오픈북 테스트여도 책 읽을 시간이 없을 뿐더러 책 내용도 엉망인 것이다.
그래도 노트를 정리하는 데에 나름 몇 가지 규칙은 있다. 모든 챔프의 이름을 두글자로 줄여서 적는다. 내가 쓰는 것도 쉽지만 읽는 것도 쉽다. 가독성과 직관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lolchess.gg의 시뮬레이터로 조합을 만들어서 아카이빙해보았다. 오히려 더욱 보기 힘들었다.
단계 3 – 경험의 축적
바둑기사가 대국을 끝낸 뒤 복기를 하듯, 이 게임 또한 복기될 수 있다. 복기노트를 만들었다. 게임의 진행경과를 파악할 수 있도록 간단한 항목들을 기입하고, 무엇을 배웠는지 적는다. 너무 주절대거나 결론이 없으면 안된다. 복기의 과정을 어떻게 거치든 간결한 1줄 교훈으로 최종 정제한다.
교훈 중에는 너무 당연하고 기본적인 rule도 있었다. 이것마저 모른채로 게임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복기를 하고 나서야 이런 기초적인 내용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나란 놈에겐 정말 직관이란 게 없는걸까?
> 갖춰진 시너지 중에 약한 시너지가 있다면 버려라.
> 시너지에 집착해서 2성작을 등한시하지 마라
> 롤토는 강해지는 게임이지 시너지를 맞추는 게임이 아니다.
그리고 몇 교훈은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를 알려주는 듯한 명언처럼 나왔는데 꽤 마음에 든다.
> 이기고 싶다면 매드무비를 꿈꾸지 마라.
> 가지기 위해선 비워라
> 더 유동적으로, 더 융통성있게
> 계획이 없다면 지금의 최선만 생각해라.
이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나는 롤토체스가 어떤 게임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복기할 내용이 너무 많다보니 부담스럽고 몇 판은 빠트리게 되었다. 그래서 양식을 간소화시켰다. 기록만 남기는 데에 집중하고 중요한 교훈이 있다면 다른 곳에 적기로 했다. LOG를 검토하고 정리하는 것은 게임이 끝나고 여유가 있을 때 몰아서 하면 되니까.
단계 4 – 나만의 시너지북 만들기
내가 직접 전략을 개발하는 것보다 세계적인 랭커들이 개발한 전략이 더 강하고 승률도 높았지만, 왠지 남이 개발한 것을 베껴 쓰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난 실력을 키우고 싶은데 컨닝만 하고 있는 느낌이란 말이지.
하지만 사람들은 달랐던 것 같다. 유튜버들이 새로 발견한 덱을 소개할 때면 3~4명의 덱이 겹치는 판도 허다했다. 게임을 꼭 승리하기 위해서만 하는 것인가. 나는 배움의 과정이 즐겁다는 뜻을 나이를 먹을수록 이해하게 된다.
롤토를 배워가면서 가장 재밌었던 때가 이 때다. 시너지북을 만들 때. 롤체지지 족보를 그대로 가져와서 구글닥스에 옮겼다. 그리고 Ctrl+C,V를 통해서 카드 형태의 시너지 묶음을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조합을 개발하고 연구해나가기 시작했다.
이 중에서 그나마 쓸만했던 재밌게 연구했던 덱이 깔끔세나덱과 시너지천국덱(지옥타일한정)이다. 강하고 완벽한 덱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덱이 엄청 좋았으면 나도 꿀빨아서 랭크가 더 올라갔겠지.
하지만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나의 랭크 위치도 아니오, 이번 게임의 승패도 아니다. 게임이라는 비생산적 행위를 하면서도 생산적인 결과물을 냈다는 뿌듯함에 도취되어 있는데 더이상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단계 5 – 아이템
시너지를 한참 연구하고나니 시너지로 게임의 승패가 갈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코스트 유닛이 얼마나 많은지, 2성작이 얼마나 되었는지, 아이템이 적절히 사용되었는지의 요인들도 중요했다. 중요함을 비교하자면 일반적으로 시너지가 가장 덜 중요하고 아이템이 제일 중요했다. 시너지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아이템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롤체지지 시뮬레이터에 들어가서 챔프마다 가장 효율이 좋은 아이템을 다 끼워넣은 뒤에 캡쳐해서 저장해두었다. 그리고 아이템들간의 시너지도 중요했기 때문에 아이템의 조합을 미리 묶어보는 시도도 해보았다.
