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주방장이 아닌 시스템이 만든다 – 한국 피에프 창(P.F. Chang’s) 최형진 총괄 셰프

중국집 맛이 변했다? 탓은 주방장이 뒤집어 쓴다. 손님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묻는다. “여기 주방장 바꼈어요?” 재료 탓도 아니고, 조리방법의 문제도 아니다. 당연히 주방장이 변했으리라 으레 짐작하는 거다. 당연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유독 중식 레스토랑에서는 당연해진다. 그렇기에 주방장의 맛에 대한 권위는 독보적이다. 결국 중국집의 운명은 주방장의 혀와 국자에 좌우된다.

하지만 누가 만들어도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과연 될까? 많은 중식 프랜차이즈들이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창업 컨설팅 전문업체와 설문조사 전문기업인 코리아리서치에서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외식 프랜차이즈 중 중식 프랜차이즈 인지도가 10% 내외였다는 결과도 있었다. 한국에서 중식 프랜차이즈의 인지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말이다. 프랜차이즈 대국인 미국에서나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 중식을 논할 수 있을 정도다.
프랜차이즈의 핵심은 균일화된 맛과 시스템이다. 그러나 중식은 앞서 말한대로, 주방장의 요리실력에 따라 그 점포의 정체성이 정해진다. 그리고 이미 수십년간 중식은 프랜차이즈화에 어려움을 느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피에프 창(P.F. Chang’s)이 한국에 문을 열면서 그 흐름을 바꾸고 있다.피에프 창은 연매출 1조 5000억 원의 대형 중식 브랜드다. 미국에만 240개의 매장이 있으며, 전세계 40여개국에 분점이 퍼져있기도 하다. 그리고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문을 열었다.한국에 처음으로 오픈한 롯데월드몰점에서는 오픈 초반, 일 매출 2500만원이라는 놀라운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이 30분을 넘게 기다리는 일도 비재했다. 중식 프랜차이즈로서는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흥행인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이자, 사업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중요한 국가에요” 한국 운영 총괄을 맡은 최형진 셰프는 한국의 피에프 창이 왜 중요한지, 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말하기 시작했다.

| 젊은 중식 요리사의 도전

최형진 셰프는 이미 2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유명 중식 레스토랑인 홍보석의 주방장을 맡았다. 중식 요리사 모임인 ‘한마음회’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한다. 그는 대만, 싱가폴, 중국 등 내로라는 중식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국내 최연소 중식 명사로 지정될 정도의 실력파 요리사이다.

이렇게 중식 주방장으로는 앞길이 창창했던 그가 3년간 고생을 자청했다. 피에프 창을 국내에 들여오기 위함이었다. 우리 중식 문화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미국 주방에서 허드렛일을 시작해야 했고, 기존에 알던 모든 요리 방식에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랬을까?
“중식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아요. 비결이 궁금했죠.” 이런 단순한 호기심이 결국 한국에 피에프 창을 들여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에서도 글로벌 중식 프랜차이즈가 성공할 수 있음을 미국 본사 및 한국 외식 시장에 증명하는 중이다.
2010년 후반, 그는 미국 애리조나 피에프 창 주방에서주방 청소부터 다시 시작했다. 주방장까지 했던 요리사라면 쉽게 할 수없는 일이다. 더 고되게 느껴짐은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화된 업무 방식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업무 방식에 반감도 있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점점 시스템의 효율적인 면을 발견했으며, 맛을 잡는 세세한 부분까지 매뉴얼대로 지키고 있다는 점에 충격을 느꼈다.

우리 외식산업에 종사하는 인구 중 특히 중식 요리사들의 고단함은 소문으로도 익히 알 수 있을 정도다. 주방에서 면을 다루고, 칼을 사용하고 나서야 불 앞에서 웍(중국식 팬)을 잡을 수 있다. 업장에 따라서는 10여년이 걸릴 수도 있다. 최 셰프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며, 젊은 요리사들이 실제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는 피에프 창의 한국 입점을 준비하는 중 그들의 인사시스템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했다.

| 피에프 창, 글로벌화에 성공한 이유

현재 피에프 창은 세계 각국의 트레이너 급의 요리사들이 오픈 준비에 함께 참여한다. 실제로 한국 오픈을 준비하는 40일간 두바이, 필리핀, 멕시코, 캐나다 등에서 선발된 트레이너들이 국내 요리사들을 교육했다. 앞으로 한국 요리사가 해외 오픈 트레이너로 참여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피에프 창에는 젊은 요리사도 요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금 주방에서 일하는 요리사들의 평균 나이가 24, 25 정도에요. 다른 한국 중식당이었으면 웍을 잡을 수 없을텐데, 교육을 받고 일하다 보니 이제는 선수들이 다 됐습니다.”


현재 롯데월드몰 점의 규모는 오픈 바를 포함해서 270석 정도다. 롯데월드 단일 층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그러나 주방은 의외로 외소했다. 요리에 필요한 최소인원으로도 80여가지의 단일 메뉴를 완성할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숨어있다. 불 앞에 서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아도 모든 재료와 양념을 다룰 수 있다. 또한 모든 식재료는 매뉴얼대로 있어야 할 공간에 자리잡고 있다. 식재료를 다루는 요리사들도 모든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몇 온스의 재료가 사용되고, 몇 cm로 딤섬을 접어야 할지도 당연히 숙지한다. 운영 총괄을 맡은 최 셰프는 팀원들의 요리방법이나 관리에 집중한다. 메뉴가 나올 때 플레이팅에 관여하는 정도가 요리의 전부다. 주방장에 좌우되던 한국 중식과 다른 점이 이것이다.

| 한국 현지화에는 성공할 수 있는가?

앞서 아시아 최초로 문을 열었다는 설명은 본사가 한국, 특히 서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단편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다. 창업자인 필립 치앙(Philip Chiang)은 서울을 매력적인 도시, 훌륭한 테스트 마켓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복병이 한국 피에프 창의 발목을 잡았다.
거대한 건물로 이슈를 만들었던 제2롯데월드 프로젝트는 안전문제라는 암초를 만나 난항을 겪고 있다. 투자되는 자본과 기술이 어마어마했고, 기대하는 이들의 시선도 비례했다. 하지만 흥행과 직결되는 안전문제가 거론되자, 기대는 풍선 효과처럼 줄어들었고, 의심과 불안은 상대적으로 더 많아졌다. 매출에 악영향을 끼친것은 당연하다. 처음 투입됐던 직원들 중 50%에 해당하는 40여명도 휴가 중이다.
아시아 교두보로 삼은 경영전략에 누수가 생긴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연달아 오픈한 코엑스 점이 선방하고 있다. 그렇다쳐도, 최 셰프는 고민이 깊다. 한번 가라앉은 소비심리가 언제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지 단정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형진 셰프는 특유의 환한 미소를 보인다.

“피에프 창이 갖고 있는 맛과 서비스, 시스템은 쉽게 무너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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