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많이 보면 정신이 피폐해진다

공급이 부족했을 때에는 필요에 의해 소비했다. 90년도에 접어들자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소비는 더이상 자연적으로 늘어나지 않았다. 경제는 계속해서 성장하고자 하기에, 인위적으로 소비를 늘릴 방안을 강구했다. 광고 기법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더 나은 제품이라고 주장해 보았다. 합리적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라고 하니 현명하신 분들이 조금 더 사주셨다. 이 제품이 당신의 결핍과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이라며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줬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하던 사람들은 들뜬 마음으로 속아주었다. 진정성을 담아 감성에 호소하기도 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적선했다. 수려한 이미지를 브랜드에 덧씌워 이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며 현혹했다. 자신의 결핍에 유난히 신경 쓰던 자존감 낮은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지갑을 열었다.

아! 팔고 싶다! 미치도록 팔고 싶다! 자, 가만… 생각을 해보자. 팔릴려면 사주셔야 한다. 사려면 필요하다고 생각해야 하겠지. 필요하도록 생각하게 만들려면? 그렇다! 이 게임은 필요하지 않은 것을 필요하도록 생각하게 만드는 게임이었던 것이다. 진짜 필요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나, 필요하다고 착각하거나, 사기만 한다면 매한가지 아닌가? 비용을 지불하는 그 순간까지 착각의 상태를 유지시키기만 하면 그만인 것이다!

타인을 통제하는 manipulation 중 최근 익히 알려진 기술이 있다. 가스라이팅.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스스로 의심을 갖게 만들어 자기 통제력을 잃도록 만든다. 지배하고자 한다면 대상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대상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선 우선 두뇌에 침투해야 한다. 두뇌 침투와 지배력 약화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는 효과적인 소구법은 공포소구다. 판매자놈들은 무례하게도 이런 말을 잘도 건넨다.

건강이 안 좋으십니까? 성공하지 못하셨습니까? 노후 대비가 안 되어 있습니까?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않으십니까? 트렌드에 뒤처지진 않으셨습니까? 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입니다. 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아주 위험합니다. 당신의 모든 문제는 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아서 생겼습니다. 당장 지갑에서 돈을 꺼내지 않으면 당신은 위험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삶에 희망이 없어질 것입니다. 이 제품을 구매하지 않은 당신은 초라하게 죽어갈 것입니다.

광고 카피라는 게 뭐 대단한 게 있는가. 이토록 무례한 발언을 험하게 들리지 않도록 바꿔내는 일이다.

지푸라기를 1억에 판매하는 비결을 나는 알고 있다. 사람을 물에 빠트리는 것이다. 그리고 지푸라기를 건네면서 가격을 1억으로 책정한다.

하지만 이 방식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생존권을 위협하기에 아마도 위헌일 것이다. 세일즈와 강도짓의 차이는 지갑에서 현금이 빠져나갈 때, 자의에 의해서 이뤄졌는지 타의에 의해서 이뤄졌는지로 구분할 수 있다. 상대방의 두뇌에 침투해 판단을 조직하는 행위는 분명 강도짓 만큼이나 흉악한 일이지만 현행법상으로는 합법이다.

가스라이팅당한 소비자들은 자의적으로 자신의 가치판단 기준에 따라 합리적으로 지출을 주체적으로 결정했다고 착각한다. 착각할 만하다. 경제성장과 GDP갱신이라는 범지구적 기조아래 법, 정치, 학문, 교육, 가정, 종교, 언론, 미디어, 문화가 합심해 소비를 조장하고 있다. 제정신을 차리기 어려운 세상 아닌가. 속는게 정상이고, 안 속아주는 내가 비정상이다.

??? : 니는 니 대로 살아라(live) 내는 내 대로 살게(buy)필요한 것은 없다.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의 대부분은 가짜 필요들이다. 의식주 외에 무엇이 그렇게 더 많이 필요하단 말이냐.

know what to know

know what 교육과정을 마칠때쯤 know where 중요하다고 하더니
이젠 know what to know 중요한 시대가 되어부렀다.

