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된장 냄새가 진하게 퍼지고 있다. 냄새의 근원지는 한식당 최초의 미슐랭 스타를 받은 식당 ‘단지’, 김훈이가 오너셰프로 있는 곳이다. 그는 2014년도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3의 심사위원으로 초대되며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훈이는 본디 한식을 전공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요리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다. 수학과 과학 성적이 좋아 명문대를 진학했고, 의사의 길을 순탄히 걷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요리를 처음 시작한 것은 31살이 되었을 때였다. ICC-International Culinary Center 9개월 단기간 코스로 급하게 시작했다. (당시는 FCI-French Culinary Institute로 불렸다) 당시 학교에 입학한 연도가 2004년이었으니 요리를 시작한 지 7년 만에 미슐랭 스타를 받으며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요리사가 된 것이다. 그것도 미식의 수도로 불리는 뉴욕에서 쟁쟁한 식당들과의 경쟁을 이겨낸 쾌거이니 그 의미는 남다르다.
이런 김훈이는 현직 요리사뿐만 아니라, 요리를 공부하는 학생 그리고 앞으로 요리사로 전직을 꿈꾸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두말 할 것 없이 좋은 본보기가 된다.
셰프뉴스팀은 김훈이 셰프에게 화상통화를 요청했고, 기존에 대중매체에서는 깊이 있게 물어보지 않았던 ‘요리사로서의 김훈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요리사로 전업하던 과정과 그 과정에서 있었던 고민을 가감 없이 답해주었다.
| 의사에서 요리사로, 진로를 변경한 이유가 있었나요?
아마 용기가 있었다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에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의사가 아닌 다른 걸 찾기 시작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이랑 과학을 잘했어요. 과학고를 졸업해 UC버클리를 나왔거든요. 그러면서도 대학교 시절에는 별로 하고 싶은 게 없었어요. 의사도 어머님이 해보는 게 어떠냐는 얘기를 듣고 선택한 길이었고, 그렇게 10년 동안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만 했어요. 코네티컷 의과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한 후에 1년을 휴학했어요. 일단 진학하게 되면 6년 동안 쉬지 않고 내리 다녀야 했으니까……
1년을 쉬는 동안 “요리나 배워 볼까”라는 생각에 9개월짜리 코스를 다녔어요. 9개월 코스 다니고 나니까 3개월이 남잖아요? 그동안 Daniel에서 일하다가 정식 채용되면서 의사의 길을 포기했죠.
| 의사를 포기한 이유는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왜 요리를 선택하셨나요?
저는 진로를 선택할 때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만으로 의사를 선택했어요. 학부 시절에 병원을 다닐 때는 분명 사람을 도와준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는데, 대학원 시절에 병원을 다니게 되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보다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을 더 많이 겪게 되더라고요. 불치병 환자라든지, 큰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지켜만 봐야 하는 사람이라든지….
식당을 한다는 것은 매일 매일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저는 매일 매일 짧은 시간에 노력을 다해서 바로 바로 성과를 확인하는 일에 희열을 느끼고 있어요.
| 요리를 시작한 이후에 개인적인 변화가 생겼다면?
달라진 점은 무엇보다 잠을 잘 자요. 요리는 잘할 자신이 있으니까 온종일 육체노동을 해도 일을 마치고 퇴근할 때 기분이 좋아요. 사실 병원에서 퇴근할 때에도 기분이 좋긴 한데, 그건 하루를 보람차게 보냈기 때문에 기분이 좋은 것보다는 일로부터 해방되니까 기분이 좋은, 약간 다른 거잖아요? 요리를 시작한 이후에는 눕자마자 5분 만에 잠들어요. (웃음)
| 학교를 고를 때 기준이 있었나요?
