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람을 프로젝트 컨설턴트로 임명합니다”
세상에 없던 직업을 만들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광대한 산업 내에서 우리를 필요로하는 역할의 빈틈을 찾아냈다. 그 일을 43개월 동안 꾸준히 해오니, 어떤 일인지 조금 알 것 같다.
이젠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 산업에서 지켜져야 할 표준이라고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믿을만한 파트너스 모여있어 제작업무 신임하니 고객응대 종일할수 있었다. 농담삼아 콜센터 돌린다고 얘기했지만 실제로는 연구소를 돌렸다. 기술은 없고 노가다만 할 줄 알아서 수천건의 거래를 복기하고 또 복기했다.
사고 터지는 게 안타까워 시작한 일이다. 수천만원의 비용과 두어달의 시간이 허비되는 걸 눈뜨고 지켜보기 힘들어 오지랖이 발동했다. 온갖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경하는 재미는 덤이다. 우리가 그동안 경험한 고객의 양은 세상 어떤 피디가 평생 겪을 수 없는 양이다. 경험이 경험으로만 그치지 않고 절차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광고계엔 이런 말이 있다. “좋은 광고는 좋은 광고주가 만든다” 우리 회사엔 이런 말이 있다. “좋은 광고주는 내가 만든다” 우리가 찾아낸 표준 거래 절차로 산업의 비효율과 사고를 줄이고 있다. 표면적으론 그렇다. 실제론 의지를 심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좋은 광고주는 공통적으로 프로젝트 완수를 향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의지는 고유하거나 독립적이지 않다.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고, 안정감을 줄 수 있다면 의지도 만들어질 수 있다. 앞으로 닥칠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프로젝트에 강한 의지를 심어 Deal Closing까지 이끌어내는 것이 이 일이다.
몇 사람들은 이 일을 하러 왔다가도 금새 떠났다. 진짜 콜센터로 생각하는 사람은 내보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가장 처음 팀을 꾸렸던 권프로와 이프로만 남았다. 다시 둘이 되었는데 회사는 더 잘 돌아간다. 결국 이 일에 진심인 사람만 남았다. 권프로는 나를 위해서 일하는 건 아닐 것이다. 산업 내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두 명 짜리 회사면 뭐 어떤가. 물리적인 일터는 4평짜리 사무실이지만 실질적인 일터는 3000억의 산업이다.
매니저로 시작한 직함을 작년엔 코디네이터로 바꿨다. 이젠 프로젝트 컨설턴트로 바꾼다. 세어보니 권프로가 230건을 했고 이프로는 130건을 했다. 내가 만든 직업이라 앞에 수석을 붙이고 싶었지만, 양으로 밀리니 명분이 적다. 그냥 둘 다 컨설턴트 하기로 했다. 나 스스로 임명할 순 없어서 친정 식구에게 임명식을 도와달라 했다.
빈손으로 오지 않았다. 졸업식 이후로 꽃 선물을 처음 받아봤는데 기분이 꽤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