배움의 속도는 0으로 수렴하기 what to know 올바르게 인지하는 순간, 배움을 완료한 상태, 지식과 지혜가 반영된 시스템, 시스템을 통해 도출하는 결과까지 정해질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지식의 계보를 파악하고 올바른 셀프 맞춤 커리큘럼을 세우는 것은 빠른 학습속도보다 우선적으로 충족시켜야 하는 조건이 되었다.

시대를 맞이하는 지금이지만
다음의 시대도 같은 거리만큼 가까워졌으리.
다음은 분명 adoptation, amalgamation 시대일 것이리라 감히 예상해본다.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떤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가?

남이 잘 된 이야기를 들으면 배가 아프다. 매출이 높다고, 이익이 크다고, 직원이 늘었다고, 투자를 받았다고 하면 배가 아프다.

다행히도 복통은 일시적이다. 타인의 행복에 배알이 꼴리는 반사적 반응은 막을 수 없다. 하지만 보양식을 공급한 뒤 한 숨 자고 일어나면 금새 낫는다.

조목조목 따져보면 부럽지가 않어.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 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전혀 부럽지가 않어. 내가 그 일을 할 생각이라도 할라치면 소름이 막 끼쳐. 오싹해져. 지금 내 인생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져.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아마도 나는 일에 대한 가치기준이 더 명확해지고 있는 것 같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고 성과가 뛰어나 보여도 그 속성이 저급한 것이 있고,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어떤 이도 부러워하지 않지만 그 속성이 숭고한 것이 있다.

하면 안 되는 일부터 구분해본다.

 

1. 앵벌이

잘나가는 누구 밑에서 일하기, 로또 당첨되기, 구걸하기, 정부지원사업으로 연명하기.

돈을 벌려면 그릇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이런 앵벌이들은 그릇을 키우지 않고 들어오는 돈만 키우려고 한다는 점이다. 본인 또한 자신의 그릇보다 큰 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앵벌이로 돈을 크게 벌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배가 아프다. 하지만 복통은 금새 낫는다. 작은 그릇에 담기지 못하고 흘러 넘칠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앵벌이로 돈을 크게 버는 기회를 맞이하게 되는 것은 외려 불행이다.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에 대해 완전히 오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2. 수동적 용역

모든 회사는 클라이언트가 있다. 그래서 태생적으로 을이다. 이 일을 반복하다보면 갑질을 감내하는 것이 을질이라고 믿게 된다. 을질을 잘해서 돈을 벌었다고 하는 소식을 들으면 배가 아프다. 하지만 복통은 금새 낫는다. 그 크기가 작거니와, 그 이상으로 키우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을의 입장에 있으면서도 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 거래의 결정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사업의 성패는 갑이나 외부 요인에 의해 결정되게 된다. 누군가의 요청에 의해 공급만 하다가보면 산업 내에서의 결정권을 가지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될 경우 더욱 수동적으로 누군가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고 착각을 하게 된다.

 

3. 밑빠진 독

시스템화할 수 없는 일은 개선할 수 없다. 개선하지 못하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개선하지 않은 상태로 돈을 벌었다는 소식도 들으면 배가 아프다. 하지만 복통은 금새 낫는다. 비효율과 손실을 감안할 정도로 큰 input을 투입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었다면 분명 몸 어딘가가 망가지고 있을 것이다.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미래 수익은 고정적이다. 다른 사업체들은 개선한다. 남들은 개선할 때 나는 개선하지 못하면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그 역할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개선이 가능하다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은 밑빠진 독의 구멍을 메울 생각은 않고 더 열심히 들이 붓기만 한다.

 

4. 맨손

문명과 인프라를 활용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도구없이 맨몸으로 하지 않는다. 우리 선조가 발전시켜온 문명의 혜택 위에 우리는 역량을 펼친다. 도시의 높은 산업밀집도, 정보통신의 인프라, 신뢰를 바탕으로 세워진 거래규약, 도구와 기술의 보급, 직무적으로 훈련된 인력을 활용해 우리는 사업을 구성한다. 바퀴와 인터넷을 새로 발명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발명을 하는 게 아니라면 나머지는 발명된 것들을 현 시대와 상황에 맞게 구성해내는지의 싸움이다. 문명과 인프라를 활용하지 않고 돈을 벌었다는 소식도 들으면 배가 아프겠지만, 이 소식은 들어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이렇게 구분하면 부러워보이는 일 90%는 부럽지 않게 된다.

