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일해야 한다.

우리는 글로 일한다. 글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글에는 숨을 곳이 없다. 고민의 크기가 온전히 글로 나타난다. 고민의 허술함이 글에 온전히 드러난다. 글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는 생각하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글을 좀 못 쓴다고해서 생각능력까지 혹평하는 것은 억울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방어하는 것이다. 생각을 두 가지로 분류시켜보자. 개인의 머릿통 속에서 타인과 교류될 필요가 없는 생각을 망상으로, 타인과 교류될 필요가 있는 생각만 생각으로 분류해보자. 회사에서는 망상능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생각의 전달도구로 글이 최고라는 데에 누구도 반박할 수 없다. 두뇌와 연결되어 있는 언어는 음성언어와 문자언어 두 개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둘은 생각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음성언어는 시간적으로 일시적이며, 전달매체가 효과적이지 않으며, 다시 읽어드리는 과정에서 linear 재생을 거쳐야 하기에 시간의 제한을 받는다. 또 저장과 관리 분류를 컴퓨터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규모있는 확장이 불가능하다.

반면 글은 직관적이고, 정리가 가능하며, 편집이 용이하고, 컴퓨터를 통한 처리능력을 확장시킬 수 있고, 시간과 물리적인 한계에 제한되지 않으며, 글을 쓰고 읽는 사람 모두 그 전달속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등 장점이 무궁무진하다. 때문에 우리는 애초부터 글로 생각해야 한다. 더군다나 우리의 일은 육체노동없는 정신노동만으로 일하고 있다. 정신노동은 곧 생각이고, 생각의 도구는 글이다. 결국 글이 우리의 기본적인 업무도구인 것이다.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일까? 물질적 풍요는 충족되지 못했을 때 추구하는 것이다. 사회적 관계 또한 결여되어 있을 경우 좇게 되는 것이다. 예술적 창조성은 내면에서 분출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은 배움을 갈망하는 자가 원하는 것이다. 욕구가 없는 내 인생은 갈 곳을 잃었다.

욕구가 없는 내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이 있다. 1., 욕망의 대상을 가지는 것이다. 2. 역할을 통해 의무와 책임에 구속되는 것이다. 3. 내면의 창조성을 일깨우는 것이다. 4. 가장 순수한 내 모습을 찾는 것이다.

직업이란 종종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 단순히 여겨지고 있지만, 어쩌면 이 네 가지, 순수한 욕구를 일깨우는 일이다.

나는 나의 진실된 모습을 발견할수록 나의 추악함에 실망하고 경명감을 느낀다. 인간은 아름답지 않으며, 나는 그 인간들 사이에서 어울리지 못한, 어울리고 싶어 하지 않은 별종인 셈이다. 인간적이지 않으며 더 우월하다고 착각하지만 전혀 그렇지도 않은, 그저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 먹고, 보고, 반응하는 기계로서의 인간에 그치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지만 그 이상의 존재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도망쳤다. 기계적인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 도망쳤고, 생존의 위협에서 도망쳤다. 월세 30만 원짜리 지하방에서 도망쳤고, 싫은 놈들로부터 도망쳤다. 싸움과 분쟁이 있으면 도망쳤으나 내가 간 곳에 평화와 이상이 있는 곳 또한 아니었다. 목적지를 정해두고 달린 적도 있었으나, 이내 달성하고 지루해져 탈출하고자 안달이 난다.

기계단계에 그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다. 기계로서의 인간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기계 내에서 서로 갈등을 일으켰다. 기계적 인간 단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인간은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정교하게 기계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복잡해진다 한들 일련의 자극-반응 과정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천천히 우연적으로 일어나던 반응이 더욱 빠르고 실수없이 일어나는 쪽으로 인간이 향해가고 있다면, 아마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지능일 것이다.

그렇다고 경이로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계적으로 계산된 쾌락 알고리즘이 나에게도 장착되어 있으므로, 그것을 작동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거나, 미녀를 마주하거나, 동물을 만지거나, 새로운 풍광을 보고, 음악을 듣고, 스토리를 듣는다. 특정한 감정을 활성화하는 자극들은 도처에 널려있기 때문에 손만 뻗으면 언제나 취할 수 있다.

미션 달성을 통한 만족감, 성취감은 그보다 더욱 크다. 나는 사회적 관계에서 이런 성취를 느끼지도 않고, 창작물을 통해서 느끼지도 못한다. 두 목표는 내가 무가치하다고 여기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앞서 나의 욕구가 향할 곳을 찾지 못했다는 혼란스러움을 고백한 바에 따르면, 나는 성취를 통한 쾌락도 충족이 어려운 존재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쉽고 빠르게 성취를 느낄 수 있는 인스턴트 성취를 좇는다. 게임이다. 미션이 주어지고, 단시간에 몰입 가능하며, 내 노력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고, 성취를 통해 합당한 보상이 주어진다. 정신적 쾌락이 엄청나다.

내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추구해야 할 것이 쾌락이 아니라, 어떤 숭고한 가치는 있을까? 과연 있을까? 이렇게 염세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나에게도 그런 가치가 있을까?

 

— 덧붙임 (21.02.24) —

이놈의 허무주의가 또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네. 이 에너지를 추구와 탐구를 향하게 해야 한다. 이놈에게 잠식당해선 안 된다.

