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SNS에 라이딩 로그를 남기곤 하는데 보는 사람 몇 없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아무렇게나 싸낸다.
지금까지 써오던 글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글을 써 본 것은 값진 경험이었다.
마음에 드는 대목들이 있어서 블로그에 복사기록한다.
라이더 정보 : https://www.strava.com/athletes/30110228
지도를 보고 뱅뱅을 찾았다. 뱅뱅은 무정차구간이다. 뱅뱅을 찾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오른쪽으로 돌아서 한바퀴를 크게 그릴 수 있는 곳을 우선 찾는다. 우측통행을 하는 도로에서 좌회전은 신호를 받아야 하지만 우회전은 신호와 상관없이 언제든 가능하다. 경로상에 삼거리나 횡단보도가 있어도 무정차에 방해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지나가거나 속도를 늦춰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사거리가 있다면 정차해야 하기 때문에 뱅뱅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무정차뺑빼이 구간은 총 열아홉 개로 다음과 같다. 성산, 상암, 상암롯데, 하노이*, 망월, 대덕, 향동, 정발산, 호수공원청평지, 경복, 백범, 효창, 운양, 용산, 고양종운, 광명스피돔*, 아라*, 올공, 공항로* (*표시는 이미 알려진 곳들)
새로 찾은 뱅뱅 중 하나를 조질 작정이었다. 노면이 마른 아침에 나가려 했으나 새벽에 잠이 안오는 것이었다. 새벽에 나가면 차량이 없어서 뱅뱅을 만끽하기엔 더할나위없이 좋다. 세바퀴만 돌리려고 나갔다가 열바퀴를 돌리고 말았다.
워밍업없이 무리했더니 근육이 다 찢어진 것 같다. 적당한 자극은 근육의 성장을 견인하지만, 과도한 자극은 근육의 파열을 야기한다. 사흘 정도는 걷지도 못할 것 같다.
20년 8월 16일
안녕~ 친구들!
아무도 안가본 뱅뱅을 찾아서 소개하는 RBTC(Robin’s Bangbang Training Club) 로빈 아저씨야~
오늘 소개할 코스는 대덕뱅뱅이야.
대덕뱅뱅은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대덕동에 걸쳐서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아파트단지도로를 타기 위해서 만들어진 코스야. 아파트단지는 22년 11월에 완공된다고 하니 내후년 가을까지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그런 코스라고 봐.
다만 공사중이다보니 오가는 대형 트럭이나 공사차량을 조심해야 한다는 점, 언제 어떤 공사 때문에 뱅뱅을 돌리지 못하게 될지 사전에 전혀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은 감안해야해.
이런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코스를 추천하는 이유는 완전한 무정차 코스이기 때문이야.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지점이 딱 두 곳 밖에 없고 이마저도 코너링을 과격하게 하면 브레이크 밟지 않고 통과할 수 있어. 평속에 환장하는 친구들이라면 정말 혹할만한 부분 아니겠어?
코스의 시작과 끝은 4시야. 5시부터 8시까지 약 1.9km의 구간이 공사중인 아파트단지의 주요 통행로이자 대덕뱅뱅의 메인 스프린트구간이야.
9시와 1시에는 20m짜리 깔딱고개가 있는데 탄력받아서 단숨에 넘어가버려야 해. 탄력을 잃고 평속 25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딱 기운이 빠져버리니까 기왕이면 평지에서 힘을 아끼더라도 고개를 넘는데 사력을 다하길 추천해. 그래야 뭔가 코스를 돌린다는 느낌이 들거야.
어이어이, 뱅뱅코스에 웬 20m짜리 언덕이 두개나 있냐며 불평할 평속충 친구들, 실망하진 마라구. 이 언덕을 넘어도 평속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까 말이야. 내리막에서 페달을 밟지 않으면 40Km까지 속도가 오르는 완만한 경사가 펼쳐지기 때문에 오르막에서 감속한만큼 그대로 보상받을 수 있거든.
한바퀴 돌리면 5.7km에 약 11분 정도 소요되니까 한시간동안 5바퀴를 무정차로 돌린다는 목표를 세우면 같은 코스를 돌면서도 시간가는 줄 모르게 한계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거야.