우리는 불만종자다.

우리는 만족을 모른다. 강하게 열망하던 대상도 소유하게 되면 흥미를 잃는다. 강하게 추구하던 목표도 달성하게 되면 만족감은 급격하게 추락한다.

우리는 이런 성향 때문에 만성적 불만족에 시달린다. 이미 가진 것과 이룬 것을 보는 것으로는 만족감이 충족되지 못한다. 열망은 가지지 못한 것을 향해 생긴다. 이미 가진 것에 대해서는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성향 덕분에 인간이라는 종은 위대한 문명을 이룩했다. 개인은 불안과 권태에 고통받지만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고 변화를 만들기 위해 쉴새없이 움직일 수 있다.

인간은 세 가지 의지를 가지고 있다. 생존의지, 증식의지, 개선의지다. 생의지가 있어야 일단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생존의지는 모든 생명체가 가지고 있다. 증식의지가 있어야 대를 잇고 다음 세대가 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거의 모든 생명체가 가지고 있다. 증식의지가 있기에 개척을 했고, 지구를 다 개척하고 나니 인류는 화성으로 가겠다고, 미시의 세계로 가겠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개선의지가 있기에 그 모든 일을 해낸다. 개선의지는 인간만 가진 고유한 의지다. 개선의지가 있기 대문에 더 나은 세상을 추구하고, 기술과 문명을 발전시킨다. 개선의지가 없다면 인간은 그저 짦은 시간 살아 숨쉬다 생을 마감하는 생물학적인 존재들과 차이가 없을 것이다.

초기화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야.

운동을 쉬면 퍼포먼스가 떨어진다. 꾸준히 하면 오르고 멈추면 떨어진다. 이 컨디셔닝의 공식이 얼마나 정직한지 오늘날 운동생리학자들은 이를 수치화해서 정확하게 예측해낸다. 강도,빈도,지속시간 세 요소를 측정해 총 운동성과를 수치로 나타내기도 하고 각 요소의 비중이 얼마나 다른지 분석해 성과마다의 특성을 회귀도출하기도 한다.

성장의 속도란 어느 정도 달성한 후로는 그 속도와 기울기가 점차 완만해진다. 정비례해서 계속 증가할 순 없다. 정말 일분일초의 낭비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쏟아놓는 인간의 최선의 노력까지 쥐어짜내고 전세계인이 주목하는 상황에서 정신력까지 극도로 끌어올려 초월적인 능력까지 발휘하는 올림픽리스트의 신기록이 한계라고 한다면 그것에 근사해질수록 차이는 작아진다. 이 상태에서는 최대한의 노력을 들이부어도 성장은 이뤄지지 않고 현상유지만 할 수 있다. 노력과 성과가 완전한 균형을 이루는 상태.

그래서 정체기를 만나면 재미가 없다. 더 나아져야 재미를 느끼는데 열심히 해도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니 외적동기와 내적동기가 모두 상실된다. 계단식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믿어서 조금은 버틸 수 있지만 한동안 지나도 그 성장마저 보이지 않는다면 노력대비 성장은 불가하고 심지어 최대한의 노력을 들여도 퍼포먼스는 오히려 하락하는 경우도 가끔 발생한다. 성장을 위해 필요한 역치값은 계속 높아지기 때문에 성장을 이끌기 위해 들여야 하는 점진적으로 과부하의 정도는 계속 커지기만 한다.

온 종일 운동만 하는 전문스포츠맨이 아닌 우리들은 생업을 꾸리느라 운동빈도가 뜸해질 때가 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퍼포먼스의 한계치가 빠르게 찾아온다. 게다가 추워지는 겨울이면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생기니 좋은 변명거리 삼아 운동을 쉬고, 어김없이 초기화가 진행된다.

