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스 포럼2015] 한국을 찾은 3명의 천재 셰프, 그들이 생각하는 미식의 혁명은 무엇인가?

어쩌면 우리 모두는 미식가일 수 있다. 시어머니의 “국이 짜다”는 나무람부터 점심시간 된장찌개를 먹고 나오며 하는 “이 집은 생각보다 별로네”라는 이야기까지. 모두가 미식을 논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신이 인간을 먹어야만 살 수 있게 만들어 놓는 순간부터 이런 행동은 당연한 이치였을 것이다. 인류는 그래서 지금까지 미식을 욕망해왔다.

미식에 대한 관심은 근래 한국에서 급팽창했다. 맛집 앞에 줄을 서는 일은 물론이고 아직 정복하지 못한 음식을 보기 위해 그렇게도 뚫어져라 화면을 보는 일이 자연스럽다. 문득 18세기 사바랭의 “새로운 요리의 발견은 새로운 천체의 발견보다 인류의 행복에 더 큰 기여를 한다”는 문장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한국의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맞춰 천재적인 요리사 3명이 한국을 방문해 맛의 혁명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그들 각자는 자신의 요리 철학과 앞으로의 프로젝트 등을 설명하고 한식의 성장에 관한 견해를 패널 토의를 통해 밝혔다.

지난 18~19일 양일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회 글로벌 리더스 포럼2015’에는 맛의 혁명이라는 순서를 마련, 총 5명의 유명 미식 관련인이 초청돼 강연을 진행했다. 5명의 연사 중 3명의 셰프는 코리 리 Corey LEE, 상훈 드장브르Degeimbre, 알버트 아드리아Albert Adria다. 이들 모두는 세계적인 명성을 보유한 셰프들로서 각자 미국과 유럽에 자신의 레스토랑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각 레스토랑은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2개 이상을 받았다.
셰프 외의 연사로는 이탈리아 명품 커피 브랜드 일리커피Illy caffe의 부회장 프란체스코 일리Francesco Illy와 스텔라 디 캄팔토Stella Di Campalto 와이너리가 있다. 세션의 전체 진행은 유명 칼럼리스트 장 피에르 가브리엘Jean-Pierre Gabriel 씨가 맡았다.

 

| 셰프 3인의 키노트 스피치

이날 세션 5의 패널은 총 5명이었다. 이 중 셰프 3명의 키노트를 소개한다.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가 선정한 셰프가 맛은 온몸으로 느끼고 감각 속에 기억으로 간직된다는 것을 이야기 했다. 이어 그들이 어떻게 세계 최고의 맛을 만들어 냈는지 비결을 공개했다.

 코리 리Corey Lee – Benu(☆☆☆)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미슐랭 가이드 3스타를 획득한 코리 리 셰프. 그는 2010년 자신의 레스토랑 베누Benu를 개점했고, 개점 4년만에 3스타를 받았다. 그는 대학을 나오지도, 정규 요리학교를 졸업하지도 않았지만, 끈질긴 노력으로 요리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베누를 열기 전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셰프 중의 한명인 토마스 캘러와 함께 일했으며 프렌치 론더리The French Laundry, 퍼셰Per Se에서 수석 셰프로서 명성을 쌓았다.

오늘 키노트 스피치에서는 자신의 레스토랑 소개와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의 특징,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과의 협업 소식 등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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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는 다양한 인종 특히 아시아 지역을 제외한 차이나 타운 중 가장 큰 규모의 아시아인이 살고 있는 곳이다.”

“오늘날 모든 사람이 스마트 폰을 통해 음식과 친해지고 소식을 쉽게 접하고 있다. 셰프도 더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다. 음식을 통해 즐기는 것은 쉽고 재미있다. 하지만 실제로 음식을 즐기고 레스토랑을 찾는 것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음식 자체를 경험하는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음식은 보는 것보다 먹고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민자의 도시이자 거대 농업 지역인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는 지구상 가장 혁신적인 도시 중의 하나이다. 실리콘밸리에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탄생하고 있다. 음식 관련 많은 앱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들어졌다”

“게다가 이 도시는 음식점의 밀도가 미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다. 매일 다른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도시 전체 음식점을 다 다니려면 50년이 걸릴 정도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기관이며, 예술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번 협업은 세계 여러 도시에 있는 요리사의 음식을 전시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음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셰프에게도 연락하고 있다. 각 지역의 특징과 음식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할 계획이다.”