저녁 8시까지는 퇴근차량과 현장철수차량이 꽤 있었는데 9시가 지나면서 이동량이 현저히 줄었다는 점 참고하길 바라.
그리고 메인 스프린트 구간을 제외하곤 시골길 중에서도 상태가 꽤 안 좋은 편이니 홀, 자갈, 흙더미, 공사잔해는 조심해야 해.
9시 방향에 미친 흑구 한마리가 갑자기 뛰쳐나와 추격전을 펼칠 수도 있으니 물리지 않게 조심하라구.
아저씨는 대덕뱅뱅에 별 네개반 줄 수 있어.
카본 하이림이 수명을 다해서 뱅뱅에 맛들이자마자 싸구려 알루휠로 타야하지만, 대신 변명거리가 하나 생겼으니 다운그레이드라고 무조건 나쁜점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 뭐. 하하.
다음에 또 보자구.
요호호~
20년 9월 1일
난 뱅소남! 뱅뱅을 소개하는 남자!
오늘 소개할 코스는~
바로바로바로~
개화뱅뱅!
지도에서 중식도 모양 찾아봐. 거기가 거기야. 개화뱅뱅. 제일 서쪽에 있어.
여기 도착하면 기억할 거 단 하나. 철조망을 오른쪽에 둔다. 그것 말곤 없어. 그러고 계속 돌아. 한바퀴 3.65km 평속 32로 달리면 7분쯤 나오니까 페이스 조절에 참고하시고.
그나저나 코스가 왜 저렇게 생겼냐. 저 꼬부라진 손잡이 모양. 지상철이 지하철이 되는 지점이야. 개화역은 9호선의 시작역이야. 개화역 빼곤 다 지하에 있지. 지하철과 경주하는 무한도전 같은 건 하지 말고. 걘 곧바로 땅굴로 사라질 거거든.
원래는 다른 뱅뱅을 가려했는데 오늘 하늘이 미쳤지 뭐야. 안되겠다. 하늘 많이 보이는 데서 돌려야겠다. 그래가지고 일이고 뭐고 내팽겨치고 여기 오게 된거야. 그래 맞아. 뱅소남은 하늘 보는 거 좋아해. 무일푼으로 스무일곱에 서울에 올라와서 지하방에 살….
됐고. 오늘은 조망권에 대한 얘기를 하러 온게 아니라서 말이야. 오늘은 말이야. 10바퀴를 돌리기로 작정해서 말이야. 나름대로의 전략을 짰단 말이야. 그 전략이 뭐냐면 말이야.
강약중중약 중약중중중
아~ 아주 도움되었어. That helped alot. 뱅소남이 자전거를 16년을 탔어도 한시간 넘게 무정차로 꾸준히 밟아본 적이 많이 없단 말이지. 그런데 해냈단 말이지. 그것도 아주 거뜬히.
회복과 전념의 계획이 구분되어 있는 상태로의 라이딩은 뭐랄까, 아주 안정적이야. 페이스오버라거나 중도포기라거나 잠시라도 멘탈이 흔들려서 타기 싫어져버리는 그런 나태의 마음이 조금도 끼어들 수 없을 정도로 굳건해진 느낌이랄까. 처음 돌아보는 코스인데도 두려움이나 의심은 전혀 없이 오로지 질주와 완주를 향해서만 온 정신과 체력이 일치합동협력한 상태. 솔직히 10분짜리 업힐을 타도 중간에 아 시바 때려칠까 생각이 다섯번 드는데 오늘은 한번도 그런 마음이 안들었단 말이지. 그래서 더욱 뿌듯하단 말이지.
아, 쫌 아쉬운것도 있다! 시멘트 길이야. 약 65프로가 시멘트 길이야. 아스팔트도 있는데 거긴 또 과속방지턱이 6개 있네. 중간에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홀 3개 있다. 오늘은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물도 다섯 곳 있더라. 피치못할 감속구간은 두 곳 이다.
그래서~
뱅소남은~
개화뱅뱅에~
별점~
두구두구두구~~~
3.5 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뱅소남은 고기 먹으러 갈게!
