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정체성 찾기

기술기반도 아니고, 혁신적이지도 않았으며, 비즈니스 모델도 명확하지 않아 좋은 투자대상도 아니었다. 따라서 스스로를 스타트업이라 하지 않았다.

산업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일단 발을 들이려 미디어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창업한 지 만 2년이 다 되어간다. 이 쯤되니, 스타트업이고 말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나는 도대체 뭐 하는 놈일까? 라는 궁금증이 든다. 그래서 기록을 남겨보자면;

 

2014년 06월 온라인 큐레이션 매거진 & 페이스북 페이지
2014년 07월 식품산업의 MICE 활동을 온라인화
2014년 09월 셰프를 소재로 하는 버티컬 미디어 – 셰프에 관한 뉴스, 셰프가 보는 뉴스
2014년 12월 F&B 관련 업체들이 함께 쓰는 코워킹 스페이스
2015년 01월 미식 콘텐츠 기업 – 식품기업 홍보 & 마케팅 대행
2015년 03월 요리사에게 가장 신뢰받는 온라인 미디어
2015년 05월 주방근무자를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2016년 02월 News & Jobs 모델로 F&B의 산업인력을 위한 구인구직 서비스
2016년 04월 레스토랑의 수발주 시스템 – 외식산업의 B2B 시장 47조 중 음식점납품은 27조
2016년 06월 ….

 

이렇게 많은 일을 벌이고, 조사하고 그림 그리기를 반복한다. F&B 산업은 테크황무지라는 것은 명확한데, 내가 어떤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 수 있겠단 확신이 없으니까 계속 헤매는 것이다. 기술이 있어야 한다. 기술을 내재화해야 한다.

제레미 리프킨이 2000년도에 쓴 <소유의 종말>에서 이미 온디맨드를 정의하고 있다.

접속 중심 구도에서 기업의 성공은 시장에서 그때그때 팔아 치우는 물건의 양보다는 고객과 장기적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점점 좌우된다. 상품과 서비스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데 유념해야 한다. 산업 시대에는 소비자에게 상품을 팔면서 무료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되고 있다. 요즘은 후속 서비스를 통해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맺겠다는 계산으로 상품을 아예 공짜로 제공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의 의식도 소유에서 접속으로 서서히 기울 것이다. 값싼 내구재는 여전히 시장에서 거래되겠지만 가전 제품이라든지 자동차나 집 같은 고가품은 공급자에 의해 소비자에게 단기 대여, 임대, 회원제 같은 다양한 서비스 계약의 형태로 제공될 것이다.

앞으로 25년 정도만 지나면 소유에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고 구태의연하다는 인식이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 일반화될 것이다. 소유는 모든 것이 휙휙 바뀌는 풍토에 적응하기에는 너무 느려터진 생각이다. 사람들은 물적 자산이나 재산을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하는 것이 이롭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소유를 한다. <가진다>, <보유한다>, <축적한다>는 생각은 그 동안 금과옥조로 떠받들어졌다. 하지만 과학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경제 활동이 어지러울 만큼 빠르게 진행되는 세상에서 소유에 집착하는 것은 곧 자멸하는 길이다. 주문 생산이 일반화되고 끊임없는 혁신과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며 제품의 수명이 점점 단축되는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퇴물이 된다. 변화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변화 밖에 없는 세상에서, 소유하고 보유하고 축적하는 태도는 점점 설득력을 잃어간다.

접속의 시대를 지배하는 경영학적 전제는 시장의 시대를 지배하던 전제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새로운 세계에서 시장은 네트워크에게 자리를 내주고 판매자와 구매자는 공급자와 사용자로 바뀐다. 사실상 모든 것이 접속된다.

완전히 성숙한 시장 경제에서도 아직 상업성은 주기적으로만 나타날 뿐이다. 판매자와 구매자는 잠깐 만나서 상품과 서비스의 인도 조건을 협의하지만 그 다음에는 각자의 길을 걷는다. 나머지 시장은 시장과 상업성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문화적 시간-상품화되지 않은 시간-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접속 관계에 치우친 하이퍼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우리의 시간이 거의 모두 상품화된다. 가령 소비자가 자동차를 살 때 그가 자동차 판매상과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똑 같은 자동차를 임대의 형태로 빌릴 경우 사용자와 공급자의 관계는 지속되며 계약 기간 동안에는 중단되지 않는다. 공급자는 소비자와의 <상품화된 관계>를 선호한다. 얼마든지 갱신할 수 있고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영속적인 교분을 맺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임대, 가입, 등록, 수임료 등을 통해 이런저런 형식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된 네트워크 안에 들어가 있을 때 모든 시간은 영리적 시간이 되어버린다. 문화적 시간은 기울고 인류는 영리적 고리를 통해서만 문명을 지탱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것이 탈근대 사회의 위기이다.

전환(transition)을 일으키지 못하면 미디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수많은 사람의 끊이지 않는 발걸음, 이슈의 발원지가 되었다는 자부심, 독자들의 감사인사, 사람들이 알아봐 줄 때의 콧대등등함, 발행인으로서 느끼는 사회적인 책임감, 사업화될 수 있을 것 같은 희미한 희망

작은 규모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사람, 대형 언론사에 근무하는 사람 모두 느껴봤을 공통적인 감정들이다. 이 감정들 때문에 밤도 새서 조사하고 연구하고 발로 뛰어 글을 쓴다. 하지만 밥을 벌어먹지 못하면 이 모든 감정과 노력은 모두 헛수고에 불과해진다. 미디어로 밥값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전환이다. 전환transition을 일으키지 못하면 미디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미디어와 콘텐츠 자체가 목적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광고를 수익사업으로 삼는 미디어는 철저한 수단이고, 좋은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전환을 일으키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 AARRR

전환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AARRR에 대한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이 기준을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낯설게 들리지만, 오프라인 매장에 비유를 들어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은 개념이다. 온라인에만 국한되지 않고 거의 모든 고객 접점을 대입해볼 수 있다.

Acquisition은 최초노출에 해당한다. 오프라인 매장에 비유하면 손님이 간판을 본 순간이다.
간판을 본 사람 중에서 몇 명이나 상점으로 들어왔는가? 상점으로 들어온 사람을 Activation이라 한다.
그 손님이 또 방문했다? 매장에 관심 있는 물건이 있는지 이것저것 뒤져보면 Retention이다.
상품을 고르고 지갑을 열었다. 돈을 내면 드디어 Revenue가 났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손님이 주변 사람도 데리고 다시 방문한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준다. Referral이다.

매 단계를 온라인에 대입해도 맞아 떨어진다. 각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전환 시점마다 일부분의 사람들이 떨어져 나간다. 이 과정은 선형적이고 이후 단계가 전 단계보다 커질 수는 없으므로 깔때기funnel이라고도 부른다. 다음 단계로 전환시킬 때 이탈하는 사람을 최소화하고, 전환되는 비중을 최대한 높이는 게 관건이다.

 

  • 허무지표

“월간 100만 PV를 기록Acquisition”, “누적 회원 수가 30만 명Activation”, “재방문 비율이 50%Retention”라는 소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위의 숫자들이 얼마로 바뀌건 간에 특별한 의미가 생기지 않는다. 달성해도 내 인생에(우리 회사에) 도움이 안 되는 목표를 허무 지표라 한다. 앞의 세 수치는 허무 지표다.

각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얼마나 전환되는지는 조금 중요하다.
Acquisition에서 Activation으로 상당수의 %가 전환이 일어났다고 하면 귀를 한 번 기울일 만하다. Activation에서 Retention으로 상당수의 %가 전환이 일어났다고 하면 눈길을 한 번 줄 만하다. 하지만 세 번째 단계인 Retention까지 왔다 하더라도 수고했다고 칭찬하긴 이르다. 간판도 많이 노출되고, 매장도 붐비고, 재방문자도 많지만, 정작 물건을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은 시간대로 성장하는 허무지표가 아니라, 단계별로 전환되는 %의 성장에 있다. 전환의 %가 예측 가능하고 조절 가능하다면 Acquisition에 돈을 쏟아부었을 때, 깔때기 마지막에 나오는 수량이 얼마나 될지를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깔때기 중간이 꽉 막혀있는 상황이라면? Acquisition에 들어가는 비용은 목적 없는 지출이 된다.

정작 중요한 4번째 수익화 계획Revenue이 없으면 앞의 수치들은 전혀 의미 없다. ARPU Average Revenue Per User 또는 ARPPU Average Revenue Per Paying User 가 의미 있는 지표들이 된다.

나 또한 그랬고, 많은 언론사가 허무지표만을 목표로 삼았다. 왜 이토록 중요한 전환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까? 내부에 수익전략Revenue이 없기 때문이다.

 

  • 전환 빌려주기 = 광고

전통적으로 언론사는 자체적인 판매 상품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익숙지 않다. 자체적으로 수익전략을 가지기보다는 수익전략을 가진 외부 파트너를 도와주는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외부 파트너를 도와주기 위해 미디어 트래픽을 빌려주는 것을 광고라 한다. 트래픽을 빌려주는 단계에서도 전환이 일어나는데 내부적으로 전환을 일으킬 때보다 외부로 전환을 빌려줄 때, 대체로 전환율이 낮다.

언론사의 관점에서 Acquisition을 빌려주는 것을 광고시장에서는 CPI Cost Per Impression이라 부른다. 언론사의 관점에서 Activation을 빌려주는 것을 광고시장에서는 CPC Cost Per Click이라 부른다. AcquisitionActivation은 직접적인 Revenue로의 전환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광고 효율이 불확실하다. Acquisition만으로 광고효과가 나던 시대에는 광고주가 KBS건물에 두 바퀴를 돌아 줄을 섰다는 전설이 내려 전해진다. 하지만 콘텐츠 과잉시대에 접어든 이상, 그런 시대가 다시 오길 기대할 수 없다.

