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류

우리는 조상에게 감사할 줄을 모른다. 지금의 우리를 존재케 해준 최초의 생명체, 뭍으로 올라왔던 물고기, 호모 사피엔스에게 감사함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배은망덕함은 우리 후손들에게도 물려질 것이다. 그들도 우리에게 감사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의 원시적인 모습을 하찮게 깔보며 웃음거리로 여기지만 않으면 좋으련만.

먼 미래에는 지금의 종과는 전혀 다른 post-human이 만들어질 것이다. post에는 여러 뜻이 있다. 시기적으로 후대에 오는 것이 일차적인 의미지만, 후대는 선대를 부정하면서 발전하기에 반대한다는 의미가 있고, 선대의 한계점을 극복한다는 점에서 벗어난다는 의미가 있다. 포스트 휴먼은 신체적 한계를 극복할 것이며, 효율과 속도 측면에서 우월할 것이고, 현대인이 인지하는 것보다 초월적인 차원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현생인류가 미래인류보다 저급한 존재라는 사실에 낙담하는 것은 잘못이다. 3,000년대에 미래인류로 태어났다고 해보자. 미래 인류가 되었다는 사실에 만족할까? 비교와 낙담의 태도가 여전하다면 4,000년대의 미래인류에 비해 저급한 존재라는 사실에 낙담하고 있을 것이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고 하는 오만한 욕심이자,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는 불만족으로 영원히 고통받을 것이다. 이런 생각의 오류가 대물림되지 않도록 허무주의라는 장치가 있다. 허무주의에 빠진 존재는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여겨지고, 삶의 목표를 잃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만든다.

과거의 조상도, 현생 인류도, 미래 인류도 변치 않는 공통점은 더 나은 존재가 되고자 하는 개선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개선의 의지가 지금에 다다르게 했고, 미래인류를 만들어낼 것이다. 짧은 현생을 살아가는 중에도 조금씩의 진척이 이뤄지고 있는데 다음 네 가지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 같다.

있는 것을 더 잘하게 한다.
있는 것을 대리수행하게 한다.
없는 것을 보완한다.
차원이 다른 개념으로 transform한다.

각각 구체적인 예를 들면 너무 당연하고 심심한 얘기가 되어 썼다 지운다. 슈퍼히어로에 이 개선의 의지가 모두 투영되어 보여지는 것 같다.

기업활동이라는 게 별것 없다.

기업활동이라는 게 별것 없다. 문제를 찾아 푸는 일이다.

경쟁력이라는 게 별것 없다. 남들보다 문제를 잘 푸는 것이다.

조직이라는 게 별것 없다. 더 큰 문제를 풀려고 모인 여럿이다.

운영이라는 게 별것 없다. 이미 아는 문제를 빨리 많이 푸는 것이다.

전략이라는 게 별것 없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려고 머리 쓰는 것이다.

고객이라는 게 별것 없다. 내가 풀 수 있는 문제로 끙끙 앓고 있는 사람이다. (돈 주는 사람 아님.)

마케팅이라는 게 별것 없다. 문제 잘 푼다는 걸 고객에게 이해시키는 일이다.

비즈니스모델이라는 게 별것 없다. 문제를 풀어주니 고객이 너무너무 고맙다며 돈을 주고싶어 안달 났기 때문에 냉큼 받아내는 일이다.

(지나치게 복잡하고 심각하게 생각하던 나를 위해 정리)

 

— 덧붙임 —

문제해결 프레임워크를 이해하는 데에 2년 걸렸다. 익숙하게 활용하는 데에 2년 더 걸렸다.
가치의 창출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에 5년 걸렸다. 가치를 창출하는 데에 2년 더 걸렸다.
고객 중심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데에 7년 걸렸다.

구심점 :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조직은 민주주의로 돌아가지 않는다. 다수결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곳의 목적은 평등하게 먹고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직은 목적이 있다. 목표가 있다. 하나의 미션을 바라보고 치고 나가서 달성해나가는 것이다. 치고 나가서 달성하기에 적합한 조직마다의 방식이 있다.

그 방식은 기업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황파악, 의견제시, 판단기준, 의사결정, 결론도출 등의 모든 활동에 스며들어 있다. 조직이란 일종의 유기체다. 조직이 겪는 현상은 다양하고 활동 또한 다양하므로 조직의 메커니즘을 하나로 정의하기란 어렵다.

조직의 메커니즘은 곧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만의 방식”이다. 문제를 찾아내는 것 / 문제를 정의하는 것 / 문제의 해법을 도출하는 것 / 문제해법을 실행하는 것 – 전체의 과정에 관한 것이다. (이것을 공정이나 방법론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적절하지 않다. 공정과 방법론이라면 다른 상황에 옮겼을 때도 작동하겠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만의 방식’은 다른 조직으로 옮겨지지도 않고, 옮기더라도 작동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만의 방식”은 이 곧 조직의 구심점이다. 모든 구성원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같아야 한다. 같은 방식을 갖춘 사람을 합류시켜야 한다. 같지 않아도 이 방식을 따르는 사람을 합류시켜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만의 방식”을 지키지 못할 사람은 핵심조직 안에 들여선 안 된다.