초기화가 있기에 급진적인 성장의 기울기와 그 과정에서 찾아오는 자기효능감을 반복해서 느낄 수 있다. 한 종목의 달인이 되어버리면 성장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 종목을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거의 모든 종목을 다 섭렵해버려 성장쾌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운동하는 것만으로 다시 가파른 성장을 할 수 있다. 초기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제로점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은 얼마나 다행인 것인가.

초기화를 받아들일 때 초기화 전의 최대 퍼포먼스를 기준으로 잡으면 안 된다. 그건 작년의 최대치였다. 그 결과는 4,000키로의 라이딩 마일리지라는 인풋이 있었기에 도달할 수 있었던 아웃풋이었다.

아예 운동을 하기 전의 시점을 제로점으로 잡자. 너무 처음보다는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즈음, 그러니까 자전거라면 클릿슈즈를 처음 꽂던 시점, 달리기라면 런닝팬츠를 처음 산 시점 정도가 되겠다.

인간은 본디 학습에 재미를 느낀다. 모르는 정보를 아는 것도 그 정보를 통해 내 사냥실력이 늘어는 것도 재미를 느낀다. 그렇게 배움에 재미를 느낀 조상들만 살아남아서 700만년동안 대를 이어왔기 때문에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배움이 재미없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현대 교육 때문이다. 배움을 교육과 학습으로 구분해보자. 사전적 정의는 다르지만 나는 이 둘을 능동수동으로 구분한다. 학습주체가 능동적이면 학습이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교육이다. 교육은 선생이 있어야하고 학습은 스스로가 선생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쪽이든 배움은 본디 재밌는 것이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전공은 다양해져서 사람마다 배움의 성과가 덜나오는 분야를 재미없게 느낄 뿐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잘 맞는 분야를 찾기만 한다면 누구나 배움에서 재미를 느낀다.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하는 아이들도 공부엔 집중 못하지만 게임엔 누구보다 집중을 잘한다. 공부는 적성에 맞기 어렵지만 게임은 누구에게나 적성이 잘 맞다. 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게 문제일 뿐. 게임이 적성에 잘 맞는 이유는 그렇게 디자인되었기 때문이다. 게임기획자들은 인간이 어떻게 재미를 느끼는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연구해 게임의 요소로 구현해낸다. 그리고 그 요소 중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가 배움과 성장이다. 재미있을 수 밖에 없도록 겨냥해서 디자인했으니 재미가 없을 수 없을 수 밖에.

그런 게임에서도 초기화 개념은 있다. 육성과 성장에 한계를 느끼는 것을 알게 되자 게임 기획자들은 한 캐릭터를 계속 성장시키기보다 매 게임마다 반복성장시키기로 했다. 매판 1렙부터 새로 키워야 하는 롤은 매판 짜릿해 최고야 늘 새로워. 성장을 통한 만족감이 가장 특화된 게임은 idle장르다. 자원을 캐서 그 돈으로 업드레이드하고 효율을 높여 다시 자원을 더 모으길 반복하는, 또는 전투력을 키우길 반복하는 이런 유형의 게임은 게임의 작동원리가 어느 정도 파악되기 시작한 순간 재미가 없어진다. 게임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 눈에 들어오는 순간 현타가 오더라.

직선적인 게임 진행방식을 정기적으로 초기화시켜 같은 게임도 새로운 게임이 되는 것이다. 열배나 많은 세계를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한 콘텐츠로 열 번을 반복시킬 수 있으므로 생산성도 좋다. 모두 초기화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라이트유저는 세계에 발을 담궈본 것만으로도 충족시키고, 헤비 유저는 초기화를 반복하며 열배의 플레이타임을 즐겨도 만족스럽게 게임할 수 있다. 이전과 똑같은 반복을 하게 된다면 재미가 없겠지만 이전에 어렵게 깬 것을 쉽게 깨부수게 되면서 자기효능감을 느낀다. 1.5배 정도 강해지게 해주는 것만으로 엄청 만족스러워진다. 환생 개념도 초기화고 부케 생성도 초기화고 시즌제로 돌리는 것도 초기화다.

