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박사 박박사 박프로님 피팅 후기

우리는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이런 시대에는 올바른 정보를 분간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자전거 피팅에 대한 정보는 식품, 금융에 이어서 3번째로 쓰레기정보가 넘쳐나는 영역이 아닐까 싶다. 진짜 정보는 찾기 더욱 어려워진다.

피팅에 관해서도 여러 계파가 있다. 첫째, 절대피팅신봉자 혹은 만사피팅해결주의자다. 이들의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어서 한마디 질문만 되물어도 자신의 모순에 스스로 막혀 벙어리가 된다. 그건 그저 광신이 아닌가 싶다. 둘째, 산업이다. 만사피팅해결주의자를 만드는 것이 산업이다. 산업이라 함은 생산자와 유통자를 함께 일컫는다. 이들은 모든 대화를 구입 혹은 교체로 귀결시킨다. 나는 의도를 전제에 깔고 접근하는 사람과는 대화하지 않는다. 결론이 바뀌지 않을 거라면 말을 섞을 필요가 없다. 셋째, 신체해부학주의자도 있는데 이들은 불필요할 정도로 전문적인 지식으로 오히려 편협하게 신체의 사이즈에만 집중한다. 필드에서의 라이딩을 고려하지 않은 물리치료사에게 조언을 듣고 싶진 않다. 피팅 가격은 또 제일 비싸요. 넷째, 프로선수들이다. 이들이 피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입장은 대부분 비슷하다. 각자의 주장이 서로의 주장을 보완하고 뒷받침한다. 그들의 주장엔 이론적 배경과 근거가 뒤따른다. 실제로 자신의 몸 혹은 동료의 몸에 실험했던 경험까지 있다. 처방은 절대적이지 않고 융통성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말하는 것보다 많이 들었다. 피팅에 관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내가 filter-in 시킬 정보는 네 번째 부류의 것이다.

나는 자전거의 세팅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피팅’이라고 검색하면 자전거 세팅에 관련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정상 범주에 들어가는 각 파츠의 위치나 신체관절의 각도를 맞추는 건 시간만 들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정확하진 않더라도 아주 모자라지도 않다. 하지만 그건 피팅이 아닌 세팅이다. 나는 세팅을 넘어선 피팅을 원한다. 내가 신청한 피팅이 세팅에 그칠까봐 난 그동안 피팅을 받지 않았다.

오늘 아이윌사이클링을 찾은 것도 세팅을 넘어선 피팅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팅을 넘어선 무릎통증의 근본적인 문제해결까지도 기대했다. 무릎통증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이론과 경험을 쌓기엔 충분한 시간이 없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시행착오를 감당하기엔 건강에 위협이 가해질 우려가 있었다. 본격적인 시즌온에 앞서 오늘 딱 한시간만 써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기대 이상이었다.

박프로님과 나는 한시간 동안 신나게 웃고 떠들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박수를 쳤다.

 

세팅을 넘어선, 피팅을 넘어선, 통증해결을 넘어선, 라이딩코칭까지 받고 왔다. 자전거 세상의 새로운 차원을 발견했다.

들은 것, 해결한 것, 느낀 것 등, 내가 이해한 만큼만 나의 언어로 다시 써본다.

 

 

개요

자전거의 목적은 적은 힘으로 / 더 빠르게 / 더 멀리 가는 것이다. 이 세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을 “주행효율”이라 부른다. 주행효율은 종합적인 결과다. 주행효율을 높이는 데에 수많은 요인들이 작용한다. 심폐능력, 근력, 근지구력, 페달링효율 등이다. 이런 요인들을 향상시키면 실력은 몇 배로 향상시킬 수 있다. 신체적인 것 이외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있지만 크지 않다. 기재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향상시킬 수 있는 주행효율은 기껏해봐야 5% 내외다.

 

클릿과 페달

모든 피팅의 시작은 신발과 클릿에서 시작한다. 다른 지점을 잡아놔도 클릿이 조금만 변해도 모든 것이 틀어진다. 그래서 클릿부터 잡아야 한다.