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책임진다는 것

성인이 된 직후, 난 종교에 대한 거부감을 키웠다. 내 몸속에 그와 관련된 것이 있다면 다 끄집어내려고 했다. 그도 모자라 주변 사람들의 믿음마저 틀렸다고 간섭하기 시작했다.

나는 무신론자라는 타이틀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신이 없다는 것을 믿는다는 뜻의 무신無神이긴 하지만, 신이 있건 말건 무신 상관이냐는 무신無信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여 반신反神론자나 불신不信론자로 불러 달라 했다.

그리곤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논리를 챙겨 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종교를 가진다는 것이 세계관을 선택하는 것인 줄로 알았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나는 당연히 과학의 편에 서야 한다고 믿었다. 과학은 세상의 거의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지만, 종교의 관점으로는 모순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게 나의 근거였다.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다르니, 종교인과의 세상 이해 방법에 대한 논의는 정상적으로 진행된 적이 없다. 나도 상대방을 비방하는 것 외엔 별 목적도 없었다. 내뱉은 이야기가 서로의 고막까진 닿았을까? 주워들었던 논증을 더듬거리며 끄집어낼 뿐이었다.

 

난 오래 지나지 않아 반신론자가 아닌 불가지론不可知論자가 되기로 했다. 겸손해졌다기보다는 허무함이 들어서였다. 말할 수 있는 것들은 말을 함으로 너무 당연하게 느껴졌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은 말할 수 없기에 침묵해야 했다. 세상의 방대함에 비하면 인간은 너무 하찮은 존재였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를 하찮은 나 따위가 감히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내가 가졌던 믿음에 대해서도 의심해보았다. 아구가 좀 잘 맞아 떨어졌을 뿐이지, 과학 또한 상당 부분 가설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인지하고 있는 세상은 제한적임에도, 그마저도 불확실한 감각기관에 의존해 읽어 들이고 있었다. 세계관에 대한 고집은 자연스럽게 꺾였다.

난 검증되지 않은 것을 추종했고 맹신해왔다. 종교를 극복한 게 아니었다. 과학과 이성을 그 대상으로 택해 종교 삼은 것이었다. 타인을 비방하는 데 바빴던 나는 정작 자신을 돌아보지 않았다. 삶에 대한 성찰이나 감사함이 결여되어 있었기에 내가 비방하던 이들보다 나을 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생긴 신념의 공백 상태는 다행히도 금세 다시 채워졌다. 먼저 살다간 분들이 샘플 삼을만한 신념을 책에 많이 남겨둔 덕이다. 적극적으로 복제하기도 하고 나의 그릇에 담기지 않는 신념은 다시 내뱉기도 하면서. 그리고 깨달았다.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아니라, 내가 세상을 살아갈 태도라는 것을.

 

핸들을 잡지 않은 인생은 어디로 튈지 몰라 불안하다. 결국 내가 잡아야 할 핸들이지만, 가끔 겁이 난다. 핸들을 잡으면 피곤해도 졸 수 없고, 신경 써야 하는 게 어찌 그리 많은지. 주행 경험도 없을뿐더러, 사고가 났을 때의 책임을 생각하면 사는 게 너무 버겁다.

신념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주변에서 보이는 대로 아무거나 주워 담기도 한다. 내가 과학을 기반으로 한 atheist의 논리를 주워 담았던 것처럼. 비단 종교뿐만 아니라 부모, 선배, 친구, 소속된 사회에 제 핸들을 떠넘긴다.

나약해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누군가가 내 인생의 핸들을 잡아주길 바라는 것. 나의 의무와 책임을 저버리는 것. 책임을 떠넘기면 당장은 홀가분하지만 이내 손해 보는 장사라는 것을 깨닫는다. 책임과 권한은 언제나 쌍으로 붙어 다니기에 권한도 함께 넘어간 탓이다.

이는 결과적으로는 내 삶의 통제권을 타인에게 이양하는 셈이다. 이렇게 먹고 살기 힘든 치열한 시대에, 핸들을 선뜻 잡아주겠다고 나타난 사람이 있다면 경계해야 한다. 독재자의 야욕, 자본의 탐식, 절제 없는 욕망 따위의 것들이 아니고서야 타인의 핸들에 관심 가질리 없다. 한 번 타인에게 넘긴 핸들은 다시 되찾아오기가 어렵다. 권한도 책임도 없는 평안한 상태에 너무 익숙해진 것이다.

나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삶의 통제권과 책임을 모두 내가 쥐게 된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겁도 났다. 이제는 내 삶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 사고를 고용주의 탓으로 돌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역시나 무겁다. 그런데 묘하게 안정감이 든다.

통제와 약속

“이거 하면 대박 날 것이다”, “저 아이템은 이제껏 없던 혁신이다” 따위의 이야기들에 진절머리가 난다. 사업은 도박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의 시도에 모든 것을 걸어선 안 된다. 성공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성장이라도 이뤄 내려면… 아니, 그보다 앞서, 최소한의 밥벌이라도 하려면, 실행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

오늘 할 이야기는 너무나 당연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통제가능성이 높아야 하고, 통제가능성을 높이려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곱씹기 위함이다.

성과를 낼 수 있겠단 확신이 들면 통제가능성이 높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면 통제가능성이 낮다고 말할 수 있다. 성과를 내기 위해 시간, 자본, 인력, 지식, 인프라 따위를 쏟아 붓는데, 인풋 대비 아웃풋을 예측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하지만 통제가능성을 알지 못하면 일을 시작하기 어렵다. 무작정 시작하더라도 제대로 끝내지 못한다.