모두 즐뱅!
20년 9월 3일
뱅린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도 새로운 뱅뱅을 찾아 수도권 방방곡곡 헤집고 다닌 저는 뱅뱅매니아, 뱅마닙니다.
오늘 방역당국은 코로나 재확산을 억제하고자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일주일간 연장하기로 발표했죠. 이런 시기엔 떼라이딩보단 한적한 곳에서 솔뱅을 돌리는 것이, 나라의 방침에 협조하는 일이고 곧 애국의 길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다녀온 곳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한바퀴에요. 줄여서 국회뱅뱅이라 부를게요. 국회뱅뱅은 국회의사당 정문에서부터 출발해요.
국회뱅뱅은 이제껏 소개한 뱅뱅 중에서 가장 길이가 짧아요. 2.46km밖에 안돼요. 37km/h로 달리면 한바퀴 4분컷. 얼마나 짧은지 열바퀴 돌리려다 실수로 한바퀴를 더 돌려버렸어요.
과속방지턱이 대여섯개 있었던 것 같고, 두 개의 코너가 있는데 브레이크를 잡지 않아도 약간의 감속만으로 진입할 수 있어요.
오늘은 별점부터 줄까요?
빠밤-
5.0 드리겠습니다!
국회뱅뱅은 여의도 가장 서쪽 도로인 여의서로를 달리는 게 메인인 코스인데요, 여기 줄지어 있는 나무들은 벚꽃이에요. 여의서로라고 검색하면 벚꽃 핀 풍경만 나올거에요. 벚꽃축제 기간엔 차량을 통제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4월에만 사람들이 몰리고 그 외의 기간엔 아무도 찾지 않죠.
이렇게 좋은 코스를 8명 밖에 타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요. 길 예쁘죠. 완전 무정차죠. 도심지에 있죠. 차없죠. 사람없죠. 자전거도 없어요. 있는 건 나무랑 의경이에요. 둘다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서있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국회의사당 주변에 의경아저씨가 많다고 겁낼 필요가 없어요. 군인들은 하달받은 명령대로만 움직이거든요. “난봉꾼이 나타나면 잡아와”라는 지시를 받았다면 저를 제재했겠지만 그들은 그저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어요. 추측컨대 “가만히 서있어”라는 지시를 받은 것 같아요. 자유를 만끽하는 민간인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에서 부러움이란 감정을 읽을 수 있었어요. 그들이 저를 의식하는만큼 저는 더 열심히 달렸어요.
아직 뱅뱅을 돌려보지 않은 뱅린이가 있다면 뱅뱅은 체력으로 타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멘탈로 타는 거에요. 특히 솔뱅은 더욱 그래요. 솔뱅의 목표는 내가 정하고 내가 달성해요. 지금 당장 마주할 한시간 동안 “나는 쉬지않고 몇 W를 유지할 수 있는가.” 또는 “평속을 몇 km/h이하로 안 떨어뜨릴 수 있는가.” 이런 간단하고 단순한 목표를 세우는 거에요.
중요한 점은 충분히 달성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거에요. 쉬운 목표부터 시작해 차츰차츰 점진적으로 높여야 해요. Winning Habit을 위해서에요. 승리의 습관. 너무 쉬운 목표를 세우는 걸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목표를 너무 쉽게 달성했다면 남은 구간의 페이스를 올리거나 바퀴수를 추가하면 그만이거든요. 내가 세운 목표를 초과달성함으로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확인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흔히들 말하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표현도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이 악물고 근성으로 이겨내는 혹독한 느낌이 아니거든요. 경쟁이라는 프레임에서 완전 벗어나야해요. 솔뱅은 그 무엇과도 경쟁하지 않아요.
저는 알아요. 일년에 만키로를 탄 사람을 이길 수 없단 걸.
저는 알아요. 타고난 사람은 따로 있단 걸.
저는 알아요. 제 자전거 구린거.
저는 알아요. 초기화돼서 세달 전보다 훨씬 못타는거.
저도 알고 모두가 아는 현실을 외면한 채로 이상을 추구하진 말아요.