언론사가 내부적으로 수익전략이 있었다면 Revenue에 직결되는 전환전략을 세워놓았을 것이다. 그런 전환전략이 있었다면 외부에 빌려줄 때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사는 그런 준비가 안 되어 있고, 외부에서 요청하는 AcquisitionActivation만 빌려주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광고주도 AcquisitionActivation만 빌리는 데 높은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 외부의 요구에 따라 전환을 빌려주니 실제 트래픽 보유 가치보다 평가절하해서 팔 수밖에. 이제 시장가격을 광고주가 정한다.

온라인 광고시장은 언론사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한국의 웹사이트 중 트래픽 상위 50개 중에서 언론사는 3곳이다. (22동아, 30조선, 40중앙) 반면 커뮤니티 사이트는 8곳이다. (14디씨, 15SLR, 17일베, 25베스티즈, 29인벤, 33오유, 34뽐뿌, 37인스티즈) 연봉 5,000만원의 엘리트 기자가 쓴 기사와 커뮤니티에 자발적으로 올라온 콘텐츠가 동점으로 평가되니 콘텐츠 생산 비용에서 큰 손실을 본다.

 

  • 전환은 전략이 아닌 태도

세상에는 세 가지의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통계. 이 중에서 통계가 가장 나쁜 이유는 스스로마저 속이기 때문이다. 동접자 수를 보며 뿌듯한 마음에 취해있던 나, 허무지표를 엑셀에 넣고 돌려 어떻게든 J커브를 산출했던 나, 데이터를 자신을 속이는 데 사용했던 나를 반성한다. 3달 전 나는 개별 계정으로 Google Analytics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박탈시켰다. Google Analytics는 손실이라는 고통을 망각하게 해주는 진통제다. 페이스북 페이지 인사이트도 같은 놈이다.

“방문자와 회원 수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게 좋잖아요? 전환은 나중에 생각해도 되지 않나요?”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이 또한 틀린 생각이다. 전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허무지표는 없애야 한다. 허무지표는 돈을 쓰면 나올 수밖에 없다. 공짜로 밥 주고 술 주는 이벤트를 매일 하는데 매장에 손님이 끊길 리 있겠는가?

뉴미디어라는 간판이 무슨 벼슬인지, Revenue전환의 전략도 의지도 없이 수백만의 다운로드와 억소리나는 허무지표를 성과라고 자랑스럽게 인포그래픽까지 만들어 공개하는 곳이 있다. 너도나도 뛰어드는 MCN사업자들도 마찬가지다. 직원은 200명인데 하루에 나오는 콘텐츠 수는 고작 20개란다. “버는 돈은 없는데 쓰는 돈은 많아요”라는 뜻인데 말하는 사람은 자신이 내뱉는 말의 뜻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다들 좀… 취하신 것 같다.

 

허무지표를 집어치우고 Revenue를 위한 전환전략을 찾아내자. 전환을 자유자재로 드리블할 수 있는 기술을 내재화하자. DNA에 새기자.

셰프뉴스가 생각하는 미디어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함께 작업한 해외 미디어 동향 보고서가 나왔다. 셰프뉴스는 한 페이지 가량 소개되었다. 이메일로 문의왔던 당시 답변했던 내용을 이 곳에 기록으로 남긴다.

보고서 다운받기(169MB) : http://www.kpf.or.kr/downloadfile.jsp?num=6369&board_data_id=7824

 

정보전달발전역사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이전 세대의 기술은 매정하게도 세상에서 잊혀졌습니다. 봉화, 전령, 목판인쇄, 타공프린터, 모스부호, 흑백 TV, 모뎀 등 모두 잊혀졌습니다. 인류는 정보전달 기술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키고 있고, 불과 몇 년 전에 사용하던 전달기술들이 새로운 기술들에 의해 대체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 시대적인 환경 속에서 언론사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반대의 의견을 내겠습니다. 기존 언론사들이 콘텐츠를 못 만들어서 위기가 왔나요?아닙니다. 지금의 위기는 전적으로 시대적인 현상이며, 언론사 외부의 환경적인 문제입니다. 내부에서는 결국 해답을 찾지 못할 것입니다. 주목할 것은 콘텐츠가 아닌 역할입니다.

이전 세대까지 언론사가 하고 있던 역할은 수많은 대체재에 의해 대체되고 있습니다. 남아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무엇을 남길 것이며, 다른 서비스에 의해 대체되어버린 분야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언론사들이 각자 해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시점일수록 업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현대적인 ‘언론사’의 범위를 넘어, 더 큰 범위를 아우를 수 있는 미디어의 본령이 무엇일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제가 찾은 답은 결국 ‘중간자’, ‘매개자’, ‘연결자’, ‘전달자’입니다. 여전히 연결이 필요한 곳은 많이 있고, 새로운 기술로 그 연결을 더욱 효과적으로 해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14년 7월 셰프뉴스를 창업하기 전까지 IT스타트업 미디어 비석세스에서 3년 가까이 근무했습니다. 없던 IT산업이 활성화되는 것을 보고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활성화되기 위해서 산업미디어가 필요하다. 산업미디어는 정보를 전달하고, 사람들의 연결을 도모한다.”라는 산업미디어의 개념을 정립했습니다. 이 맥락에서 외식산업은 미디어가 가장 필요한 산업입니다. 테크황무지에 가깝지요. IT기술을 아는 사람은 외식 산업을 이해하지 못해 매번 실패하고, 외식 산업에 속해있던 사람들은 기술을 이해하지 못해 실패합니다.

이 산업에는 총 25종 가량의 오프라인 매체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온라인으로 넘어오려는 시도를 안 한 게 아닙니다. 매번 실패했고, 지금도 여러 시도들이 실패되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도 많이 있겠지만 공급자 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외식 산업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F&B(Food & Beverage)두 개로 구분하거나, HoReCa(Hotel & Restaurant & Café)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이는 모두 공급자 중심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소비자 중심적인 관점에서 매체를 기획하면 산업 종사자를 독자로 설정해야 할 것입니다. 측정 가능한 외식업 종사자가 300만 명이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 주방 근무자는 140만 명입니다. 이들이 볼만한 매체가 있을 법도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없습니다.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기존 언론은 “셰프에 관한 뉴스”만들 생각은 하지만, “셰프가 보는 뉴스”를 만들 생각은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년간 ‘버티컬 미디어’라는 어휘가 유행하기도 했는데 소재를 버티컬하게 접근하면 보기엔 그럴싸한 미디어가 만들어지겠지만 역할을 찾기 힘들 것입니다. 독자를 버티컬하게 설정하면 그들이 역할을 알려줄 것입니다. 구인구직서비스도 독자분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셰프뉴스가 지금까지 매체 영향력을 키워올 수 있었던 것은 저희가 잘해서라기보다 독자의 특이성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리사라는 독자는 다소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있습니다. 하루에 14시간씩 창문도 없는 주방에서 육체노동을 하지요. 잠시 담배를 피러 나와 휴대폰을 보는 게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취미, 특기, 진로가 모두 요리인 삼위일체형 직군입니다. 인생에 요리밖에 없다고 합니다. 다른 매체가 독자들과 가지는 약한 연결고리에 비교하면 훨씬 큰 유대감이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디어는 두 가지로 구분해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는 콘텐츠 생산자(Media as Contents Creator)이며, 또 다른 하나는 채널(Media as Channel)입니다. 콘텐츠를 돈 주고 사보는 사람이 점점 없어지고 있으므로 미디어 운영의 목적은 채널을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맥락에서 콘텐츠는 목적이 아닌 철저한 수단이 됩니다.

채널로서의 미디어도 전환(transition)을 일으키지 못하면 아무 짝에 쓸모가 없습니다. 전환도 안 일어나는 채널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콘텐츠 생산부서는 애물단지 지출부서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셰프잡스에서 수익이 발생하기 전까지 셰프뉴스는 애물단지 지출부서에 해당하므로 1.2명의 최소 리소스만으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중입니다. 셰프뉴스로부터 전환을 일으켜 셰프잡스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셰프뉴스의 미디어 운영 비용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입니다. 셰프뉴스의 독자와 셰프잡스의 고객이 같으므로 전환 효율이 아주 높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구인•구직 정보 서비스 기획자가 본 로켓펀치의 리뉴얼

로켓펀치에서 셰프뉴스의 데이터를 보고, 후기를 적어 달라고 요청을 했었는데… 이제서야 쓴다.

지난 3월 31일, 로켓펀치의 리뉴얼 이벤트에 참석했다. 나 또한 셰프잡스라는 외식업계 전문 채용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 행사에 참석한 사람 중에서도 큰 관심을 두고 발표 내용을 들었다.

‘Growth Hacking’, ‘AARRR’과 같은 키워드를 공부하기 위해서 검색을 하면 로켓펀치에서 작성한 슬라이드가 몇 개 나온다. 이를 통해 로켓펀치 팀의 핵심역량, 서비스 운영의 접근법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리뉴얼 이벤트는 단순히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것을 넘어, 지난 3년간 로켓펀치를 운영하며 쌓은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방향을 LEAN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검토한 고민결과일 것이라 기대했다.

“기업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 안에 일하는 사람이고, 그 사람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가 해온 일들”이라는 멋진 말로 본격적인 리뉴얼 계획을 밝힌다.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다”라고 주장하는 셰프잡스의 포지셔닝과 왠지 닮았다.