첫 창업에서는 통제가능성이 높게 나오지 않는다. 처음 해보는 일 투성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시간을 들여야 하는지, 어느 능력을 사용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상태. 개발/생산/인사/전략/영업… 언제 어디서 사건사고가 터질지 모른다. 심지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할 때가 허다하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통제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성공확률도 낮다.

사람의 일자리를 로보트가 대체해나가고 있다. 인간보다 생산성이 뛰어난 이유도 있지만, 로보트는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 전력이 공급되는 한 약속을 지킨다. 성능이 일정해 비용, 시간, 성과를 사칙연산만으로도 쉽게 도출해낼 수 있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일을 로보트에게 맡기고 싶지만, 로보트가 맡을 수 없는 영역의 일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예를 들어 로보트를 만드는 일?

나는 꽤 로보트처럼 일하고자 하는 타입이다. 내 역량과 속도, 체력을 파악하고 있으면 내가 맡은 일의 성과를 미리 계산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안정감이 든다. 내게 주어진 일은 내가 실력을 키운다면 통제가능성을 높여 완수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일해야 한다면? ‘인성이 바르고, 적극적이며, 업계 경력을 보유하고, 특정 툴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의 인재상을 충족시킨 사람이라도 일은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은 약속을 종종 어기고, 아무래도 로보트보단 통제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사람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을 더 치밀하게 세우는 것은 어떨까? ‘거짓말 안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가정환경이 화목했던 사람, 취미 특기가 요란하지 않은 사람’ 따위의 항목을 추가하는 것이다. 또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고들 하니, 매일 아침 조례를 통해 희망의 연설을 하는 것은? 아쉽게도 이런 방법들이 먹히지 않는 걸 경험했고, 또 전해 들었다.

생각해보면 꽤 간단한 일이다. 사람을 통제할 순 없어도 사람과의 약속은 통제할 수 있다. 약속을 한 번 지킨 사람은 앞으로도 약속을 지킬 확률이 높고, 약속을 자주 어긴 사람은 앞으로도 약속을 자주 어길 것이다. 처음에는 신뢰가 낮기 때문에 주고받는 약속의 크기가 작지만, 약속을 지킨 횟수와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그 약속의 크기를 키워나갈 수 있다. 사회에서 어디 일방적인 약속이 있는가? 조금 더 기대했다가 더 받아 내고, 더 받았으니까 더 주고, 더 준 것에 비해 다시 더 큰 걸 받고… 약속의 크기를 키워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사장이 할 일인가 싶다.

나는 누군가가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꽤 관대했던 편이다. 쓴소리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약속을 어기는 사람과는 그 이상의 관계를 안 가지면 그만 아닌가?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속 관계가 꽤 복잡하게 얽히다 보니, ‘그만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없게 되었다. 누군가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음으로 인해, 내가 다른 이와 맺은 약속도 어겨지는 구조에 놓였다.

내가 약속을 지키는 것 뿐만 아니라 상대가 약속을 지키도록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

제레미 리프킨이 2000년도에 쓴 <소유의 종말>에서 이미 온디맨드를 정의하고 있다.

접속 중심 구도에서 기업의 성공은 시장에서 그때그때 팔아 치우는 물건의 양보다는 고객과 장기적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점점 좌우된다. 상품과 서비스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데 유념해야 한다. 산업 시대에는 소비자에게 상품을 팔면서 무료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되고 있다. 요즘은 후속 서비스를 통해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맺겠다는 계산으로 상품을 아예 공짜로 제공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의 의식도 소유에서 접속으로 서서히 기울 것이다. 값싼 내구재는 여전히 시장에서 거래되겠지만 가전 제품이라든지 자동차나 집 같은 고가품은 공급자에 의해 소비자에게 단기 대여, 임대, 회원제 같은 다양한 서비스 계약의 형태로 제공될 것이다.

앞으로 25년 정도만 지나면 소유에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고 구태의연하다는 인식이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 일반화될 것이다. 소유는 모든 것이 휙휙 바뀌는 풍토에 적응하기에는 너무 느려터진 생각이다. 사람들은 물적 자산이나 재산을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하는 것이 이롭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소유를 한다. <가진다>, <보유한다>, <축적한다>는 생각은 그 동안 금과옥조로 떠받들어졌다. 하지만 과학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경제 활동이 어지러울 만큼 빠르게 진행되는 세상에서 소유에 집착하는 것은 곧 자멸하는 길이다. 주문 생산이 일반화되고 끊임없는 혁신과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며 제품의 수명이 점점 단축되는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퇴물이 된다. 변화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변화 밖에 없는 세상에서, 소유하고 보유하고 축적하는 태도는 점점 설득력을 잃어간다.

접속의 시대를 지배하는 경영학적 전제는 시장의 시대를 지배하던 전제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새로운 세계에서 시장은 네트워크에게 자리를 내주고 판매자와 구매자는 공급자와 사용자로 바뀐다. 사실상 모든 것이 접속된다.

