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뉴스 좌담회] 대한민국의 디저트 문화는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페스트리 셰프를 준비하는 4명의 청춘에게 묻다.

지난 16일 발행된 박찬일 셰프의 칼럼 ‘해외유학 가야하나, 말아야하나(바로가기의 마지막 문장은 이것이었다.

“이왕 요리 유학을 가겠다면 디저트를 전공하라. 한국의 양식당 사회에서 빵과 과자는 저평가되어있다.  빵과 과자도 고급식당의 시스템에 맞게 실력을 갖춘 이는 아주 드물다. 즉, 테이블로 서빙하는 디저트는 봉지에 넣어 판매하는 빵 과자와는 다르다. 서양의 최고급 식당은 이 분야의 실력자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식당의 품격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과연 한국의 디저트문화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세프뉴스는 페스트리 셰프로 활동하고 있거나 경력을 준비하고 있는 네 명의 젊은이를 불러 모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은호(이하 ) 반갑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참여해 주신 점 매우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번에 여러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셰프뉴스의 이은호입니다.

오늘 여러분과 나눠볼 이야기는 페스트리 셰프에 대한 전체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현재 하는 일에 대한 부분과 앞으로 전문적인 요리사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내용, 한국에서 페스트리 셰프로 남기 위한 이야기 등을 솔직하게 나눠보길 바랍니다. 우선, 자기소개 부탁하겠습니다.

박준완 (이하 ) 현재 페이스북에서 ‘도와줘요 달쉐프’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고요, 아프리카티비(Afreeca Tv)에서도 디저트 방송을 하는 중이에요. 나이는 27세이고요. 요리를 한 지는 6년이 되었고, 페스트리를 시작한 지는 3년 정도 된 거 같네요. 호주에서 일하다가 올해 7월에 들어왔어요. 원래 건축과 학생이었는데 웨이터로 일하다가 주방에 자리가 비어서 일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요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서승덕 (이하 ) 24살입니다. ‘화수목’이라는 업장에서 장진모 셰프와 일했었습니다. 현재는 내년에 오픈할 레스토랑 작업에 참여하고 있어요. 저도 건축을 전공했다가 1년 뒤 요리학과로 넘어왔습니다.

윤아영 (이하 ) 요리를 시작한 지는 1년 정도 된 것 같아요. 물론 처음에는 요리할 생각이 없었는데, 요리학원에 다니고, 이태원 업장에 나가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미술을 전공했는데, 입시를 준비하면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던 미술을 접고, 조리학과로 입학하게 됐습니다.

류영희 (이하 ) 요리를 시작한 지는 3년 정도 됐어요. 예전에 일하던 업장에서는 다이닝 코스도 길고 페스트리 파트도 따로 두는 곳이었는데 당시 자리가 비어서 일을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디저트 분야를 맡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후 지금 일하는 TocToc에서도 디저트를 주로 맡아서 일하게 됐습니다.

 

우선 용어정리가 필요할 것 같아요. 디저트 셰프, 파티셰, 페스트리 셰프 등 여러 가지로 쓰이는 데 어떤 것이 가장 적절할까요?

보통 같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파티셰로 이야기하자면 빵을 만드는 블랑제(boulage), 초콜릿을 다루면 쇼콜라티에(chocolatier), 아이스크림 등 차가운 음식은 글라시에(glacier) 등으로 나눠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파티셰들이 다 하는 일이죠. 저 같은 경우에는 빵은 잘 못 해요(웃음).

 

| 디저트를 다루게 된 계기

다들 어떤 계기로 지금의 일을 하게 됐나요?