나를 고려하지 않은 채로 외부의 기준에 따라 목표를 세우진 말아요.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워서 실패한 경험이 쌓이면 Losing Habit이 생기거든요. 이내 포기를 쉽게 생각하게 될거에요. 어느 순간 시도도 하지 않고 “난 안될거야” 생각하게 될거에요. 생각이 습관으로 바뀌는 데에는 오랜 시간 걸리지 않아요.
솔뱅을 돌리다보면 이런 생각이 순서대로 들거에요.
아직 1/5밖에 못 돌았네
아직 1/3밖에 못 돌았네
아니벌써 1/2이나 돌았네
이거웬걸 1/3만 더 돌면 되네
아아십네 1/5밖에 안남았네
와따야마 벌써 다 탔네?
솔뱅의 매력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제자리를 도는 게 무의미하다 생각할지 몰라도, 돌려본 사람은 다 알아요.
그 모든 바퀴가 다 다르다는 걸.
무정차로 꾸준히 뱅뱅을 돌릴 동기는 꾸준한 진척을 지켜보는 데서 와요. 하지만 길이가 너무 긴 코스는 진척이 너무 더뎌서 잡생각이 날 수 있어요.
국회뱅뱅은 한바퀴의 길이가 짧은 만큼 멘탈 변화의 단계가 빨리 찾아와요. 멘탈이 흔들릴 여지조차 주지 않고 어느새 성공은 코앞에 다가와있죠. 별점 만점을 주면서까지 뱅린이에게 추천하는 이유에요.
20년 9월 4일
안녕하세요, 뱅뱅에 미친남자 미치뱅입니다.
여러분 BBTC라는 클럽을 들어보셨나요? 수도권에서 돌릴 수 있는 뱅뱅코스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훈련하는 클럽입니다. BangBang Training Club. 어제 만들어진 클럽이라 다들 처음들어보셨을 겁니다.
제가 뱅뱅을 탐사하고 있지만 제 라이딩 기록은 live feed에서 한 번 보여진 뒤 휘발됩니다. 정보를 기록하고 조회하기 편하도록 분류하는 archiving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이 클럽에 제가 찾은 뱅뱅 코스정보를 정리해둘 계획입니다. 올 가을까지 약 20여개의 수도권 뱅뱅을 탐사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저 미치뱅, 지금은 뱅뱅만 돌리지만 두어달 가지 않아 흥미를 잃을지도 모릅니다. 단기과몰입형인 저, 제가 잘 압니다. 하지만 제게 뱅뱅현타 찾아오더라도 뱅뱅 탐사 프로젝트의 성과는 길이길이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잘 정리된 코스 정보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호인 뿐만 아니라 후대의 자덕들에게도 라이딩의 새로운 면면을 찾을 수 있는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그것이 제 뱅뱅탐사의 가장 큰 동기이며 그것만으로 충분한 보상입니다.
아무쪼록 오늘은 망원트랙에 다녀왔습니다. 일년 전부터 벨로드럼을 타보고 싶었으나 방도를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동네에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트랙이 떡하니 있었습니다. 비록 경사가 없는 평지 트랙이었지만 제가 원하던 무정차 뺑뺑이를 돌릴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망원유수지체육시설 또는 망원유수지공원으로 불립니다. 유수지라함은 홍수가 발생했을 때 하천 수위를 일시적으로 낮추기 위해 빗물을 옮겨담아두는 인공 저수지를 말합니다. 유수지시설은 평소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기에 이렇게 근린체육시설로 활용하거나 주차장으로 씁니다. 다만 5~10월에는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비 때문에 주차장은 폐쇄됩니다.
망원동은 본디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이 아니었습니다. 굽이쳐 흐르던 한강을 직선화하기 위해 높은 제방을 쌓고 복개하여 만들어낸 땅입니다. 고도가 낮다보니 비가 올 때마다 물난리가 났고 73년에 유수지가 만들어진 후에야 사람들이 터를 잡기 시작했다 합니다. 그 전에는 둑방 판자촌이 형성되어 있었다 하니 난지 쓰레기섬과 함께 서울 최대의 슬럼가였던 곳입니다. 너무 충격적인 사실이기도 하고 조금 찝찝하단 생각이 들어서 제가 좀 딴데로 샜습니다. 죄송합니다. 코스 소개로 돌아가겠습니다.