Q. 오다리다. 큐팩터에 영향을 미치는가? >> 큰 영향 없다.

Q. 일단 큐팩터는 최대한 넓혀 놓았다. 그리고 발목을 사용하지 않도록 클릿은 약간 뒤로 위치시켰다. >> 잘했다. 큐팩터 최대한 넓혀두자. 이 신발은 엘리트들이 신는 신발이다. 바깥으로 웻지도 들어가있다. 다른 신발보다 1도 이상 세워져 있다. 엄청 큰 차이다. 그리고 클릿의 중앙점 위치가 다른 신발보다 절반가량 앞에 있다. 중간에 맞춰도 다른 신발 최대한 앞에 있는 것과 같은 위치인 것이다.

Q. 발볼 기준으로 맞추라는 식으로 절대공식이 있다고 얘기하는데 나는 지금과 같은 요인들을 고려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맞다. 신발마다 이렇게 차이가 큰데 클릿의 위치를 발 기준으로 잡을 수 없다. 그런 주장을 만든 사람은 한가지 신발만으로 테스트 했을 거다.

 

와트바이크

왼발이 더 강하다. 55%. 당기는 힘에는 차이가 없다. 밟는 힘에서만 차이가 난다. 이 차이는 토크형 주행으로 바꾸면 줄어든다. 토크형이 익숙한 것이다. 익숙하고 좋은 수치가 나오는 주법을 우선으로 세팅해야 한다.

 

프레임, 피팅, 신체 특이성

프레임은 두 치수 작은 걸 타고 있다. 원래라면 피팅 자체가 안 될 정도다. 종아리가 긴 편이라 자전거를 타기에 좋은 비율이다. 이런 비율은 자주 보지 못했다. (립서비스였던 것 같다.) 이런 비율이라면 피팅을 폭넓게 소화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라면 밟는 힘점이 다운튜브부터 시작되지 못한다. 안장을 조금 더 뒤로 빼서 큰 근육을 사용하게 만들어보자.

>> 나중에 프레임을 교체하게 된다면 이탈리아나 미국 브랜드는 피하는 것이 좋다. 싯튜브 각도가 세워진 편이라서 안 맞을 것이다.

>> 핸들바는 리치가 짧은 게 좋겠다.

>> 안장 높이는 5mm 낮추긴 하지만 코스에 따라 조정하면서 타시라.

 

호흡

작년의 호흡 왼(후)오왼오왼(후)오왼오왼(후)로 탔다. 왼발을 밟을 때 호흡을 맞추던 습관이 있어서 왼다리에만 무리가 갔고 왼다리만 성장했다. 이후 왼(후)오왼오(후)왼오왼(후)오왼오(후)로 바꿨다.

>> 페달링 타이밍에 호흡을 맞추면 편하긴 할텐데 좋은 방법은 아니다. 자주 쓰진 마라. 근력의 한계에 심폐능력이 갇히거나 반대로 심폐능력의 한계에 근력의 한계가 갇힐 수 있다. 산소를 충분히 흡입해야 젖산역치가 늦게 온다. 그리고 에너지로 전환한다. 뱉는 데에 집중해라. 뱉으면 들이쉬는 것은 자동이다.

>> 페달 몇 바퀴 돌릴 동안 천천히 4~5초 길게 다 뱉어라. 후~~~~~~ 길게 뱉어 줘라. 그럼 페달링과 호흡의 박자가 깨지게 된다. 지금 당장은 이 방식이 도움 될 거다.

 

무릎 통증

>> 관절이 아프다는 것은 관절에 연결된 수많은 근육에 의한 것이다.

 

나쁜 페달링 습관 교정

오른 다리가 올라올 때 안으로 모이는 습관 >> 외전근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케이던스 페달링을 할 때 발을 안으로 밀어 넣으려는 습관(노후된 스피드플레이 수평유격 없애려던 습관) >>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밀어 밟는 데에만 집중하면 된다. 발가락에만 집중하면 모든 것은 맞춰진다.

오른 발꿈치가 많이 내려가며 발목이 꺽이는 습관 >> 안장을 뒤로 빼고 토크형 외전근 주법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상사점이 너무 이르고 하사점이 너무 늦어서 오른다리 페달링 중 무릎이 꺽여버리는 현상 >> 돌리는 걸 의식해서 그렇다.