로켓펀치는 ‘비즈니스 프로필’ 중심적으로 서비스를 개편했다고 발표했다. 기업의 채용공고보다는 사람의 프로필을 더욱 우선시하고 무게를 둔다는 뜻으로 들린다. 실제로 리뉴얼 된 로켓펀치를 사용해보니 “나를 규격화”하기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 구인•구직 정보 서비스의 시작 – 규격화

대부분의 구인•구직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 다른 형식의 정보를 다룬다. 모습이 다른 비대칭 정보를 상호간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규격화standardization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관건이다. 기업에서 찾고자 하는 인재의 역량, 기술, 경력, 태도 등을 규격화해야 하고, 입사를 원하는 지원자 또한 이력서상에서 역량, 기술, 경력, 태도 등을 규격화시켜야 한다.

“인간을 규격화(수치화)한다고요? 무서운 소리 같은데요?” 한 심리학 교수님을 만나서 했던 질문이다. 나의 질문에 그분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돌연 칠판에 그림을 그리며 수업모드로 설명을 이어갔다. “인간을 측정할 때, 양적 측정과 질적인 측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이 좋다’라는 주관적인 평가는 질적이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얼마나 좋은지, 어느 정도 좋은지를 말할 수 없습니다. 현대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과 마음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입니다. 사주팔자나 별자리는 몇 천 년 이상 이어져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으로 인정되지 못하는 것은 실험했을 때 나오는 결과가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누가 봐도 객관적이면서 과학적으로도 옳아야 합니다. 그래서 더욱 수치화가 필요합니다.” (기사 보기)

규격화, 또는 수치화되지 못한 기존 구인•구직 서비스들은 정보 목록을 보여주는 게시판형 커뮤니티에 가깝다. 정보들이 모여있긴 하지만, 기계가 그 정보를 이해하거나 분류해내지는 못한다. 기계도 이해할 수 있고, 사람도 쓰기 좋은 형식으로 통일시키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구인•구직 서비스 기획의 첫 단추다. 디지털 문서를 나열하는 것에 그치는 게 WEB 1.0 방식의 접근이라면, 이를 규격화해서 기계가 연결해줄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드는 것이 WEB 2.0의 접근방식이라 구분해볼 수 있겠다.

이전 세대의 정보 서비스들이 정보를 나열하는 방식은 지면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 신문 1면의 광고가 비싼 것처럼, 웹사이트 내에서도 상단에 정보를 보여주려면 돈을 많이 내고, 돈을 적게 내면 그보다 아래에 보여주는 방식이다. 강제로 노출 순서를 바꾸기도 하며 요란한 아이콘을 붙여 주목도를 높여 시선을 빼앗아 간다. 이런 정보 나열 방식은 상대적인 노출도를 가져가기 때문에 같은 플랫폼에 들어있는 다른 정보의 접근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다. 사람의 인지능력의 한계가 곧 정보 서비스의 활용 능력의 한계가 된다.

지면을 모방하는 것에 그치는 것과, 정보를 규격화해서 기계가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은 접근법이 다르므로 그 목적지 또한 달라진다. 전자의 경우에는 태생적으로 폐쇄형 플랫폼의 성격을 가지지만, 후자는 무한한 확장과 개방을 꿈꾼다.

 

  • 구인•구직 정보 서비스 운영 – 잘 보여주기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인류는 UI/UX 기획의 맥락에서 큰 통찰을 얻은 것 같다. 화면의 크기가 제한되는 환경을 접하자 비로소 기존의 인쇄물들을 모방하는 방식의 웹 기획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모바일에서는 상·하 구분이 나뉠 만큼의 공간도 없고, 다른 정보의 시선을 빼앗을 여력도 없다. 기존의 PC환경에서 기획된 구인•구직 서비스를 레이아웃만 바꿔 모바일로 넘긴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손바닥만 한 모바일 디바이스 안에서 어떻게 정보를 보여줘야 잘한 것일까? 이전 시대에는 카테고리 분류가 전부였다. 필터 기능이 제공되긴 했지만 앞서 말한 규격화의 문제와 폐쇄성의 문제로 대부분의 필터 검색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 외에도 공통된 태그 분류로 솎아보기를 하는 방법, 특정 프리셋 조건으로 소트아웃해서 보여주는 분류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로켓펀치는 이런 기능을 활용해 ‘콜렉션’ 기능을 선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을 이렇게도 묶어보고, 저렇게도 묶어볼 수 있다. 카테고라이징의 다각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완고불변하던 상하위 규칙hierarchy structure을 없애고 어떤 상황에는 A그룹에 속해서 보이고, 또 다른 상황에는 B그룹에 속해서 보인다.

사용자의 필요와 맥락에 맞는 정보들을 솎아내 편집해서 보여주는 작업으로도 정보는 큰 가치를 가진다. 의미는 관계에서 나온다. 로켓펀치 팀은 이를 “구슬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속담으로 비유했다. 정보가 너무 많아 문제인 시대, 큐레이션 커머스는 정보를 편집해주는 것만으로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게 해주는) 가치를 제공한다. 단계와 비용이 늘어났음에도 사용자들은 기꺼이 이용한다. 오늘날 ‘쇼핑 콘텐츠’라는 표현은 ‘쇼핑 정보 탐색’이라는 표현보다 일반적이다.

‘잘 보여주기’위해 정보를 솎아내고 묶어 보여주는 구조적인 작업도 필요하지만, 다른 작업도 필요하다. 묶음 정보 중에서도 어떤 정보를 우선적으로 보여줄지에 대한 배열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정보생성일이나 가나다순으로 나열시키는 건 좀… 불친절하잖아?

 

  • 로켓펀치 랭킹 알고리즘 추론하기

리뉴얼 이벤트를 다녀온 후에도, 로켓펀치를 이렇게까지 들여다볼 의도가 없었다. 회사 정보 업데이트, 공고 생성 등 작업을 한번 시작하면 6시간은 족히 걸리는 데, 그럴 시간도 없고 어차피 사람을 채용할 자금도 넉넉지 않으니 간단한 업데이트만 해 놓으려 했다.

회사 소개를 업데이트하고, 서비스 항목을 하나 추가한 뒤, 사진도 첨부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스타트업>인기순’ 리스트에서 셰프뉴스가 5페이지로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 회사 정보와 채용공고의 완성도가 정보 배열 우선순위와 연관성이 있을 거라는 가정 하에 계속해서 정보를 업데이트했다. (로켓펀치에서 셰프뉴스 회사소개 보기)

‘키워드를 추가하고, tech stack도 추가하고, 관련기사 1건, 주소 및 연락처 업데이트, 구성원 2명 연결, 채용공고 3개 신규 생성’을 모두 마쳤다. 몇 시간이 지났다. (아마 로봇이 6시간 또는 12시간 단위로 우선순위 배열 계산을 갱신하는 것 같다.) 순식간에 셰프뉴스는 ‘스타트업>인기순’ 10위를 기록하더니 또 하루가 지나선 상위 5등까지 랭크 되었다. 10위에서 5위로 올라가던 기간에는 추가로 데이터를 입력하지 않았으므로 다른 사용자들이 조회한 횟수, 북마킹 횟수가 추가로 반영되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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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랭크한 다음 주의 현황

몇 가지 더 실험해 볼 수 있었지만, 로켓펀치의 알고리즘을 추론하는 것은 나의 본업에서 멀어지는 일인데다, 우리 회사 정보를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과장하는 데에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아서 5위 기록을 만족하며 다시 본업으로 돌아갔다. 리뉴얼 직후에는 메이크모델(이걸 어떻게 이겨)과 로켓펀치가 인기순에서 1, 2위를 놓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각각 6위,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감기나 감가상각과 같은 개념을 추가 적용했거나 각 항목들 간의 가중치를 변경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셰프잡스도 같은 고민을 했다. (띄워준 후 무단탑승. 좀 얹혀갑시다?) ‘정보 적합성’과 ‘완성도’를 총 10가지 기준에 따라 평가할 것이고 높은 점수를 받은 순으로 상단에 보여줄 것이다. 셰프잡스와 성향이 맞지도 않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정보들은 유료 아이템을 구입하더라도 최상단에 노출되기 힘들다. 이 작동 원리와 정책은 간단히 공개할 예정인데, 이를 통해 ①전체적인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게 유도할 수 있고 ②허투루 작성된 콘텐츠 때문에 콘텐츠 exploring의 경험이 저해되는 경우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니 로켓펀치에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사람들은 이 알고리즘을 잘 활용해서 회사 노출기회를 높이길 바란다. 그게 로켓펀치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어뷰징 해봐야 알고리즘 수정으로 차단하면 그만이다.)

 

  • 그러고보니

그러고보니, 로켓펀치 팀은 ‘잘 보여주기’의 중요성을 창업 초기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내가 비석세스에서 일하던 2012년 가을, 사무실로 찾아와 미디어 웹사이트에 연동될 수 있는 플러그인을 제공할 테니 게시해주고, 매주 월요일 구인•구직 콘텐츠를 모아서 송고할 테니 발행해달라는 약속을 받아갔다. 벤처스퀘어에도, 플래텀에도 찾아가 똑같이 약속을 받아냈더라.

그러고보니, 로켓펀치는 처음엔 텀블러로 시작했었다. 얼마나 LEAN한가! 같은 시기에 론칭했던 벤스터도 어머어마한 LEAN함으로 모바일프로필서비스 profile.me로 피봇한 뒤, 명함사진인식서비스로 다시 피봇했다가, 지금은 전 국민이 사용하는 명함 앱 리멤버가 되었다. 무시무시한 LEAN스러움이다.(IT스타트업 전용 채용 플랫폼의 등장! VENSTER와 RocketPun.ch)

그러고보니, 셰프뉴스는 로켓펀치 스타트업 인기순 5위를 기록하고도 이력서는 다섯 개밖에 못 받았다. (인기순 6위 기록했던 옆팀은 20개 받았다고 하던데… 셰무룩…) IT도 이해하고, 미디어도 이해하고, 외식산업도 이해하고, 마케팅도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니 좀체 맞는 사람이 나타나질 않는다. 어디 있으면 나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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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더 보기 – CARAMEL 제공>

언론사의 생산성 집착

나는 미디어 운영을 시작한 지난 1년 8개월 동안 몇 번의 죄책감을 느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면 기자가 저널리즘 정신을 가지고, 소재에 집착하고, 연출과 편집에도 욕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요했다. 그와 동시에 빠르게 일해 많이 만들어내라는 생산목표를 설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생산성을 강요하고 있었다. 심지어 미디어 운영의 본질은 언론이 아닌 제조업이라고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언론의 측면에서 최소한의 정의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 기대했고,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산업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행동의 방향은 그와 반대로 가고 있어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다.