초기화를 시킨 다음엔 게임의 양상이 달라진다. 성장결과의 정도가 아니라 성장의 기울기, 즉 성장의 속도에 재미를 느끼게 된다. 초기화도 반복하다보면 초기화를 극복하는 데에도 속도가 붙는다. 초기화를 극복하는 데 처음에는 3주가 걸렸다면 그 다음 초기화극복엔 보름밖에 걸리지 않고 그 다음엔 열흘 정도면 본격적인 운동강도를 받아낼 정도의 몸 상태가 준비될 것이다. 잔차 타는 사람들은 이걸 몸이 올랐다고 표현하더라.

그러니 초기화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초기화가 없다면 우리는 성장 기울기가 완만해져버린 영역 속에서 아무리 과부하를 먹여도 보상은 조금밖에 못 얻는, 게임을 할수록 재미가 없어지는 삶을 살아야 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성장의 연속이다.
내 삶에 생기를 다시 불어넣기 위해 지난 5개월 유산소를 끊었었다.
게을러서 안 뛴게 아니라니까요?

기업활동이라는 게 별것 없다.

기업활동이라는 게 별것 없다. 문제를 찾아 푸는 일이다.

경쟁력이라는 게 별것 없다. 남들보다 문제를 잘 푸는 것이다.

조직이라는 게 별것 없다. 더 큰 문제를 풀려고 모인 여럿이다.

운영이라는 게 별것 없다. 이미 아는 문제를 빨리 많이 푸는 것이다.

전략이라는 게 별것 없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려고 머리 쓰는 것이다.

고객이라는 게 별것 없다. 내가 풀 수 있는 문제로 끙끙 앓고 있는 사람이다. (돈 주는 사람 아님.)

마케팅이라는 게 별것 없다. 문제 잘 푼다는 걸 고객에게 이해시키는 일이다.

비즈니스모델이라는 게 별것 없다. 문제를 풀어주니 고객이 너무너무 고맙다며 돈을 주고싶어 안달 났기 때문에 냉큼 받아내는 일이다.

(지나치게 복잡하고 심각하게 생각하던 나를 위해 정리)

 

— 덧붙임 —

문제해결 프레임워크를 이해하는 데에 2년 걸렸다. 익숙하게 활용하는 데에 2년 더 걸렸다.
가치의 창출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에 5년 걸렸다. 가치를 창출하는 데에 2년 더 걸렸다.
고객 중심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데에 7년 걸렸다.

파일럿의 태세에 따라 게임의 목표/규칙이 바뀐다.

네 살 조카를 보러 갔다가 큐브를 만졌다. 바삭거리며 돌아가는 플라스틱 구조물이 내 오기를 자극했다. 일 년 만에 만난 조카는 안중에 들어오지 않았다. 큐브만 한 시간 만졌다.

이 재밌는 걸 왜 마흔 직전에야 알게 된 걸까?
이 재밌는 걸 왜 우리 엄마는 안 사줬던 걸까?

조카는 하늘같은 삼촌에게 장난감을 양보하지 않았다.
흥치뿡!
나도 하나 샀다. (사실 두개 샀다)

 

큐브가 처음 도착한 날, 13시간을 꼼짝 않고 앉아서 물 두 잔만 마시면서 큐브를 만졌다. 이튿날 되어서야 처음으로 공식을 보지 않고 큐브를 맞출 수 있게 되었다. 사흘째 1분대로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자기 전에 잠시만 만지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리니 새벽 세시였다. 내 핸드폰 노트엔 이런 기록이 남겨져 있다.

02:30 / X / X / 03:05 / 02:54 / X / 02:12 / 02:42 / 02:40 / 02:58 / 02:23 / 01:48…..

 

처음엔 해결방법을 찾아내는 추론과 관측 행위였다. 지금은 수행의 숙달을 훈련하고 있다. 닷새 전에도, 오늘도 나는 같은 큐브를 만지고 있지만 다른 종목에 임하고 있다. 처음엔 퍼즐이었지만 지금은 스포츠를 하고 있다. 다음주엔 또 다른 종목이 열릴 것이다. 새로운 해법을 익히게 된다면 새로운 차원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어떤 종목에 임하는지는 게임의 종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파일럿에 의해 종목은 달라질 수 있다.
어떤 태도로 임하는지에 따라 게임의 규칙이 달라진다. 게임의 목표가 달라진다.