주방에서만 사용하는 프랑스 표현들이 있어요. 그런 표현들을 알면 요리사들 사이에서 대화가 편해져요. 프랑스어로 ‘소테(sauté)’라고 말하면 다 알아들을 걸 다른 나라말로 하면 ‘기름을 조금만 부어서 센 불로 짧은 시간에 골고루 볶아내는 것’이라고 길게 설명해야 해요. 그리고 프랑스 요리 교육이 기술적인 것을 가르쳐주는 것 같지만 결국 재료에 대해 공부하게 돼요. 어떤 날은 감자 요리를 4~5가지 가르쳐주고 다음 날은 달걀로 몇 가지를 하는 식이에요. 한 재료에서 얼마나 다양한 요리가 나오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죠. 재료를 이해해야 다른 계열의 요리를 더 쉽게 할 수 있어요. 한식도 마찬가지예요.
| 전직을 하던 시점, 요리를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 모교를 어떻게 평가하세요?
“만약 내가 ICC를 안 다녔다면 과연 시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식당에서 일하는 것의 차이가 너무 커요. 그래서 아무리 좋은 학교를 졸업했어도 일을 시작할 때에는 배웠던 것을 다 잊고 일을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해요. 학교에 다녔다는 것은 ‘칼은 제대로 잡을 줄 안다.’ 정도의 수준을 증명하는 최소한의 인증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9개월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니까 학교에서 인턴십을 꼭 하라고 당부했고, 몇 군데의 인턴십을 돌아다녔어요. 그러다 다니엘(Daniel)에서도 인턴십을 할 수 있었고 2주 동안 일하고 나니까 정식멤버가 되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오더라고요.
| 정말 좋은 제안이 들어왔었네요. 다니엘의 정규직과 오랜 준비를 해 온 의사의 길,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고민은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다니엘이 얼마나 굉장한 식당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을 거예요. 그런데 확실한 건, 그 식당에는 매일같이 10명 정도의 지원자가 걸어 들어와서 이력서를 내고 갔다는 거에요. 그 이력서들만 보더라도 10년의 요리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저는 무급인턴이었거든요. 10년 동안 열심히 배워서 다니엘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는 걸 들었어요.
이전까지는 내가 아무리 요리를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해도 그 오랜 시간 공부해온 걸 포기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의학을 그만두는 게 좀 더 쉽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동안 공부한 게 아깝지 않았어요. 다니엘의 제안을 거절하는 게 더 아까웠던 거죠.
| ICC는 휴학기간에 취미 삼아 다니기엔 비싼 학교가 아닌가요?
알고 계신 것처럼 ICC는 비싸요. 학교 중에서 제일 비쌀 거에요. 9개월 코스에 한국 돈 4천만 원이 넘게 드니까. 근데 CIA는 2년을 다녀야 돼요. 학비만 따지면 7천만 원이에요. 거기에 생활비까지 따지면 훨씬 더 들어가죠. 다른 요리학교는 4년짜리라서 졸업할 때까지 학비만 1억 6천만 원이 들어요. 저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고 단기간에 집중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ICC를 선택한 거죠. 저에게는 최고의 선택이었어요. 게다가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있잖아요? 이게 요리사에게 엄청난 메리트가 되거든요.
| 뉴욕 맨해튼은 요리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인가요?
맨해튼은 음식의 수도(Food Capital) 또는 식당의 수도(Restaurant Capital)라고 불려요. 10년 전부터 세계의 유명한 셰프들이 뉴욕에 다 모여들었어요. 그래서 경쟁도 심한데, 조엘 로부숑도 오픈했다가 얼마 전에 문 닫았고요, 알랭 듀카스도 왔다가 문 닫았어요. 뉴욕에서 식당을 성공시킨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이런 곳에서 요리를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하죠.
좋은 식당에서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리사로서 먹으러 다니는 것도 진짜 중요해요. 이건 투자에요. 맛이 없는 걸 먹어도 좋은 경험이 되는 거에요. 많이 먹어봐야 왜 맛이 있고 왜 맛이 없는지를 알아요. 저는 4살 때 한국에서 먹었던 맛을 잊고 있다가 30살에 요리를 시작하면서 그 기억이 떠올랐어요. 26년을 머릿속에 숨어 있던 게 나오더라니까요? 좋은 요리사가 되려면 끊임없이 먹어야 해요.
| 요리유학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충고가 있나요?