완전히 성숙한 시장 경제에서도 아직 상업성은 주기적으로만 나타날 뿐이다. 판매자와 구매자는 잠깐 만나서 상품과 서비스의 인도 조건을 협의하지만 그 다음에는 각자의 길을 걷는다. 나머지 시장은 시장과 상업성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문화적 시간-상품화되지 않은 시간-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접속 관계에 치우친 하이퍼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우리의 시간이 거의 모두 상품화된다. 가령 소비자가 자동차를 살 때 그가 자동차 판매상과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똑 같은 자동차를 임대의 형태로 빌릴 경우 사용자와 공급자의 관계는 지속되며 계약 기간 동안에는 중단되지 않는다. 공급자는 소비자와의 <상품화된 관계>를 선호한다. 얼마든지 갱신할 수 있고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영속적인 교분을 맺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임대, 가입, 등록, 수임료 등을 통해 이런저런 형식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된 네트워크 안에 들어가 있을 때 모든 시간은 영리적 시간이 되어버린다. 문화적 시간은 기울고 인류는 영리적 고리를 통해서만 문명을 지탱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것이 탈근대 사회의 위기이다.

셰프뉴스 창업 후, 지난 1년 7개월의 기록

뭔가 하고 싶은데 계획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14년 6월 한 달 동안은 집구석에 박혀서 음식 콘텐츠만 소비했다. 거의 모든 F&B관련 앱을 사용해보고, 거의 모든 F&B 관련 미디어를 돌아다녔다. 밀린 마셰코 틀어놓고 잠들었다가 아침엔 고든램지 욕하는 소리에 일어났다. 조사만 하느라 한 달이 금세 지나갔다.

기존에 존재하는 서비스와 사업모델들, 할 수 있을 법한 아이디어를 한 줄로 정리하니 총 15개가 나왔다. 그래도 뭘 해야겠다는 확신이 서지 않자, 다섯 가지 기준에 따라 각 아이템들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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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로 인해 세상은 고통받고 있는가 / 이 문제를 풀면 세상은 행복해지는가? / 이 문제를 풀면서 돈을 벌 수 있는가 / 나는 이 문제를 풀 수 있는가 / 나는 이 일을 좋아하는가

총점이 높은 순으로 소트아웃하니 할 법한 일이 몇 개 보였다. 아직 조사가 더 필요했다. 하지만 더 이상 조사할 여유가 없었다. 조사는 이미 2011년도부터 하고 있었으니, 이러다 조사만 하다 생을 마감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한국엔 F&B 온라인 미디어가 텅 비어 있었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미디어가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거라 판단했다. 14년 7월 10일 사업자를 냈다. 일주일 밤새가며 워드프레스로 미디어 구축했다. 매체에 적합한 글을 쓴 사람들을 찾아가 좋은 취지에 공감해달라고 부탁하며 글을 받아 냈다. 핵심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가 인맥을 소개받았다.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다”라며 셰프에 대한 이야기도 다뤘고, 시간이 지나선 셰프가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들을 더 중점적으로 다루게 되었다. 미디어 영향력(트래픽, 평판, 활용도)은 예상보다 높은 수치를 달성할 수 있었다. 사람을 꾸준히 만났다. 일주일에 최소한 두 명의 새로운 사람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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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정표의 일부분

15년도 한 해 동안 1일 1콘텐츠 발행을 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지금은 한 달에 PV가 60~90만가량 나온다. 페이스북 팬 수는 5.9만 명을 넘어가고 있다. 뉴스레터 구독자는 6천 명이다. 취미, 특기, 직업이 모두 요리인 사람들을 독자로 두고 있으니 인게이지먼트와 관련된 수치들이 아주 높게 나온다. 미디어만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고들 한다. 콘텐츠 소비자가 직접 돈을 주지 않는다. 제 3자의 홍보나 광고를 도와주는 대행일도 외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적게나마 매출은 냈다. 식품회사 홍보부서, 마케팅부서를 찾아가 대행 일을 땄다. 2015년도 한 해 동안 3명이 겨우 라면만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을 냈다. (현재 팀은 2명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궁극적으로 갖춰야 할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이 산업은 테크 황무지이며, 산업 내 연결이 부족하구나.” 실제로 셰프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채용서비스는 앞서 평가했던 15개의 사업아이템 중에서 뒤에서 세 번째에 있던 것이었다. 이젠 주 수익원으로 삼을 것이다. 조사만 계속하고 있었다면 기회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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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무실을 얻은 후 벽에 회사의 비전을 붙였다. “산업역군 셰프뉴스”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미식 콘텐츠기업”를 덮어 붙이고, 또 “요리사에게 가장 신뢰받는 온라인 미디어”를 덮어 붙였다. 지금은 “Connect Culinary People”이 붙어 있다. 사무실을 옮겨서도 비전변경기록은 남기고 싶어 덮어 붙인 느낌을 살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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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도 봄부터 푸드테크 열풍이 불었다. 디캠프에서 매달 주제를 바꿔 개최하는 특정 산업 네트워킹 행사인 디파티에서 푸드테크를 주제로 행사를 연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 공부도 할 겸 한국의 음식산업 역사, 해외의 푸드테크 시장현황을 조사해서 소개하는 발표를 했다. 이후에 언론에서 뜨겁게 들고 일어났다. 대부분의 푸드테크 서비스들은 소비자단에 몰려있다. B2C가 크면 B2B도 크기 마련이다. 결국 F&B시장의 모든 상호작용은 생산자의 상품이 최종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사람 몰리는 곳에 가지 말라더라. 나는 아무도 가지 않는 B2B를 가야겠다고 마음을 더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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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5 = 625 / 산업에 연결할 지점은 수도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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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뉴스가 바라보는 산업의 모습