이번 코스의 이름은 뱅뱅이 아닌 트랙입니다. 뱅뱅은 연구하고 탐사해서 찾아내야 하는 것이고 트랙은 애초에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길입니다. 뱅뱅과 트랙은 회전방향도 다릅니다. 뱅뱅은 신호정차를 피하기 위해 시계방향으로 돌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트랙은 시계반대방향으로 돕니다. 제가 탐사할 20개의 코스 중 유일하게 CCW(Counter Clock Wise)로 돌릴 수 있는 곳입니다.
달리기를 CW로 돌릴 때와 CCW로 돌릴 때를 비교했더니 CCW방향이 200미터 기준으로 1초 가량 더 빨랐다는 실험결과를 어릴 적 호기심천국에서 보았던 것 같습니다. 오른팔을 크게 흔들 수 있는 왼쪽 커브가 오른손잡이에게 편하다거나, 심장이 왼쪽에 있어서라거나, 여러 가설이 제시되었지만 어떤 것도 확실하게 증명되진 못했습니다. 어쨋거나 저쨋거나 많은 선수들이 왼쪽으로 도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에 국제육상연맹은 1913년부터 뺑뺑이는 왼쪽으로 돌아라고 명문화했습니다.
사족동물이나 자전거도 왼쪽으로 돌려야 성적이 잘 나오는지까진 모르겠으나 관객이 있을 경우 골인지점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지나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경마장이나 경륜장이나 다른 각종 대회장도 자연스럽게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도 좀 TMI네요. 코스 소개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망원트랙은 세 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가장 가운데는 달리기용, 중간은 인라인스케이트용, 가장 바깥은 자전거용입니다. 꽤 넓습니다. 달리기 트랙을 돌면 한 바퀴 400미터입니다. 바깥쪽 자전거 트랙으로 돌리면 460미터입니다. 오늘은 무정차 100바퀴를 돌려 46키로를 탔습니다. 비오는 날 커브에 접어들 때 슬립나지 않을지 걱정했으나 바닥의 접지력은 좋았습니다.
비오는 날이었음에도 트랙엔 6명 정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맑은 날 저녁에 평속 30이상으로 달리면 보행자 분들과 위험한 상황이 수차례 발생할 것 같습니다. 나 운동 좀 하자고 시민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진 않아 일부러 비오는 날 탔습니다. 비오는 날 타기엔 더없이 좋은 코스인 것 같습니다. 마침 자전거에 진흙도 많이 묻어있던 터라 일거양득으로 세차도 할 수 있었습니다. 트랙에 고인 물은 맑디 맑은 빗물이었습니다. 80바퀴쯤 돌리니 물통에 물이 다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입을 좀 열고 탔더니 앞바퀴가 뿌려 올리는 물방울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90바퀴째부턴 쿨다운하려고 페이스를 늦췄는데 어두운 수풀 속에서 원숭이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상하다, 이런 곳에 짐승이 있을 리가 없는데… 생각하며 91바퀴째 같은 지점을 지났습니다. “우.. 우욱!! 우꺅!!!!!” 이번엔 분명히 들렸습니다. 뭐지? 92바퀴째 그 소리는 더욱 크고 선명해졌고 개체수는 추정컨대 3마리 쯤으로 늘어났습니다. 94바퀴째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를 응원해주는 여성분들이었습니다. 오밤중 불꺼진 유수지 공원에서 빗속을 가르는 라이더의 수중투혼은 흔히 볼 수 없는 구경거리였나봅니다. 그들의 나이대를 짐작해보았습니다. 조금도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저는 여고생 여대생 아줌마를 불문하고 원숭이 소리를 내는 여자를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짐승이 아닐거란 생각에 일단 안심한 저는 어두운 수풀 지점을 지날 때마다 스프린트 댄싱을 쳐서 더욱 큰 환호를 유도했습니다. 응원해주는 고릴라 무리가 있었던 덕에 마지막까지 페이스를 늦추지 않고 무정차 100바퀴를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말이 유난히 많은 것 같습니다.