함께 뭉쳐질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함께 문제를 풀어보면 드러난다. 별도의 평가를 할 필요는 없다. 문제를 함께 풀면서 각자 문제를 인식하는 관점, 문제를 정의하는 판단, 해법을 제시하는 창의력, 실행하는 수행능력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이끌든지, 따르든지, 비키든지” 여기서 ‘이끌든지’는 빠져야 한다. 적어도 지금의 내 상황에선 소용없다. ‘이끌든지’는 적임자, 총책임자의 문제해결방식의 개별성과 독창성을 인정하고 모든 권한을 위임한다는 뜻인데, 나는 지금 그런 것을 생각할 필요도 없는 2명짜리 조직이다. 조직이 20명을 넘기기 전까진 ‘이끌든지’는 필요없을 것 같다. 그럼 “따르든지, 비키든지”만 남는다. 조직에 필요한 인적자원을 바라보는 관점이 아주 단순명료해졌다.

내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곧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내 방식을 고집하고 내 구심점을 강요해야 한다. 구심점을 고집하는 것으로 많은 문제가 사라진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진다. 구심점에 맞지 않는 사람을 평가하고 해고할 필요도 없다. 구심점을 추구하는 것만으로 알아서 모이고, 알아서 비킨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알아서 모일 수 있도록 구심점을 공개하기 위해 쓰는 것이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선택지가 없다고 마음을 쓸 필요도 없다. 없다면 그냥 없는대로 가면 될 일이다.

내 문제해결방법이 모든 문제를 풀진 못한다. 당연하다. 그리고 괜찮다. 나는 모든 문제를 풀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문제만 잘 풀리면 그만이다. 그 문제를 푸는데 내 방법이 적절하지 않으면 개선하면 된다. 우선 내 방법이 옳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의심은 소용없다. 옳은지 그른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책에 나와있어도 나의 것이 아니다. 잔소리를 해줘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경청하더라도 사람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끝을 봐야만 내 방법이 옳았는지 틀렸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니 끝까지 가봐야 한다. 끝을 보는 것만이 문제해결 방법을 검증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끝을 볼 때까지는 내 방법을 믿어야 한다. 세상엔 다양한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푸는 조직도 많지만 문제해결방식이 문제의 갯수나 조직의 갯수만큼 다양하진 않다. 제대로 일하는 곳은 다 같은 방식으로 일한다. 내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내 취향이 반영되거나 내가 창안한 새로운 시도가 아니다. 옳다고 배운 것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 방식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옳은 방식이라 표현하면 좋겠다. 옳은 방식대로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내 방식이 옳다고 믿음을 가져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휘발성이 있기 때문에 글을 쓰면 좋다. 문제를 찾고 정의하고 풀어나가며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이 글로 기록되어 있어야 한다. 구심점만 생각한다면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만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으면 된다. “우리만의 방식”을 가시화하기 위해 슬로건을 만들어 붙이거나 매일 외칠 수도 있다. 송파구에서 일잘하는 10가지 방법 포스터를 만들거나, 우수한 사례에 수상하는 등의 문화적인 접근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행동강령을 만드는 것은 실수다. 기계를 작동시키기 위해 기계어로 작성된 알고리즘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대한민국에 살기 위해 헌법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구심점을 제시하는 것과 행동강령을 하달하는 것은 작동원리가 정 반대다. 바라보게 하는 것과 관리당하는 것은 힘의 작용이 정 반대로 일어난다. 구심점을 추구하면 구성원의 능동성을 이끌어내지만 룰을 하달하는 순간 피하달자는 수동적으로 변한다. 지시와 통제는 사람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피하달자에게 하달하는 순간 서로 마주보게 된다. 마주보면 에너지의 손실이 발생한다. 같은 곳을 바라보아야 한다.

내가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푸는지를 설명하는 글을 쓴 적은 있다. <1> <2> 글을 쓰는 것은 정말 우선적으로 필요한 일다. 적어도 이 글이 선언된 덕에 조직에 맞지 않는 구성원은 자발적으로 나가게 되었다. 남은 구성원은 이 글에 공감하고 또 같은 태도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내가 많은 실수를 저질렀지만 적어도 명문화된 구심점은 작동한 것이다.

하지만 글만 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글이 쓰여져 있으면 근거가 된다. 명문화하고 선포해서 모든 의사결정이나 판단의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글만 쓰고 최소한의 시범을 보여주지 않는 실수를 범했다. 우리만의 일하는 방식 없이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삽질을 하는 안쓰러운 상태로 접어들었다.