고전경제학에서는 성장을 생산의 문제로 보았다. 적은 비용을 들여 더 많은 생산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달성과제였다. 그래서 경제성장에 필요한 요소로 노동, 자본, 기술 이 세 가지를 꼽았다. 미디어 운영 또한 생산과정에서 비용이 들어가고 생산결과물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제조업과 다르지 않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미 수적으로 과도한 미디어사들의 무지막지한 생산성 경쟁시대, 오늘을 되돌아보자. 생산성 경쟁은 언제까지 유효할까?

 

  • 소싱-생산성

15년 한 해 동안 신규 등록된 온라인 미디어만 6,000개에 달한다. 그렇다고 언론의 목소리가 다양해졌느냐?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베끼고 베낀다. 정보가 부족했던 시대였으면 모를까, 정보가 넘쳐나서 문제가 되는 정보과잉시대. 특종에 열을 올리고 새로운 소재를 잘 찾아내는 매체가 있다면 어뷰징 전문 미디어의 1차 타겟으로 선정된다. 먹성 좋은 대왕고래 턱 밑에 빨판상어가 여럿 붙어있는 모양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버니, 곰이 재주부릴 의욕이 나질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며 너도나도 빨판상어나 되겠다는 것을 대부분의 온라인 언론사들이 전략이랍시고 내세운다. 콘텐츠가 낱낱이 쪼개져 전달되는 지금, 단독속보가 큰 흥행과 보상을 가져다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소싱, 소재를 찾아내는 일이다. 80년대에는 9시 뉴스가 조금 일찍 끝나는 경우가 잦았다고 한다. “오늘은 특별한 소식이 없어 방송을 이만 마칩니다.” 당시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마 언론사의 소싱능력이 제한적이었던 게 그 이유였을 것이다. 30년 전과 비교해보면 소싱할 수 있는 창구가 훨씬 많아졌다. 세계 주요 도시에 특파원이 파견되어 있고, 기관이나 기업의 홍보부서에서 내용을 정리해주는 담당자가 따로 있다. 블랙박스나 스마트폰 영상도 소재거리가 된다.

소싱이라는 작업을 위해 제보창구를 열어 두고, 편집기준에 딱 맞아 떨어지는 정보를 하루에 수백 건씩 제보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페이스북 페이지 ‘오늘뭐먹지?’와 같은 선순환 구조가 나오는 경우는 아주 희귀한 경우다. 소싱이라는 작업은 유사한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기에 머리를 조금만 굴리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관련 키워드를 몇 개 골라 네이버 뉴스 검색에 입력하고, 그 결과창의 RSS소스를 긁어 피들리에 등록해놓으면 매번 키워드를 새로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클릭 한 번만으로 사전에 입력한 키워드에 대해 실시간으로 언론에서 노출되는 기사들이 검색되어 보여진다. 지니뉴스 앱에도 맞춤뉴스라는 비슷한 기능이 있다. 영상 콘텐츠를 같은 방식으로 투어할 수 있는 앱 vodio가 있어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다. 1차적으로 검증된 콘텐츠를 참고하는 것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영어를 할 줄 안다면 해외의 관련 매체 50여 개 정도를 모니터링 할 수 있다. 해외의 매체들도 나름의 편집기준, 소재 검토 기준을 가지고 있으므로 정보 공해를 걸러내 줄 필터 역할을 해준다. 한국 F&B 산업 소식은 홍보팀이 작성한 신제품 나왔다거나 메뉴가 바뀐 소식, 자본이 관여되어 인위적으로 작성된 기사, 방송리뷰기사, 먹어보니 맛있더라는 감동도 재미도 근거도 없는 이야기 등이 대부분이라 해외 매체를 참고하는 것이 더욱 성과가 좋다. 이 작업도 일주일에 2회만 한다고 했을 때 총 4시간 정도면 훑어보기에 충분하다. 페이스북의 친구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뉴스피드에 어떤 소식들을 띄울지를 세팅하는 것도 검증된 뉴스를 소싱받을 수 있는 보조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내가 다루는 콘텐츠의 경우 위의 작업과정을 통해 1,000개 정도의 기사 제목을 훑어보면, 20개 정도는 읽어볼 법하고, 그 중에서도 5개 정도만 소재거리가 될 법하니. 이 작업의 핵심은 효율성이 아니라 “편집기준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찾아내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방식들로 정보에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만들 수는 있지만, 아무리 효율성이 좋아져도 이미 생성된 정보를 조회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NEWS를 만드는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 이렇게 해선 평생 OLDS밖에 못 만들어낸다. 콘텐츠 생산자에게 달성목표를 양적인 수치로 설정한다면 시간에 쫓겨 효율성이 높은 일만 좇고자 하게 되거나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 이 순간부터 보도자료를 들추고, 전화벨이 울리기만 기다리고, 온라인 뉴스를 큐레이팅하는 일만 하게 될 우려가 있다. 취재관행이 생긴 순간, 사실상 기자는 산 송장이 된 것과 다름없다. 적은 리소스를 들여 생산량을 높이는 것을 우선시해선 안 된다. 새로운 영역, 미개척 분야를 끊임없이 탐험하고 취재해내는 것이 본분임을 기억해야 한다. 소싱 작업을 빠르게 반복함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시스템에 갇혀 발이 묶여선 안 된다.

진정 보석 같은 소재, 편집기준에 꼭 들어맞는 소재를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발굴’ 수준의 소싱을 하기 위해서는 기자가 곡괭이 들고 땅파러 나서는 수 밖에 없다. 좋은 소재를 찾아내는 데에 미치는 요소는 오직 기자의 적극성과 집요함 말고는 없다. 기자의 덕목으로 술을 잘 먹어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는 데에도 다 발품을 잘 팔기 위한 데 있다. 수습 3개월 동안 경찰서 옆 쪽방에서 잠도 안 재우고 취재시키는 것도 발품의 중요성을 가르치기 위함이다. 메이저 언론사의 기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효과적으로 소재 소싱할 방법에 대해 물었지만, 그들도 특별히 다른 방도를 알지 못했다. 기사는 결국 발로 쓰는 것이기 때문일까. ‘발로 쓴다’는 건 열심히 뛰어다니는 것만 의미하진 않는다. 스스로 취재처를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전화를 돌리거나, 먼저 제보가 들어올 수 있도록 관계를 만드는 것 또한 모두 발품에 해당할 것이다. 기자 지망생 중 기자가 글 쓰는 직업인 줄로 착각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내가 볼 땐 소싱 작업이 기자에게 주어진 일의 8할이다. 소싱만 제대로 된다면 제작이야 일사천리로 이뤄진다.

 

  • 제작-생산성

글은 참 종류도 많다. 크게 문학적인 글과 비문학적인 글로 구분하지만, 기사의 종류만 세어 보아도 스트레이트, 단신, 가십, 르포, 해설, 인터뷰, 사설, 칼럼, 독자투고 등으로 다양하다. 콘텐츠가 어떤 포맷을 갖추는지와 상관없이 일반적인 글쓰기 능력은 모든 콘텐츠 제작에 요구된다. 뉴미디어 시대에는 새로운 포맷의 콘텐츠가 많이 등장했다. 카드뉴스, 동영상 해설기사,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복합적으로 사용되기도 하면서 기자에게 글쓰기 이외의 콘텐츠 생산을 주문한다. Snowfall 기사가 퓰리쳐상을 받자,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기획기사를 웹사이트 하나 개발하는 규모로 만들어내는 유행이 불었다. 이내 막대한 제작비에 비해 얻은 트래픽의 활용가치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유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카드뉴스도 요즘은 왠지 눈에 많이 띄지 않는다. Snowfall은 12명이 6개월 동안 겨우 기사 하나만 만들었을 뿐이다. 미디어사의 규모가 크고 작고를 막론하고 제작 효율성은 고려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04년도에 영상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당시 방송현장에서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 개편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피디, 조연출, 작가, 촬영감독, 음향감독이 떼를 지어 나가 촬영하던 과정을 없애고 카메듀서(Cameraman + Producer)에게 어떻게든 혼자 말아오라고 주문했다. 예전만큼 높은 수준의 방송을 만들어 내긴 어려우니 질을 포기하고 저렴한 양을 선택한 것. 이때 자리 잡은 포맷이 VJ특공대다. 카메듀서 8명을 고용해 한 사람당 2주에 1편씩 만들어라 하면 1주에 4개의 꼭지를 제작할 수 있다. 스튜디오에서 그럴싸한 소개액션을 보여준 뒤 13분짜리 꼭지를 4개 틀어주면 1시간 방송을 채울 수 있다. 88만 원짜리 조연출 경력을 2년 정도 거치면 120만 원짜리 꼭지피디로 입봉하는 코스가 보통이 되었다. 장비는 조악하고, 지원도 열악하고, 경험과 경력 또한 부족하다. 다룰 수 있는 소재는 제한적이고, 콘텐츠 포맷은 획일화되어 개성을 잃는다. 3포세대 제작자가 이 구조 안에서 저널리즘을 추구할 리 만무하다.

