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레드제피와 지로 오노의 차 한잔 – 두 명의 요리 마스터가 나눈 ‘요리, 헌신, 전념’에 대한 대화  

두 명의 요리 마스터가 요리에 대한 헌신과 전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MADfeed에 새로운 비디오가 올라왔다. 노마의 르네 레드제피와 스시 마스터 지로 오노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12분의 영상이다. 이 영상은 요리사뿐만 아니라, 한 분야에 매진해서 수련을 거듭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큰 귀감이 될 영상이다.

지로 오노는 아직도 나무 주판을 활용해 가격을 계산하고 있다. 전통을 중요시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손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의 중요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고집을 버리지 않는다. “기계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이 손으로 해야 할 일을 예전만큼 중요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의 진보는 사람의 손을 통해 이뤄졌다.”

영상에서는 두 사람의 인터뷰와 르네의 식사 장면, 나레이션이 번갈아가며 나온다. 르네는 일본 초밥 장인의 고집과 외길인생 철학에 적잖은 감명을 받은 듯하다. “휴가를 가느니 차라리 일을 하고 말지, 휴가를 가면 하루도 안되어서 지루해질 거야”라는 대답을 들었을 때는 당혹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서양인에겐 ‘장인정신’이라 하는 것은 너무나 낯선 삶의 방식인 이유에서였을까.

“장인(master)이 되었다고 스스로 확신하게 되었을 때는 언제인가?”라는 르네의 질문에 지로는 “50세”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서 “마스터는 기존의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장인의 정의를 덧붙였다. 지로의 아들 또한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함께 일하고 있는데 주방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아니라, 장인과 기능공의 관계로 명확히 선을 긋는 것을 대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로의 아들은 “예전에는 그저 고집이 센 사람이라고 밖에 여기지 못했다. 인제야 이 사람이 정말 궁극의 경지에 달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아버지를 따라잡기 위해 매일 수련하지만, 그 수준에 도달했을 때에는 아버지는 또 저 멀리 가버린다” 라고 옆에서 거든다. 올해 나이 90세인 지로 오노는 아직도 매일 하루를 도전과 발전을 위한 날로 받아들인다.

일본 전통 초밥 세계에서는 제대로 된 초밥을 만들려면 20년을 배워야 한다는 정설이 있다. 이런 장인정신은 요리뿐만 아니라 일본의 보편적인 직업윤리로 꼽힌다. 일본을 경제대국과 기술대국으로 번영케 한 고유한 민족성을 꼽으라면 바로 장인정신일 것이다.

일본에는 창업한 지 백 년이 넘는 가게가 즐비하다. 몇 대째 가업을 이어서 전통을 지켜나가는 일본의 제조품은 전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장인정신을 통해 궁극의 경지에 도달한 장인(master)은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거나 사회적인 지위를 얻었다고 해서 다른 직업으로 옮기지도 않는다. 직장을 자아실현이나 수행의 장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해야만 한다. 일을 시작했다면 좋든 싫든 계속 전진해서 나갈 수 밖에 없다. 일이 나의 적성에 맞지 않다고 고민하는 사람은 어느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지로 오노는 젊은 세대들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평정심을 잃지 않으며 자신만의 길을 감으로 궁극의 경지에 달한 장인, 지로 오노.
모두가 외면하는 길을 혼자 걸어감으로 세계 미식의 판도를 뒤엎은 르네 레드제피.

이 둘은 나이도, 요리분야도, 문화권도 다르지만,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려는 집착과 헌신, 그리고 전념은 공통점이 아닐까. 이 장인정신은 비단 요리에서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모든 직업인이 갖춰야 할 삶의 태도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고집스러운 두 사람의 인터뷰 영상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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