건축을 전공했지만, 양식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업장에 웨이터로 일하다가 주방에 자리가 생기자 요리에 흥미를 느꼈고, 돈을 모아 호주로 가서 배울 생각을 했습니다. 호주에 르 꼬르동 블르(Le Cordon Bleu)가 있다는 걸 알고 갔습니다. 뭐 영어도 안되는 상황이니, 주방 청소부터 했죠. 근데 처음에 간 업장에서 페스트리 셰프를 한국분이 하고 있더라고요. 그분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자연히 관심도 생기고 자리가 생겨서 이 일을 하게 됐습니다. 원래 단것도 좋아했고요. (웃음)

건축학과를 전공했었어요. 사실 지금 일을 하기 전에 마술도 했었고, 여러 가지 했었는데 재미를 못 느끼면서 학교만 다니다가 2년 동안 파스타 집에서 일했던 경험도 있네요. 2년 후에 학교에 복학했는데, 그때 학교에 강사로 오신 분이 지금 롯데호텔의 제과장으로 계신 분이셨어요. 그때 존경하던 셰프님들을 봤을 때 느껴지는 아우라를 처음으로 경험했죠. 아시잖아요? (웃음) 이후 2년 반 동안 마카롱을 만들면서 여러 가지 디저트를 공부했어요. 그러던 차에 우연히 ‘화수목’이라는 업장에서 페스트리 파트를 맡게 됐습니다.

저도 처음부터 요리를 한 건 아니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미술을 했었는데, 입시를 준비하면서 흥미를 잃었어요. 마침 집 근처에 요리학원이 딱 생기더라고요. 예전부터 만드는 걸 좋아하다가 한번 다녀볼까 해서, 다녔는데 조리학과로 진학하게 됐어요. 업장에서의 경험이 많은 건 아니에요. 이태원 레스토랑에서도 일해보고 했지만, 제과제빵에 더 흥미를 느껴서 지금 업장(Dessertree)에서 1년 가까이 일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고2 때까지 공부를 엄청나게 열심히 했어요. (웃음) 근데 열심히 했지만, 공부만 하기는 싫었어요. 대학을 남들과 똑같이 다니고 졸업하는 게 싫었던 것 같아요. 아빠가 원래 식당과 레스토랑을 운영하셨고, 주방에서 일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그래서 조리 과를 가기로 마음을 먹고 전문학교에서 서양조리 과를 전공했어요. 2년 다니다가 취업을 해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처음으로 일하게 됐습니다. 원래 디저트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컬리나리아(culinaria 12538)에 자리가 생겨 콜드파트에서 일하게 됐어요. 이후에 톡톡(TocToc)이라는 레스토랑이 오픈한 지 2주 정도 됐을 때 셰프님의 블로그를 통해서 열정을 봤고, 바로 자리 있는지 물어보고 면접을 통해 일하게 됐습니다.

 

| 페스트리 셰프만의 차별성

그렇군요. 다들 나름의 계기가 있었고, 현재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그렇다면 지금 여러분들이 일하는 다이닝에서 만들어지는 디저트와 디저트 전문점에서 만들어지는 제품과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음… 플레이팅 된 케이크도 원래 단품에서 시작된 거잖아요? 다이닝에서 나오는 케이크이나 카페에서 파는 케이크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요. 다이닝에서는 ‘케이크를 플레이트 위에 해체한다’고 말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네요. 어울리는 소스와 같이 나가느냐의 차이로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서 케이크에 들어가는 재료가 많이 있는데 보통 디저트 플레이팅을 할 때는 그것을 다 분해해서 먹기 좋고 예쁘게 하는 방식으로 나가는 게 다르다고 생각해요.

 페스트리셰프의 포지션을 따로 두는 곳이 한국에서는 많이 없다고 들었어요. 코스로 제공되는 다이닝 레스토랑에서는 디저트가 식사의 한 부분으로 들어가야 해서 어느 정도의 디저트 물량이 정해져 있잖아요? 하지만 단품으로 판매하는 레스토랑에서는 판매되는 양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서 디저트 종류도 많이 늘리지 못해요. 그런 상황에서 빵하고 디저트만 만든다면 오픈 전에 물량을 맞추긴 쉽거든요, 다른 포지션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일의 양이 적은 거죠. 그러면 남는 시간에 주방에서 다른 파트의 일을 도와 주워야 하는 게 한국 레스토랑의 현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른 포지션보다 멀티 플레이가 요구되는 것 같아요. 나중에 경력을 쌓아 다른 업장에서 일하게 될 때에도 페스트리 파트만 두는 곳은 없어서, 다른 파트의 일도 할 줄 알아야 할 텐데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되겠죠.