 

자전거도 파일럿에 따라 다양한 종목이 된다. 신체단련, 한계극복, 스릴질주, 기록갱신, 경쟁과쟁취, 친목도모, 맛집투어, SNS콘텐츠창작활동, 심신수련, 사유의시간, 자연체험 등 파일럿에 따라 다양하다. 탈 때마다 새로운 라이딩의 맛을 발견하게 된다.

사업은 일반적으로 위험도가 높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나에게 사업은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다. 나는 쫄보 기질이 강했고 사업을 시작할 때 보험이 될만한 장치나 완충지대가 없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리스크 최소화의 태도로 사업에 임했다. 최소한의 자원으로 적은 보상을 확보하는 low risk low return을 불가피하게 택했다. 지금은 이런 태도가 습관이 되어 모든 의사결정에 스며드는 것 같아 걱정이다.

같은 사업이라도 임하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종목이 된다. 대부분은 나와 다른 혹은 정반대의 태도를 취한다. 마크 큐반은 사업을 스포츠로 여긴다. “몇 번을 실패했는지 중요하지 않다. 한 번만 제대로 해내면 된다” 이 관점이라면 사업은 어떤 종목보다 승률이 높으며 큰 보상도 보장되는 안정적인 선택지다. 게임에 임하는 태도만 바뀌었는데 low risk high return이 되었다.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도 제각각이다.
삶이라는 게임에 접속한 사람들 모두 각자의 게임을 한다.
오늘은 어떤 어떤 종목을 즐길까?

Capacity Velocity Territory Funnel

비즈니스를 확장한다는 것은 더 많은 수요를 받아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수요를 가장 많이 받아낸다는 것은 Capacity다.

‘많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려면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와 시간의 한계를 초월할 수 있어야 한다. 물리적 공간과 시간의 한계를 초월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 공간은 복제를 통한 확장이 가능하고 시간은 연산처리의 기계화를 통해 줄여낼 수 있다. 이 둘은 Velocity다. 그러므로 Capacity를 달성하려면 Velocity부터 우선 충족시켜야 한다.

Velocity가 충족되었다고 Capacity가 자연스럽게 달성되진 않는다. Capacity를 키우기 위해서는 territory를 넓혀야 한다. 이를 웹 용어로는 Domain이라 부르지만 Domain의 개수만 많다고 Territory가 넓은 것은 아니다. 브랜딩이 잘 되어 있거나, 각인성이 좋거나, 도메인의 경계를 넘어서는 접근이 가능한 방법이 있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넓은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

Territory가 넓다고 수익이 자연스럽게 뒤따르지도 않는다. 기업의 최소 존속 요건인 수익은 Funnel에서 나온다. Funnel은 수익모델이다. 목 좋은 곳에선 어떤 장사를 해도 잘 되겠지만, 수익이 나려면 어떤 장사든 해야 한다. 사람만 모으고 장사를 하지 않으면 수익이 날리 만무하다. Domain이 없다면 Funnel을 갖다 댈 곳이 없기 때문에 돈을 내고 도메인에 대한 접근 권한을 빌려와야 한다. 접근 권한을 빌려오는 것을 광고라 부른다.

분류의 도구들

정보처리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분류의 도구를 익혀야 한다.
어떤 도구들이 있는지, 각 도구는 무엇인지, 언제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다.
몇 가지는 실무에 적용하고 활용하면서 이해하는 중이다.
2020년도 36살의 이은호로선 대단한 수준의 정리요약을 해낼 순 없으므로, 간단한 항목들만 리스트업한다.

 

Type 유형
Class 구분
Property 속성
Stage 단계
Level 등급

Affiliation
Asset
Tag
Labeling
Statement
Coverage 역할범위
Key figure 요인

명목척도 nominal scale 속성을 분류하는 척도
서열척도 ordinal scale 순서 관계를 밝혀주는 척도
등간척도 interval scale 순서 사이의 간격이 균등한 척도
비율척도 ratio scale 순서 사이의 간격이 균등하고, 절대값(0)이 존재하는 척도

+
메타데이터
더블린코어
데이터맵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들의 중요도 hierarchy

세상엔 많은 이야기가 돌아다닌다.