빨리 별점 매기고 끝맺도록 하겠습니다.
4.5입니다.
모두 즐뱅하세요.
그리고 혹시 망원트랙을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셨다면
방문객이 적은 시간대에 찾아가시길 추천드리며
고릴라를 조심하세요.
20년 9월 7일
“좋은 뱅뱅있으면 소개시켜줘” 좋뱅소TV의 조퐝메이입니다.
오늘 다녀온 곳은 목동 종합운동장 트랙입니다. 별점 4.5입니다.
체크포인트는 북문에서 시작합니다. 야구장과 주경기장 두 개를 묶어서 바깥으로 돌립니다. 자전거 타라고 만들어놓은 길은 아닙니다. 코로나 때문이겠지만 차량이 없어서 지금 가면 달리기 딱 좋습니다. 완전 무정차코스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코너링이 익숙해지면 감속하지 않으면서 페달을 종일 굴릴 수 있습니다.
한 바퀴가 1.09Km입니다. 33km/h 놓고 타면 한바퀴에 딱 2분 걸립니다. 2분으로 30바퀴 돌리면 1시간 무정차 훈련이 가능해집니다. 이 계산을 기준으로 32바퀴 돌려 1시간을 채웠습니다.
과속방지턱이 9개쯤 됩니다. 가쪽으로 붙어서 가면 충격을 덜 받을 수 있습니다. 잘 닦여진 아스팔트 위에서 과감한 코너링을 할 때 바닥에 달라붙는 맛이 좋은 코스입니다. 길 옆에는 평지와 높이가 같은 대리석 연석이 있는데 코너링을 한 뒤 연석을 살짝 밟고 다시 도로로 들어오면 마치 F1레이싱카의 코너링을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멋짐이 막 넘쳐 흐르기 때문에 또 힘을 내서 돌릴 수 있게 됩니다. 한 바퀴의 3/4지점에 5미터 정도의 완만한 언덕이 있습니다.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탄력으로 넘겨버리는 것이 페이스 유지에 도움되므로 댄싱을 치거나 외전근 밀어내기로 꾹꾹 밟아 올라가면 좋습니다. 이 오르막이 있기에 오히려 지루함이 줄어들고 몸이 코스에 따라 리듬감있게 반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지 실감이 안나는 분들을 위해, 한 바퀴를 돌릴 때 페달을 열심히 굴리는 것 외에 해야 하는 것들을 순서대로 나열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과속방지턱 살살 피해넘기
과속방지턱 살살 피해넘기
코너에서 아웃인으로 과감하게 눕히기
코너에서 파워높여 튕겨나오듯 인아웃하기
맨홀피하기
과속방지턱 살살 피해넘기
아웃인을 대비해 가쪽으로 연석밟고 달리기
아웃인아웃 코너안쪽 과감하게 찍기
코너에서 잃은 속도 다시 올리기
물마시기
과속방지턱 살살 피해넘기
과속방지턱 살살 피해넘기
댄싱으로 업힐 공략하기
과속방지턱 살살 피해넘기
S커브 감속없이 아웃인인아웃으로 빠져나오기
연석에 살짝 올라탔다가 도로로 복귀하기
과속방지턱 살살 피해넘기
내리막길 에어로 모드로 바람 가르기
과속방지턱 살살 피해넘기
연석 살짝 올라타기
과속방지턱 살살 피해넘기
골인지점까지 라스트 스프린트
2분이 채 안되는 시간에 위 내러티브가 쉴새없이 채워집니다. 이런 것들을 신경쓰지 않고 타면 그냥 지겨운 뺑뺑이입니다.
하지만 F1카레이서가 모든 코너링에 최선을 다하듯 온 신경을 곤두세워 최적의 경로로 지나가겠다는 목표를 설정하면 더욱 재밌게 탈 수 있고 과속방지턱도 더이상 장애물이 아닌 공략대상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20년 9월 8일
뱅뱅오타쿠 오타뱅의 “오늘도 탄다 뱅뱅!”
오늘 다녀온 코스는 경복궁 열바퀴입니다.
