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pp Global HUB 뉴욕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스타트업 24팀에게 뉴욕시장은 어땠는지 들어보자.
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는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이라는 난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관련 기사 보기> 24개의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 동부시장의 문들 두드려보다. 미국동부 시장개척단
WePlanet 목진건 공동창업자
뉴욕에 친구 몇 명이 있다. MBA를 나온 친구도, 월가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는데 작년에는 스타트업에 관심도 없던 친구들이 이번에 만나보니 스타트업을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헬스케어, 바이오테크, 언론, 금융 분야에서 전문성있는 고학력자들이 스타트업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StyleWiki Ciren Jang CEO
패션의 도시 뉴욕! 패션 스타트업이 이렇게도 많이 있구나! 이 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될 것 같다는 자신감이 팍팍 솟는다. 뉴욕 사람들은 모두 아이폰을 쓰고 있다. 엊그제 안드로이드 버전을 먼저 론칭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iOS부터 개발할걸! 멘토들이 많은 의견을 줬지만 우리의 타겟인 패션 매니아가 아니라 그런지 ‘패션정보의 산재’라는 고통을 이해시키지 못한 점이 아쉽다. 뉴욕에 있는 실제 유저들로부터의 피드백을 받아내고 싶다!!
두잇서베이 최종기, 정민구 공동창업자
그나저나 여기는 인터넷이 너무 안터진다! 지하철은 물론이고 높은 옥상에서도 휴대폰이 안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모바일의 온라인 상태가 필요한 서비스라면 많은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아이폰 유저가 다른 OS를 사용하는 유저보다 구매력이 높고 트렌드를 앞서나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뉴욕은 확실히 아이폰 비율이 높다.
WOLFMENT 이주현, 김민준 공동창업자
애초에 미국시장을 목표로 준비했고, 마침 이번 기회에 뉴욕에 오게 되었으니 우리는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계속 여기 머무를 생각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업무적으로 사람을 소개시켜주는 것에 대해서 개방적이다. IT관련 산업에 있는 사람은 물론 하버드 출신, 커머스 전문가, 금융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개방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미국 여자를 만나서 결혼해라. 사업이 수월해질 것이다.”라는 멘토의 충고가 기억에 남는다.
Wishbenn 이지현 COO
데모데이에서 발표를 하는데 심사자 한 분이 “오 마이 갓, 대박이야! 나 저거 쓰고 싶어!”라고 호들갑을 떨었던 것이 인상적이다. 우리도 서비스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투자자가 굳이 물리적으로 떨어져있는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를 할까? 아직도 확신이 안선다. 투자를 논의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현지에서 몇 개월을 보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마이리얼트립 백민서 공동창업자
멘토들에게 우리가 “뭘 할거다”라고 얘기하면 먼저 “왜 할건데?”라고 되묻고, “어떻게”라는 의견을 덧붙여서 돌아왔다. 여행산업의 온라인화가 많이 되어 있어서 여행사업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은데, 5개가 넘는 다양한 사이트들과 협업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었다.
외국시장에 진출하겠다면 그 시장의 엑셀러레이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 이상적인 방향인 것 같다. 그렇게 현지에 적을 두지 않을 것이라면 현지 투자자들이 투자할 이유도 없고 깊은 관심도 안 가질 것이다.
SinglePet 전혜린 공동창업자
이곳엔 도시 곳곳마다 개공원이 있다. 싱글펫 프로토타입을 들고 나가서 산책나온 사람들에게 제품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기로 했다. 이 사람들이 사고 싶다는 정도를 넘어서 가격이 얼마든지 상관없으니 제품으로 나오면 꼭 살것이라고까지 이야기하더라. 미국에는 정말 개를 키우는 사람이 많다. 한국보다 대형견들도 많아서 미국 시장에 오려면 대형견용 제품을 따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해외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유통 관계자를 멘토로 만났는데, 우리 회사에 투자를 고려해보겠다고 얘기했다. 때를 놓치지 않고 4억을 불렀는데 “고작 4억으로 뭐하겠느냐? 배포를 키워라”라는 답변을 들었다.
VCNC 김주연 Value Innovator
사전 오리엔테이션이 많았던 덕분에 1분/6분 발표는 정말 달달 욀 수준이 되었다. 서비스를 소개하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도착하니까 이게 웬걸! 모두가 우리 서비스를 알고 있었다. ~_~
Between은 언론홍보보다는 사용자들간의 입소문을 통한 viral 홍보가 더 큰 확산을 불러일으키는데 뉴욕은 그렇게 확산되기 좋은 배경이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일회성으로 보이긴 하지만, 싱가폴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채용으로 이어졌고 그 관계를 계속 팔로업하고 있기 때문에 물꼬를 트는 의미가 크다.
