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어제 어땠어?
B : 말도 마라, 어젠 저녁에만 order 90개 cover했어. 그 중에 두 팀은 12 tops였고, VIP도 네 팀 왔어.
A : 그렇게 많이 왔어?
B : 9시까지는 한가하다가 갑자기 huge pick-up이 시작됐어. 20분 동안 물밀 듯이 주문이 들어오는데 스트라이퍼랑 타르틴은 순식간에 86’d 됐어. 우리 식당의 soigne한 메뉴 샹트렐 리조또를 네 개나 a la minute으로 만들어냈어.
A : 주방에 사람은 충분하고?
B : sauté 파트에 여자 green cook 하나가 들어왔는데, 걔한테 테이블 오더 3개가 한번에 들어갔어. 4접시, 4접시, 3접시를 차례로 빼라고 밀어붙였어. 그러고 나서도 6접시를 더 만들어야 하더라고. 다 만들고 나니까 이거 웬걸? 2개가 모자라더라고. 그럼 어떻게 돼? Dying on the pass 되잖아.
A : 그래서?
B : 어떻게 다 쳐내긴 했는데, 그래도 오더가 계속 들어오는 거야 Dupe 따라가느라 완전 쩔어 있는데 Salamander도 고장 났고, 어제는 porter애들도 안 나왔지, 아무튼 어제는 진짜 망하는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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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레스토랑에서 일해보지 못했다면 위의 대화는 알아듣기 힘들 것이다. 단순히 영어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직업이 그러하겠지만, 주방에서도 그들만이 사용하는 용어가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는 기발하고 실용적이지만 가끔은 입에 담기 힘든 표현도 많이 있다. 주방마다 그들끼리의 은어를 만들어 쓰기도 한다. 이제 막 요리에 입문한 사람에겐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오늘은 영어권 주방에서 일반적으로 자주 쓰이는 주방 사투리(Kitchen Slang)를 풀이해본다.
ON THE LINE
주방에서 “line”이란 재료를 요리하는 공간 혹은 가스버너가 길게 줄지어 있는 곳을 가리킨다. 당신이 “On The Line”이라면 “Line Cook”으로서 한 파트의 맡았다는 것이고, 이는 군대에서의 보병과 같은 존재로 큰 책임이 따른다.
RUNNING THE PASS
“pass”란 플레이팅을 마친 접시가 웨이터에게 전달되는 평평한 공간을 뜻한다. 주방장 혹은 경험이 많은 요리사가 “Run The Pass”를 맡으면 그들은 Pass 앞에 서서 그 날 나가는 모든 음식의 최종 모습과 품질을 점검한다. 이 책임자는 주방으로 전달되는 주문을 챙겨 받아 요리사들에게 만들 순서, 나가야 할 순서를 정해준다. 주방 안을 지휘함과 동시에 전체 코스 요리를 먹는 손님들을 살피며 식사 리듬을 조절하는 역할도 맡는다.
5 OUT
한 번에 들어온 주문을 동시에 마무리해서 내보내는 일은 아주 중요하고, 또 어렵다. 많은 요리사가 각기 다른 음식을 요리할뿐더러, 각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와 조리시간, 플레이팅에 필요한 시간도 다르기 때문이다. 여러 요리사를 협력시키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out’이란 각 요리의 완료 시간을 정해 주는 표현이다. 주방장이 “5 out” 혹은 “3 out on sirloin”이라고 한다면 요리사들은 그 시간 안에 자신이 맡은 요리를 완성해내야 한다. 늦게 내어놓는 것도 안되며 일찍 내어놓는 것도 당연히 안 될 일이다.
SOIGNE
“Soigne”는 프랑스 말이다. 사전적인 뜻은 ‘정성 들인’, ‘공들인’ 이라는 뜻이고 ‘고상한’, ‘우아한’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파인다이닝 허세남들 사이에서 주로 쓰이는 감탄사다. 이례적일 정도로 섹시한 음식이 만들어지거나 플레이팅을 완벽히 마무리했을 때 이 표현을 외칠 수 있다.