간다. 오면 오는대로 같이 가고 없으면 없는대로 홀로 간다. <leadership lesson from dancing guy>

external brain으로서의 블로그

두뇌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인간은 사이보그다. 태생적 신체만으로 살아가는 인간은 없다. 외부의 물질과 기계의 도움을 받아 능력의 확장을 이룬다. 두뇌도 확장한다. 펜과 노트의 도움을 받아 기억력을 확장하고, 스프레드시트의 도움을 받아 연산력을 확장하고, 마인드맵의 도움을 받아 정리력을 확장하고, 정보습득도구의 도움을 받아 발상력을 확장한다. 어디까지가 내 두뇌인가? 두개골 안에 들어있는 뇌만 두뇌인가? 내가 쓰고 있는 두뇌 확장팩들까지 모두 합쳐 두뇌로 여겨야 한다.

이 블로그 또한 나의 external brain 중 하나이다. 두뇌를 그대로 전자기기에 옮기겠다는 뉴럴링크 프로젝트에 대해 나는 회의적이다. 내 살아생전 실현되는 모습을 보진 못하겠지. 구현된다 하더라도 블랙미러에 나온 모습처럼 완전한 인격이나 능력이 복제된 모습은 아닐 것이다. 두뇌 속에서 일어나는 전기신호는 의식활동의 부분적 작동방식일 뿐이기 때문이다. 두뇌의 가능성을 확장한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전기신호와 같은 미시적 작동방식은 두뇌 활동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두뇌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활동결과로서의 의식이다. 그리고 의식 활동은 두뇌만으로만 이뤄지지도 않는다. 이 블로그는 내 두뇌의 일부다. 의식활동의 주요 기록공간이며, 각성을 촉진한다.

 

기록 : 한 사람을 정의할 때, 기계론적인 관점에서의 메커니즘만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인간의 존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개념을 모두 합친 범주를 넘어선다. 과거의 경험은 특정 인간을 정의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환경적인 요인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없는 존재인 인간은 과거의 사건들로부터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다. 과거의 사건은 독립적으로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현재에 개입하여 미래를 결정짓도록 만든다. 따라서 중요한 사건이나 감정은 존재의 일부다. 생각은 휘발성이 있고 기억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록보조매체가 필요하다.

사유 : 사유의 도구는 언어다. 언어가 없다면 사유할 수 없다. 언어는 음성언어와 문자언어로 나뉜다. 숙련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coding과 decoding의 프로세스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두 언어는 직관적이다. 하지만 음성언어는 단점이 많다. 음성언어는 기록하고 읽어들이는 과정에서 linear할 수 밖에 없어 시간의 제약이 발생하며, 저장과 관리 분류를 컴퓨터와 같은 보조장치를 통해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규모있는 확장이 불가능하다. 사유의 주언어로 문자언어를 택했다. 글로 생각하고 글로 기록하는 것은 두뇌 확장을 위한 1조건이다.

파일럿의 태세에 따라 게임의 목표/규칙이 바뀐다.

네 살 조카를 보러 갔다가 큐브를 만졌다. 바삭거리며 돌아가는 플라스틱 구조물이 내 오기를 자극했다. 일 년 만에 만난 조카는 안중에 들어오지 않았다. 큐브만 한 시간 만졌다.

이 재밌는 걸 왜 마흔 직전에야 알게 된 걸까?
이 재밌는 걸 왜 우리 엄마는 안 사줬던 걸까?

조카는 하늘같은 삼촌에게 장난감을 양보하지 않았다.
흥치뿡!
나도 하나 샀다. (사실 두개 샀다)

 

큐브가 처음 도착한 날, 13시간을 꼼짝 않고 앉아서 물 두 잔만 마시면서 큐브를 만졌다. 이튿날 되어서야 처음으로 공식을 보지 않고 큐브를 맞출 수 있게 되었다. 사흘째 1분대로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자기 전에 잠시만 만지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리니 새벽 세시였다. 내 핸드폰 노트엔 이런 기록이 남겨져 있다.

02:30 / X / X / 03:05 / 02:54 / X / 02:12 / 02:42 / 02:40 / 02:58 / 02:23 / 01:48…..

 

처음엔 해결방법을 찾아내는 추론과 관측 행위였다. 지금은 수행의 숙달을 훈련하고 있다. 닷새 전에도, 오늘도 나는 같은 큐브를 만지고 있지만 다른 종목에 임하고 있다. 처음엔 퍼즐이었지만 지금은 스포츠를 하고 있다. 다음주엔 또 다른 종목이 열릴 것이다. 새로운 해법을 익히게 된다면 새로운 차원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어떤 종목에 임하는지는 게임의 종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파일럿에 의해 종목은 달라질 수 있다.
어떤 태도로 임하는지에 따라 게임의 규칙이 달라진다. 게임의 목표가 달라진다.

 

자전거도 파일럿에 따라 다양한 종목이 된다. 신체단련, 한계극복, 스릴질주, 기록갱신, 경쟁과쟁취, 친목도모, 맛집투어, SNS콘텐츠창작활동, 심신수련, 사유의시간, 자연체험 등 파일럿에 따라 다양하다. 탈 때마다 새로운 라이딩의 맛을 발견하게 된다.

사업은 일반적으로 위험도가 높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나에게 사업은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다. 나는 쫄보 기질이 강했고 사업을 시작할 때 보험이 될만한 장치나 완충지대가 없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리스크 최소화의 태도로 사업에 임했다. 최소한의 자원으로 적은 보상을 확보하는 low risk low return을 불가피하게 택했다. 지금은 이런 태도가 습관이 되어 모든 의사결정에 스며드는 것 같아 걱정이다.