15년 봄, 미디어를 기반으로 교육서비스와 채용서비스 쪽으로 확장하겠다고 사업계획서를 업데이트해서 정부지원사업에 지원했다. 연세대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할 수 있었다. 다행히 빚을 지는 상황은 면했다. 지원금 대부분은 제품개발비에 들어갔다. 현금이 생긴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숨통이 많이 트이진 않았지만, 라면에 계란을 풀어 먹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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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뻔하다. 정보제공, 커뮤니티 구축, 홍보 및 광고대행, 이벤트 대행 또는 주최, 박람회, 공간사업, 채용대행, 커머스… 산업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F&B산업에서 할 수 있을 법한 일들은 이 그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수직적확장 이후에 수평적으로 확장한다. 참 꿈만 같은 일인데 그림 그려놓고 보니 안 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스타트업은 기존의 낙후된 시장을 기술로 혁신시키고, 확장성 있는 사업 모델로 빠르게 성장하고, 수익성이 큰 규모의 시장을 두드려야 한다. 스타트업에 대한 정의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전의 셰프뉴스를 스타트업으로 보긴 어려웠다. 전혀 다를 게 없는 방식으로 미디어를 운영하려 했고, 전혀 다르지 않은 수익모델들을 검증해왔다.이때까지 셰프뉴스는 임시조직이었으며, 자영업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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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디캠프에 입주했다. Game of D.Camp 1차 배치에 합격한 12팀 중 한팀이 되었다. 영광스러운 마음과 가능성을 알아봐 준 사람이 있어 감사하다는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이 일은 셰프뉴스에게 인정받거나 합격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셰프뉴스에게 디캠프 입주는 자영업자의 태도를 벗어던지고, 스타트업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전에는 ‘버티컬 미디어’ 또는 ‘산업 미디어’로 소개했으나 오늘부로 미디어 스타트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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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처음으로 디캠프에서 퇴근한 후, 새벽 다섯 시까지 잠이 안 오길래 그렸다. 계획된 주요 사업(뉴스&잡스)로고를 박고 수평확장 영역에 컬러 브랜딩을 입혔다. 가야할 길이 시각적으로 보이니 지도로 삼을 수 있겠다. 2017년도에는 명함 뒷면을 저 이미지로 바꾸겠다. 물론 로고들도 꽤 채워져 있을 것이다.

 

1달 뒤에는 셰프잡스가 론칭된다.

* 개발팀장님을 재촉하기 위한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 합류할 동료, 팀장, 직원을 구하고 있으니 회사의 비전과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셰프뉴스 운영일지 (1,2,3,4 통합)

  • 첫번째 운영일지 | 8월 21일

셰프뉴스 페이지를 운영한 지 4주가 넘어간다.
운영일지를 쓴다.

  1. 모바일 접속자가 92%에 달한다.
    젊은독자층과 주방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기에 모바일로 접속하시는 분들이 대다수다.
  2. 페이스북이 유일한 콘텐츠 유통 창구
    독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더 효과적인 유통창구는 없을 듯하다. 외식 관련 종사자분들은 IT종사자들에비해 페이스북에 대한 거부감이 더 낮은 것으로 보인다.
  3. 콘텐츠에 따른 반응, 기복이 심하다.
    hook할 만한 콘텐츠 위주로 사이트 트래픽을 높이는 전략은 초기에 필수라 생각했지만, 콘텐츠만으로 웹사이트의 정기방문자를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는 생각도 든다. (실시간 소통에 더욱 성실해야 함) 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4. 페이지보다 영향력있는 팔로워 분들도 있다.
    몇 개의 콘텐츠는 페이지에서 공유된 것보다 팔로워(스타셰프)가 공유했을 때 더 큰 인기를 끌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덕분에 새로운 좋아요는 급증한다. 대중을 타겟으로 하기보다는 이 분들을 위한 콘텐츠를 준비하는 것이 더 선명한 목표가 된다.
  5. 소비용 콘텐츠보다는 소장용 콘텐츠의 가치가 높다.
    독자에게 가르침을 주는 콘텐츠가 독자의 허영심 덕분에 공유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외식산업과 관련된 분들 중에는 배움을 원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최신의 실용적인 지식도 다뤄야 한다.
  6. 산업에 네트워킹이 부재한다.
    이 산업에는 온, 오프라인 모두 네트워킹이 부재한다. 이는 3년 전에도 짐작했던 바지만 그 필요성은 3년 전보다 많이 인식되었다는 점에서 셰프뉴스가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는 점에 감사한다.
  7. 실속없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대중매체는 대중이 좋아할만한 내용만 쏙 뽑아서 스타셰프를 만들어낼 뿐이다. 광고주와 독자를 위해서 존재하는 매체는 산업의 주인공을 하이라이트해주긴 하지만 지원해주진 못한다. 그래서 영혼과 철학이 없이 과포장된 정보만 돌아다닌다.
  8.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 : 토론공간, 네트워킹 (가설과 계획)
    한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정보가 돌아야 하고 사람이 만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실제 산업 역군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채널로 산업미디어가 필요하다. 실제 산업 역군들끼리 영향을 주고 받을 중간자 역할도 도맡아야 한다. 온라인 포럼과 오프라인 이벤트 진행, 채용 플랫폼 개발이 필요하다.
  9. 혼자 일하기 싫다.
    어떻게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일을 펼치거나 내가 이해한 다음에 일을 진행한다는 주의이기 때문에 아무한테도 도움구하지 않고 혼자 일하고 있다. 그래서 고독하다.
    일의 진척속도가 느려지는 것도 문제인데, 어디 사람 없나? 이 글 보고 간이라도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편히 연락주세요.

