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D.Camp 1기 셰프뉴스의 지난 4.5개월 결산

셰프뉴스팀은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동면기에 접어들었다. 겨울 동안 광고주도 얼어붙고, 남은 자금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3명일 때 1달 반, 1명일 때 6달을 버틸 수 있었기 때문에 조직 축소의 결정을 내렸다. 빚을 내면서까지 버티는 것은 원칙에 어긋났다.

GoD 1기에 붙었다. 동면해제.

합격해서 기쁘거나, 공간이 생겨 다행이라는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지원해주는 디캠프가 고맙고 미안해서라도 성과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급해졌다. 염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좌불안석한 마음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물리적인 공간이 아무리 편하더라도 총 12팀 중 일부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걸 직접 보게 되니까.

GoD에 붙기 전에는 스스로를 스타트업이라 생각지 않았다. 기술기반도 아니고, 혁신적이지도 않으며, 지금의 비즈니스모델로는 투자 대상도 아니었다. 디캠프에 들어오면서 스타트업이라 할만한 회사,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핏을 맞춰보려고 했다. 독립사무실을 쓰면서 먹고사니즘 고민만 하던 때보다 생각의 속도가 다섯 배는 빨랐던 것 같다.

12페이지 피칭덱 형식에 맞춰 비전과 비즈니스를 우겨 넣는다. 잠재 파트너에게 업데이트를 보내고 진부한 답변을 받는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캐내고, 투자유치 경험담을 찾아 듣는다. 오피스아워에 다섯 번 신청했다가 네 번 거절당한다. 발표 스크립트를 수십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본다.

이 과정에서 좌절하거나 상처를 입는다고들 한다. 투자를 받으려면 모든 리소스를 올인하고, 아니라면 아예 사업에만 집중하라는 조언들이 많았다. 투자자에게 심사대상이 되기 위해 노력한 이 경험이 나에겐 정말 의미있었다. 너무나 당연히 생각해야 할 부분들을 많이 빠트리고 있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투자자가 사업이 되고 안되고를 판단하는 기준들은 정말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그 기준들 앞에서 완벽한 팀은 많지 않다. 우리 팀을 포함해 세 팀은 개발자가 내부에 없었다. 개발력은 뛰어난 데 아이템을 한 달에 한 번씩 바꾼 팀도 있었다. 문제점 인식은 명확한데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되지 않은 팀도 있었다. 현금이 부족한 팀도 있을 것이고, 오픈했는데 사용자 확보가 예상보다 느린 팀도 있었을 것이다. 매출은 나는데 운영 비용이 이익보다 큰 팀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게 다 좋은데 시장이 작은 팀도 있을 것이다.

너무 흔하고 뻔하고 진부하기까지 한 초기기업의 어려움이다. 그런데 그게 다 내 얘기인 줄 몰랐다. “난 지금 뭘 해야 하지?”,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뭘 해야 하지?”, “우리 회사의 정체성은 뭐지?”와 같은 1인칭적 사고만 했다.

지난 4.5개월 동안 좁았던 사고의 틀이 깨진 것 같다. 혼신의 힘을 다해 박치기 하는 식의 태도에서 벗어나 이성을 좀 찾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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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뉴스가 생각하는 미디어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함께 작업한 해외 미디어 동향 보고서가 나왔다. 셰프뉴스는 한 페이지 가량 소개되었다. 이메일로 문의왔던 당시 답변했던 내용을 이 곳에 기록으로 남긴다.

보고서 다운받기(169MB) : http://www.kpf.or.kr/downloadfile.jsp?num=6369&board_data_id=7824

 

정보전달발전역사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이전 세대의 기술은 매정하게도 세상에서 잊혀졌습니다. 봉화, 전령, 목판인쇄, 타공프린터, 모스부호, 흑백 TV, 모뎀 등 모두 잊혀졌습니다. 인류는 정보전달 기술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키고 있고, 불과 몇 년 전에 사용하던 전달기술들이 새로운 기술들에 의해 대체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 시대적인 환경 속에서 언론사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반대의 의견을 내겠습니다. 기존 언론사들이 콘텐츠를 못 만들어서 위기가 왔나요?아닙니다. 지금의 위기는 전적으로 시대적인 현상이며, 언론사 외부의 환경적인 문제입니다. 내부에서는 결국 해답을 찾지 못할 것입니다. 주목할 것은 콘텐츠가 아닌 역할입니다.