단계 6 – 몰빵형 설계
위 과정을 거치면서 아래와 같은 모습으로 덱 전략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떤 덱으로 갈지는 아이템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 챔프도 시너지도 바꿀 수 있는데 아이템은 못 바꾸기 때문이다.
시너지는 시너지일 뿐 조합이 아니다. 조합이라 함은 싸움을 더 잘하는 팀이 좋은 조합인 것이다. 그래서 시너지 정보는 제거해버렸다.
연구를 마치며
게임은 너무 어렵다. 나는 게임을 너무 못한다.
이렇게 열심히 하고도 플레1밖에 못 갔으니 그냥 아주 게임상병신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롤토는 너무 재밌다. 히히
연구의 결론은 이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는 데에 다다랐다. 위에 연구한 것들 외에도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너무 많다.연구 과정을 통해 시도되었던 보조도구들은 게임에 별로 도움되지 않는다. 그리고 머리를 써야 하는데 두뇌 밖에 있는 보조도구로 게임을 하려 하니 제대로 될 리 없다. 그리고 그보다 앞서 두뇌 밖에 있는 어떤 보조도구에 의존하려는 태도부터가 잘못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이 구글닥스에 안 들어간다. 복기도 안한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고 싶지 않다. 다시 멍청이의 상태로 게임을 할 때도 있다. 그것도 뭐 나름 재밌다. 유행하는 덱을 따라해도 재밌고, 자다가 생각난 나만의 전략을 실험하다가 쓰디쓴 패배를 맛 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다. 게임이니까 재미가 있고 재미있으려고 게임을 한다.
이야기의 끝을 재미가 아닌 생산으로 맺어보자면 ;
난 이 연구 과정을 통해 여러 연구 방법을 익혔다. 복기를 한다거나, 설계의 방법론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낸 과정은 게임이 아닌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프로젝트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강력한 기술이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을 뿐더러 강한 확신이 있다.
전형적인 상하위 hierachy구조, 피라미드 구조다. 이 구분법은 “그 일은 너무 중요하지 않아.” 혹은 “그 일은 너무 높은 곳에 있어”와 같이 현실적으로 오늘 당장 집중해야 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할 때에 자주 쓰인다. 또는 미래 계획을 세울 때에 너무 구체적인 실행단계로 빠져들지 않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실행에 집중해야 할 때에 근원적인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것을 막아야 할 때에도 도움된다. 하지만 일의 계층을 구분하고 레벨을 구분하는 것은 추상적으로 도움될 뿐, 실무에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
일의 단위화
일을 Chunk로 만들어낸다는 것은, 그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가 모두 파악된 상태라는 것이다. 일에 대한 파악은 [현황파악 > 문제정의 > 해법제시 > 실행방안] 네 단계로 진행한다. 지금 비드폴리오의 구성원들과의 협업관계에서는 일을 Chunk단위로 만드는 단계가 생략되어 있다. 현 구성원들은 일을 Chunk로 만들어내지 못한다.
Chunk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현황파악 > 문제정의]을 제시해야 한다. 현황파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불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렇더라, 저렇더라. 보이는 대로 씨부리면 그것이 현황파악이다. 현황과 문제를 구분하는 이유다. 우리가 풀 수 있는 문제, 풀어야 하는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 문제를 구분해내지 못하는 단계에서 현황만 지껄여대는 것은 도움 되기는커녕 정보의 공해를 만들어 훼방을 놓는다.
때문에 정의되지 않은 현황, 정의된 문제, 완성된 Chunk의 과업은 모두 구분되어야 한다. 현황은 쏟아 내고 끄집어 내야 한다. 문제의 정의는 파고들어야 한다. 각각의 행위가 다른 것임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하며 구성원들의 role playing도 정의되어야 한다. 업무 논의, 기록 공간 또한 각 행위에 최적화되어 마련되어야 한다.
완성된 Chunk의 과업은 따질 게 많다. 완성된 일의 성과가 얼마나 큰지, 소요 자원은 얼만큼 들어가는지 input과 output을 비교해 가치를 판단한다. 해법이 얼마나 적합한지도 따져야 한다. 실현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도 따져야 한다. 해당 일을 담당하는 사람의 역량도 따져져야 한다.
로드맵을 짭니다.
실행하는 사람의 로드맵은 실행자 각자 짜여져 있어야 합니다. 실행자의 로드맵이 없는 상황에서 상관, 상부 관리자는 어떤 판단과 지시를 내리기 어렵습니다. 로드맵의 부재는 부하의 문제입니다.