같은 사업이라도 임하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종목이 된다. 대부분은 나와 다른 혹은 정반대의 태도를 취한다. 마크 큐반은 사업을 스포츠로 여긴다. “몇 번을 실패했는지 중요하지 않다. 한 번만 제대로 해내면 된다” 이 관점이라면 사업은 어떤 종목보다 승률이 높으며 큰 보상도 보장되는 안정적인 선택지다. 게임에 임하는 태도만 바뀌었는데 low risk high return이 되었다.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도 제각각이다.
삶이라는 게임에 접속한 사람들 모두 각자의 게임을 한다.
오늘은 어떤 어떤 종목을 즐길까?

Capacity Velocity Territory Funnel

비즈니스를 확장한다는 것은 더 많은 수요를 받아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수요를 가장 많이 받아낸다는 것은 Capacity다.

‘많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려면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와 시간의 한계를 초월할 수 있어야 한다. 물리적 공간과 시간의 한계를 초월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 공간은 복제를 통한 확장이 가능하고 시간은 연산처리의 기계화를 통해 줄여낼 수 있다. 이 둘은 Velocity다. 그러므로 Capacity를 달성하려면 Velocity부터 우선 충족시켜야 한다.

Velocity가 충족되었다고 Capacity가 자연스럽게 달성되진 않는다. Capacity를 키우기 위해서는 territory를 넓혀야 한다. 이를 웹 용어로는 Domain이라 부르지만 Domain의 개수만 많다고 Territory가 넓은 것은 아니다. 브랜딩이 잘 되어 있거나, 각인성이 좋거나, 도메인의 경계를 넘어서는 접근이 가능한 방법이 있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넓은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

Territory가 넓다고 수익이 자연스럽게 뒤따르지도 않는다. 기업의 최소 존속 요건인 수익은 Funnel에서 나온다. Funnel은 수익모델이다. 목 좋은 곳에선 어떤 장사를 해도 잘 되겠지만, 수익이 나려면 어떤 장사든 해야 한다. 사람만 모으고 장사를 하지 않으면 수익이 날리 만무하다. Domain이 없다면 Funnel을 갖다 댈 곳이 없기 때문에 돈을 내고 도메인에 대한 접근 권한을 빌려와야 한다. 접근 권한을 빌려오는 것을 광고라 부른다.

다시 만들기 : 내가 원인(cause)이다 & Stay Awake

다시 만들자. 만들기를 계속 하자. 의식을 깨워두자.

언젠가부터 나를 만들지 않고 있다. 성장하지 않고 있다. 능력이 계발되지 않고 있다. 근 몇 년간 집중력을 잃었다. 나는 집중력과 문제해결능력이 상당히 뛰어난 사람이다. 하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최소 1년 반 정도는 이 능력들이 제대로 활용되지도 못했던 것 같다. 그 잘난 능력도 퇴화하고 있을 것이다.

매체가 많아졌고 받아들이는 정보도 많아졌다. 수동적인 정보소비 환경에 놓이자 나는 정보의 소비자가 되었다. 외부자극-반응기계가 되었다. 능동적으로 정보를 탐색하는 방법은 잃어버렸다. 피드에 줄지어 소비되길 기다리는 정보들을 소비하고 반응할 뿐이었다. 주체성을 잃었다. 주체성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소비습관만이 아니다.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친다. 모든 일과 사건에 대해 그저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기계일 뿐이다.

기계나 동물의 상태로 살아가는 것은 인간이 아니다. 동물과 인간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생물학적으로 별 다를 게 없다. 의식이라고 하는 것 또한 정도의 차이일 뿐 명확한 기준이 없다. 주체성. 주체성을 구분 기준으로 놓는다면 명확해진다. 현대 인류의 대부분 9할 이상이 동물로 분류될 것이다. 그렇다 나도 인간이었다가 짐승이었다가를 반복한다. 짐승의 상태로부터 벗어나자. 인간의 상태를 추구하자. 의식을 깨어두자.

내가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냈을 때에는 모두 각성상태에서 이뤄졌다. 모든 감각이 깨어있는 상태,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라는 Stay Awake도 한참이나 잊고 살았다.

성과는 행동의 결과다. 행동은 생각의 결과다. 생각은 태도의 결과다. 태도는 감정의 결과다. 감정이라는 것을 쉽게 여길 수 없다. 주체성이 아무리 뛰어난 인간도 감정에 지배를 당한다. 감정이 무너지면 태도가 올바르지 않고, 태도가 올바르지 않으면 올바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생각을 하지 않으면 실행에 옮겨지지 못한다. 이런 심각한 상황 속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무감만 부여하니 실행될 리 만무하다. 그런 속이 텅 빈 실행은 에너지도 없을뿐더러 성과가 날 리 없다.