이전 세대까지 언론사가 하고 있던 역할은 수많은 대체재에 의해 대체되고 있습니다. 남아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무엇을 남길 것이며, 다른 서비스에 의해 대체되어버린 분야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언론사들이 각자 해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시점일수록 업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현대적인 ‘언론사’의 범위를 넘어, 더 큰 범위를 아우를 수 있는 미디어의 본령이 무엇일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제가 찾은 답은 결국 ‘중간자’, ‘매개자’, ‘연결자’, ‘전달자’입니다. 여전히 연결이 필요한 곳은 많이 있고, 새로운 기술로 그 연결을 더욱 효과적으로 해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14년 7월 셰프뉴스를 창업하기 전까지 IT스타트업 미디어 비석세스에서 3년 가까이 근무했습니다. 없던 IT산업이 활성화되는 것을 보고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활성화되기 위해서 산업미디어가 필요하다. 산업미디어는 정보를 전달하고, 사람들의 연결을 도모한다.”라는 산업미디어의 개념을 정립했습니다. 이 맥락에서 외식산업은 미디어가 가장 필요한 산업입니다. 테크황무지에 가깝지요. IT기술을 아는 사람은 외식 산업을 이해하지 못해 매번 실패하고, 외식 산업에 속해있던 사람들은 기술을 이해하지 못해 실패합니다.

이 산업에는 총 25종 가량의 오프라인 매체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온라인으로 넘어오려는 시도를 안 한 게 아닙니다. 매번 실패했고, 지금도 여러 시도들이 실패되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도 많이 있겠지만 공급자 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외식 산업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F&B(Food & Beverage)두 개로 구분하거나, HoReCa(Hotel & Restaurant & Café)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이는 모두 공급자 중심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소비자 중심적인 관점에서 매체를 기획하면 산업 종사자를 독자로 설정해야 할 것입니다. 측정 가능한 외식업 종사자가 300만 명이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 주방 근무자는 140만 명입니다. 이들이 볼만한 매체가 있을 법도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없습니다.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기존 언론은 “셰프에 관한 뉴스”만들 생각은 하지만, “셰프가 보는 뉴스”를 만들 생각은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년간 ‘버티컬 미디어’라는 어휘가 유행하기도 했는데 소재를 버티컬하게 접근하면 보기엔 그럴싸한 미디어가 만들어지겠지만 역할을 찾기 힘들 것입니다. 독자를 버티컬하게 설정하면 그들이 역할을 알려줄 것입니다. 구인구직서비스도 독자분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셰프뉴스가 지금까지 매체 영향력을 키워올 수 있었던 것은 저희가 잘해서라기보다 독자의 특이성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리사라는 독자는 다소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있습니다. 하루에 14시간씩 창문도 없는 주방에서 육체노동을 하지요. 잠시 담배를 피러 나와 휴대폰을 보는 게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취미, 특기, 진로가 모두 요리인 삼위일체형 직군입니다. 인생에 요리밖에 없다고 합니다. 다른 매체가 독자들과 가지는 약한 연결고리에 비교하면 훨씬 큰 유대감이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디어는 두 가지로 구분해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는 콘텐츠 생산자(Media as Contents Creator)이며, 또 다른 하나는 채널(Media as Channel)입니다. 콘텐츠를 돈 주고 사보는 사람이 점점 없어지고 있으므로 미디어 운영의 목적은 채널을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맥락에서 콘텐츠는 목적이 아닌 철저한 수단이 됩니다.

채널로서의 미디어도 전환(transition)을 일으키지 못하면 아무 짝에 쓸모가 없습니다. 전환도 안 일어나는 채널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콘텐츠 생산부서는 애물단지 지출부서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셰프잡스에서 수익이 발생하기 전까지 셰프뉴스는 애물단지 지출부서에 해당하므로 1.2명의 최소 리소스만으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중입니다. 셰프뉴스로부터 전환을 일으켜 셰프잡스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셰프뉴스의 미디어 운영 비용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입니다. 셰프뉴스의 독자와 셰프잡스의 고객이 같으므로 전환 효율이 아주 높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DDP에서 beLAUNCH2014를 개최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그 당시 공사가 얼마나 진척되었는지, 언제 쯤에야 개관을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저 확인하고 싶었다. 저 공간이 뭐하는 곳인지, beLAUNCH가 담길 수는 있는 공간인지.