Priority Management
상관은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부하는 판단기준과 판단방법을 배웁니다. 상관의 판단과 부하가 판단이 일치해지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상호 노력합니다.
IT 스타트업 생태계 언저리에 몇 년 기웃거렸지만, 나는 코드 한 줄도 못 쓰는 사람이다. 정보처리기술이 없다는 것에 대해 항상 부족함을 느꼈다. 엑셀을 중급 수준으로 할 수 있었고, 워드프레스로 웹사이트를 몇 개 만들어본 게 전부인 상태였다. 구글은 지난달 GDSS(Google Docs Spread Sheet)를 통해 앱을 만들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클라우드-엑셀을 넘어서, 누구나 응용하면 정보처리엔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사용방안을 소개하고 있다.
나에겐 두번째 사업인 비드폴리오를 운영하면서, 아웃풋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대신 인풋을 몇 배나 더 줄이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잡았다. 초경량 린스타트업의 태도를 지향한 것은 나의 일습관이나 비용절감에 대한 집착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시장규모가 나오지 않는 환경이 더욱 근본적인 이유다. 버티컬 중개 플랫폼의 경우, 적은 자원으로 사업체를 궤도에 올려야 하는데, 적은 자원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아무런 시스템이 없던 2개월차, 밤낮없이 일을 해도 동시관리 프로젝트 5건 넘기기 힘들었다. 지금은 매니저 1인당 동시응대 가능수량이 40건까지 올라갔으니 생산성이 최소 8배 이상 증가했다고 가늠할 수 있겠다. 임시방편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던 GDSS는 저렴한 비용과 관리효율성 측면에서 아주 만족스럽다.
물론 더 고도화된 시스템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요리를 못하는 사장님이 식당을 운영하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개발자가 1명이라도 있으면 적자가 날 정도로 매출규모가 적은 상황인데, 그 인원의 공백이 생겼을 때 무거운 시스템을 내가 다룰 수 없다면 사업이 위태해지기 때문이다. 어설프지만 사업운영에 필요한 핵심자원을 내재화했다는 데에서 안심이 된다.
근본없는 시스템을 공개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 글을 정리하는 이유는 우선 나를 위해서다. 얼마 전부터 생산성 증대의 정체기가 왔는데, 개선의 여지를 파악하고 싶다. 또 혹여나 GDSS를 유사한 방식으로 응용해 정보처리시스템을 구축한 사람이 있다면 연결되어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구글닥스로 고객응대 처리시스템 구축하기
비드폴리오 최초의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에는 1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고, 광고를 게시하자마자 30분만에 고객의 전화가 걸려왔다.
고객이 전화를 한 이유는 나에게 연락할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고객의 정보를 더 수월하게,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form을 만들어 삽입했다. form 서비스 중에서 손에 가장 손에 익었던 Google form을 4개월 정도 사용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찾다가 form서비스의 시조새 격인 wufoo를 구입했다. 하지만 서베이몽키로 인수된 이후 몇 년째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었고 실망이 너무 커서 환불 받았다. 워드프레스 플러그인으로 연동되는 form 중에서 Caldera Form을 선택해 적용했다. Caldera Form은 TOP5에도 못 드는 비주류 폼이지만 내가 필요한 기능들을 가장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었다.
고객이 자신의 정보를 제출하는 방법은 총 7가지다. 전화, 이메일, 채널톡, Form 4가지다. (채널톡은 섬세한 설정 없이 채팅창만 열어두는 것은 오히려 비정형 대화로 유도하는 격이기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다양한 채널로 들어온 고객의 DB를 모두 개별적으로 관리하기는 힘들었다. 일부는 고객이 직접 제출한 정보인 RawData가 있었지만, 전화나 이메일로 받은 고객은 매니저가 직접 입력해야 했다. 때문에 통합적인 고객DB인 CDB(Client Data Base)시트를 만들었다. 고객이 직접 제출한 정보가 자동으로 연동되진 않고 매니저가 일일이 옮겨야 한다. DB를 직접 입력하고 만져야 하기 때문에 올바른 방법은 아니다. 정상적인 데이터베이스라면 입력기와 뷰어가 별도로 있어야 할 것이다.