 

내전근과 외전근

근전환을 하지 않으면 한가지 근육만 사용해야 한다. 한 가지 근육으로는 성장할 수 있는 한계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무리가 온다. 그래서 절대 피팅은 없는 것이다. 근육의 효율, 페달링의 효율을 높일 수 있으려면 한 자전거 위에서도 다양한 주법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자세가 좋고, 이 각도여야 한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한계에 가두는 꼴이다.

클릿을 딛고 섰을 때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고 딛으면 무릎이 모이고 무릎 안 쪽의 내전근이 자극된다. 새끼발가락에 힘을 주고 딛으면 무릎이 벌어지고 바깥 쪽 외전근이 자극된다. 중간에 힘을 주면 대퇴직근 전체가 자극된다.

토크형주법에서는 5 : 2 : 3의 비율로 근육을 전환시키는 것이 좋다. 외전근을 많이 쓰는 것이다. 케던형 주법에서는 3 : 2 : 5의 비율이 좋다. 내전근을 더 많이 쓰는 것이다.

 

코어와 다리근육

전면코어는 앞에 보이는 복근이다. 안장 앞에 앉아서 움추리듯 자세를 취하면 자연스럽게 전면코어에 힘이 들어간다. 보디빌더 복근자랑 포즈처럼. 이 때의 페달링은 내전근위주로 당겨서 굴러가듯 이뤄진다. 다리와 복근을 이어주는 장요근이 페달링에 쓰이게 된다.

후면코어는 스쿼트 근육이다. 스쿼트 하는 것처럼 자세를 취하고 외전근을 주로 사용한다. 가장 큰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시킬 수 있다.

 

페달링과 근육

월드클래스 선수들의 폼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자세를 찾아야 했다. 그 자세는 이미 몸이 알고 있었다. 몸이 아는 자세를 지워버리고 몸에 맞지 않는 자세로 타려고 했다. 그러니 2년을 타도 북악 기록을 겨우 1분 30초 밖에 못 줄인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탔던 그 때,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주행했다.

굴려야 한다는 생각을 너무 의식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안장 뒤에 앉아 후면코어를 사용하고 스쿼트하듯이 밀어내는 데 집중하면 큰 근육으로 12시부터 5시까지 힘을 줄 수 있다. 앞으로 당겨 앉으면 자연스럽게 밀어 밟는 구간은 줄어들고 작은 근육들로 당겨서 굴리는 페달링이 된다.

당기는 근육은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들이고 크기도 작기 때문에 오랫동안 무리하면 안 된다. 오금에 부상을 입으면 회복도 어렵다.

안장의 위치를 바꾸고 발의 어느 부분에 힘을 주는지만 생각하면 근육의 사용은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발목도 더 이상 접히지 않는다.

한국인들이 보통 토크형이 많다. 토크형이라고 토크만 타는 건 아니다. 비율의 조정이다. 토크형으로 70%를 타고 30%를 케이던스로 타라. 고속주행을 하거나 경사가 높은 업힐에서 케이던스형을 사용해 공력한다. 맞바람이나 약업힐, 장거리 주행에 토크형을 사용한다.

토크형 주법에서는 새끼발가락에 힘을 주고 외전근을 사용한다. 무릎바깥에서 골반 바깥으로 이어지는 근육에 무리가 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을 주동근으로 쓴다. 이때 당기는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 미는 데에만 집중하면 몸은 자연스럽게 리듬을 찾는다. 바깥쪽 근육을 쓰기 때문에 몸이 좌우로 크게 흔들린다. 자연스러운 리듬이다. 바닥에서 샤카샤카 파워전달되는 소리가 기분좋게 들린다.

 

걱정과 우려가 사라졌다. 더 자신감 있게 밟을 수 있게 되었다. 더 강한 부하를 신체에 가할 수 있게 되었다. 더 강한 운동강도는 더 큰 성장을 견인할 것이다. 더 큰 성장을 이루면 5월엔 4.0watt/kg 가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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