모멘텀을 왜 잃었는지 중요하지 않다. 분명 어떤 계기나 사건이 있었겠지. 하지만 중요하지 않다.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 순간 수십 혹은 수백 가지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하지 않을뿐더러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 순간 비겁한 자가 된다. 설령 원인을 찾아낸다 하더라도 내 삶이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생 외부의 원인에 의해 반응하는 기계가 되어버리고 만다.

좋은 원인이 있을 때 좋은 결과가 되고, 나쁜 원인이 있을 때 나쁜 결과가 된다면 나는 그 인과관계에서 무엇을 했는가? 자유의지는 있었는가? 주체성은 있었는가? 그것은 짐승의 상태인가 인간의 상태였는가? 중요한 것은 원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인이 되려고 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 원인이 되는 것. 원인을 찾는다는 것은 곧 나 스스로가 사건이 되고, 계기가 되려는 태도가 사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내가 원인이다. 내가 계기다. 나의 태도, 나의 생각, 나의 행동, 나의 성과를 통해 세상은 반응한다. 내가 원인이다.

분류의 도구들

정보처리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분류의 도구를 익혀야 한다.
어떤 도구들이 있는지, 각 도구는 무엇인지, 언제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다.
몇 가지는 실무에 적용하고 활용하면서 이해하는 중이다.
2020년도 36살의 이은호로선 대단한 수준의 정리요약을 해낼 순 없으므로, 간단한 항목들만 리스트업한다.

 

Type 유형
Class 구분
Property 속성
Stage 단계
Level 등급

Affiliation
Asset
Tag
Labeling
Statement
Coverage 역할범위
Key figure 요인

명목척도 nominal scale 속성을 분류하는 척도
서열척도 ordinal scale 순서 관계를 밝혀주는 척도
등간척도 interval scale 순서 사이의 간격이 균등한 척도
비율척도 ratio scale 순서 사이의 간격이 균등하고, 절대값(0)이 존재하는 척도

+
메타데이터
더블린코어
데이터맵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들의 중요도 hierarchy

세상엔 많은 이야기가 돌아다닌다.

그 중 어떤 이야기가 중요하고
어떤 이야기는 덜 중요한지
쉽게 분간하기 어렵다.

보편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이야기들은
양적으로 많이 생성되었거나
많은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이야기들이지만
이런 요소를 갖춘 이야기들은 오히려 중요하지 않은 가능성이 높다.

가짜가 판치고 진짜를 구분해내기 어려워진
시대를 맞이한 현대 인류는
‘큐레이션’, ‘검증된’, ‘엄선된’ 등의 키워드를 들먹이며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을 뿐이다.

안건이 중요한지 또는 중요하지 않은지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크게 4단계의 구분, 다시 3단계의 하위 구분으로 나누어 총 12단계로 구분해본다.

 


화학
물리

가치
희망
믿음

경제 : 시장이 모인 것
시장 : 거래가 모인 것
거래 : 경제활동의 최소단위

전략 : WHY
해법 : HOW
실행 : WHAT

 

수, 화학, 물리는 역학영역이다.
가치, 희망, 믿음은 추구영역이다.
경제,시장,거래는 체제영영역이다.
전략, 해법, 실행은 수행영역이다.

각 항목은 경제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적용될 가장 일반적인 예를 든 것이다.
경제활동이 아닌 여가활동을 한다면 체제영역, 수행영역은 다르게 바뀔 것이다.
문학, 창작, 예술, 정치, 사회 등의 활동을 할 경우 추구, 체제, 수행의 영역이 다르게 바뀔 것이다.

이 개념도는 어떤 일을 진행시키거나 조직을 구성할 때 도움될 수 있다.
아래 단계에서 이슈가 발생했을 경우 상위 개념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수행 단계의 의견이 불일치할 경우 수행의 차이를 좁히기보단 가치의 동기화를 진행시켜야 한다.
상위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어야 역할을 맡거나 일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

<화면부터생각하면망해요>쓰고나서 연장, 관통된 글이다.
이 글에서는 뿌리-기둥-줄기-잎파리의 순서를 예시로 들었다.
일이 제대로 안 될 때의 현상의 공통적인 이유를 파헤치다 찾아낸 틀이다.

나와 다른 수행방식, 다른 사회에서의 성장, 다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인간의 다양성의 한계가 얼마나 넓은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일부 사람들에겐 역학영역 위에 신의 영역이 존재한다.

역학 영역에서 모순이 되는 이슈는 내 삶에서 좀체 발생하지 않는다.
때문에 일상에서 신경써야 할 정보 분류는 대체로 2~4단계의 것들이다.

하위 개념은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기보다
상위 개념이 결정되지 않았을 경우 무의미해지는 선행-후행 관계에 놓인다.