RAW DB가 CDB로 바로 연동되지 않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두 정보는 어차피 분절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직접 제출한 정보가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며, 그 정보만으로 거래를 진행시킬 수도 없다. 때문에 전담 매니저가 개입하고 판단해 고객의 프로젝트를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특성이 있다. 고객이 최초에 제출한 정보는 고객의 주문사항이 아니라, 고객을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로 여겨진다.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을 정의해내는 것은 결국 전담 매니저의 몫으로 남는다. 때문에 CDB는 단순히 통합Intergrated되었다는 의미보다는 정제Refined되었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정제된 고객의 정보를 관리하는 CDB의 최초 버전에는 고객의 컨택포인트와 2~3칸의 노트만 있었다. 어떤 종류의 정보를 받고, 기록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고객이 수십명을 넘어가자 관리가 힘들었다. 그 고객이 어떤 상태이고, 어느 매니저가 배정되었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했다. 고객의 상태를 분류했다. [응대중/전형중/제작중/완료/취소] 5가지 색상의 약속을 정하고 상태가 바뀔 때마다 다시 바꿔 칠했다. 색상표시가 안 되어 있으면 찾아내기 힘들었으나, 색상을 일일이 표기하는 것은 번거로우며 휴먼에러도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조건부서식으로 상태표기숫자에 따라 해당 행이 자동으로 색상이 적용되게 설정했다. 고객상태 분류 방법은 총 9가지로 늘어났다가, 13가지로 늘어났다가, 지금은 16종류가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늘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
CDB시트의 칼럼 종류는 [정보취득창구/담당매니저/방문목적/고객입력정보/응대방향/공고제목/공고경로/비밀번호/적합제작사대상] 등 추가하며 사용하고 있다. 입력기와 뷰어가 별도로 없는 상황에서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확인하고 입력하고 있다 보니 칼럼 종류가 너무 많아지면 매니저의 업무 직관성에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
고객을 응대한다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집중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과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메일로 주고받았던 내용들만이라도 우선 표준화시켜야 했다. 매일 메일을 작성하는 데 3시간을 넘게 들였기 때문이다. 이전 고객에게 제공한 고객 경험을 미래 고객에게도 재사용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 고객의 상황이나 상태를 분류해야 했다. 고객을 응대한 경험이 100회를 넘어가자 중요하거나 자주 쓰였던 메일을 한 곳에 모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아카이브에 접속하면 유사한 메일을 작성할 때 참고할 수 있었으므로 일을 조금 더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 이후에는 각 단계마다 메일의 템플릿을 만들어 특정 부분만 변경해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보냈던 이메일을 쌓아두었던 시트는 FUW(Frequently Used Wordings)라고 이름을 붙였다. 처음에는 작성하는 데 3시간씩 걸렸던 메일도 10분만에 베껴쓸 수 있게 되었다. 메일의 템플릿이 규격화되고, 고객마다의 정보를 특정위치에 입력하는 과정을 로봇처럼 반복하다보니, 문득 이 과정을 기계에게 위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성하는 내용중 매번 들어가는 공통요소가 있었고, 변경이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는 위치 또한 항상 일정했기 때문이다. 고객의 정보를 고정적인 위치에서 불러낼 수 있으면 메일을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어 보였다.
이것이 작동되기 위해서는 고객의 정보를 CDB에서 불러낼 수 있어야 했다. 고객의 정보가 300개를 넘어갈 즈음이었다. 고객 마다의 고유 번호는 입력된 순서대로 매겨져 있었지만, 이를 ProjectCode를 부여하기로 했다. 컴퓨터가 고유의 Data를 구분할 수 있으면서, 사람이 보더라도 간략하게나마 직관적으로 코드를 파악할 수 있도록 년월일6자리에 고유번호2자리를 붙이기로 약속을 정했다. 19052703은 19년 월 27일 3번째로 들어온 프로젝트를 칭하는 식이다.
이제 FUW에서 ProjectCode만 입력하면 십수개의 이메일이 자동 생성되고, 그 중에서 골라서 발송하면 된다. GDSS에서 제공되는 부가기능인 Mail Sender를 사용하면 Gmail로 가지 않고도 바로 발송시킬 수 있지만 상황별로 메일의 종류가 80개를 넘어가는 경우엔 큰 도움이 되지 않아서 나는 사용하지 않았다.
시스템의 도움없이 중개를 하던 과정에서 가장 복잡하고 어려웠던 것은 미팅일정을 조율하는 일이었다. 한 번 작성하는 데에 최소 30분씩 걸렸고, 미팅시간이 잘못 조율되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으려 발송 전에 2번씩 체크하느라 정신이 날카로워질 수 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 들어가는 시간뿐만 아니라 정신노동의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 과제였다. 미팅일정 안내메일 생성기가 작동하려면 파트너스의 정보도 단번에 불러들일 수 있어야 했다.