A LA MINUTE
“A la minute”또한 프랑스 말이다. 영어로는 “In the minute”로 바꿔 쓸 수 있다. 주문이 자주 들어오는 음식들은 쉽고 빠르게 만들기 위해 식사 시간이 되기 전에 대량으로 준비를 해두곤 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수량에 맞춰서 간단히 데워서 내보내는 등 조리법을 간소화시켜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A la minute”은 이런 사전 준비 없이 주문이 들어온 후에야 모든 조리 단계를 정석적으로 끝내는 것을 의미한다.
MISE
“mise en place”의 준말이다. 이 말 또한 프랑스 말이다. 영어로는 “everything in its place.” 모든 것을 제 자리에 갖다 놓으라는 뜻이다. 물밀듯이 주문이 들어와도 동시에 일을 쳐 낼 수 있도록 모든 재료를 각 섹션마다 정해진 자리에 준비해 놓는 것을 뜻한다.
12-TOP/4-TOP/DEUCE
“12 Top”은 한 테이블에 12명의 단체 손님이 앉는 것을 말한다. 4명이 한 테이블에 앉은 것은 “4 Top”이라 부르고, 2명이 한 테이블에 앉으면 “deuce”라고 부른다.
NO SHOW
“no-show”는 주방에 일하는 직원이 무단결근 했을 때 쓰는 표현이다. 예약 손님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도 쓰인다. 양쪽 모두 주방장에겐 용납할 수 없는 암적 존재들이다.
ON DECK / ON ORDER
프린터기에 주문서가 출력되어 나올 때, ‘Pass’를 담당한 주방장이 요리사에게 주문내용을 큰 소리로 읽어주는 것을 말한다. “4 Steak, 2 Quail, 1 Blue, on order.”라고 주문서를 읽으면 각 파트를 맡은 요리사들은 “Yes, Chef”라는 우렁찬 대답과 함께 자신이 맡은 요리를 시작하기 위해 정신 무장을 하게 된다.
FIRE
주방장이 “fire” 또는 “pick-up”이라는 표현을 쓴다면 다른 일을 제쳐놓고 그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order fire”란 무엇보다 우선으로 조리하라는 뜻인데, 한 코스의 주문이 들어오는 경우 식사하는 사람들의 흐름을 파악해 먼저 요리를 내보내야 할 경우 자주 쓰인다. 간혹 주문이 꼬이는 경우에 주문서를 다시 정리하기 위해서도 쓰인다.
RUN THE DISH
플레이팅이 끝난 음식을 손님들에게 내보내라는 뜻이다. 요리사들은 서버들에게 음식을 가져가라며 “run the dish”라 말한다. 반대로 서버들은 음식을 가져가도 되느냐고 물을 때 “Can you run?”이라고 묻는다.
DYING ON THE PASS
뜨겁게 나가야 할 음식인데 Pass 위에 올려진 채로 식어가고 있는 상황을 뜻한다. 웨이터들이 너무 바쁘거나 혹은 게을러서 음식을 제때 가져가지 않으면 온도가 내려갈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공들여 만든 음식이 더 이상 ‘Soigne’하지 않게 된다.
86’D
주방의 음식재료가 떨어졌을 경우 “86’d”되었다고 표현한다. 그날 준비된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주방장이 임의로 몇 가지 메뉴를 “86’d”시킬 수도 있다. 마음에 안 드는 손님이 있다면 “86’d”시켜라고 농담하기도 한다.
이 표현은 금주령이 있던 시대, 맨하탄 시내에 있었던 Chumley’s Bar에서 유래되었다. Chumley’s Bar의 출입구는 파멜라 법정을 향해 있었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비밀 출구도 있었다. 이 비밀 출구가 ‘베드포드 86번가’로 이어져 있었다. 경찰들도 이따금 이 바에서 술을 마시곤 했는데, 검문 일정이 잡히면 단골 경찰들이 몰래 바텐더들에게 주의하라고 일러주었다. 소식을 받은 바텐더들은 손님들을 86번가로 향한 뒷문으로 긴급히 내보냈는데, 이 긴급 퇴출 상황이 관용적인 표현으로 굳어져 쓰이고 있다.
