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철학하자.

철학을 철학하자. 너무 빡세다. 쉬었다 가야겠다.

난 철학도사도 아니고, 철학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뒤늦게 머리가 다 굵어지고 나서야 지적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철학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철학공부를 한다고 해서 모두 철학자가 되는 것도 아니더라.

수천 년 간 인류가 발전시켜 온 생각의 역사를 몇 년 안에 배우려니 훑어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걸러내지도 못하고 우적우적 귀로 눈으로 처먹었다. 이것저것 다 옳은 말로 들린다. 살다 간 사람들이 남겨놓은 말들을 한참 듣다보니 내 머릿속엔 이은호는 어디로 가고 철학자들만 가득차서 시끄럽게 떠들어댄다.

20년간 생각 없이 살고, 2년간 군대에 있었다. 22년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생각’을 하려고 한다. 무리가 올 수 밖에.

철학은 ‘Learn to Unlearn’ 이라고 한다. 이미 배워서 내가 알고 있는 사실들 중 틀렸거나 모순된 부분들을 제거하고 수정하기 위한 공부인 것이다. 들어있는 것도 별로 없는데 모순을 찾고 틀린 부분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결국엔 뒤늦게 시작한 철학과 주워들은 논리들, 그리고 내 몸이 기억하고 있는 나의 본능이 남게 된다. 타인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인줄로 착각하고 떠들어대는 한마리의 동물이 남게 되겠지.

나의 생각을 하자.

 

—- 덧붙임 (2015.12.18) —-

평생을 ‘자아’ 없이 살았음을 반성하기 시작했다.그로부터 고작 5년이 지났을 뿐이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생각을 해야 마땅하다.

데카르트가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한다.”

곰곰히 생각해봤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나는 생각을 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