파트너스의 Code는 숫자가 아닌 닉네임을 부여하기로 했다. 주식시장의 기업코드의 형태로 할지, 중복이 없이 이메일로 할지 고려했으나, 모두 직관성이 떨어졌다. 매니저가 Code를 외우거나, 조회하는 별도의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부르는 구어로 닉네임을 쓰기로 했다. 닉네임은 회사이름을 단순화시킨 것인데 [무조건 한글로 적을것, 띄어쓰기는 없앨 것, ㈜없이, ‘프로덕션’이나 ‘스튜디오’는 제외]의 약속을 지켜 입에 잘 붙는 것으로 정했다.
GDSS로 만들어진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유지보수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고객에 대한 데이터규격이나 파트너스 평가기준을 업데이트하는 일은 일반적인 개발팀에서는 주 단위의 작업이 요구될 것이다. 나도 연동된 시트들이 늘어날수록 주요 구조 변경에 따른 부가작업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여전히 계획만 확실하다면 반나절만에 리팩토링을 끝낼 수 있다.
파트너스의 정보도 처음에는 구글form으로 받았다. 서비스 공급자인 파트너스가 제출한 정보 또한 거래중개에 바로 쓸 수가 없다. 온라인 상에서 심사를 강화하거나 form을 더 정교하게 만들어도 불가능하다. 근본적으로 일을 받고 싶은 공급자 입장에서는 무조건 자신들이 잘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중개 플랫폼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려는 공급자가 너무 많은 탓에 정보보다는 노이즈가 더 많았다. 노이즈를 제거하는 일은 받은 정보와 기록하는 정보의 분절로 해결한다. 모든 파트너스는 방문심사를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파트너스의 DB를 정제Refined해서 관리하게 되었다. 중개자는 단순히 연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검증과 심사의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정제된 파트너스 정보에는 파악, 분류, 평가, 심사, 활동기록 등 여러 가지 의미들이 포함되어 있다. 세부 항목들을 따지면 40가지가 넘는다. 처음에는 제작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위주로 측정했다. 지금은 제작실력은 3가지 항목으로 줄여버렸고 사업안정성과 서비스가치제안능력 등 고객만족요인에 더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 과정은 내 예상보다 훨씬 어려웠고, 할 일도 많았으며, 복잡했다. 지금까지 7차 업데이트가 이뤄졌다. 시스템 구현의 문제도 있었지만 내 주관적 평가가 개입되는 문제도 있었다. 인문대학원을 나온 친구에게 사회조사방법론을 1일 과외받고 객관적 지표를 만드는 법을 흉내냈다.
서비스 공급자를 평가하는 과정은 네 단계에 걸쳐 개선되었다. 처음에는 각 제작사의 사무실을 방문해 백지의 노트에 대화내용을 기록해나갔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필수 질문을 몇 가지 만들어서 공통적으로 활용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필수 질문과 선택적 질문을 구분해서 대화가 풍부해지도록 유도했다. 네 번째 단계에서는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실시간으로 파트너스를 평가할 수 있도록 Refiner를 만들었다.
좌측의 리파이너에 입력하면 Refined DB의 데이터 순서와 일치된 data set이 생성된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긴 일이지만, 최초 제출된 RawDB가 관리되지 않고 소실되던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 Caldera Form의 Processor기능을 활용해 GDSS의 특정 시트로 데이터를 누적시킬 수 있었다. 이전의 방법대로라면 웹사이트 상에서 제출된 고객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 [워드프레스관리자 > form플러그인설정 > form선택 > 데이터확인] 과정을 거쳐야했기에 시간과 단계가 오래 걸렸는데 클릭을 몇 번이라도 더 줄였다. Caldea Form은 한국어를 인식하지 못하는지 데이터를 엑셀에서 불러들이면 깨지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GDSS에 직접 연동하자 해당 문제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form에 정보가 입력되는 순간, 관리자에게 메일을 자동으로 발송하는 기능도 설정했다. 덕분에 Gmail의 검색창으로 고객 정보를 조회할 수 있었다.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GDSS 앱을 켜고 접속하는 데에는 로딩이 느려 20초 이상 걸렸는데 Gmail 앱을 켜고 들어가면 10초 내외로 찾아낼 수 있었다. 메일을 자동으로 보내게 하려면 WP Mail SMTP라는 것을 설정해야 했다. 어떻게 한 건지 기억은 안 나지만, 3일 정도 걸렸으며 당시 너무 무섭고 어려웠었다는 기억은 선명하다.
