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 본 콘텐츠는 2014년 6월 FOOD&WINE에 실린 내용을 번역,재구성하였음을 밝힙니다. <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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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나파밸리Napa valley지역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이 있다. 토마스 캘러Thomas Keller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중 하나인 더 프렌치 런더리The french laundry이다. 2014년은 이 레스토랑이 문을 연 지 20주년이 되던 해였다. 20년 동안 이 레스토랑에서 토마스 캘러 셰프와 함께 일한 요리사는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고, 헤드 셰프에게 영향을 받은 요리사는 세계 각지에서 아직도 그의 교훈을 기억하고 있다. 후배 요리사들이 전하는 토마스 셰프와의 기억과 프렌치 런더리에서 배운 요리 팁을 모았다.
직접 만든 식초 맛보기 Tasting vinegar
프렌치 런더리는 초창기 시절부터 셰프가 직접 만든 레드와인 식초를 사용했다. 어느 날인가 그가 만든 비네거가 잘 만들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각설탕을 식초에 담근 뒤 직접 입으로 빨아먹는 것을 보았다. 왜 그렇게 하는지 그에게 물었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해야만 식초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설탕의 단맛이 식초의 자극적인 신맛을 덜어준다는 설명도 함께. 이전까지 설탕으로 식초의 맛을 보는 사람을 본 적은 없었지만, 이후 내가 직접 해보니 왜 그가 그렇게 했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 에릭 지볼드Eric Ziebold
생선 굽기 Searing Fish
생선을 어떻게 구워야 하는지 배웠다. 특히 팬에 굽는 생선요리에는 조금 과할 정도로 뜨겁게 달궈진 팬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뜨겁게 두른 팬에 오일을 두른 후 생선 비늘부분을 바닥에 닿도록 구우면 금세 표면이 황금색으로 변한다. 보기만 해도 바삭한 식감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 테크닉은 새로 들어온 모든 요리사에게 셰프가 직접 알려주는 요리 팁이다. 나는 이 기술을 찬 음식을 다루는 역할garde manger에 있을 때 어깨너머로 배웠다. 셰프가 당신에게 직접 알려주지 않더라도, 항상 주의에 신경을 쓰면서 배울 것을 추천한다.
– 티모시 홀링워스Timothy Hollingsworth
언제나 신선한 허브를 사용할 것 Using Fresh Herbs
프렌치 런더리에서 일하려면 직접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봐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이 규칙과 그곳에서 일하게 된 아내 덕분에 나는 토마스 캘러 셰프의 음식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요리는 롭스터를 곁들인 오르소 파스타였다. 크림과 마스카포네 치즈, 차이브의 향이 기가 막히게 어울렸다. 후에 나는 이 요리에 착안해서 송로버섯-마카로니 치즈라는 메뉴를 만들기도 했다. 아무튼, 당시에 느꼈던 크림의 향과 차이브 향의 조화처럼 향긋한 허브의 존재감을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매 요리 직전에 허브를 잘라와야 한다는 것을 경험해 본 결과 알게 됐다. 아마 요리에 사용하기 직전 손질을 하거나 잘라오는 작업은 토마스 캘러 셰프가 최초로 하지 않았을까?
– 스티브 코리Steve Corry
주방 설계 Organizing the kitchen
내가 프렌치 런더리에서 배운 점 중에 하나는 바로 정리정돈이다. 엉망진창이던 우리 집 주방도 내가 일했던 주방처럼 바꿀 정도였다. 시리얼 박스는 작을 것에서부터 큰 것으로 정렬하고, 개봉한 날짜를 적어 놓기 시작했다. 실제 프렌치 런더리 주방에서는 마스킹 테이프를 사용하는데, 이 테이프는 물이 묻어도 잘 떨어지지 않았고, 잉크가 번지지도 않았다. 나는 이 테이프를 집에서도 잘 써먹었다. 이미 조리된 음식 통에 붙여 놓으면 마치 배달 중국 음식점이 사용하는 것처럼 수많은 통을 획기적으로 정돈할 수 있다.