 

상훈 드장브르Sanghoon Degeimbre – L’Air du Temps(☆☆)

시간의 향기라는 뜻의 레스토랑 ‘레르 뒤 탕’의 한국계 셰프 상훈 드장브르. 그는 실험실을 방불케 하는 주방에서 정확한 데이터와 치밀한 계산의 의한 레시피를 선보인다. 1997년 처음 문을 연 레르 뒤 탕은 2000년 첫 미슐랭 가이드의 별을 받았고, 2009년 별 두개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별을 유지하고 있다.
다섯 살에 벨기에로 입양된 상훈 셰프는 18세에 독립, 대도시에서 소믈리에로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벨기에 최고 소믈리에를 뽑는 경연대회에서 두 차례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독학으로 요리를 배우고 지금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자신만의 요리 철학과 주변 동료 요리사들과 함께 일하면서 사람의 중요성 그리고 토지를 개간해 직접 농장을 꾸리며 알게 된 식재료의 중요성 등을 키노트 발표에서 확인했다. 또한 한식을 사랑하고 한식의 중요한 부분인 발효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밝혔다. 한식에 대한 관심 덕분에 그는 2010년 한식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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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잠재력이 있다. 창의력, 지식, 공유에 대한 것이다. (잠재된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내가 누구인지 분석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분석하는 과정을 가졌다. 나는 관심, 흥미, 경청, 흡수, 배움, 이해, 창의 이런 단어를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모두 마음heart에서 시작하고 마음은 결국 모든 것들의 동력이 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 많았다. 실제로 많은 일을 했다. 정육점에서 일하기도 했고, 약사로 일해보기도 했다. 요리를 하게 된 것은 내가 웨이터로 일하면서부터다. 셰프가 되고 싶었지만, 누구도 내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와인을 마시는 일은 미각을 훈련하기 위한 굉장히 좋은 수단이 됐다.”

“1997년 처음 레스토랑을 열던 순간이 내 인생 최고로 행복했던 시간이다. 당시 나는 전혀 (요리)경험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와인을 잘 알고 있어서 페어링하는 것을 기초로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18년간 요리를 해보니 요리는 의외로 간단했다. 요리에는 3가지가 중요한데, 첫번째가 테크닉. 두번째가 제품(재료)이다. 세번째가 감성인데, 감성은 사람이기 때문에 감성을 줄 수도 있고 받을 수 있다. 앞으로 요리의 트렌드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것이 사람이 될 것이다. 당신 스스로가 트렌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앨버트 아드리아Albert Adria – Ticket(☆☆)

앨버트 아드리아는 레스토랑 ‘티켓Ticket’의 셰프이자 세계 미식의 혁명을 이끈 페란 아드리아의 친동생이다. 1985년 15살의 아드리아는 당시 ‘엘 불리 el Bulli’의 셰프였던 친형 페란 아드리아의 영향으로 요리계에 입문했다. 엘 불리에서는 페이스트리 부분을 담당했고 엘불리를 떠난 뒤에는 엘불리의 쿡북 제작과 실험실 ‘엘 탈레’의 일원이었다.
2006년 아드리아는 ‘엘 탈레’와 ‘엘불리’를 떠나 친구와 함께 바르셀로나에 레스토랑을 오픈, 스페인 전통 음식을 만들었고 2011년 엘 불리의 폐업 후 페란과 지금의 타파스 바인 ‘티켓’을 오픈했다. 현재 이 타파스 바는 바르셀로나의 유명 식당이 됐다.