데이터 관리의 자동화는 소홀했던 편인데, 데이터가 자동으로 돌아가도록 만들어 놓으니 몇 가지 통계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우리 플랫폼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벌어간 제작사, 지원은 적게 했으나 승률이 높은 제작사, 고생은 많이 하고 돈은 못 번 제작사 등을 솎아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재밌는 통계를 내는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지만, 우리의 생산성 향상에 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작업은 진행하고 있지 않다.
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 자신과 상관없는 프로젝트 알림을 받게 되면 그 또한 스팸으로 여기게 된다. 어차피 계약을 맺는 곳은 한 업체니, 그 과정에서의 경쟁을 줄여야 공급자의 출혈경쟁을 방지하고 오랫동안 플랫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장려할 수 있다. 때문에 비드폴리오에 등록되는 프로젝트는 매니저들의 검토를 거쳐 10~20곳의 제작사에게 배포된다. 서로의 시간을 5분씩 빌리는 것은 큰 수고가 아니다. 이 과정은 사람 매니저들이 상호 의견을 주고 받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니저들이 프로젝트에 적합한 공급자를 추려내는 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조도구를 만들고, 선정된 제작사에게 이메일을 보내기 편하도록 이메일 묶음을 만들어주는 추출기도 만들었다.
매니저는 하루에도 전화를 20통씩 한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자주 오는데, 기존 고객인지, 감독님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번호 조회기도 만들었다.
ProjectCode를 해체하면 날짜를 추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 숫자일 뿐, 서식상에서 날짜로 인식되는 정보가 아니다. 19052703에는 년/월/일/순번의 정보만 있기 때문에 주 단위의 구분은 불가능하지만 월간 단위로는 끊어낼 수 있다. 일련을 규칙대로 개수를 세어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이 표를 직관적인 차트로 바꾸면 플랫폼 운영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DASHBOARD가 된다.
이 외에도 제작중 특이사항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별도의 시트를 만들었고, 비용처리하는 시트도 만들어 회계업무를 간소화시켰다. 월단위로 쏟아져 나오는 마케팅 데이터들도 연동해 성과를 측정할 수 있다. 꾀를 좀 부려 응용하고자 한다면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너무 시스템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 같아 요즘은 지나친 고도화에 집착하진 않으려 자중하고 있다.
10년 전, MIT에서 콜라병을 따서 잔에 부어 마시는 과정을 147단계로 구분했다는 발표를 듣고 충격 받았다. 당시엔 왜 그런 연구를 무엇을 위해 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연속 동작이 그렇게나 많은 최소 행위 단위로 분절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만 했다. 요즘은 반대의 의미로 놀란다. 그렇게나 많은 행위의 묶음을 의식하지 않고도 인간의 두뇌는 연속 행위로 인지하고 처리해낸다는 사실.
내가 수행하던 과업을 시스템에 위임해 생략시키려는 시도는 매번 순탄하진 않았다. 그 행위가 가시적이며 측정가능하고 선형적으로 이뤄져 있다면 별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실제 세상은 정성적이며 비체계적이고 순서상으로 일관성없는 행위가 더 많았다. 그런 영역의 업무는 당분간 인간이 계속 수행해야 할 것이며, 그런 영역의 일이라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거나 판단을 돕는 보조도구를 통해 정신노동의 생산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맺음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두번째 사업을 하고 있다. 시간도 1년 10개월이 지났다. O2O로 불리다가 온디맨드로 불리기도 하는 이런 종류의 사업 유행이 한풀 꺾이고 있다. 대부분 사라지고 일부는 남았다. 흑자로 전환하지 못하고 사라진 사업체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결국 문제는 생산성이다. 애초부터 생산성이었고 앞으로도 생산성일 것이다. 생산성은 온전히 나에게 달린 문제다.
1년만 일렀어도 지금의 시스템은 구현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 3년쯤 후라면 유사한 수준의 생산효율을 낼 수 있는 방법론과 보조도구들이 일반화될 것이다. 놀랄 일도, 새로운 현상도 아니다. 10년 전에는 수천만원 들었던 웹사이트를 지금은 몇 만원에도 만들어낼 수 있다. 수기를 문서로 작성하던 시기에 타자기가 도입되고, 다시 워드프로세서로 넘어간 흐름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나는 시기적으로 혜택을 받은 것일 뿐이며, 머지않아 이 또한 보편화될 것이다.