– 리차드 블레이스Richard Blais
효율적으로 일하기Working Efficiently
프렌치 런더리의 주방은 매우 협소하다. 그렇기에 모든 일은 효율적으로 해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매우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였다. 나는 채소의 껍질을 제거할 때 종이 호일이나 키친 타올을 도마 위에 깔고서 작업을 하곤 했다. 작은 습관이 도마를 두 번 닦지 않아도 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게 했다.
– 맷 루이스Matt Louis
낙담할 상황에도 여유를 가질 것 Making Stock
송아지 뼈로 우려낸 블랑켓 드보Blanquette de veau를 만들 기회가 있었다. 토마스 셰프는 육수 만드는 작업을 도왔다. 육수에 사용할 송아지 뼈를 골라내고, 송아지를 어떻게 손질하는지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알려줬다. 세 마리째 다듬는 중에 그는 잠시 자리를 비웠고, 나는 실수로 3일간 우려낸 육수를 바닥에 엎어버렸다.
그가 다시 작업장에 나타났을 때 그는 분명 화가 난 표정이었지만, 절대 소리 지르지 않았다. 그저 내 어깨 위로 팔을 얹고선 고개를 끄덕여 줄 뿐이었다. 직접 말은 안 했지만, 그의 제스처에는 ‘우리 모두 실수를 하니 낙담하지 말라’는 위로가 담겨 있었다.
– 그랜트 애커츠Grant Achatz
토끼 고기 손질하기 Butchering rabbit
어느 날 토마스는 행사에 쓸 토끼 100마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서비스를 하는 주방에서 100마리 토끼를 손질할 공간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주방에 다른 사람이 없는 시간인 밤에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퇴근 후 집에서 쪽잠을 자고 새벽에 다시 주방에 나왔다. 그리고 밤새도록 토끼 100마리를 준비해뒀다.
아침에 출근한 토마스 캘러 셰프는 나에게 고마움의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 날의 경험 이후로 토끼 손질하는 법을 잊을 수가 없다.
– 조나단 베노Jonathan Benno
진정한 레스토랑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 Understanding Hospitality
스타지를 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토마스 켈러는 나에게 앞치마를 달라고 했고, 나는 무슨 잘못을 했는가 싶어 지레 겁을 먹었다. 그는 내 앞치마를 고이 접더니 그의 사무실로 오라고 이야기했다. 잔뜩 긴장한 채로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때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만든 음식이 차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맛있는 식사였지만, 그 음식보다 더 감동을 준 건 그의 진심 어린 따뜻함과 배려였다. 이후에 다시 그의 레스토랑을 다시 방문했고, 매번 경험한 식사는 내 인생에서 지우기 어려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 마이클 볼타지오Michael Voltaggio
양파를 씻어서 사용하는 방법 Mellow onion
내가 프렌치 런더리 카나페 섹션에서 일할 때의 일이다. 셰프와 함께 작업하고 있었는데, 그가 갑자기 “양파를 씻어서 쓸 거지?”라고 물었다. 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듣지를 못했고, 당연히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어서 “왜 씻어서 써야 하죠?”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나보다 큰 키의 그가 자신의 어깨 사이에 날 감싸 안은 채로 양파를 씻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양파를 미리 물로 씻으면 매운맛이 빠지거든”이라고 설명해줬다. 난 그저 작은 아이처럼 같이 양파를 씻을 수밖에 없었다.
– 코리 리Corey Lee
완벽한 가스파쵸를 만드는 비결 Perfecting gaspacho
프렌치 런더리 바깥에는 텃밭이 하나 있다. 아마 그 텃밭에서 나는 채소는 그 지역 최고의 품질일 것이다. 가스파쵸를 만들 때면 그 텃밭에서 자란 채소를 썼는데, 잘 익은 토마토와 오이, 양파, 마늘, 피망을 잘 손질해서 사용했다. 향긋한 올리브유와 식초, 그리고 약간의 밑간을 해놓고 절여두면 가스파쵸의 풍미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해진다.