Enkino 송기범 대표, Shawn Park CMO
미국 동부는 지역에 따라 투자생태계가 극명하게 나뉜다. 하드웨어, 헬스케어가 특화된 지역이 따로 있고, 뉴욕은 미디어, 문화산업에 관련된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많이 모여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 내에서 주요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간의 네트워킹이 잘되어 있는데 자발적으로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제품만 잘 만들어서 모든 사업이 잘 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런 생태계의 관계는 스타트업들이 사업하는데 중요한 요인이다.
같이 진출한 팀들을 보면서 한국에서도 이미 미국이나 글로벌 시장에 뒤지지 않는 서비스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Dooub 나현기 팀장
‘우리 게임이 진출하기 가장 적합한 미국 내 시장은 어디일까?’ 라는 질문에 모든 사람들이 ‘뉴욕’이라는 대답을 한다. 게임이기 때문에 다른 서비스들의 진출보다는 상대적으로 쉬울 수도 있고 소요되는 시기도 짧을 수 있을 것이다. 현지의 음원사와 미팅도 했는데 게임에 K-POP도 들어가있고 J-POP도 들어가있다는 과거의 성과가 있다는 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윤활유가 되어 주었다.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일년이 걸렸으니 미국 시장도 일년 걸릴 것으로 보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겠다.
TGENS 조용철 팀장
회사 내부의 역량으로 전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아시아지역 정도는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과 같은 시장이라면 이 곳 시장을 잘 이해하는 담당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우리의 기술은 메신저 내 뿐만 아니라 광고에도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라이센싱을 판매함으로 사업확장하는 것이 지금 생각하는 가장 합리적인 접근법인 것 같다.
CloudVision 김정호 대표
이 사람들은 제품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 ‘시장에 대한 분석’,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받았는데, CloudVision은 너무 기술적으로 접근했다는 평이었다. 한국에서 B2B로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말이다. 핵심에 집중하라는 이야기가 이제서야 실감이 난다. 미국의 B2B시장은 한국과 다르니 우리가 더욱 핵심기술에 집중하고, 글로벌 진출에 관해서는 현지 파트너를 만드는 방식을 권고하더라.
Mindwareworks 이재인 COO
글로벌 시장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면 개발계획보다는 비즈니스모델, 사용편의성 등에 먼저 집중해야 할 것이다. 개발계획을 먼저 세우면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lean하게 방향을 틀기가 힘들다. 개발단계가 비효율적이라도 사용자로부터 시작된 서비스 기획이 우선이고 개발은 그 후에 시작되어야 한다.
Smile Family 김동신 대표
미국은 각 지역마다의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시장의 문화적인 배경을 세부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나는 처음으로 동부시장을 경험한 것인데, 스마일패밀리의 잠재유저와 잠재투자자가 어디에 있을지 생각해본다면 동부도 충분히 괜찮은 환경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보스톤이라는 도시는 정말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강도는 한국 시장보다 훨씬 치열하다. 준비하고 있는 사람 수, 스타트업 수, 퀄리티있는 서비스의 개수도 너무 많다. 이 곳에서는 높은 수준으로 마무리를 해야 한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메일을 보냈는데 7번 거절당하고 8번째 미팅제안에 만날 수 있었다. 모든 순간이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이다. 나를 알리는 데에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Gist 조승민 대표
서비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뉴욕에와서 자리를 잡을 계획이다. LA, 실리콘밸리 모두 좋지만 뉴욕만큼 뉴스관련 스타트업에게 좋은 지리적 위치는 없는 것 같다.
관습과 문화가 다르다는 상황은 난관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것들에 집중하게 되면 그 생각 자체가 장애로 작용한다. 내가 무엇을 해내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그 의지는 해결책을 가져다준다.
—- 덧붙임 (21년 2월 27일) —
짧은 일정 속에서 24팀을 모두 인터뷰하느라 하루에 3팀씩 인터뷰해야 했다. 숙소에서, 버스에서, 세션 중간에, 식사시간에 짬을 냈다. 마지막 2팀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인터뷰했다.
13년 늦가을, 당시 편집부에서 이 글 발행을 빠트렸다. 나는 행사 준비에 바빠서 글이 발행되지 않은 것을 뒤늦게 알아채고 안타까워하고 길길이 화를 냈다. 7년이 지난 오늘 문득 생각났다. 들어가보니 draft가 다행히 아직 있다. 여기로 가져와 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