GDSS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적은 자원으로 정보처리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일 뿐이다. 이 것은 보조도구일 뿐, 정보처리방법의 유일한 해결책도 아니다. 이 외에도 도움될 수단과 방법이 있다면 확보해 정보처리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정보처리능력 또한 플랫폼 운영의 전부가 아니다. 그리고 플랫폼 운영 또한 회사의 전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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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드폴리오는 이렇게 일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담당자 채용 중입니다. 사업기획분야도 채용중입니다. 플랫폼 사업을 운영하며 축적되는 경험자산을 토대로 추가 사업을 검토중입니다. 영상광고시장에 뜻과 비전이 있는 분이라면 robin@vidfolio.kr
우리는 글로 일한다. 글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글에는 숨을 곳이 없다. 고민의 크기가 온전히 글로 나타난다. 고민의 허술함이 글에 온전히 드러난다. 글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는 생각하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글을 좀 못 쓴다고해서 생각능력까지 혹평하는 것은 억울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방어하는 것이다. 생각을 두 가지로 분류시켜보자. 개인의 머릿통 속에서 타인과 교류될 필요가 없는 생각을 망상으로, 타인과 교류될 필요가 있는 생각만 생각으로 분류해보자. 회사에서는 망상능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생각의 전달도구로 글이 최고라는 데에 누구도 반박할 수 없다. 두뇌와 연결되어 있는 언어는 음성언어와 문자언어 두 개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둘은 생각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음성언어는 시간적으로 일시적이며, 전달매체가 효과적이지 않으며, 다시 읽어드리는 과정에서 linear 재생을 거쳐야 하기에 시간의 제한을 받는다. 또 저장과 관리 분류를 컴퓨터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규모있는 확장이 불가능하다.
반면 글은 직관적이고, 정리가 가능하며, 편집이 용이하고, 컴퓨터를 통한 처리능력을 확장시킬 수 있고, 시간과 물리적인 한계에 제한되지 않으며, 글을 쓰고 읽는 사람 모두 그 전달속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등 장점이 무궁무진하다. 때문에 우리는 애초부터 글로 생각해야 한다. 더군다나 우리의 일은 육체노동없는 정신노동만으로 일하고 있다. 정신노동은 곧 생각이고, 생각의 도구는 글이다. 결국 글이 우리의 기본적인 업무도구인 것이다.
더듬이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 아바타의 나비족처럼 머리끄덩이를 잡아 붙여다가 소통할 수 있으면 참으로 좋겠다. 송신속도도 높아지고 데이터 손실률도 줄어들 것이다. 또는 스타트렉의 벌컨족처럼 얼굴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기억과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도 괜찮겠다. 아쉽게도 난 그런 첨단 더듬이를 달고 태어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말과 글을 통해 소통한다.
언어란 게 다 뭔가? 내 머리통 안에 들어있는 정보를 타인의 머리통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거치는 과정이다. 여러 전달 수단 중 말과 글이 있는 것이다. 말을 많이 하면 입이 아프고, 글을 많이 쓰면 손가락이 아프다. 더듬이가 여러 측면에서 우월하다. 말이라는 게 얼마나 원시적이고 제한적인 소통 수단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우리를 몰아넣은 것만으로도 부족함이 증명된 셈이다. 더듬이가 있었다면 이런 글을 쓸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속이 터지지만 어쩔 수 없다. 차세대 첨단 더듬이가 테크크런치에 소개되고, 실리콘밸리 머니를 투자받은 후, 임상시험을 거치고, 시중에 유통되어 얼리어답터들의 피드백을 반영함으로, 3번째쯤 버전으로 고도화된 뒤, 중국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가격안정권에 들어서야, 나 같은 천민도 구매할 수 있을 텐데 이번 생에 구경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선 말이나 글이라도 제대로 활용해야겠다.
언어의 다양함은 사고의 폭을 넓힌다. 반대로 언어의 제한적인 활용은 사고의 폭을 좁힌다. 감정의 폭도 좁힌다. 라고 믿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어휘의 단조로움은 미개함이다. 야만이다. 문명의 적이다. 인간 문명의 발달이 언어의 발달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문명의 방향은 어휘를 잘게 쪼개는 쪽으로 향한다.