종편에서 패널토의 형식의 보도가 유행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순발력 좋은 사회자가 전문성 갖춘 패널을 초청해, 한 시간 노닥거리면 몰입도 높은 방송이 완성된다.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키워드인 MCN, 유튜버와 1인 콘텐츠 제작자들이 연합함으로 기존에 다루지 못했던 콘텐츠들도 커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또한 ‘효율성 높은 생산공정의 혁신’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BJ나 인기 유튜버와 같은 1인 영상물 창작자들을 묶어 편집부를 꾸리는 구조. 인기 유튜버는 이미 콘텐츠 기획력, 콘텐츠 생산능력, 흥행까지 모두 검증된 보증수표다.

최근 미디어 업계에서 주가 분석 기사를 작성한 로봇기자에 대한 소식이 화두로 떠올랐다. 사람들은 놀라지 않았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사람이 하게 되고 자동화가 가능한 영역은 로봇이 대체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로봇이 쓴 기사를 읽어보니 사람이 쓴 것보다 정확해 놀랐다. 하지만 여전히 그 콘텐츠가 매력적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들었다. 뉴스의 대체재는 다른 뉴스가 아니다. 증권 정보를 바로 볼 수 있는 앱서비스가 많다. (앱서비스에서는 증시 그래프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회원들끼리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다.) 콘텐츠의 전달채널은 이미 모바일 디바이스로 인해 직접적인 연결이 이뤄졌으므로 필요가 없어졌다. 해석 또한 자동화가 가능해졌으니 굳이 인간이 그사이에 들어가서 불필요한 coding – 발행 – 구독 – decoding의 복잡한 단계를 거칠 필요가 없다.

대체 가능한 콘텐츠 생산자는 대체된다면,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 생산자는 어떤 모습인가. 나는 얼마 전 우연히 자동차 전문온라인미디어 모토그래프의 유튜브 채널에서, 김한용 기자의 25분짜리 자동차 리뷰를 한 편을 보게 되었다가 살 능력도 없는 차 리뷰 영상을 몇 십 편 이어보다 새벽 4시까지 잠을 못 잔 경험이 있다. 어찌 모든 표현이 그렇게도 맛깔 나는지, 여간 자동차 덕후가 아니고선 만들 수 없는 콘텐츠라는 생각을 했다. 2년마다 부서를 옮겨 다녀야 하는 기자에게선 저런 콘텐츠가 나올 수 없겠구나 생각했다. 결국 기자도 생산라인에 선 생산자로 본다면 공장에서 인형 눈알을 붙이는 작업과 같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로봇이 대체 가능할 수 없는 기자의 자질을 구별해내야 한다. 전문 분야에 덕후인 기자는 로봇은 물론 어떤 기자와도 대체 불가능하다. 전문매체, 버티컬 미디어에서 요구하는 기자는 기자로서의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자질을 갖추었냐 보다는 한 분야에 깊이 있게 몰입했는지, 그 콘텐츠의 값어치를 스스로 이해하는지, 생산의 과정 자체에서 직무 만족을 느끼는지 등이 우선 요구된다.

언론이 없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전달자로 공통적인 요건을 갖춘 사람을 찾았다. “빠르게 달릴 수 있고, 정확하게 수집한 뒤, 그 내용을 흥미롭게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은 전적으로 사람에게 달린 일이다.

 

생산이 목적인 제조기업이라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의 목적에 부합하는 일이겠지만, 언론사가 생산성 향상이라는 정량적인 지표에 매몰되면 어뷰징회사가 되고 만다. 시상식에서 여배우의 치마가 펄럭였고 7미터짜리 갈치가 잡혔다는 소식을 누가 그냥 지나칠 수 있나. 그런 콘텐츠도 조회수 1, 좋아요 1, 우리의 생계에 연관되는 정치적 사안에 관련된 심층 분석 기사도 조회수 1, 좋아요 1로 동점 카운트하는 것은 공정한 평가 기준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기자정신이 투철하거나 체류 시간이 길다고 해서 수익이 늘어나질 않는다. 정량적인 지표가 공정하지 않다면 정성적인 지표는 통용될 수 있을까? 미디어의 평판, 신뢰, 독자와의 끈적한 관계라고 말할 수 있는 정성적인 지표는 참으로 달달하게 들리는 표현이지만, 자율경제 시장논리가 이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면접을 보러 왔던 한 친구는 이름 꽤 알려진 언론사에서 두 달의 인턴 기간을 격주로 출근했다고 말했다. 왜 격주로 나갔냐 했더니 인턴은 4명인데 책상은 2개밖에 없어 격주로 돌아가며 자택근무를 했다고 고백했다. 인턴 책상값도 아껴가며 하루에 3개씩 방송리뷰기사를 꼬박꼬박 받아낸 언론사가 콘텐츠의 무지막지한 양산에 전력을 다하는 데에는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언론사가 생산성에 이토록 집착하는 것은 온라인 광고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은 이후 더욱 가속화되었다. CPC 또는 CPM방식의 광고비 책정은 실시간 경매 방식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광고비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균형점을 찾아간다. 이걸 전체적으로 계산해보자면; (모든 클라이언트의 광고 집행비)를 (생산된 모든 콘텐츠의 수)로 나눈다. 이 값이 콘텐츠 하나당 가져갈 수 있는 광고비이다. 비용 대비 생산량을 경쟁사보다 배로 달성하게 되면 당장 이익은 배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콘텐츠 하나당 수익은 줄어들게 된다.

시장논리는 미디어사에 양적생산을 요구하고, 양적생산은 광고비 하락을 초래한다. 광고비가 하락하니 수익을 높이기 위해 다시 양적 생산을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생산되는 물품은 넘쳐나는 데, 소비할 사람이 늘어나진 않으니 공급 과잉의 문제를 겪는 것이다. 지금의 미디어 시장은 콘텐츠 공급 과잉 시대로 볼 수 있는가. 그렇다면 미디어 시장에도 머지않아 고통스러운 디플레이션이 찾아올 것인가.

기득권이 아닌 나는 걱정보단 기대가 앞선다. 디플레이션 이후에 새롭게 열릴 시대가 궁금할 뿐이다.

셰프뉴스 창업 후, 지난 1년 7개월의 기록

뭔가 하고 싶은데 계획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14년 6월 한 달 동안은 집구석에 박혀서 음식 콘텐츠만 소비했다. 거의 모든 F&B관련 앱을 사용해보고, 거의 모든 F&B 관련 미디어를 돌아다녔다. 밀린 마셰코 틀어놓고 잠들었다가 아침엔 고든램지 욕하는 소리에 일어났다. 조사만 하느라 한 달이 금세 지나갔다.

기존에 존재하는 서비스와 사업모델들, 할 수 있을 법한 아이디어를 한 줄로 정리하니 총 15개가 나왔다. 그래도 뭘 해야겠다는 확신이 서지 않자, 다섯 가지 기준에 따라 각 아이템들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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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로 인해 세상은 고통받고 있는가 / 이 문제를 풀면 세상은 행복해지는가? / 이 문제를 풀면서 돈을 벌 수 있는가 / 나는 이 문제를 풀 수 있는가 / 나는 이 일을 좋아하는가

총점이 높은 순으로 소트아웃하니 할 법한 일이 몇 개 보였다. 아직 조사가 더 필요했다. 하지만 더 이상 조사할 여유가 없었다. 조사는 이미 2011년도부터 하고 있었으니, 이러다 조사만 하다 생을 마감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한국엔 F&B 온라인 미디어가 텅 비어 있었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미디어가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거라 판단했다. 14년 7월 10일 사업자를 냈다. 일주일 밤새가며 워드프레스로 미디어 구축했다. 매체에 적합한 글을 쓴 사람들을 찾아가 좋은 취지에 공감해달라고 부탁하며 글을 받아 냈다. 핵심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가 인맥을 소개받았다.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다”라며 셰프에 대한 이야기도 다뤘고, 시간이 지나선 셰프가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들을 더 중점적으로 다루게 되었다. 미디어 영향력(트래픽, 평판, 활용도)은 예상보다 높은 수치를 달성할 수 있었다. 사람을 꾸준히 만났다. 일주일에 최소한 두 명의 새로운 사람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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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정표의 일부분

15년도 한 해 동안 1일 1콘텐츠 발행을 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지금은 한 달에 PV가 60~90만가량 나온다. 페이스북 팬 수는 5.9만 명을 넘어가고 있다. 뉴스레터 구독자는 6천 명이다. 취미, 특기, 직업이 모두 요리인 사람들을 독자로 두고 있으니 인게이지먼트와 관련된 수치들이 아주 높게 나온다. 미디어만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고들 한다. 콘텐츠 소비자가 직접 돈을 주지 않는다. 제 3자의 홍보나 광고를 도와주는 대행일도 외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적게나마 매출은 냈다. 식품회사 홍보부서, 마케팅부서를 찾아가 대행 일을 땄다. 2015년도 한 해 동안 3명이 겨우 라면만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을 냈다. (현재 팀은 2명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궁극적으로 갖춰야 할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이 산업은 테크 황무지이며, 산업 내 연결이 부족하구나.” 실제로 셰프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채용서비스는 앞서 평가했던 15개의 사업아이템 중에서 뒤에서 세 번째에 있던 것이었다. 이젠 주 수익원으로 삼을 것이다. 조사만 계속하고 있었다면 기회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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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무실을 얻은 후 벽에 회사의 비전을 붙였다. “산업역군 셰프뉴스”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미식 콘텐츠기업”를 덮어 붙이고, 또 “요리사에게 가장 신뢰받는 온라인 미디어”를 덮어 붙였다. 지금은 “Connect Culinary People”이 붙어 있다. 사무실을 옮겨서도 비전변경기록은 남기고 싶어 덮어 붙인 느낌을 살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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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도 봄부터 푸드테크 열풍이 불었다. 디캠프에서 매달 주제를 바꿔 개최하는 특정 산업 네트워킹 행사인 디파티에서 푸드테크를 주제로 행사를 연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 공부도 할 겸 한국의 음식산업 역사, 해외의 푸드테크 시장현황을 조사해서 소개하는 발표를 했다. 이후에 언론에서 뜨겁게 들고 일어났다. 대부분의 푸드테크 서비스들은 소비자단에 몰려있다. B2C가 크면 B2B도 크기 마련이다. 결국 F&B시장의 모든 상호작용은 생산자의 상품이 최종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사람 몰리는 곳에 가지 말라더라. 나는 아무도 가지 않는 B2B를 가야겠다고 마음을 더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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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5 = 625 / 산업에 연결할 지점은 수도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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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뉴스가 바라보는 산업의 모습