나에게 20년도는 생각을 전혀 정리하지 못한 절망적인 한 해였다.
최근 이 틀에 넣어보니, 내가 할 일과 생각을 정리해내지 못하고 패닉을 맞았던 상황들을 돌이켜보면
하나같이 13단계, 14단계와 같이 수행단계보다도 더 하찮은 단계의 매몰되어있었다.
14단계의 이슈를 A6크기 카드로 50장 넘게 만들어 온 벽에 도배했었다. 압도당했다. 그 외의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결국 현상계에 갇혀버린 나는 폭주해버렸다.
상위 단계를 항시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두뇌는 병렬적으로 정보의 동시처리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생각을 동시에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슈를 단위화시켜야 한다.
저장해두었다가 다시 불러내 이슈를 처리해야 한다.
직전의 생각 context가 지워진 상태에서도 즉각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저장해두어야 한다.
저장하는 공간과 규칙도 중요하다.
물리적인 공간을 떠올려 구조화하는 것도 좋다.

hierarchy를 시각화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상하위 트리구조
트리구조 (뿌리 > 기둥 > 줄기 > 잎파리)
Circle (내핵, 외핵, 표피)
좌-우 선형선상

의사 결정 방법론 연구 (자전거 코스 결정 방법론)

사르트르는 인생이 Birth와 Death 사이의 Choice라고 말했다. 알베르 카뮈는 “자살을 할까, 커피를 마실까”라는 명언을 남겼다. 가장 일상적인 사건과 가장 낯선 사건을 선택지로 두니 실로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지난 글 <라이딩 콘셉 결정 방법론>에서 방법론적 접근을 시도했다. 결론이 썩 만족스럽진 않다. 방법론은 언제나 그렇듯 한계가 있다. 구성원이 방법론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따르지 않는다면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방법론은 도움되기보단 탁상공론으로 남는다.

라이딩 코스를 짤 때, 그저 모두가 가고 싶어 안달이 난 코스였다면 의사결정 방법론을 적용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또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수준의 케미가 있었다면 방법론이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군가의 손해 혹은 불만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고, 동시에 누군가의 이익 혹은 만족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방법론을 꺼내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운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안타까운 수준을 넘어 절망스럽고 비참하다. 올바르지 않은 의사결정 구조 때문에 정작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선택지로 향하는 집단적 오류도 흔히 발생한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명제를 도덕시간에 배웠음에도 우리는 그 상태에 한발짝이라도 다가갈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 나는 방법론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집단적 협력을 통해 인류를 진보의 길로 이끌 유일한 희망이라 믿는다.

기업의 임원은 실무적 노동은 전혀 않고 종일 의사결정만 하는데 그 양이 80회에 달한다. 도구적, 기술적 방법이 없다면 처리할 수 없는 분량이다. 세계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자주 일어나는 언택트(un-tact)의 시대를 맞이했다. 대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정보보다 훨씬 더 적은 정보만으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잦아져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비용 손실은 커질 것이다. 직관, 촉, 케미에 의한 판단은 이미 비합리적인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더욱 활용되기 어려워진다. 앞으로 인류는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론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더 뼈저리게 실감할 것이다.

따라서 이 연구는 단순히 라이딩 코스를 더 잘 결정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 지구적인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 물론 나의 본업과도 연관이 있다. 나로선 1타 3피다. 구조적인 선택방법론을 연구하는 것이야말로 다가오는 새 시대를 맞이하는 선진적인 자세, 생존과 윤택한 삶을 추구하는 슬기로운 자세다.

인류가 이제껏 제안한 의사결정방법론만 간단히 추려도 60개 이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먹물들이 써놓은 것들이라 실용적이지 않다. 분야가 상이해 적용하기 어려운 것도 많다. 기존에 제시된 방법론도 검토는 하겠지만,  라이딩이라는 분야에 적합한 의사결정방법론을 내가 기필코 새로이 창안하겠다는 각오로 접근할 것이다. 철저하게 실리적이고 합리적이며 구조적인 관점을 고수할 것이다.

 

가위바위보

누구나 어렸을 때부터 줄곧 즐겨운 친숙한 의사결정 방법론이자 게임이다. 승자가 있다면 패자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상호 격렬한 대립이나 경쟁이 벌어지고 있을 때 가위바위보를 통해 결정하게 되면 긴장감도 즐기며 빠르게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각자 한 가지씩의 선택지를 주장해야 하고, 자신의 선택지가 선택되길 강렬히 원해야 이 게임의 의미가 있다. 결정 방식은 거의 랜덤에 가까워 비이성적이다. 따라서 승자는 있으나 패자는 없는 경우, 더 정확히 말하자면 패자가 되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는 경우에 적용할 수 있다. 주로 경품을 추천할 때나, 길거리에서 주운 만원을 누가 가질지를 결정할 때 적용되곤 한다.

동전 던지기 / 사다리타기

가위바위보와 다른 점은 참가자들이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외부의 무작위성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최종결과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순응하게 된다. 승리의 쾌감은 반감되지만, 패배의 충격도 완화시킬 수 있다.

다수결

민주사회에서 만장일치를 이뤄낼 수 없을 때 이용하는 대표적인 차선책이다. 다수의 횡포에 의한 패권주의가 형성되어 소수를 배척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특정 분야에선 다수의 비전문가들 오답을 선택하곤 하기에 이 의사결정 방법이 해당 사안에 적합한지 검토해보아야 한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일차원적으로 추구할 땐 좋은 선택 방법인 것처럼 보이지만 불행의 총합에 대해서는 계산하지 않기에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문제를 감안하고 갈 뿐이다.