지금까지 총 10개의 뱅뱅을 돌아보았습니다. 이로써 뱅뱅탐사 시즌1이 종료되었습니다. 시즌2는 할지말지, 한다면 언제할지, 기약 없습니다. 10뱅의 요약은 <아래>에 붙여 정리합니다.
가는 길에 홍제동을 지나다 가파른 언덕을 만났습니다. 근래에 평지만 뺑뺑 돌다가 만난 언덕, 얼마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댄싱을 조졌는데 와 이게 바로 자전거의 맛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즌1 종료를 단호하게 결심했습니다.
줄창 뱅뱅만 타니까 솔직히 이제 뱅뱅 재밌는 줄 모르겠습니다. 콘셉도 다 떨어지고 남아있는 아이디어도 억지노잼입니다. 콘셉만 잘 정해지면 글이 술술 나오는데 콘셉이 어설프니까 글도 잘 안나옵니다. 오타뱅은 뭐고 오타쿠는 또 뭡니까. 개연성도 없고 파생되는 것도 없고 언어유희도 아니고 해석할 것도 없고 반전도 없고 그냥 마 억지콘셉인겁니다.
오타뱅 아니고 안타뱅입니다. “안탈란다 뱅뱅따위” 돈나오는 일도 아닌데 저도 마 대충 아무말이나 지껄이고 빨리 누워 잘랍니다. 여러분도 이런 뻘글은 그만 읽으시고 우리집 고양이 사진이나 감상하시고 생업으로 돌아가 현실세계에 집중하십시오. 스트라바는 인생의 낭비입니다.
경복궁에 도착했을 때 저에겐 두 가지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나, 시즌1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자. 둘, 컨디션도 안 좋은데 어차피 시즌 끝난 마당에 대충 타다 집에 가자. 두번째 마음에 가까웠습니다. 레임덕이 온 거지요.
한시간 무정차를 채우려면 15바퀴를 돌려야 하는데 10바퀴만 돌리고 돌아왔습니다. 저녁에 혼자 피자를 한판 다 처먹지만 않았어도 더 열심히 탈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좀 더 열심히 탔다면 뱃속에 있던 피자가 다 튀어나왔을 것 같습니다.
청와대 앞길이 24시간 개방된 것은 2017년도 부터입니다. 50년만의 개방이라 합니다. 그 전엔 일과시간에만 통행할 수 있었답니다. 개방되었어도 경비원 많습니다. 총들고 있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자전거로 뺑뺑이 돌지마라고는 안 합니다.
완전 무정차구간이고 전구간 자전거도로가 있습니다. 평점 4.0드립니다.
6시부터 시작입니다. 11시까지 약오르막이고 12시까지 급격한 언덕이 있습니다. 1시부터 다운힐이 시작되어 50키로까지 올라갑니다. 탄력을 유지해 40키로를 유지하다 체크포인트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급격한 오르막에서 탄력을 유지해 30키로로 넘길지, 전체적인 페이스를 고르게 분배해 25키로로 넘을지에 따라 경복뱅뱅을 돌리는 리듬이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다운힐에서 페이스를 늦춰 주행한다면 효율적인 주행에는 도움될겁니다. 하지만 다운힐에서 얻은 속도를 에어로 자세로 바람을 가르며 45키로를 유지하며 최대한 버텨보는 것도 꽤 재밌습니다.
< 아 래 >
아라뱅뱅 4.46km 8:16 32.4km/h 224W 1.5
용산뱅뱅 6.51km 11:42 33.4km/h 215W 2.5
상암뱅뱅 5.22km 8:22 37.5km/h 256W 3.5
서식뱅뱅 3.12km 5:17 35.4km/h 220W 3.5
대덕뱅뱅 5.72km 10:35 32.5km/h 225W 4.5
개화뱅뱅 3.65km 6:21 34.6km/h 273W 3.5
국회뱅뱅 2.46km 3:59 37.1km/h 272W 5.0
망원트랙 0.46km 0:45 37.1km/h 280W 4.5
목운트랙 1.09km 1:45 37.5km/h 287W 4.5
경복뱅뱅 2.61km 4:15 36.9km/h 249W 4.0
20년 9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