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북로에 버려진 개 한마리

강변북로 도로변에 짐승한마리가 보였다. 차를 바로 세우진 못했다. 그 짐승이 염소인지 개인지도 확실히 몰랐다. 염소여도 말이 안 되고 개여도 거기 있어선 안 될 상황이었다. 근처 한강공원에 차를 대고 찾아 나서니, 강아지 한마리가 내려가지도 나오지도 못하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니 저도 다가오다 막상 겁이 나는지 멈춰서 고개를 휙 돌렸다. 무섭다는 것이었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너가 무서우면 나도 다가가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개가 놀라 차도로 뛰어들면 큰일이었다. 조심히 한 발씩 뗀다. 꼬리를 흔들면서도 궁댕이 방향을 튼다. 도망갈 준비를 하는듯 나와 뒤를 번갈아 본다. 녀석이 망설이는 사이 손에 닿을 만큼 거리가 좁혀졌다. 냅다 목덜미를 잡았다.

깨갱 소리와 함께 배를 까보였다. 오줌이 질질 새어나오고 있었다. “나를 공격하지 마세요. 이렇게 오줌도 못가리잖아요.”라는 뜻이었다. 뜻을 알았지만 솔직히 개 드러웠다. 진정시키기 위해 궁댕이를 팡팡쳤다. 먼지가 온데 날렸다. 그러고보니 궁디팡팡은 고양이용인데 강아지는 어떻게 만져야 하더라. 머리도 만지고 턱도 만지고 발도 만지고 배도 만졌다. 귀가 앞으로 접히고 턱 주름이 흐물거리는게 똥개는 아닌 것 같고 리트리버인 것 같다. 강아지 특유의 뽀얀 냄새는 나지 않고 개 냄새가 지독했다.

바닥에 내려놓아도 졸졸 뛰어온다. 5분만에 새주인이 되었다. 강변북로에서 발견됐으니 이름은 강북이라 했다. 엎드려 안으면 오줌이 묻을 것 같았다. 개들은 눕혀 안기는 걸 안 좋아하지만 강북이는 아랑곳않았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금새 잔다. 쭈끌쭈글한게 너무 예쁘다. 배가 빵빵하고 뜨거웠다. 잃어버린 것인지 버려진 것인지 확실하지 않은 강북이의 바깥생활은 오늘이 첫날이었으리라 추측했다.

120에 전화해서 유기견 구호후속조치를 안내받았다. 민원을 접수해주셨다. 그러곤 연락이 없었다. 다시 전화했더니 민원이 처리중이며 해당부서로 전달은 되었다고 했다. 나 지금 추운 겨울에 개 데리고 한강공원에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니 자기도 잘 모르겠단다. 당신 이름이 뭐요 했더니 담당부서로 직접 연락하라며 전화번호를 준다. 담당부서에 연락했더니 민원내용은 이미 들었다더라. 왜 연락을 안주고 마냥 기다리게 하냐 했더니 처리 중이었다더라. 언제 오냐 했더니 그건 잘 모르겠단다. 당신 이름이 뭐요 했더니 아무 말이 없더라. 당신들 일처리를 내가 못믿겠으니 내가 직접 보호소에 배달하겠다 했다. 그제서야 근처 제휴되어있는 동물병원을 알려준다고 했다. 강북이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네 다리를 쭉 펴더니 기지개를 한 번 하곤 그 자세로 계속 잤다.

도시에서 대형견을 키우는 게 걱정됐을까. 리트리버 새끼를 2주차에 분양받고 2달차에 버린 것이 아닐까. 이빨이 나기 시작하자 이것저것 물어뜯는 게 감당이 안 된 것일까. 산책중 실종된 것은 아닐까. 이렇게 느린 개를 잃어버릴 수 있었을까. 강북이가 그 가파른 담벽을 스스로 올라갔을까. 왜 목줄은 없었을까. 밥은 실컷 먹이면서 왜 씻기진 않았을까. 씻겨놓으면 키우는 개인줄 알고 구조되지 못할까봐 그랬을까. 강변북로에서 개를 던지고 간 것이라면 뒷차는 못봤을까. 강북이를 본 차량은 족히 5백대가 넘었을 것인데 우리 말고는 신고가 없었을까. 강북이는 나를 통해 구조된 것일까, 나를 통해 두번 유기당한 것일까. 나는 직접유기의 죄책감을 덜기 위한 수단이 되었을 뿐인가. 인간을 위해 개량된 종이 어찌 인간에게 버림받게 되었을까. 보호소에서 안락사당하기까지의 20일, 그 사이에 강북이는 새 주인을 찾을까. 47%의 확률로 생을 마감할까. 대형견이라 그보다 더 힘들까. 이 사실을 알고도 나는 왜 다른 방안이 떠오르지 않을까.

집에 돌아와 강북이 냄새가 밴 옷을 빨았다. 호두는 개냄새를 탐색하느라 바쁘다.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문자가 왔다. 탐색반이 이촌한강공원 축구장 일대를 수색했으나 유기견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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