리스트 제시 & 투표

선택지의 이름만 달랑 있고 디테일이 결여되어 있는 불완전 정보로는 올바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없다. 구성원 모두가 선택지에 대해 자세히 이해하고 있다면 제목만 적힌 리스트로도 충분하겠지만, 추가 정보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택지의 추가 정보를 어떤 형식으로 준비할 지에 따라 다음 4가지 방법론으로 분화된다.

요요 다 붙어라 **

집단의 규모가 너무 커서 부분 집단을 만들 때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이다. 이 방법론의 맹점은 제안자가 수용적인 상황에 놓인다는 데서 발생한다. 일단 지원자가 모집되면 제안자는 지원자를 검토하거나 심사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지원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거부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머릿수만 채우면 되는 상황에 주로 적용되곤 한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선 제안을 할 때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요구사항을 명시해 공고를 배포하면 지원자를 박탈할 권한을 가질 수 있다.

피칭 & 투표

<요요 다 붙어라>와 개념이 같지만 제안자가 2명 이상일 때 선택 절차가 추가된 것이다. 선택 절차는 다수결의 원리에 따른다. 집단이 분리되어도 괜찮은 상황이라면 <요요 다 붙어라>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어도 선택 절차가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 한 가지 선택지로 추려야 한다는 상황이다. <요요 다 붙어라>는 제안자가 지원조건을 설정하는 권한을 가진 갑이었지만, <피칭 & 투표>에서는 반대로 구걸과 부탁을 해야 하는 을이 된다. 제안자는 자신의 선택지가 선택될 수 있도록 경쟁적인 홍보활동을 펼쳐야 하는 게 관전포인트 꿀잼 팝콘각이다.

장단점{Pros/Cons} 서술 > 순위 조정

<피칭 & 투표>의 절차에 주관을 빼고 객관성을 가미한다. 개인의 주관이 들어갔던 피칭은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나열하는 것으로 바뀌고, 구성원들의 주관적인 의사표현은 조직 관점에서 합리적인 우선순위 조정으로 바뀐다. 순위의 조정은 1군, 2군, 탈락 정도로 불명확하게 그룹핑한 뒤 1군의 선택지에 대해서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빠른 진행에 도움된다.

시나리오 서술 > 순위 조정 *

시나리오 기법은 앞으로 경험할 수 있는 상황과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예측해 서술하는 것이다. 장단점을 융통성없이 나열하는 것보다 어떤 것이 더 마음에 끌리는 지를 가늠해보려면 생동감있는 정보가 이야기를 전달하듯이 시나리오로 작성되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 미래의 경험에 대해 전체적인 윤곽을 그려냄으로 의사결정권들은 상황별 판단의 근거를 제공받을 수 있다.

후회 최소화 선택 방법론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 창업을 결심할 당시 사용한 방법론이다. 무탈하게 잘 다니고 있던 연봉 2억의 회사를 계속 다닐지, 리스크를 감안하고 모험을 하는 선택지 사이에서 그는 고민했다. 확정적으로 가질 수 있는 이익을 모두 포기할 리스크 앞에서 리스크만 따지면 1대 99의 차이다. 그는 리스크를 보지 않기로 했다. 선택을 포기했을 때 얼마나 큰 후회가 남을지를 따지기로 했다. 실리적인 계산을 하지 않고 마음이 동하는 곳으로 향했던 그는 20억의 자산을 포기한 대신 200조의 자산가가 될 수 있었다.

형이 짜르고 동생이 골라 **

케익을 먹을 때마다 싸우는 형제에게 내린 현명한 부모의 지혜를 빌린다. 코스를 제안하는 사람과 선택하는 사람을 분리한다. 코스를 제안하는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코스만 제안할 것이기 때문에 어떤 선택이 내려지더라도 만족할 것이고, 선택하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으니 이 또한 만족할 것이다.

모든 구성원의 강제 제안 > 탈락 > 선정 *

우리 회사에서 점심 식당 고를 때 쓰는 방법론이다. 각자 2개의 식당(또는 메뉴)을 제안한다. 제안 개수는 무조건 채워야 하기에 별다른 의견이 없는 날엔 김밥천국이나 3만원짜리 한정식 같은 얼척없는 제안으로 개수를 채우면 된다. 그렇게 6~8개의 선택지가 후보로 제시되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최악의 선택지를 제거한다. 누구부터 선택지를 제거할지, 1인당 몇 개를 제거할 지는 제한하지 않아도 된다. 최종 선택지가 2~3개로 좁혀질 때까지 계속 돌아가며 선택지를 탈락시킨다. 최종 선택지가 2~3개로 좁혀진다면 그 중 1개를 선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체로 최종 단계에선 만장일치로 결정되기 때문에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식당에 향할 수 있어 밥맛도 좋게 느껴진다.

