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는 165년간 거의 바뀌지 않았다.

세계 최초의 박람회는 1851년 영국에서 개최되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해 프랑스 파리에서는 세계 최초의 백화점 몽마르쉐가 개점한다. 같은 시기에 인간의 욕망은 규격화되고 체계화되었다. 산업 내에서 거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인 형태를 찾은 이 두 가지 포맷은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로부터 165년이 지났다. 산업박람회가 위기란다. 이는 미디어의 위기와 같은 종류의 것이다. 굳이 전시행사에 오지 않더라도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대체재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정보가 부족해서도 아니고, 전시 콘텐츠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오히려 많아서 생긴 문제다.

전시회도 하나의 플랫폼이다. 정보가 연결되지 않던 시대에 정보를 압축적이고 집중적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이점을 가졌다. 모든 정보가 연결된 시대에는 그 역할이 바뀔 수 밖에. 정보를 체계화시켜 탐색의 기회비용을 줄여줌으로 값어치가 생겼던 게 박람회인데, 지금과 같은 시대에 고민없이 부스 수백개 때려박고 수금하는 박람회는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산업의 관성에 의해 몇 년간 더 현상유지하더라도 한순간에 전환점을 맞을 것이다.

전시회는 더욱이 물리적이고 시간적인 한계도 가진다. 이런 한계점은 다른 플레이어들에 의해 개선되어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으로 분과될 것이다. 공급자 중심적인 접근법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이런 단점을 극복하거나 보완할 것이 아니라 더욱 물리적이고 제한적인 시간에만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