외국도 사실 비슷해요. 알라카르트(à la carte) 같은 경우도 주문이 들어오는 경우 바로 내줘야 해서 포지션이 있어야 하지만, 디저트 셰프들은 준비시간 이후에는 할 게 없어요. 그래서 가운데 비는 시간에는 주방으로 나가서 도와줘야 합니다. 실제로 다른 주방일도 할 줄 아느냐고 물어보는 보스들도 많고요.

멀티가 돼야 하는구나(웃음)

 

| 우리나라에서의 페스트리 셰프

이전에 박찬일 셰프님이 셰프뉴스에 기고하신 글이 있는데, 말미에 조언을 하셨어요. 그중에 ‘한식을 하라’, 그리고 ‘디저트를 하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연계해서 우리나라 실정에 대해 더 얘기해볼까요.

제가 일하는 디저트리는 디저트 레스토랑이고 할 수 있어요. 명함에도 ‘Gastronomic Dessert’라고 적혀 있어요. 손님들 중에는 디저트 카페인줄로 오해하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요. 일반적인 카페는 음료가 주가 되고 머핀이나 빵이 곁들어지는 형태잖아요? 근데 우리는 디저트를 전문적으로 하는 샵이라서 음료는 주된 메뉴가 아니에요. 그리고 예전과 달리 디저트가 각광을 받으면서 디저트 자체가 주목되고 있는 느낌이에요. 남자분들이 혼자서 찾아오는 경우도 늘고 있어요.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식사하고 나서도 따로 디저트를 위해 찾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어요. 정말 많이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네, 많이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확실히 3년 전이랑 다르게 변하고 있어요.

업장이 많이 변하지 않고 있는 점에 공감이 되는 것 같아요. 디저트리(Dessertree) 같은 경우는 디저트를 주로 하니까 잘 갖춰진 면이 많자나요? 파코젯라는 장비도 있고, 오븐도 많고. 근데 아직 오븐이나 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업장이 많은 것 같아요. 페스트리만을 위한 주방이나 구조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거죠.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제가 머랭을 말리려고 오븐을 쓰던 중에 메인 요리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머랭을 빼고 오븐을 양보해야 했었어요.

근데 이제 조금씩 업장에서도 변하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정식당도 이번에 리뉴얼하면서 그 구조를 갖췄다고 하더라고요. 박찬일 셰프님의 말처럼 디저트 셰프들이 전문화된 분야로 인정받고 더 확장되는 분위기는 느낍니다.

근데 우리 디저트 시장이 작을 뿐이지 일하는 사람들의 실력은 뛰어나거든요? 해외에서 대회를 열면 항상 상위권에 랭크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다들 외국으로 나가서 일하고 있어요.

맞아요. 우리나라에 잘하는 분들이 진짜 많은 것 같아요. 근데 사실 그런 분들이 와서 일할 곳이 많지는 않아요. 그래서 외국 나가서 일하고 그러더라고요. 좋고 안 좋기의 문제라기보다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아무래도 문화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아직 우리는 한 상 문화이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같아요. 근데 우리는 한번 커지기 시작하면 빨리 크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거든요. 마카롱 같은 경우도 그랬고, 에클레어(Eclair)도 최근에 유행이 잘되고 있잖아요.

 

| 페스트리 셰프의 허와 실

아무래도 외국 문화다 보니 국내에 정착되면서 변하는 게 있겠죠? 실제 파티셰 모습과 비치는 모습과의 차이가 좀 있나요?

친구 중에 한 명이 제가 템퍼링(Tempering : 온도조절을 통해 카카오 버터 안에 들어 있는 지방산들을 서로 붙여 결정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이런 말을 했어요. “어묵 만드는 일하고 뭐가 다르냐”고. 정곡을 찌른거죠. 겉으로 보기에만 화려하게 보일 뿐이에요.