솔직히 대답해서 돈이 없으면 학교는 갈 필요 없어요. 제 주변의 요리사를 봐도 학교에 다닌 사람은 1/4밖에 안돼요. 진짜 요리를 잘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요리학교를 안 나온 사람들도 많아요. 요리학교에서 공부해서 졸업한 사람이랑, 좋은 식당에 들어가서 1년 동안 설거지부터 시작한 사람이랑 결국 똑같아요. 돈이 없다고 요리를 못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런데 말씀드린 것처럼 ICC는 아무런 요리지식도 없고 인맥도 없는 저에게 최고의 선택이었어요. 확실히 요리사로서 시작하거나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되죠. 제가 ICC에서 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진짜 솔직하게 말하는 거에요.
| 본인이 졸업한 학교에서 수업을 열었다고 들었습니다. 교육에 뜻이 있으십니까?
올해부터 ICC에서 한식코스를 열었어요. 정규 과정은 아니에요.
제가 배울 때는 제 위에 있던 셰프들이 저에게 많은 것들을 던져줬어요. 여러 주방을 경험하고 여러 셰프를 만나면서 받은 다음에 나한테 맞는 것, 쓸 수 있는 것을 다시 뽑아내는 거에요. 그리고 저는 제 거를 다시 밑으로 전해줘야 해요. 식당에서 배우고 배운 걸 발전시키고 다시 물려줘야 요리 전체가 발전될 수 있어요. 저도 4명의 셰프에게 받은 것들을 더 좋은 것으로 물려주려는 과정에서 발전하고 있는 거고요.
제 식당에서는 레시피를 다 공개해요. 하루 도와주러 온 사람도 다 볼 수 있어요. 밖에 있는 사람들한테도 이메일로 다 보여줘요. 기사가 나가면 레시피도 같이 나가요. 한국에서는 레시피를 공개하지 않는 문화가 있는 데, 이건 큰 실수에요. 단지를 처음 열었을 때 만든 은대구 요리가 있는데 지금까지 6번의 변화가 있었어요. 바뀔 때마다 더 맛있게 바꿨죠. 그렇게 계속 바꿔야 요리가 발전돼요. 식당마다 똑같이 예전의 레시피를 가져다 쓰면 그게 맥도날드랑 뭐가 다르겠어요. 성공하는 식당들은 똑같은 요리를 하더라도 정기적으로 조금씩이라도 바꿔요. 레시피를 지키려고 고집하는 사람은 발전을 두려워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이어서 [우리가 몰랐던 김훈이 #2] 뉴욕의 한식당 오너셰프, 스타셰프가 아닌 요리사로서의 김훈이를 만나다. 는 보름 후에 연재된다.
한국인으로서, 요리사로서 김훈이는 어떤 사람일까?
“외국 사람들이 한국 음식을 즐긴 후 오리지널이 무엇인지 궁금하도록 만들어야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에 가보고 싶도록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돈을 쓰는 건 재료와 직원, 이 둘 뿐입니다. 이 두 개는 못 아껴요. 이게 제 식당의 아이덴티티입니다.”
| 단지와 한잔,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 저는 3살부터 외국에서 살았습니다. 방학마다 한국에 갔었는데, 먹어본 음식들이 다 맛있어요. 요리를 시작한 이후에 다시 그 맛을 떠올렸습니다. 내 식당을 열 때는 한국 맛을 살리고 싶었어요. 단지는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고 한잔은 한국 술 문화를 알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인가? 한국사람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찾아와요.
| 뉴욕에서의 요리 인생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 제가 다니엘에서 일할 때 이런 일이 있었어요. 송로버섯(트뤼프) 시즌이었어요. 하얀 송로버섯은 굉장히 비싸거든요. 그래서 서빙할 때마다 무게를 잽니다. 주방에서 나갈 때 재고, 손님 테이블에서 얇게 썰어준 다음에 또 재고. 근데 주방에 돌아오는 송로버섯의 모양이 이상했어요. 누가 콱 깨물어 먹은 것처럼. 사과 먹듯이 말이죠. 그래서 “누가 이렇게 했느냐”라고 하니까 서버가 “마사 셰프”라고 하더라고요. 주방에서는 다들 “술 취했나 보다”라며 웃어넘겼죠.