WEEDED/IN THE SHIT/IN THE WEEDS
“weed”는 대마초를 뜻하는 은어다. 요리사들이 미칠 듯이 바쁠 때, ‘약 빨고 요리하고 있다’는 표현이다. 밀려드는 주문서에 파묻혀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요리할 때 쓰인다.
THE RAIL/THE BOARD
주문서를 쉽게 탈부착할 수 있는 긴 레일이다. “Clearing the board”라는 표현은 수많은 주문서를 처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CHECK YOUR PLATES
손님들을 내다볼 수 있는 오픈 키친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미남 혹은 미녀가 식사하러 들어왔다는 신호로 “이번에 나가는 음식은 특별히 신경 쓰자”라고 돌려 말한다. 간혹 “Ace!”라고 말하기도 하고 “Yellowtail!”라고 말하기도 한다.
VIP/PPX/NPR
“Very Important Person,” “Persone Txtrodinaire,” 그리고 “Nice People Get Rewarded”의 줄임말이다. 중요한 손님이 오는 경우, 극진히 접대해야 한다는 그들만의 은어다. 업계 사람이거나, 연예인, 친구 혹은 가족들에게 서비스가 나가야 할 때 주문서에 기록해 전달된다.
THE SALAMANDER / ROBOCOP / SIZZLE / COMBI
주방 기구들 또한 줄임말로 불리거나 각각의 별명을 갖고 있다. 버너가 상단에 부착된 그릴(broiler)은 “salamander(도롱뇽)”으로 불리고, 믹서기는 “Robocop”으로 불린다. 뜨겁게 데워 나가는 철판접시는 “sizzle(지글거리는 소리)”, 다양한 기능을 갖춘 콤비네이션 오븐은 “combi”로 줄여 부른다. 생선을 구울 때 사용하는 납작한 뒤집개는 “fishpat”, 뜰채는 “spider(거미)”, 고깔 모양으로 생긴 체는 “chinacap(중국인모자)”로 부른다. “low-boy”는 허리 높이로 낮은 냉장고를 뜻한다. 나열하려면 한도 끝도 없으니 이 정도만..
CUPCAKING
바텐더가 특정 손님 앞에서 관심을 끌려고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SHORT
접시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무엇인가가 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쓰는 표현이다.
FLASH
고기가 약간 덜 익었을 경우 오븐에 1~2분간 넣어다 빼서 적절한 익힘 상태로 맞추는 것을 말한다.
SANCHO
멕시코에 짓궂은 농담이 있다. 사내가 일하느라 밖에 나와 있는 동안 “Sancho”라는 정력가가 돌아다니며 홀로 남겨진 부인이나 남자친구(?)와 놀아난다는 낭설이다.
주방에서 요리사가 재채기하면 동료들이 “Sancho”라고 외친다. 어이없고 유치한 농담이지만 당황하지 않고 “No mames guey!(지랄 마!)” 라고 답해주면 된다.
DUPE
“duplicate(이중의, 복사된)”의 줄임말이다. 프린터가 여러 개 있는 주방에서 쓰이는 표현이다. 코스 주문이 들어올 때 2가지 혹은 3가지 색상으로 구분되어 주문서가 출력되는 곳도 있다. 이때 “pass”에서 일하는 주방장이 지시를 내리면, 다른 요리사가 복사된 주문서에 똑같이 따라서 체크한다.
BUKKAKE
요거트 흩날리기, 크림을 짜서 올리기 혹은 생크림을 뿌리는 테크닉을 부카케라 부른다. “ぶっかけ(부카케)”는 일본어다. 왜 하필이면 흰색 계열의 액체를 뿌리는 데에만 이 표현이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1/8 PAN, 1/6 PAN, 1/3 PAN, HOTEL
‘호텔 팬’은 깊이가 한 뼘 정도 되고 겹겹이 쌓을 수도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고기를 찌거나 채소를 운반할 때, 각종 재료를 구울 때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 각기 팬은 사이즈가 다르고 모양도 다르다. 앞의 숫자들은 이 철제 팬의 표준화된 사이즈를 나타낸다.