이 의사결정 방법론을 거치면 모든 구성원이 모든 절차에 같은 무게로 관여하게 되므로 입체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의견을 평면배치한다는 것도 좋은 점이지만, 아무런 의욕없이 집단생활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아싸도 참여할 수 밖에 없는 강제사회화 기능도 있다. 한국의 문화적 특성상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무례하다 여겨지는 문제, 내성적인 사람의 소극적인 태도 문제,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해서 자신의 의견을 숨기는 문제를 유쾌하게 해결할 수 있다.

다만, 구성원이 많아질수록 매번 무난한 식당을 가게 된다. 탈락 과정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예측불허하고 기발한 선택지는 매번 탈락할 수 밖에 없어 평균 편향 현상이 발생한다.

다중 기준 의사 결정 (Multiple-criteria decision analysis)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여러 기준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경우 적합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구입할 때라면 가격, 연비, 승차감, A/S편의성, 기업이미지와 같은 기준을 평가하는 것이다. 평가 기준들은 속성(Attribute) 혹은 목적(Objective)으로 나뉠 수 있다. 속성은 스펙을 따지는 것이고 목적은 해당 선택지를 통해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를 따져보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여러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MCDA를 사용하는 이유이기 때문에 두 가지 모두 평가해도 좋다.

등간 척도와 비율 척도로 나타낼 수 있다면 수량화, 정량화 할 수 있다.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면 연산할 수 있다. 컴퓨터가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준마다 가중치를 두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주관적 판단의 영역, 정성적인 영역을 정량적 세계로 끌고 들어가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기준이 많아지면 오히려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MCDA + 표준편차 분석 + 끝장 토론

나는 운이 좋게도 어린 나이에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맡아 운영한 적이 있다. 스타트업 산업이 태동하던 시기였다. 당시 대부분의 스타트업 평가 담당자들은 나름대로의 MCDA를 만들어 썼는데, 자신이 개발한 MCDA의 이유와 근거를 알진 못했다. 이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으나 아무도 해법을 제시하진 못했다.

심사위윈이 평가하는 과정에서 나온 의견과 실제로 MCDA과정을 거친 평가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작성할 때가 문제인지, 취합하는 과정에서 문제인지를 찾아내야 했다. 우선 점수를 취합하기 전 심사위원들 간의 점수 격차를 눈여겨보았다. 극단적인 점수 차이를 보이는 스타트업을 표준편차(standard deviation)으로 쉽게 계산해 추려낼 수 있었다. 사업에 대해 이해할 수 없기에 0점을 줬다는 심사위원의 점수는 평균점으로 제출하도록 조정했고, 프로그램과 별개로 이미 스타트업과 인연을 맺어오고 있어 평가에 중요한 정보를 공유한 심사위원 덕에 다른 심사위원의 최종 점수가 바뀌기도 했다. 이런 끝장토론을 한차례 거치고 나니 10팀 중 3팀의 운명이 바뀌었다.

정량의 기법을 보조적으로 활용하면서 정성적 논의를 중점적으로 전개시킨 훌륭한 사례랄까. 7년 전 고안한 절차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도 스스로 대견스럽다.

목표지향(Goal Oriented) & 제한조건(Don’t) 수렴 > 선택지 구성 **

이 방법론엔 모더레이터가 필요하다. 선택지를 제시하기에 앞서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한다. 구성원은 “이런 라이딩을 하고 싶어요”, “이런 라이딩은 싫어요”와 같이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조건을 수렴한 뒤 선택지를 찾거나 생성하기 때문에 선택지 결정 과정은 생략, 축소될 수 있다.

제한 조건이 많아질수록 선택지가 줄어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구체적인 제한 요건이 있어야 선택지가 명확하게 추출된다. “흰색 물체 10개를 말하시오”라고 물었을 때보다 “당신의 방 안에 있는 흰색 물체 10개를 말하시오”라고 물었을 때 더 많은 답을 할 수 있다.

Goal은 지향점이고 Don’t는 지양점이다. 추구하는 것과 피하는 것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고려한다. 제한조건(Don’t)을 수렴한다면 구성원들의 불만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최악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최선으로 향할 수 있다.

간혹 대립하는 목표들이 제시될 수 있다. [침질질 운동하고 싶어요]와 [샤방으로 타고 싶어요]는 대립한다. 조건의 대립이 있다면 합의점을 애써 도출하는 것보다 그룹을 쪼개는 판단이 나을 때도 있다.

실질적 문맹률이 높은 대한의 현대인들은 문장보다 키워드로 말하는 것에 익숙하다. 자신이 원하는 라이딩의 해시태그로 표현하라고 하면 의견을 더 많이 수렴할 수 있다.

의견을 수렴할 때 의견의 무게를 구분하는 것이 좋다. [알러지가 있어서 꽃가루 날리는 곳은 불가능해요]는 필수 조건으로 접수해야 하지만 [차량통행이 적은 곳이면 좋겠어요]는 부수적인 조건으로 접수해야 한다. 필수조건과 욕심조건을 구분한다면 의견 수렴에 도움된다.

 

 

* 표기는 라이딩 코스 결정 방법론에 적합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