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음이 있고 있음은 없는 이 곳에선 고가소성과 고결합성을 요구하는 현대사회로부터 강요받았던 약동과 정동을 잠시 멈춘다 끊임없는 생성과 결합을 요구하는 도시 그 중심에 있는 요가원은 고장나버린 생산부품을 정비하고 도구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곳이 아닐까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 숨어도 완전한 사육장인 트루먼쇼 세트장 빨간약을 먹고 진실을 마주하려해도 토템없이 들어선 인셉션 이것이 돼지에게 틀어주는 클래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도 나 […]

근 3년 사이에 발생했던 사건 중, 오늘 아침의 인생 첫 요가는 가장 재밌는 사건이었다. 스노우보드를 처음 탔을 때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스노우보드를 타기 위해 태어났다고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착각 속에 빠져 살았다. 복싱 도장을 한 달 쯤 다녔을 때에도 그런 느낌이 들었었고, 비트박스로 뽀꼬찌꼬 비트를 쪼갤 수 있게 되었을 무렵에도 그랬다. 내 인생이 나아가야 […]

쥐새끼도 코끼리도 모두 평생 15억 번의 심장이 뛴다. 작은 설치류는 빠르게 뛰는 심장 덕에 2년 만에 이 숫자에 도달하고, 느리게 뛰는 심장을 가진 코끼리는 60년을 살아간다. 작으면 대사율이 높아서 빠르게 뛰고, 크면 대사율이 낮으니 느리게 뛴다. 인간은? 인간은 80년 동안 30억 회 정도 뛴다. 하지만 의료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이라면 절반 정도인 40년만 살았을 것이다. […]

가슴 뛰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온 삶을 소명에 향하도록 하는 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다. 그 시작은 너무나 강렬하고 확실한 성공의 기세이기 때문에 발동시키기만 하면 그 끝엔 풍족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으며 그 과정 또한 가슴 뛰며 매일이 즐거울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부터 그 상태가 되겠다고 머리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발동되지 않는다. 내 의식이 그렇게 […]

내 성격을 아는 사람들이 나에게 한 조언은 한결같았다. 그냥 적당히 시키는 것만, 남들만큼만 하라고 했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이다. 내 눈에 보이는 영역, 아니 조금 양보해서 내 손에 닿는 영역은 무조건 내 방식과 원칙대로 일이 돌아가야 했다. 어릴 때에도 새우깡 봉지를 세로로 찢거나 뒤집어서 뜯거나 뜯는 중에 삑사리가 나면 나는 나뒹굴며 통곡을 했고 […]

다시 만들자. 만들기를 계속 하자. 의식을 깨워두자. 언젠가부터 나를 만들지 않고 있다. 성장하지 않고 있다. 능력이 계발되지 않고 있다. 근 몇 년간 집중력을 잃었다. 나는 집중력과 문제해결능력이 상당히 뛰어난 사람이다. 하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최소 1년 반 정도는 이 능력들이 제대로 활용되지도 못했던 것 같다. 그 잘난 능력도 퇴화하고 있을 것이다. 매체가 많아졌고 받아들이는 […]

하노이, 그곳이 어딘지도 모른채로 비행기표를 끊었다. 다 관두고 떠날 작정이었다. 그러니 하노이가 어떤 곳인지, 어디 붙어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뜬지 20분만에 결제는 완료되었다. 출국일을 사흘 앞두고야 그곳이 베트남의 수도라는 걸 알게 되었다. 혼자 떠나본 해외 여행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만족스러운 여행의 조건으로 도시의 매력도 중요하겠지만 여행자의 마음상태는 더욱 중요한 것 같다. 내 인생에 아무런 변화가 […]

쓸모를 위해 살았다. 이젠 진절머리가 난다.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 더 큰 영향력을 가져라. 산업을 성장시켜라. 경쟁해라. 승리해라. 승리에 만족하지 말고 압도해라. 내가 요구받은 그대로 남에게도 강요했다. 회유, 협박했다. 쓸모에 도움되지 않는 당신의 가치관을 박살내고 이념을 주입했다. 당신을 생산기계로 만들어야 쓸모를 만들어낼 수 있었으니 나로썬 불가피했다. 나덕에 당신도 조금은 쓸모있는 존재가 되지 않았느냐. 사과하진 않겠다. […]

숫자를 보지 않기로 했다.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전에 본 풍경들. 이전에 느낀 감정들. 라이더 이은호는 다시 깨어났다. 몇 달 동안 숫자에 묻혀 사느라 잊고 있었다. 모든 숫자엔 의도가 들어가있다. 속도는 더 빠르게 파워는 더 높게 심박은 더 가쁘게 거리는 더 멀리 밸런스는 더 동일하게 평활도는 더 균일하게 주행시간은 더 오래 주행빈도는 더 자주 사실 […]

그제 저녁부터 배가 아팠다. 열도 조금 났다. 온 옆구리가 뻑적지근해지더니 골반을 움직이는 것도 불편해졌다. 통증은 우측 하복부로 집중되었다. 하루 반나절 정도에 걸쳐 통증은 심해졌다. 한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통증이라 검색을 통해 병을 찾아보았다. 충수염의 증상과 흡사했다. 흔히 맹장염으로 알려진 병이었다. 나는 충수염에 걸렸다고 확신했다. 이 병은 48시간 내에 수술하지 않으면 터져버려 더 큰 문제로 번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