 

  • 두번째 운영일지 | 9월 14일

주말에 카페와서 일하고 있다. 주말인건 괜찮은데 카페가 질린다. 다음주엔 사무실을 좀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두번째 운영일지를 쓴다.

  1. 8월 마지막주엔 1주일치 콘텐츠를 모두 예약발송해놓고 4박5일 일본여행을 다녀왔다. 신나게 놀고 돌아오니 팬이 세 배로 늘었더라. 영상 하나가 250만명에게 전달됐고 6만명이 좋아요를 눌렀더라. 바이럴되는 가속도가 확산이 느려지는 감속도를 훨씬 앞질러서 연쇄반응이 일어나 새 독자를 이끌고 왔다. 임계점을 넘긴 쾌감이 있었지만 모든 콘텐츠가 이와 같은 무작위 확산을 목표로 해선 안된다.
  2. 추석 기간 동안 페이지 홍보를 써봤다. 1명 데려오는데 80~100원 정도 비용이 지출되었으니 다른 페이지보다 훨씬 효율이 좋은 편이었다. 그래도 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페이지를 눌렀으니 Engagement가 높은 고객층일 것이라 예상했다.
  3. 이번 주부터 갑자기 스페인, 멕시코,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 출신 신규구독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신규팬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당장 광고를 중단시켰다. 한국인들이 주로 유학가는 국가를 제외한 모든 국가의 접근을 차단시켰다. 여러모로 생각해봐도 좋은 상황이 아닌 것 같아서 2시간 동안 일일이 수작업으로 600명에 달하는 외국인을 솎아내 모두 쫓아냈다. 페이스북에 광고비가 아까웠다며 항의하려 했으나 페이스북은 항의 창구를 만들어놓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 쓴다. 보고 있나!?
  4. 공유 수는 100개가 넘는데 실제로는 10명도 채 확인이 안되는 경우가 있다. 친구들에게만 공유하거나 혼자보려고 숨겼기 때문이다. 유용한 정보들은 확실히 더 그러하다. 바이럴에는 도움이 안되지만 독자들과 친밀도가 높아졌으니 어쨌든 개이득.
  5. 타 페이지에서 발행하는 콘텐츠 도달율이 보통 전체 팬 수의 10~15%정도 나온다고 하는데 셰프뉴스는 80~200% 이상 나오고 있다.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코드가 있는 주제라서 다행이다.
  6. 지금까지의 성장률이면 2015년 초까지 10만명의 팬이 모인다는 계산이 나온다.
  7. 기존 매체의 소싱, 제작, 유통과정을 온라인 매체에 비교하면 온라인 매체는 콘텐츠 유통비용이 거의 0에 가깝다. 하지만 이걸 이득인줄로 알고 꽁으로 먹으려 해선 안된다. 유통에도 비용을 써야 한다. 콘텐츠 유통량이 곧 매체 영향력의 척도가 된다. 그러니 안본다는 신문도 집어넣어주고 자전거도 주고 하는거다. 온라인도 비용을 아껴선 안된다.
  8. 웹 트래픽은 현재 일평균 800정도, 어떻게든 연말까지 10,000을 찍어야 한다. 일단 트래픽이 있어야 뭐 어디서 본적은 있느냐, 광고를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말을 꺼낼건데, 아직 800이다. 광고주가 좋아할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여기에 쓴다. 나라면 지금 이 글 보고 바로 광고문의 한다. 왜냐고? 왜냐면 지금 광고 넣어주시면 제가 3달 동안 트래픽 상승해도 광고비 안 올려받을거니까요! 마수걸이 특가할인 혜택을 놓치지 마세요! 하하! (010-7388-1276)
  9. 생각보다 게시판 설치가 쉽게 되었다. 생각보다 사용성이 좋다. 사용자들에게 쓸모 있는 온라인 공간을 기획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PC형 게시판인데 독자 중 90%가 모바일로 접속을 한다는 것도 난제다. 괜스레 디씨도 일베도 운영자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10. 콘텐츠 소싱과 제작에 대해서 어느정도 체계를 잡아놓았으니, 이를 맡아줄 팀원이 필요하다. 셰프뉴스 기자, 편집장, 상시 채용 중입니다. ~_~

 

  • 세번째 운영일지 | 9월 18일

셰프뉴스 의 세번째 운영일지를 씁니다.

3분전에 페이지 알람을 모두 확인했는데도 30개의 알람이 새로 뜬다. 확인해보면 뒤늦게 셰프뉴스를 발견한 팬이 기존에 올려진 게시물을 모두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를 한 상황이다. 페이스북이 아카이빙을 하는 데에는 좋은 플랫폼이 아니지만 콘텐츠 발행자의 기준이 엄격하면 책장을 계속해서 넘기는 잡지만큼이나 볼만한 담벼락이 나올 수 있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결국 SNS는 책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지 인사이트(관리자 분석 정보 제공 툴)를 보면 ‘총 도달’수치에 현혹되기 마련이다. 총 도달 수치를 올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대박 콘텐츠를 공들여 기획해 발행하거나 다수의 콘텐츠를 마구잡이로 발행하는 것이다. 다수의 콘텐츠를 마구 발행하면 단기적으로 총 도달이 늘어나지만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껴 이내 기본 도달마저 줄어들게 된다. 팔로우 취소와 게시글 숨기기는 곧 채널의 죽음을 뜻한다. 한 번 잃은 팬과 평판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평판상실은 불과 2주도 채 걸리지 않는다.