아이는 꿀밤을 맞으며 말을 배운다. 한 아이가 옆집 아저씨를 “아빠”라 불러 엄마에게 꿀밤을 한 대 맞는다. 사람을 칭하는 단어가 ‘아빠’, ‘엄마’ 뿐인 줄로 알았던 탓이다. 그제야 집에 사는 남자는 ‘아빠’, 집 밖에 사는 남자는 ‘아저씨’라는 개념을 습득한다. 다음날 만난 한 고등학생을 “아저씨”로 불렀다가 한 대 더 맞는다. 집 밖에 사는 남자가 늙었으면 ‘아저씨’, 젊으면 ‘형’이라고 개념을 쪼갠다. 개념을 쪼개지 못하는 것은 신생아의 미숙함이다. 야만이다. 문명의 적이다.
바이럴 영상
영상제작 거래중개를 시작한 지 8개월이다. 제출되는 포트폴리오 대부분 제목 뒤에 ‘바이럴 영상’이라고 붙어 제출된다. 800개 중 300개가 자칭 바이럴 영상임을 주장한다. 이 어휘는 죽었다. 사용할수록 의미가 정의되긴커녕 모호해진다. 의미를 쪼개고 구체화하긴커녕 허상으로 포장된다.
바이럴 영상이라는 표현은 분별력을 잃었다. 이젠 거의 모든 것에 바이럴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배우가 출연하는 광고부터 모션그래픽 광고까지, 형식을 불문한다. B급 유머코드 광고부터 울음유발 공감 광고까지, 스타일을 불문한다. 판매촉진 비디오커머스부터 기업 브랜드 CF까지, 장르를 불문한다. 2억 규모 제작비에서 50만 원 싼마이까지, 너도나도 바이럴을 갖다 붙이기 바쁘다.
바이럴 영상의 본래 정의는 ‘소비자에 의해 자발적으로 확산되는 영상’이다. 자발적 확산을 이루지 못했다면 바이럴 영상이 아니다. 이 표현은 결과를 나타내는 용도보다 미래 지향적인 용도로 더욱 자주 사용된다. “자발적인 확산을 목표로 하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가 너무 길기 때문에 줄여 말한다. 이런 의도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목적 달성에 실패한 영상까지도 바이럴 영상으로 불릴 때 문제는 발생한다.
자칭 바이럴 영상이라 주장하는 영상 100개 중에서 실제로 바이럴 성과가 있었던 것은 1개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가 워너비에 파묻혔다. 1개의 실제 바이럴 영상을 바이럴 영상이라 부르면 나머지 99개의 영상과 동급으로 여겨진다. 실제 바이럴 영상을 칭할 방도가 사라졌다. 타인의 성공을 빌어 입고 자신을 포장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끝내 한 단어를 죽이고 말았다. 이기적이었던 그 사람들을 찾아내서 꿀밤을 때리고 싶다. 정의(定義)의 꿀밤으로 어휘의 세분화를 거치도록 강제하고 싶다.
개념 정의 기능이 부족한 어휘는 성장을 멈추고 소멸하는 게 보통이다. 또는 다른 표현으로 대체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미 죽을 때를 한참 넘긴 어휘가 왜 아직도 펄펄 날뛰는지 나는 이해되지 않는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방대한 개념의 어휘 때문에 곤혹스럽다. 미스케이션이 난무한다. 의사 소통 단계가 늘어난다. 업체 검증 기간이 길어진다. 제작 회의는 난항을 겪는다. 실컷 만들었더니 이건 아니랜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댄다. 느낌적인 느낌으로다가 기가 막힌 작품을 기대하라더니 웬 엉뚱한 걸 만들어 놨댄다. 프로젝트는 파멸로 향하고 각자 민사소송을 준비한다. 그 지경을 겪고도 어째서인지 언어습관은 바뀌지 않는다.
떠들기만 하는 놈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캤다. 영상산업의 언어 정화를 위해 발을 벗는다. 적어도 내가 만든 플랫폼 안에서는 모호한 어휘의 남용을 허용치 않는다. ‘바이럴 영상’을 적폐로 공표하고 척결에 나선다. 300개에 육박하는 자칭 바이럴 영상의 제목을 일일이 수정한다. ‘웹 CF’, ‘소셜미디어 최적화 영상’, ‘병맛나는 연출’, ‘공감유도영상’으로 더욱 세분된 명칭을 부여한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값진 야근을 했다. 사회적인 약속을 파기하는 언어 습관을 일부라도 정제시켰다. 첨단 더듬이가 없는 이상, 이게 나의 최선이다.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에 집착이
지나칠 정도로 까탈스러운 원칙주의자가 운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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