몇 달에 걸쳐 서울시와 디자인재단에 수십번 전화를 걸었지만 담당자는 연결되지 않았고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 말하거나, 그런 계획은 없다는 답을 들을 뿐이었다.

한 번은 공사장 개구멍을 통해 몰래 들어가 훔쳐본 적도 있다. 공사와 관련된 사람인척 행세하며 시치미를 뗐으나 “안전모도 안쓰고 어디서 거짓말을 하냐”며 이내 쫓겨나고 말았다.

13년 11월, 드디어 사업담당부서가 신설되었다. 담당자와 연결된 후 하루 세끼 밥은 걸러도 담당자 안부전화 세번은 안거르는 적극적인 구애 후에 beLAUNCH2014 @ DDP 유치 계획서를 보낼 수 있었다.

DDP는 다른 컨벤션 센터와 비교해 대관 Hall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체 전시 이외에는 1년에 10개 정도의 외부 행사만 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 가능성을 믿어주신 통찰력있는 담당자분(그분은 유명 방송국 PD 출신이라 하셨는데 나도 모르는 해외 VC이름도 알고 계셨다.)덕에 개최가 승인되었다.

3년차 행사지만 아직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많다. 지금까지 올 수 있도록 가능성을 믿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beLAUNCH2014를 그저 대관 고객으로 여기지 않고, 좋은 콘텐츠를 함께 담겠다며 협력해준 DDP에도 감사드린다.

힘찬 출발이었다. 앞으로 남은 한달도 힘내서 화이팅!

‘스타트업’ 어휘의 정의를 찾아서 – What is a Startup?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는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쓰여진지 3년이 채 되지 않았고, 미국에서도 2007년도 이후에야 쓰이기 시작했다. 이 신조어는 네이버 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그나마 오픈사전에서 3줄의 짧은 설명을 찾을 수 있다. 위키피디아는 조금 더 많은 설명을 담고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는 스타트업을 보통 ‘창업’으로 번역해서 사용하거나, 기존의 ‘벤처기업’이라는 단어와 혼용하거나, ‘IT업계 초기기업’으로 가두어 지칭하곤 한다. 유사한 듯 보이는 이 세 단어는 스타트업의 뜻과 의미를 잘 표현하지 못하며 많은 오해를 불러낸다. 언어가 사회적 약속이라는 전제하에, ‘창업’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식당 창업을 떠올리게 하고, ‘벤처기업’은 왠지 정부로부터 벤처기업 인증을 받아야 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초기기업’이라고 부르면 설명하는 내용이 제한적이다.

미국에서도 이 신조어에 대한 정의가 정확하게 굳어지지 않아 많은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와이 컴비네이터(Y Combinator)의 창업자인 폴 그래이엄은 스타트업을 ‘성장‘(한글 번역본 by 윤치형님)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페이팔의 창업자인 피터티엘은 둘도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린스타트업의 저자인 에릭 리스는 스타트업 기업이 가지는 네 가지 속성을 설명하고 있으며, 에릭리스의 스승인 스티브 블랭크는 조금 더 도식화된 설명을 덧붙여 분석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이 신조어를 정의하려는 시도가 쿼라(Quora), 리서치게이트(ResearchGate)를 통해서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렇듯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는 아직 정의가 확실히 굳어지지 않은, 살아있는 단어이다. 수많은 정의가 공존하는 시점에서 비석세스는 직접 그 뜻과 의미를 찾아 나서기로 했고, 지난 2달에 걸쳐 30여 명의 스타트업 업계 종사자, 멘토들에게 영상인터뷰를 진행했다.

beSUCCESS 근무 당시 제작한 영상 : http://besuccess.com/2014/02/what-is-a-startup/

— 덧붙임 —

언어는 사회적인 약속이다. 독일의 언어철학자 마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의미의 집이다” 라고 말했다.
그렇게 보면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는 집도 없고 약속도 없는 상태. 많은 사람들은 지레짐작으로 대~충 뜻과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명료하고 흔들리지 않는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아니다.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단어에 대한 약속과 의미의 집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정의하기 위한 논란은 계속 되고 있다.
의미 정의의 중요성은 모두가 깨닫고 있는 듯.
오해가 없으면 새로운 해석도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더 의미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스타트업에 대한 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