나중에 마사에서 일하게 됐고 그때 왜 그랬었는지 물었어요. 마사 셰프는 “송로버섯은 서양에서나 좋은 식재료다. 진짜 좋은 식재료는 아니다. 그걸 한 번 보여주려고 일부러 그랬다”라고 했어요. 나름 의미 있는 행동이었죠. 당시에는 좀 웃겼지만.
| 다니엘과 마사에서의 경험들이 지금 요리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 마사 같은 경우 일단 의자에 앉기만 해도 50만 원이 넘을 정도로 비쌉니다. 아마 뉴욕에서 가장 비싼 식당에 속할 거에요. 마사는 일주일에 5일을 일본에서 직배송한 최고급식재료를 씁니다. 그리고 그 근처에는 퍼세는 토마스 캘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잖아요. 그 레스토랑도 최고급 채소만 사용해요. 이 둘이 위치가 가까워서 서로 식재료를 교환해서 쓰기도 해요. 결국, 이 두 레스토랑에서 일했다면, 뉴욕에서 제일 좋은 식재료를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이렇게 좋은 재료들을 쓰다 보니 재료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한번 좋은 재료를 사용하다 보면 수준을 내릴 수가 없어요. 점점 욕심이 커집니다.
| 그렇다면 단지와 한잔의 식재료는 어떻습니까?
– 식당에 지불하는 음식값에는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죠. 분위기도 좋아야 하고 그릇도 비싼 걸 써야 하고, 공간도 충분히 넓어야 하고, 동네도 좋아야 하죠. 그런데 저는 제일 저렴한 접시를 씁니다. 와인 글라스는 5천 원짜리입니다. 천 냅킨 아니고 종이 냅킨을 씁니다. 동네도 비싼 동네가 아니에요.
제가 돈을 쓰는 건 재료와 직원, 이 둘뿐입니다. 이 두 개는 못 아껴요. 이게 제 식당의 아이덴티티입니다.
제가 두 번째 식당 ‘한잔’을 오픈하고 나서 1주일 안에 다니엘 블뤼, 페란 아드리아, 장 죠지가 다녀갔어요. 다니엘은 제가 그 식당에서 일했으니까 한 번 와봤다고 쳐도, 다른 셰프들이 왔을 때는 저도 놀랐어요. 요리사들에게는 좋은 재료가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좋은 재료를 쓴다는 소문이 나면 요리사들 사이에서는 인정(respect)받을 수 있어요. 어차피 모든 요리사는 뉴욕에 한 번씩은 들르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알고 찾아 왔나 봐요.
| 뉴욕에서 한국 식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구하나요?
– 5가지 식재료는 반드시 한국에서 가져옵니다. 된장, 고추장, 간장, 고춧가루, 참기름. 이 다섯 가지를 반드시 챙기는 이유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음식이 저절로 맛있어지기 때문입니다. 장맛이 좋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단지를 열 때도 한국 음식이 일본 음식이나 프랑스 음식처럼 좋은 재료로 만들면 더 맛있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어 마늘도 한국산과 최대한 비슷한 것을 써요. 뉴욕의 식당 대부분이 중국산 마늘을 씁니다. 중국산은 처음 4시간 동안은 향이 강한데, 나중에는 향이 없어져요. 우리 음식은 양념에 재우는 게 많잖아요. 김치찌개도 하루 지나면 더 맛있고, 양념 고기도 그렇고. 근데 중국산 마늘을 넣게 되면, 먹기 전에 한 번 더 넣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한국산과 가장 비슷한 캘리포니아산 마늘을 사용합니다.
| 뉴욕에 있는 다른 한식당들 사정은 어떤가요? 한식이 보편화 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던데요.
– 한국 식당들 거의 다 잘되는 것 같아요. 한인타운도 있고, 외국인도 많이 찾고. 미국 사람들은 고기 굽는 식당이 정통 한식당이라고 생각해요. 이 점이 미국인과 잘 맞거든요. 여기 사람들은 2차, 3차 문화가 없습니다. 식당에 들어가면 2~3시간은 기본이에요.