15년 봄, 미디어를 기반으로 교육서비스와 채용서비스 쪽으로 확장하겠다고 사업계획서를 업데이트해서 정부지원사업에 지원했다. 연세대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할 수 있었다. 다행히 빚을 지는 상황은 면했다. 지원금 대부분은 제품개발비에 들어갔다. 현금이 생긴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숨통이 많이 트이진 않았지만, 라면에 계란을 풀어 먹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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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뻔하다. 정보제공, 커뮤니티 구축, 홍보 및 광고대행, 이벤트 대행 또는 주최, 박람회, 공간사업, 채용대행, 커머스… 산업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F&B산업에서 할 수 있을 법한 일들은 이 그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수직적확장 이후에 수평적으로 확장한다. 참 꿈만 같은 일인데 그림 그려놓고 보니 안 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스타트업은 기존의 낙후된 시장을 기술로 혁신시키고, 확장성 있는 사업 모델로 빠르게 성장하고, 수익성이 큰 규모의 시장을 두드려야 한다. 스타트업에 대한 정의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전의 셰프뉴스를 스타트업으로 보긴 어려웠다. 전혀 다를 게 없는 방식으로 미디어를 운영하려 했고, 전혀 다르지 않은 수익모델들을 검증해왔다.이때까지 셰프뉴스는 임시조직이었으며, 자영업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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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디캠프에 입주했다. Game of D.Camp 1차 배치에 합격한 12팀 중 한팀이 되었다. 영광스러운 마음과 가능성을 알아봐 준 사람이 있어 감사하다는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이 일은 셰프뉴스에게 인정받거나 합격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셰프뉴스에게 디캠프 입주는 자영업자의 태도를 벗어던지고, 스타트업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전에는 ‘버티컬 미디어’ 또는 ‘산업 미디어’로 소개했으나 오늘부로 미디어 스타트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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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처음으로 디캠프에서 퇴근한 후, 새벽 다섯 시까지 잠이 안 오길래 그렸다. 계획된 주요 사업(뉴스&잡스)로고를 박고 수평확장 영역에 컬러 브랜딩을 입혔다. 가야할 길이 시각적으로 보이니 지도로 삼을 수 있겠다. 2017년도에는 명함 뒷면을 저 이미지로 바꾸겠다. 물론 로고들도 꽤 채워져 있을 것이다.

 

1달 뒤에는 셰프잡스가 론칭된다.

* 개발팀장님을 재촉하기 위한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 합류할 동료, 팀장, 직원을 구하고 있으니 회사의 비전과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식당 정보서비스가 안 되는 이유

네이버도 윙버스를 인수해 윙스푼으로 운영하다 13년 12월 18일 서비스 종료.

Yelp는 12년 IPO 했지만, 15년 5월 8일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왜 다 망하나.

 

  1. 날것의 정보 자체가 의미를 가지진 않는다.

백종원 아저씨가 2010년에 쓴 책 <초짜도 대박 나는 전문식당>에서는 상권을 3가지로 나눈다. 1차 상권은 걸어서 갈 수 있는 지역을 뜻한다. 2차 상권은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동네를 이동하는 정도다. 3차 상권은 미디어에 나온 소식을 듣고 도시를 이동하는 정도다. 서비스가 전국구를 대상으로 하려면 아주 극단적으로 로컬한 정보를 다루거나 3차 상권에 대한 정보를 다뤄야 한다. 이 상권 구분은 장사하는 사장님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지만, 각 상권 고객마다 필요로 하는 정보의 종류가 달라진다는 게 내가 생각해 보고자 하는 부분이다.

한국 도시의 음식점들은 고밀도로 밀집해 있으므로 아무리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모은다 한들, 1차 상권에서 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보다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없다. 가로수길이 흥했다가 2년 만에 죽고 경리단길이 또 떴다가 식어가는 변화는 얼마나 빠르며 한 지역 내에서도 개폐업은 얼마나 잦은가. 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2010년도 올라웍스에서 내어놓은 스캔서치의 사용자 경험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빨라진다. 손바닥만한 아이폰 안에서 재현되는 virtual layer에 published된 정보는 2~3개의 상점이지만, 두 눈으로 실제 세계를 맞이하면 50개의 간판을 읽을 수 있다. ‘후보 식당의 리스트 확보’라는 가장 우선적인 사용자 경험단계에서 큰 실망을 안겨준다.

식당정보서비스는 모바일기기에서 실행되는 앱서비스가 출시되기 전에도 ‘맛집추천’이라는 키워드로 네이버에 검색하면 104개의 맛집소개 플랫폼들이 나왔을 정도로 많았다.(자체조사, 2011년) 블루리본서베이는 10년째 식당정보를 묶어 책으로 발간하고 있으니 식당정보서비스는 새로운 서비스라고 할 수 없다. 어떤 형태로 어떤 디바이스를 통해 전달되는지완 상관없이 제공되는 정보의 종류들은 대충 이러하다. 식당의 이름, 식당의 위치, 식당의 사진, 음식 사진, 메뉴명, 음식가격, 연락처, 비전문가나 전문가의 리뷰…. 이러한 정보들은 사람들의 발길을 움직이게 하거나 지갑을 열게 만들 수 없다. 데이터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를 생성해낼 수 없다. 3차 상권 사람들이 이 정보들을 보고 식사 경험까지 이어지도록 유도하기에는 너무나 생기가 없는, 발굴 상태 그대로의 static 정보다.

 

  1. 괜찮았던 서비스들

한국에선 쓸 수 없는 서비스지만, Yelp의 사용자 만족도는 어찌 그렇게나 좋았는가? 2013년 가을, 촌놈이 미국 땅을 처음 밟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거긴 땅이 넓어서 1차상권이 존재하지 않았다. 미국 동부(뉴욕)는 한국의 서울처럼 지하철도 있고 마천루가 빼곡한 도심지가 컸지만, 샌프란시스코의 다운타운은 서울 강남역-역삼역 사이의 테헤란로 거리 정도가 전부였다. 숙소가 있던 서니베일, 40분 걸리던 도심지, 그 외에도 팔로알토와 산호세를 매일같이 옮겨 다니며 끼니를 해결해야 했으니, 동네마다 먹을만한 식당을 헤맬 때 yelp에서 제공하는 저런 static한 정보들도 가뭄에 단비같이 느껴졌다. 밥을 먹으려면 어차피 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으니 안 쓸 이유가 없었다. 아침을 제외하고 하루에 2번, 보름 동안 30번 yelp의 도움을 받았다. 확보된 데이터도 많고 음식 범주도 넓어 새로운 음식을 explore하는 데 더없이 좋은 서비스였다. 한국의 서비스보다 어뷰징 이슈가 적어 정보신뢰도 또한 높았다. 별 4개짜리를 받은 식당이 실망을 안겨 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위시랜드는 2011년도부터 사업을 시작했는데 공격적인 영업력으로 서울지역의 50개 식당과 계약을 맺었다. 앱에서 보이는 식당 리스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었다. 나는 그 뚜렷한 편집(또는 선별)기준이 좋았다. “연인과 함께 특별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 파트너사와 미팅을 잡아도 가오가 떨어지지 않는 곳, 오랜만에 가족끼리 근사하게 식사할 곳”을 찾는 사람이 2인 기준 4~10만 원 사이에서 식사할 수 있는 식당들이었다. 상권으로 구분하면 3차 상권 중에서 특정 목적을 가진 고객만으로 더 좁힌 것이다. (“모든 사람을 위한 제품은 누구를 위한 제품도 아니다”라는 교과서에 나오는 말씀segmentation을 잘 따랐다.) 이 고객의 가장 우선적인 사용자 경험인 ‘후보 식당의 리스트 확보’를 훌륭하게 충족시켰다. 나는 여길 통해 예약을 3번 정도 했다. (위시랜드 통해서 예약하면 30% 할인받을 수 있다는 파격적인 조건은 소셜커머스와 같은 개념이었다.) 하지만 그다음 해부터 제휴업체 확장을 위해 샤브샤브집, 쇠고기구이집등을 무리하게 집어넣으면서 나에겐 그 리스트들이 무의미해졌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확장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당시엔 지금만큼 파인다이닝 시장이 크지 않았다. 위시랜드는 2년 전 서비스를 종료했다.

 

  1. 왜 돈을 못 버나.

식당에 대한 정보, 먹을 것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나 넘쳐난다. 페이스북에도 하루에 몇 번씩, 인스타그램에는 종일 먹고 마셨다는 소식이 원치 않는데도 보인다. 대중매체에서는 방송과 기사가 앞다투어 먹거리에 대한 정보를 쏟아낸다. 내가 원하면 블로그를 찾거나 친구에게 물어보거나 수많은 앱 서비스에서 리스트를 받아볼 수 있고, 책을 사도 되고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거나 직장 동료들끼리 리스트를 공유하기도 한다.