BEHIND/ATRAS
비좁은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요리사들은 자칫 사고의 위험이 크다. 충돌을 피하기 위해 요리사의 옆이나 뒤를 지나갈 때 “Behind!”라고 외쳐주는 매너가 필요하다. 칼을 들고 있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고 지나갈 때 특히 자주 쓰인다. “Atrás “는 스페인어로 ‘뒤’를 뜻하며 뜨거운 물체를 옮길 때는 “Hot behind”라고 외친다.
CHARPY
주방에서는 용기마다 어떤 재료가 담겨 있는지 표기할 일이 많다. 그래서 항상 필요한 게 유성 마커펜이다. 본래는 “Sharpie”가 맞으나 멕시코 요리사 특유의 억센 발음을 흉내 내듯이 불리고 있다.
LEFT-HANDED SPATULA / BACON STRETCHER / LONG STAND / GRILL EXTENDER
왼손잡이용 주걱, 베이컨 운반대, 그릴 확장기구…
세상에 이따위 물건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오늘 갓 주방에 들어온 신입에게 이것들을 찾아오라고 시켜보자. 있지도 않은 물건을 찾느라 진땀 빼는 모습이 배꼽 빠지게 웃기다.
GETTING A PUSH
서비스 시간이 되면, 주문이 균일하게 들어오질 않는다. 한가하다가도 이따금 물밀 듯이 주문이 들어오는데, 주문서 출력 빈도가 점점 빨라지고 바빠져 가는 순간을 “getting a push”라 부른다.
TRIAL/STAGE
“trial”이란 주방장과의 대면 면접까지 통과한 지원자가 실제로 주방에서 일하며 실무 면접을 받는 것을 뜻한다. 불 앞에 서서까지 일을 제대로 해내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stage”란 조금 더 오랫동안 무급으로 일하며 주방의 일을 배우는 것을 뜻한다. 보통 몇 주, 길게는 두 달 정도를 일한다.
CROP DUSTING
“crop dusting”은 농약 살포를 뜻하는데 주방에서는 ‘방귀 살포’를 뜻한다. 고의로 나온 것이든 본의 아니게 사고로 나온 것이든 비위생적인 건 매한가지다.
BURN THE ICE
얼음 기계에 원치 않은 소스가 묻어버렸다면? 또는 깨진 유리조각이 들어가버렸다면? 뜨거운 물을 끼얹으면 된다. 얼음과 함께 있던 이물질을 씻어 내거나, 얼음 기계를 완전히 청소할 때 “얼음을 태워버린다.”라고 표현한다.
SOS
‘Sauce On the Side’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즉, 소스를 사이드로 달라는 소리다. ‘부먹, 찍먹’ 논란은 어디에나 있나보다.
ALL DAY
요리사가 주방장에게 무슨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지 확인할 때 묻는 표현이다. “셰프, 제가 지금 몇 개의 요리를 해야 하나요?”라는 말을 “Can you give me all-day, Chef?”라고 할 수 있다. “넌 지금 링귀니 4개, 스파게티 3개, 카펠레티 2개, 어린이용 파스타 2개 만들어야 해” 라고 확인해줄 것이다.
WAXING A TABLE
테이블을 왁스로 닦으라는 이 표현은 VIP에게 극진한 응대를 하라는 뜻이다.
원저자 Scalett Lindeman은 솔트레이크시티, 로스앤젤레스, 뉴욕에 있는 식당에서 10년간 일했으며 지금은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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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 본 콘텐츠는 First we feast의 <KITCHEN SLANG 101: HOW TO TALK LIKE A REAL-LIFE LINE COOK>를 번역, 편집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