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지독히도 못하는 조직에 몸 담은 적 있다.
그 구성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일을 망치고 있었다.
공통점을 찾으라면 ‘지들 마음대로’
그들은 천성대로 일하고 있었다.
성급한 사람은 아무 소리나 지껄였고,
주장이 강한 사람은 고집을 피웠으며,
소심한 사람은 의견을 숨길 수 밖에 없었고,
권위적인 사람은 결속력을 헤쳤다.
경험삼아 용돈벌이삼아 방학이면 노가다판에 종종 나갔다. 공사장에서는 6시가 되면 조례를 하고, 안전수칙을 외고, 운동으로 몸을 풀며, 서로 조심하고 주의하라고 반복했다. 팔자에 없는 요리를 하느라 주방에서도 몇 년 일했다. 주방에서는 정신을 팔면 손가락이 날아간다. 흉터가 하나 둘 늘어날 때마다 일에 임하기에 적합한 태도와 자세를 익히게 된다.
셔츠입고 출근해 궁둥짝 깔고앉아 모니터 앞에서 하루를 보내는 우리는 육체노동하는 분만큼 일에 적합한 태도와 자세를 갖추려고 할까? 대체로 아닌 것 같다. 일에 임하는 태세가 일의 품질을 결정한다. 그럼에도 올바른 태세를 취하지 않고 일을 한다. 가끔 보면 일을 망치려고 작정하고 달려드는 것 같다. 아이고! 제 인생 밖에서 망해주세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통스럽답니다.
일에 완전히 맞아 떨어지는 사람은 없다. 반대로 사람에 완전히 맞아 떨어지는 일도 없다.
인간은 본디 일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태생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업무 능력은 돌 쪼개기, 물건 수집하기, 개구리 사냥하기 따위일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요구되는 업무능력은 현대 인류에게 부자연스러운 과업이며,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위적 학습과 숙달이 요구된다.
천성대로 할 수 있는 일은 발전하는 기계화와 자동화로 인해 대체되고 있다. 표면적인 현상으로 경쟁과잉이라 일컫어진다. 하지만 문제의 근본은 지속가능성이다. 결국에는 일자리 소멸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정해진 미래의 역사다.
태생적인 능력과 업무요구자질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질 것이다. 인구의 절반이 농사를 짓던 시대에는 태생적 업무 능력만으로 절반가량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업무는 더욱 전문화될 것이고, 하나의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전교육과 준비기간도 길어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천성에 맞는 일을 찾는 것이 평생 과업인 것으로 여긴다. 천성에 맞는 직업을 찾은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특별한 케이스들이 많겠지만, 내 인생계획에 대체로 참고되지 않으니 일반화 시켜선 안 되겠다.
사람에 맞춰진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일을 해선 안 된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진입장벽이 낮아진다.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은 쉽게 포화된다. 시장이 포화되면 보상의 크기가 작아진다. 보상이 작아지면 지속가능성이 없어진다. 지속가능성이 없는 일은 1년 뒤에 어차피 망한다. 애초에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일이라는 것은 대체로 우리의 습관에 반대한다. 어렵고 불편한 과제다. 하지만 천성을 거스르고 이겨낼 수 있을 때, 그 보상의 크기는 커진다. 어려운 과제일수록 도전하는 사람은 적고, 성공하는 사람은 더 적다. 경쟁자가 자연히 줄어들어 성공확률은 높아진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고유한 가치란 없다. 모든 가치는 관계 속에서만 평가된다. 일하는 사람은 일로 평가된다. 반대로 일 또한 독자적이지 않다. 인간 천성에 맞춰지지 않은 일을 해야 한다지만, 너무 어려워도 달성하지 못한다. 사람을 일에 맞추려는 노력만큼 일도 사람에 맞춰야 한다.
일을 사람에 맞추고, 사람을 일에 맞추려는 노력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노동의 결과물을 직접 확인하지 못하는 시대에 가장 확실하게 성과를 추구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