식당정보서비스를 ‘정보플랫폼’이라고 정의할 때, 정보 자체가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러기 힘들다. 그 이유를 정보 자체에서 찾으면 안된다. 누구도 정보를 독점할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이 그 이유다. 모든 종류의 식당정보가 서로의 경쟁 상대가 된다. 경쟁앱 뿐만 아니라, 새로 출간되는 책도, 생생정보통도, 생활의 달인도, 블로거도 경쟁 상대가 된다. 앱 정보가 부족한 시대라면 모를까, 정보가 넘쳐나서 다른 정보들을 제치고 턱 밑에까지 정보를 밀어 넣어줘야 겨우 정보를 받아먹는 정보과잉시대에는 정보독점을 하겠다는 목표 자체가 잘못된 설정이다. (최근 앱서비스 대다수는 이미 존재하는 정보를 긁어모아crawling서 빅데이터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재정렬된 것이기 때문에 이 목표를 지향하진 않을 것이다.)

이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정보를 독점하지 못하면 플랫폼이 수익전략을 구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보를 독점하면 상위노출, 순위조작의 고전적인 방법으로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겠지만, 대체재가 넘쳐나는 지금 봉이 김선달식 전략이 먹힐 리 없다.

 

  1. 그럼 돈을 어떻게 벌까?

‘미디어가 돈 벌기 힘든 이유’와 공감대가 생긴다. 콘텐츠를 생산해도 재화로 교환할 수 없다. 정보이용자가 많아도 직접 돈을 내진 않는다.

돈을 ‘어떻게’보다 돈을 ‘어디서’부터 고민해보자. 고객이 누구인지부터 설정해보자. ①식당주인에게 받을 것인가? ②식당에 가는 손님에게 받을 것인가? ③아니면 이 두 집단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는 제 3자에게서 받을 것인가?

미디어에선 기본적으로 ③번 고객에 해당하는 광고주에게 돈을 받는다. 정보과잉시대라 광고효율과 광고비가 낮아지고 있다. 예전엔 ②번에 해당하는 독자에게 유가지로 돈을 받았지만, 지금은 선물을 얹어주며 공짜로 보라 해도 구독률이 떨어지는 현상을 막기가 힘들다. ①번에게 돈 받고 홍보기사 쓰는 건 누구나 아는(?) 업계의 비밀(?)이었으나 강도질도 금고에 돈이 있을 때 수익이 나는 법이다. SK최회장이 언론사에 삥뜯기기보단 커밍아웃을 택한 최근의 사건은 이 수익모델이 앞으로 더욱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복선이 될 것이다.

옐프는 ①번을 택해 sponsor마크 붙이고 상위에 노출시켜 주었다. Yelp의 시도는 네이버에 검색되던 104개의 맛집추천 플랫폼과 같이 작동하지 않았다. 식당 사장님들을 잘 사기쳐설득해 노출강화 광고상품을 팔았다 한들 플랫폼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사용자 경험을 저해한다. 광고한 식당은 ‘우리 가게 장사 안되니까 좀 와주세요’라고 외치는 꼴이 되고 만다.

Open Table은 ②번 고객에게 돈을 받는다. 엄밀히 말하면 돈나오는 구멍은 ①번과 ②번 사이에 있는 관계에서다. 예약과 결제과정을 대행할 수 있어야 중간자가 수수료를 청구할 명목과 권리가 생기는데 Open Table에선 이것이 작동한다. ‘pay first, eat later’이라는 캠페인이 먹힌다. 파인다이닝 식당 중에서 예약은 무조건 open table로만 받는 곳도 많다. 이곳은 식당정보제공은 뒷전이고 포스기를 제공해서 고객(식당)의 사용경험개선, 손님의 예약과 결제를 포함해 관련된 모든 활동을 한 큐에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노쇼에 대한 이슈가 이제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달엔 조선일보에서 천박한 시민의식 훈계하듯 1면에 기사를 냈고, 최근 셰프님들 노쇼 때문에 얼굴이 늙어간다며 연합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윙스푼도 옐프도 ①번과 ②번 사이에 있는 관계를 잡진 못했다.

이도 저도 못했다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④번을 누구보다 빨리 찾아내야 한다.

셰프뉴스 운영일지 (1,2,3,4 통합)

  • 첫번째 운영일지 | 8월 21일

셰프뉴스 페이지를 운영한 지 4주가 넘어간다.
운영일지를 쓴다.

  1. 모바일 접속자가 92%에 달한다.
    젊은독자층과 주방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기에 모바일로 접속하시는 분들이 대다수다.
  2. 페이스북이 유일한 콘텐츠 유통 창구
    독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더 효과적인 유통창구는 없을 듯하다. 외식 관련 종사자분들은 IT종사자들에비해 페이스북에 대한 거부감이 더 낮은 것으로 보인다.
  3. 콘텐츠에 따른 반응, 기복이 심하다.
    hook할 만한 콘텐츠 위주로 사이트 트래픽을 높이는 전략은 초기에 필수라 생각했지만, 콘텐츠만으로 웹사이트의 정기방문자를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는 생각도 든다. (실시간 소통에 더욱 성실해야 함) 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4. 페이지보다 영향력있는 팔로워 분들도 있다.
    몇 개의 콘텐츠는 페이지에서 공유된 것보다 팔로워(스타셰프)가 공유했을 때 더 큰 인기를 끌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덕분에 새로운 좋아요는 급증한다. 대중을 타겟으로 하기보다는 이 분들을 위한 콘텐츠를 준비하는 것이 더 선명한 목표가 된다.
  5. 소비용 콘텐츠보다는 소장용 콘텐츠의 가치가 높다.
    독자에게 가르침을 주는 콘텐츠가 독자의 허영심 덕분에 공유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외식산업과 관련된 분들 중에는 배움을 원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최신의 실용적인 지식도 다뤄야 한다.
  6. 산업에 네트워킹이 부재한다.
    이 산업에는 온, 오프라인 모두 네트워킹이 부재한다. 이는 3년 전에도 짐작했던 바지만 그 필요성은 3년 전보다 많이 인식되었다는 점에서 셰프뉴스가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는 점에 감사한다.
  7. 실속없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대중매체는 대중이 좋아할만한 내용만 쏙 뽑아서 스타셰프를 만들어낼 뿐이다. 광고주와 독자를 위해서 존재하는 매체는 산업의 주인공을 하이라이트해주긴 하지만 지원해주진 못한다. 그래서 영혼과 철학이 없이 과포장된 정보만 돌아다닌다.
  8.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 : 토론공간, 네트워킹 (가설과 계획)
    한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정보가 돌아야 하고 사람이 만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실제 산업 역군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채널로 산업미디어가 필요하다. 실제 산업 역군들끼리 영향을 주고 받을 중간자 역할도 도맡아야 한다. 온라인 포럼과 오프라인 이벤트 진행, 채용 플랫폼 개발이 필요하다.
  9. 혼자 일하기 싫다.
    어떻게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일을 펼치거나 내가 이해한 다음에 일을 진행한다는 주의이기 때문에 아무한테도 도움구하지 않고 혼자 일하고 있다. 그래서 고독하다.
    일의 진척속도가 느려지는 것도 문제인데, 어디 사람 없나? 이 글 보고 간이라도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편히 연락주세요.

 

  • 두번째 운영일지 | 9월 14일

주말에 카페와서 일하고 있다. 주말인건 괜찮은데 카페가 질린다. 다음주엔 사무실을 좀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두번째 운영일지를 쓴다.

  1. 8월 마지막주엔 1주일치 콘텐츠를 모두 예약발송해놓고 4박5일 일본여행을 다녀왔다. 신나게 놀고 돌아오니 팬이 세 배로 늘었더라. 영상 하나가 250만명에게 전달됐고 6만명이 좋아요를 눌렀더라. 바이럴되는 가속도가 확산이 느려지는 감속도를 훨씬 앞질러서 연쇄반응이 일어나 새 독자를 이끌고 왔다. 임계점을 넘긴 쾌감이 있었지만 모든 콘텐츠가 이와 같은 무작위 확산을 목표로 해선 안된다.
  2. 추석 기간 동안 페이지 홍보를 써봤다. 1명 데려오는데 80~100원 정도 비용이 지출되었으니 다른 페이지보다 훨씬 효율이 좋은 편이었다. 그래도 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페이지를 눌렀으니 Engagement가 높은 고객층일 것이라 예상했다.
  3. 이번 주부터 갑자기 스페인, 멕시코,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 출신 신규구독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신규팬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당장 광고를 중단시켰다. 한국인들이 주로 유학가는 국가를 제외한 모든 국가의 접근을 차단시켰다. 여러모로 생각해봐도 좋은 상황이 아닌 것 같아서 2시간 동안 일일이 수작업으로 600명에 달하는 외국인을 솎아내 모두 쫓아냈다. 페이스북에 광고비가 아까웠다며 항의하려 했으나 페이스북은 항의 창구를 만들어놓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 쓴다. 보고 있나!?
  4. 공유 수는 100개가 넘는데 실제로는 10명도 채 확인이 안되는 경우가 있다. 친구들에게만 공유하거나 혼자보려고 숨겼기 때문이다. 유용한 정보들은 확실히 더 그러하다. 바이럴에는 도움이 안되지만 독자들과 친밀도가 높아졌으니 어쨌든 개이득.
  5. 타 페이지에서 발행하는 콘텐츠 도달율이 보통 전체 팬 수의 10~15%정도 나온다고 하는데 셰프뉴스는 80~200% 이상 나오고 있다.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코드가 있는 주제라서 다행이다.
  6. 지금까지의 성장률이면 2015년 초까지 10만명의 팬이 모인다는 계산이 나온다.
  7. 기존 매체의 소싱, 제작, 유통과정을 온라인 매체에 비교하면 온라인 매체는 콘텐츠 유통비용이 거의 0에 가깝다. 하지만 이걸 이득인줄로 알고 꽁으로 먹으려 해선 안된다. 유통에도 비용을 써야 한다. 콘텐츠 유통량이 곧 매체 영향력의 척도가 된다. 그러니 안본다는 신문도 집어넣어주고 자전거도 주고 하는거다. 온라인도 비용을 아껴선 안된다.
  8. 웹 트래픽은 현재 일평균 800정도, 어떻게든 연말까지 10,000을 찍어야 한다. 일단 트래픽이 있어야 뭐 어디서 본적은 있느냐, 광고를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말을 꺼낼건데, 아직 800이다. 광고주가 좋아할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여기에 쓴다. 나라면 지금 이 글 보고 바로 광고문의 한다. 왜냐고? 왜냐면 지금 광고 넣어주시면 제가 3달 동안 트래픽 상승해도 광고비 안 올려받을거니까요! 마수걸이 특가할인 혜택을 놓치지 마세요! 하하! (010-7388-1276)
  9. 생각보다 게시판 설치가 쉽게 되었다. 생각보다 사용성이 좋다. 사용자들에게 쓸모 있는 온라인 공간을 기획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PC형 게시판인데 독자 중 90%가 모바일로 접속을 한다는 것도 난제다. 괜스레 디씨도 일베도 운영자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10. 콘텐츠 소싱과 제작에 대해서 어느정도 체계를 잡아놓았으니, 이를 맡아줄 팀원이 필요하다. 셰프뉴스 기자, 편집장, 상시 채용 중입니다. ~_~