콘텐츠 유형에 따라 확산이 많이 되기도, 적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도달은 똑같다. (이는 팬/팬이 아닌 사람의 비율로 알 수 있다.) 모든 콘텐츠가 달리기를 시작하는 출발선은 같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특정 콘텐츠 유형에 잘 반응하는 경향도 있지만 엣지랭크(페이스북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의 지속적인 정책 변화도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 페이스북 엣지링크 정책 변화의 목적은 콘텐츠편식을 중재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광고수익을 늘리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기존의 매체라면 그들의 지면을 자신들의 콘텐츠로 채워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지면 흐름도 조정하고 콘텐츠의 강약조절도 해야 한다. 페이스북에서의 지면은 페이지나 담벼락이 아니라 독자들이 보는 뉴스피드다. 다른 매체들의 콘텐츠와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페이스북에서 강약 조절을 하려고 했다간 볼폼없고 쓸모없는 콘텐츠만 발행하는 곳으로 보여지게 된다. 플랫폼에 따라 이상적인 편집의 방법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그래서 강강강강강 콘텐츠만 발행하는 인사이트와 허핑턴포스트가 뉴스피드에서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레전다리, 에이스, 킬링 스프리, 펜타킬. (제 뉴스피드에선 이미 탈주시킴. 내 뉴스피드의 편집자는 나다!)
미국에서 타블로이드가 판쳤던 125년 전, SNS상에서 황색언론이 재현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인쇄할 수 있는 기사는 모두 씁니다.”=>”퍼 나를만한 기사는 모두 씁니다.”

이런 현상이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거나 의식수준이 높아져서 어느 순간에 중단되든, 플랫폼에서 언론중재를 하든, 결국에는 정리되어야 할 상황이고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 혹여나 이 상황이 계속되더라도 그것이 잘못된 사회현상이라는 소신은 지켜야 한다.

강강강강강을 이용하면서도 올바른 새 언론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곳도 있다.
버즈피드는 미디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술회사로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포맷을 계속 찾아내고 있다.
ㅍㅍㅅㅅ는 편집자의 역량이 뛰어나서 깊이도 있는 콘텐츠가 있다. 슬로우 뉴스의 좋은 정신을 잘 이어간다고 생각한다.
피키캐스트는 모바일에서 최적화된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 네번째 운영일지 | 11월 14일

운영일지를 쓴다. 한동안 안썼다.

창업일지가 아닌 운영일지로 이름을 붙여 썼던 이유는 3달 전, 페이스북으로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이 재미가 있기에 소셜 마케팅 노하우를 공부하고 복습하고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이번 건 그 둘의 중간 쯤 되겠다.

셰프뉴스는 온라인 미디어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이것 저것 모든 일을 하려는 노가다 서포터 집단이라고 보면 된다. 해야 할 수많은 일 중 온라인 미디어는 30%정도의 비중을 넘지 않게 될 것이다. (미래의 일이겠지만)

구색을 갖추기는 쉽다. 워드프레스 7일 배우니 다 되더라. 영양가있는 콘텐츠 채우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70일 정도 관련 콘텐츠 서핑 계속 하니까 어지간히 볼만한 내용 소싱은 할 수 있겠더라. 산업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실행하는 것은 꽤 어렵다. 아마 700일 정도 계속 하면 될 일일까?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해 특정 타겟을 사로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그 사람들의 서재를 뒤지고, 그 사람들의 꿈과 미래 계획을 듣는 것이다. ‘가설 설정과 실행’이라는 어려운 방법론도 필요 없다. 그냥 독자를 만나는 방법이 제일 빠르고 정확하다. 물론 해당 타겟의 울타리가 명확할 때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세상 사람은 두 분류로 나뉜다. 미디어를 이용하는 사람과 미디어에 의해 이용당하는 사람.
산업미디어는 산업 구성원에 의해 철저히 이용당하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진다. 생태계를 건강하게 발전, 진흥시키기 위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구성원은 자신의 이기심을 드러내줘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원동력 또한 기업들의 이기심 아니었던가. 모든 구성원의 이기심이 충족될 때, 그 상태가 건강하다고 정의된다.

산업미디어도 미디어다. 그렇기 때문에 저널로써 가져야 할 최소한의 사명감과 책임감은 똑같이 부여 받는다. ‘독자가 원한다’는 변명으로 트래픽 장사를 하다가 욕 먹고 있는 게 우리나라 언론의 현실이 아닌가. 트래픽 장사치들을 이겨낼 욕심도 없고, 그걸 이긴다고 승리하는 게임도 아니다.

산업이 생기면 정보가 돌아야 한다. (미디어의 역할)
산업이 생기면 사람들이 만나야 한다. (이벤트, 모임, 커뮤니티, 박람회, 컨퍼런스, 포럼, MICE, whatever etc.. 의 역할)
산업이 생겨서 미디어와 모임이 생기는 것일까, 미디어와 모임이 있기에 산업이 성장하는 것일까. 닭과 달걀 이야기다.