그는 오늘 스피치를 통해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어떤 생각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 등을 알려줬다. 현재 그는 6개의 레스토랑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으며, 한번에 여려 개의 음식점을 운영할 수 있는 비결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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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불리가 세계 정상에 올라있던 시기인 2011년 폐업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우리가 나중에 권위를 잃고나서 폐업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결정이었기 대문이다. 그리고 이후의 일을 결정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을 정했다. 바로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행복하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누군가의 이목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 일을 해야 하고, 인지도는 차후에 생각해도 된다.”

“6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는 10명의 자문위원이 각 레스토랑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든 비용은 내가 지불하고, 각각의 레스토랑은 자문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이렇게 한꺼번에 여럿 레스토랑을 운영하다보면 경쟁력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도 창출할 수도 있다.”

 

| 패널토의

5명의 패널이 각자 스피치를 마친 뒤에는 강민구 셰프와 주식회사 샘표 소속의 최정윤 과장이 참여한 패널 토의가 진행됐다. 토의는 초청 패널에게 질문을 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사회는 장 피에르 가브리엘 칼럼리스트가 맡았다. TV조선은 패널 토의 영상을 제공하지 않는다.

Q 보통 레스토랑 운영하다가 성공하게 되면 안주하게 되는데,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음식과 와인 산업이 거대한데, 가족경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비결은 무엇인가?
A 프란치스코 일리 – 무엇보다 호기심을 갖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 ‘혁신은 전통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스텔라 디 캄팔토– 제가 생각했을 때는 중요한 것은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 것입니다.
코리 리 – 사실 창의력은 어려운 과정이고 외로움으로 오는 고통이 뒤따르는 작업입니다. 이런 과정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다양성과 문화의 융합을 중요시 하는 나라인데, 그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레스토랑에서도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분위기입니다.

 

Q 앨버트 아드리아 셰프가 봤을 때 한국 음식이 다른 나라와 다른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다양한 음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고유한 음식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 이미지를 음식으로 대변하고 있다고도 본다. 그러나 한국만의 미식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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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 음식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는 어느정도로 알려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코리 리 – 미국에서는 5개 도시에 한국인이 몰려 있다.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뉴욕, 샌프란시스코, 남쪽에도 많아지고 있다. 미국인들은 아직까지 한식을 잘 모른다.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는 당연히 모른다. 그래서 뉴욕에 한인 음식점이 많기는 하지만, 한식을 모르는 사람은 의도하지 않은 경험을 할 수 밖에 없다. 결국에 한국 음식을 인정하고 좋아하는데에는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상훈 드장브르 – 벨기에는 한국인이 5000명 정도 밖에 없다. (한식은)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독일에는 한국인들이 많이 있다. 한국 식품기업과의 협업으로 유럽에 한국 제품을 많이 제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보다 먼저 한국 음식에 대한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부분이 빨리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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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피에르 – 페루에 갔을 때 놀랐던 점은 다른 음식 문화가 많이 들어와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식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강민구 – 여러 시도가 진행되고 있는 중인데, 이미 길게는 10년 짧게는 5년 전부터 한식의 변화가 시작됐다. 그래서 많은 젊은 요리사가 해외에 나가서 요리를 배우고 돌아왔다. 이전에는 요리사가 단순히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직업이었다면 이제는 자신의 평생 업으로 삼고 지내는 젊은 요리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젊은 셰프가 배워온 경험과 한국적인 것을 감안해서 만들어낸 음식은 지금까지의 한식과 다른 맛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미식으로 앞서갔던 나라에서 있었던 과정이고 그런 절차를 우리도 밟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정윤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누구고, 누리고 있는 식문화가 어떤 것인지’ 아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모든 것은 전통에서 비롯되기에 그렇다. 하지만 그 전통도 단순히 오래되었기 때문에 또는 향수 때문에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비판적으로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강민구 – 동감한다. 이 일은 요리사뿐만 아니라 생산자, 그리고 특히 대한민국에만 있는 전통 식재료를 발견하는 분들의 발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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