우선 식당 바에서 칵테일 한 잔하고, 테이블에 앉아서는 밥을 먹고, 끝나면 디저트나 위스키를 먹어요. 모든 소셜(Social)활동을 한 식당에서 하는 문화죠. 한국 식당 대부분은 고기를 구우면서 그게 해결되거든요. 이야기하면서 먹을 수 있는 그런 식당이 잘 됩니다.
우리 집은 고기를 굽진 않아요. 아마도 ‘한국 장을 어떻게 변형하길래 뉴욕 사람들이 좋아할까?’라는 호기심으로 오는 것 같아요.
| 한식을 요리하는 셰프로서 어떨 때 가장 만족하시나요?
– 문화를 알리고 싶은 사람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리지널을 찾아가 보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스페인 음식을 먹었다면 ‘스페인에 가서 진짜를 먹어보고 싶다.’ 이렇게 해야죠.
보통 제 주변인들은 한국에서 한식을 경험한 후에 한국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을 가보고 싶게 만드는 것. 또는 한국에서 음식을 먹고 사람을 알고 문화와 역사를 알게 되고 한국 사람들을 훨씬 더 사랑하게 되는 것. 이것이 성공이라고 봅니다. 음식이라는 문화가 갖는 장점이죠.
| 한국에서의 생활이 길진 않았는데, 한국을 자랑하고 싶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 누군가를 왜 사랑하느냐고 물어보면 대답 못 해요. 내 와이프니까 사랑하고. 내 고향이니까 한국을 사랑한 거죠. 내가 아무리 미국 시민이어도 피가 한국사람이고 생긴 것도 그렇잖아요. 내 아들도 한국에 2주밖에 있지 않았지만, 한국사람이에요.
아마 한국에서 계속 살았으면 오히려 애정이 없었을 수도 있어요. 외국에서 늘 한국 문화를 그러워했거든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한국 방송 보려면 2달 걸렸어요. 비디오로 나오는 걸 봤으니까. 아마 그때부터 사랑한 것 같아요.
| 요리사로서 성공하는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개인적인 성공 목표는 내 식당, ‘단지’를 여는 것이었습니다. 사장으로서 성공은 장사가 잘되는지 아닌지로 설명할 수 있지만, 요리사로서의 성공은 내 요리를 보여줄 수 있는 장소가 있는지가 중요한 거죠. 요리사로서 자기 요리를 보여주고 돈을 번다는 게 진짜 쉽지 않아요. 자기 식당을 열지 않는 이상 어느 요리사건 자기 위에 누군가가 있게 되어있어요. 그거는 보스의 요리를 하는 거지 내 요리를 하는 건 아니거든요.
| 후배 요리사들에게 조언 부탁합니다.
-제일 중요한 거는 사고방식. 우리 식당에도 자리 구하러 많이 옵니다. 근데 대부분의 요리사가 자기가 아는 것을 보여주려고 해요. 일단 식당에 들어가면 내가 이미 배운 것은 여기랑 아무 상관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배우러 왔기에 가르쳐 달라고 해야 하는 거죠. 이런 사고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뽑히고 싶은 급한 마음은 이해해요. 근데 보통 셰프들은 그런 거 잘 안 보거든요. 새로운 식당을 가면 머리를 비우고 배우면 됩니다. 스펀지처럼 말이죠. 사실 배운 것 다 머리에 남아있거든요.
식당마다 학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 다음 스텝의 성공은 무엇일까요. 단지나 한잔을 확장할 계획이 있나요?
– 다른 식당을 또 오픈해야죠. 단지나 한잔은 콘셉트도 다르고 음식도 달라요. 단지는 5년 전의 내 이미지에요. 5년 전으로 돌아가 같은 식당을 열고 싶지 않아요. 한잔을 오픈한 이후 저도 많이 성장했거든요.
식당을 열 때 자기 자신을 보면서 준비를 해야 합니다. 내가 누군지 식당이 보여줘야 해요. 그래서 다음 식당을 열면 단지나 한잔이 아닌 그때 모습이 담긴 음식점을 열겁니다.
김훈이 셰프. 그에게 요리사라는 직업은 이러하다.
“세상에 요리사처럼 행복한 일은 또 없어요. 손님이 행복해하고 ‘잘 먹고 갑니다’라고 말할 때 그간의 고생이 보상받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