– 아리 바이스바서Ari Weiswasser
완두콩을 데칠 때 소량의 설탕을 써라 Sweetening peas
내가 프렌치 런더리에서 일하기 전에는 완두콩을 데칠 때 설탕을 사용하지 않았다. 끓는 소금물에 설탕을 더하면 완두콩의 본영의 맛이 살아난다는 것을 셰프의 조언 덕분에 알게 됐다. 이 테크닉은 완두콩에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수프나 주요리에 사용할 가니쉬용 채소를 만들 때도 좋다. 카나페를 만들 때도 좋은 요리 팁이다.
– 라클랜 마키논-패터슨Lachlan Mackinnon-Patterson
테이스팅 메뉴에 가장 좋은 스타터, 샴페인 Drinking Champagne
지금은 어느 레스토랑이건 테이스팅 메뉴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테이스팅 메뉴를 가장 먼저 시작한 레스토랑 중에 하나가 바로 프렌치 런더리다.
그곳에서 내가 배운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코스 전 음료로 샴페인의 우수함이다. 코스를 시작하기 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해서는 약간의 산미가 있는 가벼운 술이 좋다는 것도 일하면서 알게 됐고, 지금도 수많은 식전 술 중에 최고는 샴페인이라고 생각한다.
– 바비 스터키Bobby Stuckey
함께 복숭아씨를 발라냈던 경험 Cracking peach pits
나는 아직도 프렌치 런더리에서의 마지막 날을 잊지 못한다. 그때 우리는 푸아그라에 쓸 소스에 쓴맛이 나는 복숭아 속씨를 빼낸 겉 씨를 사용했다. 망치를 들고 속씨를 빼는 작업은 모든 사람이 귀찮아했다. 그날 토마스 셰프는 굴러다니는 작은 겉씨 때문에 끙끙대는 나를 텃밭으로 데리고 나왔다. 우리는 벽돌로 시원하게 겉씨를 내리폈다. 덕분에 우리는 한 시간 동안 수다를 나눴다.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을 떠나는 후배 요리사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했다.
– 에릭 앤더슨Erik Anderson
맛을 내기 위한 소금 간 맞추기 Seasoning to taste
내가 토마스 캘러에게 배운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소금의 꽃이라 불리는 플뢰르 드 셀Fleur de sel을 뿌리는 것이다. 요리의 모자란 간을 맞추기도 할 수 있지만, 특유의 소금의 식감을 표현할 수도 있다. 토마스 셰프는 이 소금의 바삭한 식감을 좋아했으며, 실제로 주머니에 항상 소금 상자를 가지고 다닌다. 내가 뉴욕의 레스토랑에서 일했을 때 우연히 그에게 요리를 대접할 수 있었다. 그는 여전히 소금을 음식 위에 뿌렸으며, 난 그걸 본 이후로 그가 다시 방문했을 때 사용할 플뢰르 드 셀을 준비해 두었다
– 가빈 케이센Gavin Kaysen
냉동고의 공간 절약하는 방법 Saving freezer space
내가 일하던 당시에는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냉동고를 사용했다. 당연히 정리정돈이 필요했고, 우리는 소스와 육수를 진공 포장해서 지퍼백에 넣은 채 냉동 보관했다. 하지만 지퍼백 사이에 있는 수분이 함께 얼어버리면서 여러 지퍼백이 서로 들러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고민 끝에 우리는 지퍼백 사이마다 종이 호일을 깔면서 좀 더 쉽게 육수나 소스를 꺼낼 수 있게 됐다.
– 라이언 폴리Ryan Po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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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사진 출처 – http://www.l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