맞아요. 힘들어요. 여자 같은 경우에는 환상이 많은 것 같아요. 뭔가 아기자기하고 예뻐 보이고 쉽게 보이거든요. 특히 제가 일하는 곳은 오픈되어서 처음 보면 쉽게 보여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손님들이 보는 1층에서는 예쁘게 플레이팅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진짜 작업은 지하 작업장에서 하거든요.

그거는 보여주기 위한 쇼-베이킹(show- baking)이죠. 뒤에서는 밀가루 포대 나르면서 땀흘리는데(웃음)

낑낑대면서 설탕 옮기고, (웃음) 근데 디저트를 시작하면서 느꼈지만 정말 위험한 작업들이 꽤 있거든요? 특히 카라멜라이징을 되게 많이 하거든요. 온도가 180℃ 정도 되는 설탕은 뜨거운 물에 데는 것과 달라요. 물에 적시면 안 되고 바로 병원에 가야 돼요. 잘못하면 피부에 완전히 달라붙거든요.

진짜 위험하죠. 예전에 같이 일하던 헤드셰프가 실수로 녹여놓은 설탕을 물인 줄 알고 옮기다가 손에 쏟았어요. 그래서 손 전부에 화상을 입은 것도 봤어요.

일반인이 갖는 환상 때문에 주방을 소재로한 드라마를 잘 안 보는 편이에요. 말한 것처럼 위험한 작업이라든지, 힘든 일을 처리하는 건 안 나오잖아요. 게다가 여자 한 명에 다 남잔데, 다 키도 크고 잘생긴 줄 안다는 거죠.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웃음)

 

| 어떻게 해야 좋은 페스트리 셰프가 될 수 있는가?

좋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좋은 페스트리 셰프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 막 시작하는 여러분이 현장에서 느꼈던 바를 기초로 이야기 해 볼까요?

저는 좋은 셰프가 되는 것과 일을 잘하는 셰프가 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유명한 디저트 셰프들도 나눠보면 만능으로 모든 디저트를 다 잘 다루는 분이 있는 반면에 레스트랑 안에서 메뉴 구성 같은 자신만의 철학을 잘 담아내는 셰프도 있잖아요. 어떤 셰프가 되고 싶은지 먼저 기준을 잘 선택해야 할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다른 셰프님과 얘기를 하는게, 디저트만 하던 데서 일하던 분이 레스토랑에서 일해도 잘할 거라 봐요. 비록 완성도가 높진 않지만, 일반적으로 디저트 전반을 다룰 줄 알고 난 이후에 다름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또 장기적으로 생각해보면 레스토랑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몸값을 올린다는 개념으로. 홀에서도 일해보는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앞에서 말씀하신 다른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앞으로 더욱 전문적이고 차별적인 페스트리 셰프가 되려면 다른 식재료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죠. 더욱이 요즘에는 식재료에 대한 경계가 뚜렷하게 갈리는 것 같진 않아요. 그래서 디저트를 한다고 한정된 식재료만 사용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다른 요리를 알아야 한다는 의견에는 공감하지만 디저트 셰프가 되고 싶다면 일단은 혼자서 해보고 연구해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일단 디저트를 다루는 식재료 종류가 많잖아요? 설탕이나 소금이 그렇고, 소스도 그렇고요. 알면 알수록 할 게 많은데, 그런 부분들은 그냥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배워가야 할 부분이겠죠.

네. 이 정도로 모든 대화는 마무리하겠습니다.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조만간에 멋진 활약으로 다시 만나길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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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이은호

패널

박준완 – 아프리카tv와 페이스북 채널(도와줘요 달셰프) 운영
윤아영 – Dessertree 소속
류영희 – TocToc 소속
서승덕 – 전)화수목 소속, 레스토랑 오픈 준비

정리/사진 이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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