그 중 어떤 이야기가 중요하고
어떤 이야기는 덜 중요한지
쉽게 분간하기 어렵다.

보편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이야기들은
양적으로 많이 생성되었거나
많은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이야기들이지만
이런 요소를 갖춘 이야기들은 오히려 중요하지 않은 가능성이 높다.

가짜가 판치고 진짜를 구분해내기 어려워진
시대를 맞이한 현대 인류는
‘큐레이션’, ‘검증된’, ‘엄선된’ 등의 키워드를 들먹이며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을 뿐이다.

안건이 중요한지 또는 중요하지 않은지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크게 4단계의 구분, 다시 3단계의 하위 구분으로 나누어 총 12단계로 구분해본다.

 


화학
물리

가치
희망
믿음

경제 : 시장이 모인 것
시장 : 거래가 모인 것
거래 : 경제활동의 최소단위

전략 : WHY
해법 : HOW
실행 : WHAT

 

수, 화학, 물리는 역학영역이다.
가치, 희망, 믿음은 추구영역이다.
경제,시장,거래는 체제영영역이다.
전략, 해법, 실행은 수행영역이다.

각 항목은 경제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적용될 가장 일반적인 예를 든 것이다.
경제활동이 아닌 여가활동을 한다면 체제영역, 수행영역은 다르게 바뀔 것이다.
문학, 창작, 예술, 정치, 사회 등의 활동을 할 경우 추구, 체제, 수행의 영역이 다르게 바뀔 것이다.

이 개념도는 어떤 일을 진행시키거나 조직을 구성할 때 도움될 수 있다.
아래 단계에서 이슈가 발생했을 경우 상위 개념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수행 단계의 의견이 불일치할 경우 수행의 차이를 좁히기보단 가치의 동기화를 진행시켜야 한다.
상위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어야 역할을 맡거나 일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

<화면부터생각하면망해요>쓰고나서 연장, 관통된 글이다.
이 글에서는 뿌리-기둥-줄기-잎파리의 순서를 예시로 들었다.
일이 제대로 안 될 때의 현상의 공통적인 이유를 파헤치다 찾아낸 틀이다.

나와 다른 수행방식, 다른 사회에서의 성장, 다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인간의 다양성의 한계가 얼마나 넓은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일부 사람들에겐 역학영역 위에 신의 영역이 존재한다.

역학 영역에서 모순이 되는 이슈는 내 삶에서 좀체 발생하지 않는다.
때문에 일상에서 신경써야 할 정보 분류는 대체로 2~4단계의 것들이다.

하위 개념은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기보다
상위 개념이 결정되지 않았을 경우 무의미해지는 선행-후행 관계에 놓인다.

나에게 20년도는 생각을 전혀 정리하지 못한 절망적인 한 해였다.
최근 이 틀에 넣어보니, 내가 할 일과 생각을 정리해내지 못하고 패닉을 맞았던 상황들을 돌이켜보면
하나같이 13단계, 14단계와 같이 수행단계보다도 더 하찮은 단계의 매몰되어있었다.
14단계의 이슈를 A6크기 카드로 50장 넘게 만들어 온 벽에 도배했었다. 압도당했다. 그 외의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결국 현상계에 갇혀버린 나는 폭주해버렸다.
상위 단계를 항시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두뇌는 병렬적으로 정보의 동시처리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생각을 동시에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슈를 단위화시켜야 한다.
저장해두었다가 다시 불러내 이슈를 처리해야 한다.
직전의 생각 context가 지워진 상태에서도 즉각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저장해두어야 한다.
저장하는 공간과 규칙도 중요하다.
물리적인 공간을 떠올려 구조화하는 것도 좋다.

hierarchy를 시각화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상하위 트리구조
트리구조 (뿌리 > 기둥 > 줄기 > 잎파리)
Circle (내핵, 외핵, 표피)
좌-우 선형선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