미디어가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인 제약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박람회는 그렇게 될 수 없다.
온라인 미디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산업미디어로써 절대불패의 장점은 아니다. 그냥 조금 유리할 뿐이다.(이미 온라인 미디어로 접근했다가 은근슬쩍 운영 접은 곳 여럿 발견) 미디어로서 해야 할 과제는 똑같이 부여되고, 누가 얼마나 핵심을 잘 파악해 실행해내느냐에 달린 문제다.

웹 정보 투어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기대

새로운 정보나 웹사이트를 찾아내는 방법이 발전되어야 새로운 온라인 활동이 생긴다.

웹 ‘서핑’이라는 표현이 부끄러울 정도다. 더 많은 정보-사람이 연결되었기 때문에 웹 2.0 시대가 열린 것으로 보자면, 당연히 웹 3.0 또한 정보-사람의 연결을 획기적으로 확장하는 그 시점에서 일어날 것이다.

지금 이 문제에 대해서 그나마 생각있는 애들이 스텀블 어폰이랑 레딧 정도이다.

https://www.stumbleupon.com/ 모든 서비스가 개인화 큐레이션으로 갈 때 얘는 반대로 간다. 무작위로 간다. 한 페이지로 구성된 웹 정보를 책 넘기듯이 계속 넘겨보면 된다. 진정한 의미의 서핑이다. (2015년 현재, 서비스가 운영되지 않고 있다.)

http://www.reddit.com/ 수많은 페이지들이 공유되고 유저들은 끊임없이 해당 정보에 대한 점수를 매겨서 실시간으로 인기가 있는 정보들이 랭크되어 보여진다. 한국의 라이크링크가 이와 같은 모습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http://digg.com/ 얘네들도 레딧이랑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서비스를 했었는데 2012년도쯤 들어서면서 손 큐레이션으로 바꼈다. 전문 큐레이터들이 15명 모여서 종일 큐레이팅만 하는 것이다. 언론사로 보자면 기자는 한 명도 없는데 편집장만 15명이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virtual한 세계에서도 그 나름대로의 물리적인 한계를 갖게 된다. 위 서비스들과 네이버같은 대형 포털도 결국엔 하나의 infuluencer에 그친다는 점이다. 트래픽이 많든 적든 결국 한 가지 방식으로 정렬된 정보들이라는 것이 한계다.

얘네들의 등장은 분명 긍정적인 일이지만 아직도 아쉬운 것은 이런 key-influncer들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새로운 웹세계로의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섯다리 건너면 세계인이 모두 친구”라지만 이 다리를 두번이라도 건너는 순간 그 사람은 평생 만나지도 못했고 만날 일도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전달되어 마땅한 정보는 모두 한 다리안에 놓여져야 하는데 지금의 웹 지도는 그런 상황이 아닌 것이다.

윕키(http://www.wibki.com/) 얘네들도 좀 개념있게 즐겨찾기를 정리하긴 했지만 결국 개인의 생산성 증가 보조도구로만 접근한 것 같아 아쉽다.
즐겨찾기를 chunk 지어서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기대했는데.. (http://8tracks.com/ 처럼…) 타인의 즐겨찾기를 관음하고 싶다…..

DDP에서 beLAUNCH2014를 개최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그 당시 공사가 얼마나 진척되었는지, 언제 쯤에야 개관을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저 확인하고 싶었다. 저 공간이 뭐하는 곳인지, beLAUNCH가 담길 수는 있는 공간인지.

몇 달에 걸쳐 서울시와 디자인재단에 수십번 전화를 걸었지만 담당자는 연결되지 않았고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 말하거나, 그런 계획은 없다는 답을 들을 뿐이었다.

한 번은 공사장 개구멍을 통해 몰래 들어가 훔쳐본 적도 있다. 공사와 관련된 사람인척 행세하며 시치미를 뗐으나 “안전모도 안쓰고 어디서 거짓말을 하냐”며 이내 쫓겨나고 말았다.

13년 11월, 드디어 사업담당부서가 신설되었다. 담당자와 연결된 후 하루 세끼 밥은 걸러도 담당자 안부전화 세번은 안거르는 적극적인 구애 후에 beLAUNCH2014 @ DDP 유치 계획서를 보낼 수 있었다.

DDP는 다른 컨벤션 센터와 비교해 대관 Hall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체 전시 이외에는 1년에 10개 정도의 외부 행사만 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 가능성을 믿어주신 통찰력있는 담당자분(그분은 유명 방송국 PD 출신이라 하셨는데 나도 모르는 해외 VC이름도 알고 계셨다.)덕에 개최가 승인되었다.

3년차 행사지만 아직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많다. 지금까지 올 수 있도록 가능성을 믿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beLAUNCH2014를 그저 대관 고객으로 여기지 않고, 좋은 콘텐츠를 함께 담겠다며 협력해준 DDP에도 감사드린다.

힘찬 출발이었다. 앞으로 남은 한달도 힘내서 화이팅!

주의의 추이를 관찰 – <지의 편집공학>

나는 편집공학을 준비하면서 기묘한 훈련을 나 자신에게 부과하기로 했다. 그것은 지금 현재 내 머릿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편집 프로세스를 리얼 타임으로 관찰하는 훈련이었다. 즉 생각이 흘러가도록 그대로 두고, 이와 동시에 그 프로세스를 관찰하는 훈련이었다. 잇달아 전개되어 가는 ‘주의’의 ‘추이를 관찰하겠다는 것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 知의 편집공학 중에서

오, 오오… 저는 지금 훌륭한 책을 발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