 

  • 세번째 운영일지 | 9월 18일

셰프뉴스 의 세번째 운영일지를 씁니다.

3분전에 페이지 알람을 모두 확인했는데도 30개의 알람이 새로 뜬다. 확인해보면 뒤늦게 셰프뉴스를 발견한 팬이 기존에 올려진 게시물을 모두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를 한 상황이다. 페이스북이 아카이빙을 하는 데에는 좋은 플랫폼이 아니지만 콘텐츠 발행자의 기준이 엄격하면 책장을 계속해서 넘기는 잡지만큼이나 볼만한 담벼락이 나올 수 있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결국 SNS는 책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지 인사이트(관리자 분석 정보 제공 툴)를 보면 ‘총 도달’수치에 현혹되기 마련이다. 총 도달 수치를 올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대박 콘텐츠를 공들여 기획해 발행하거나 다수의 콘텐츠를 마구잡이로 발행하는 것이다. 다수의 콘텐츠를 마구 발행하면 단기적으로 총 도달이 늘어나지만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껴 이내 기본 도달마저 줄어들게 된다. 팔로우 취소와 게시글 숨기기는 곧 채널의 죽음을 뜻한다. 한 번 잃은 팬과 평판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평판상실은 불과 2주도 채 걸리지 않는다.

콘텐츠 유형에 따라 확산이 많이 되기도, 적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도달은 똑같다. (이는 팬/팬이 아닌 사람의 비율로 알 수 있다.) 모든 콘텐츠가 달리기를 시작하는 출발선은 같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특정 콘텐츠 유형에 잘 반응하는 경향도 있지만 엣지랭크(페이스북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의 지속적인 정책 변화도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 페이스북 엣지링크 정책 변화의 목적은 콘텐츠편식을 중재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광고수익을 늘리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기존의 매체라면 그들의 지면을 자신들의 콘텐츠로 채워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지면 흐름도 조정하고 콘텐츠의 강약조절도 해야 한다. 페이스북에서의 지면은 페이지나 담벼락이 아니라 독자들이 보는 뉴스피드다. 다른 매체들의 콘텐츠와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페이스북에서 강약 조절을 하려고 했다간 볼폼없고 쓸모없는 콘텐츠만 발행하는 곳으로 보여지게 된다. 플랫폼에 따라 이상적인 편집의 방법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그래서 강강강강강 콘텐츠만 발행하는 인사이트와 허핑턴포스트가 뉴스피드에서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레전다리, 에이스, 킬링 스프리, 펜타킬. (제 뉴스피드에선 이미 탈주시킴. 내 뉴스피드의 편집자는 나다!)
미국에서 타블로이드가 판쳤던 125년 전, SNS상에서 황색언론이 재현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인쇄할 수 있는 기사는 모두 씁니다.”=>”퍼 나를만한 기사는 모두 씁니다.”

이런 현상이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거나 의식수준이 높아져서 어느 순간에 중단되든, 플랫폼에서 언론중재를 하든, 결국에는 정리되어야 할 상황이고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 혹여나 이 상황이 계속되더라도 그것이 잘못된 사회현상이라는 소신은 지켜야 한다.

강강강강강을 이용하면서도 올바른 새 언론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곳도 있다.
버즈피드는 미디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술회사로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포맷을 계속 찾아내고 있다.
ㅍㅍㅅㅅ는 편집자의 역량이 뛰어나서 깊이도 있는 콘텐츠가 있다. 슬로우 뉴스의 좋은 정신을 잘 이어간다고 생각한다.
피키캐스트는 모바일에서 최적화된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 네번째 운영일지 | 11월 14일

운영일지를 쓴다. 한동안 안썼다.

창업일지가 아닌 운영일지로 이름을 붙여 썼던 이유는 3달 전, 페이스북으로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이 재미가 있기에 소셜 마케팅 노하우를 공부하고 복습하고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이번 건 그 둘의 중간 쯤 되겠다.

셰프뉴스는 온라인 미디어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이것 저것 모든 일을 하려는 노가다 서포터 집단이라고 보면 된다. 해야 할 수많은 일 중 온라인 미디어는 30%정도의 비중을 넘지 않게 될 것이다. (미래의 일이겠지만)

구색을 갖추기는 쉽다. 워드프레스 7일 배우니 다 되더라. 영양가있는 콘텐츠 채우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70일 정도 관련 콘텐츠 서핑 계속 하니까 어지간히 볼만한 내용 소싱은 할 수 있겠더라. 산업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실행하는 것은 꽤 어렵다. 아마 700일 정도 계속 하면 될 일일까?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해 특정 타겟을 사로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그 사람들의 서재를 뒤지고, 그 사람들의 꿈과 미래 계획을 듣는 것이다. ‘가설 설정과 실행’이라는 어려운 방법론도 필요 없다. 그냥 독자를 만나는 방법이 제일 빠르고 정확하다. 물론 해당 타겟의 울타리가 명확할 때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세상 사람은 두 분류로 나뉜다. 미디어를 이용하는 사람과 미디어에 의해 이용당하는 사람.
산업미디어는 산업 구성원에 의해 철저히 이용당하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진다. 생태계를 건강하게 발전, 진흥시키기 위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구성원은 자신의 이기심을 드러내줘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원동력 또한 기업들의 이기심 아니었던가. 모든 구성원의 이기심이 충족될 때, 그 상태가 건강하다고 정의된다.

산업미디어도 미디어다. 그렇기 때문에 저널로써 가져야 할 최소한의 사명감과 책임감은 똑같이 부여 받는다. ‘독자가 원한다’는 변명으로 트래픽 장사를 하다가 욕 먹고 있는 게 우리나라 언론의 현실이 아닌가. 트래픽 장사치들을 이겨낼 욕심도 없고, 그걸 이긴다고 승리하는 게임도 아니다.

산업이 생기면 정보가 돌아야 한다. (미디어의 역할)
산업이 생기면 사람들이 만나야 한다. (이벤트, 모임, 커뮤니티, 박람회, 컨퍼런스, 포럼, MICE, whatever etc.. 의 역할)
산업이 생겨서 미디어와 모임이 생기는 것일까, 미디어와 모임이 있기에 산업이 성장하는 것일까. 닭과 달걀 이야기다.

미디어가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인 제약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박람회는 그렇게 될 수 없다.
온라인 미디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산업미디어로써 절대불패의 장점은 아니다. 그냥 조금 유리할 뿐이다.(이미 온라인 미디어로 접근했다가 은근슬쩍 운영 접은 곳 여럿 발견) 미디어로서 해야 할 과제는 똑같이 부여되고, 누가 얼마나 핵심을 잘 파악해 실행해내느냐에 달린 문제다.

DDP에서 beLAUNCH2014를 개최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그 당시 공사가 얼마나 진척되었는지, 언제 쯤에야 개관을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저 확인하고 싶었다. 저 공간이 뭐하는 곳인지, beLAUNCH가 담길 수는 있는 공간인지.

몇 달에 걸쳐 서울시와 디자인재단에 수십번 전화를 걸었지만 담당자는 연결되지 않았고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 말하거나, 그런 계획은 없다는 답을 들을 뿐이었다.

한 번은 공사장 개구멍을 통해 몰래 들어가 훔쳐본 적도 있다. 공사와 관련된 사람인척 행세하며 시치미를 뗐으나 “안전모도 안쓰고 어디서 거짓말을 하냐”며 이내 쫓겨나고 말았다.

13년 11월, 드디어 사업담당부서가 신설되었다. 담당자와 연결된 후 하루 세끼 밥은 걸러도 담당자 안부전화 세번은 안거르는 적극적인 구애 후에 beLAUNCH2014 @ DDP 유치 계획서를 보낼 수 있었다.

DDP는 다른 컨벤션 센터와 비교해 대관 Hall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체 전시 이외에는 1년에 10개 정도의 외부 행사만 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 가능성을 믿어주신 통찰력있는 담당자분(그분은 유명 방송국 PD 출신이라 하셨는데 나도 모르는 해외 VC이름도 알고 계셨다.)덕에 개최가 승인되었다.

3년차 행사지만 아직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많다. 지금까지 올 수 있도록 가능성을 믿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beLAUNCH2014를 그저 대관 고객으로 여기지 않고, 좋은 콘텐츠를 함께 담겠다며 협력해준 DDP에도 감사드린다.

힘찬 출발이었다. 앞으로 남은 한달도 힘내서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