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은 세가지로 분류된다. 생산자/유통자/소비자다. 생산자와 유통자는 돈을 벌어 승자가 되고, 소비자는 돈을 써서 패자가 된다. 그런데 이 게임의 룰을 소비자가 알게 되면 소비가 멈출 것이다. 소비=승리, 성공 이라는 이념이 만들어진다. 집단적 사기극이다. 진원지와 전파경로를 역학조사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전염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현대인의 대부분이 소비에 자의식이 지배당해 있는 건 당연한 결과다. 이런 가짜 이념에 자신도 당해 놓고 재전파하는 놈들이 제일 한심하다. 인생나락탕진을 flexing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가진 신조어로 탈바꿈 시킨 건 정말 감탄할 정도의 프로파간다 전략이다. 국가도 유동성확보와 경제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거짓 이념을 설파하고 장려하는 지경이다.
광신도를 보면 무섭다. 그러다 측은하다. 그러다 한심하다.
소비자를 보면 한심하다. 그러다 측은하다. 그러다 무섭다.
좀비를 보면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서우면 경계하게 된다. 제발 저에겐 전염시키지 말아주세요. 아무도 공격하진 않았다. 그치만 나는 끊임없이 공격받고 있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다. 방어 본능이다. 방어가 나의 우선조치다. 회피는 후속조치다.
이 상황은 진심 고통스럽다. 좀비 영화의 주인공과 다를 바 없다. 유일한 생존자로 남은 자와 같은 종류의 고통인 것이다.
삶이 아무리 고통스럽다고 우리는 자살을 택하진 않는다. 유일한 생존자의 운명이 아무리 고단해도 좀비에 감염되길 택하지 않는다. 나는 소비자가 되길 원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