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형식을 바꾸는 게 어찌 혁신이란 말인가?

미디어 혁신이랍시고 소개되는 사례들이 죄다 이런 식이다. 미디움에서는 7분짜리 글이 가장 많이 본다더라, 카드뉴스가 트래픽이 높다더라. 이번엔 동영상이 대세라더라. 이제껏 안 다루던 주제를 다뤘다더라. 페북에서 따봉을 쓸어담는다더라. 유튜브에서 조회수 찍고 돈 벌었다더라…. 표면적인 수치에 혈안이 되어 플랫폼의 알고리즘 변화에 우르르 몰려다닌다.

콘텐츠 형식을 바꾸는 것은 마치 초콜릿을 만드는 것과 같다. 초콜릿은 작은 블록으로 쪼개어 먹는다. 한 조각만 먹어도 행복함을 느끼며, 단기간 포만감을 준다. 지금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정보가 그렇다. 잘게 쪼개져 있고, 각각의 조각들이 극도의 단맛과 포만감을 준다.

초콜릿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온라인에서는 분노, 유머, 경이로운 콘텐츠가 압도적인 시선 장악을 이끈다. 이런 소재를 플랫폼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재편집해서 발행하면 흥행은 보장되어 있다. 기술적으로 어려울 게 없어서 진입장벽이 낮아 플레이어는 더 늘어난다. 이제껏 인류가 새로운 매체를 발견할 때마다 해왔던 매체 최적화 과정일 뿐이다. 중요한 건 이 흥행의 값어치다.

사람의 눈알 개수는 그대로인데, 정보의 개수는 수백 배 늘어난 것 같다. 인류의 정보 소비효율이 급속도로 늘었단 말인가?  한 사람이 소비하는 콘텐츠의 양이 수백 배까지 늘어났단 뜻일까? 그럴 리 없다. 콘텐츠를 작은 단위로 쪼개서 유통하고 있어서 많아 보일 뿐이지, 전체 소비 텍스트의 양, 시간은 늘어나지 않았다. 미터자로 재던 것을 센치미터자로 재고 있을 뿐이다.

탄수화물을 섭취하기 어려웠던 인간은 단맛을 좋아하는 DNA를 몸속에 심어 놓았다. 생존에 도움이 되던 이 DNA가 풍요로운 현대에서는 비만과 성인병이라는 부작용을 유발한다. 인간의 행복 추구도 과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을 외부에서 투입시키면 중독이 심각하고 건강에도 나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을 마약으로 구분해 금지시킨다.

정보도 마찬가지다. 초콜릿 콘텐츠를 독자들이 좋아한다고 마구 퍼주는 게 올바른 일일까? 이런 무책임한 태도를 ‘독자 최우선’이라고 포장해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것만큼 사회에 나쁜 영향도 없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곧 권력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오해이자 오만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전파의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여, 그 책임의 무게를 잊지 말자.

미디어는 인간 감각기관의 확장이라 했다. 인간의 세상을 인지하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기술적인 제약사항도 많으니 이를 미디어를 통해 확장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유행하는 초콜릿 콘텐츠들은 인간 감각기관의 확장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미디어들의 겉치레 혁신이 인류를 오히려 퇴보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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