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사회에서 교육이 담당하는 이데올로기적 역할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참 희한합니다. 대학교를 보고 이렇게 비판했다고 하죠. [우리나라 대학들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대학교 졸업생들을 데려다 일을 시키려 하니 뭣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기구가 원래 학문을 닦기 위한 장소이지 기업을 위해서 노동자를 양성하는 곳이 아니거든요.”

그렇다. 우리나라 대학은 취업준비생들이 먹고 살 준비를 하고 그것으로 돈을 버는 취업알선센터가 되어버린 사실이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하다는 증거이다. 누구도 오늘 날 대학이 하는 그 역할이 이상하다 여기지 않고 불평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학의 그러한 기능에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교수님은 이어서 말씀하셨다.

“하지만 원래 교육이라는 게 부분적으로 그 기능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학생들을 이데올로기로 조종해서 사회에 유익한 영향을 끼치도록 하는 게 교육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죠.”

교수님은 이어서 말씀하셨다.

“아무리 공부를 안했고 학교에서 성적이 나쁜 학생이었다 해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간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 세 개는 배웠을 것입니다.”

교수님은 손가락 세 개를 앞으로 펴 보이며 하나씩 세며 외쳤다.

“권력에 복종하는 법”
“높은 사람에게 굽신거리는 법”
“세상에 존재하는 이치에 맞춰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법”

그러면서 예를 몇 개 들었다.

“아니, 초등학교를 가기 이전에도 유치원에서부터 우리는 먼저 사회질서를 따르는 법부터 배웁니다. 줄서기. 그리고 선생님한테 경례하기”

선생님은 말을 이었다.

“참 웃긴 건, 학교하고 가정에서 짜고 치는 고스톱을 보이기도 합니다.

학교에 가면 부모님 말씀 잘 들어라, 집에 오면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수업이 끝날 때쯤 나온 이야기였기에, 몇몇 졸고 있던 학생들도 어느새 눈을 번쩍 뜨고 경청하기 시작했다. 학생들 모두 자신이 받았던 교육이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과 함께 탄성을 자아냈다.

틀린 말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것은 교육의 불가피한 의무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교육이 그 일을 담당하지 않으면 좌파 빨갱이라는 소릴 듣고 선생님이 쫓겨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서 전체 인구의 60%에 달하는 임금노동자를 생성해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타인이 하는 사업을 위해 자신의 노동력을 바치고 생계수당을 받아내는 일꾼이 될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법이나 예술을 즐기는 법 따위를 가르칠 필요는 없었다. 단순히 시키는 대로 일만 해낼 수 있는 말귀를 알아듣는 수준이면 충분하다.

초등학교의 ‘바른생활’ 교과서부터 중학교의 ‘도덕’ 교과서 고등학교의 ‘윤리’ 교과서 모두 학생들을 그런 길로 인도하기 위함이다. 고등학교에서 철학이라는 학문을 배우지 않고 윤리만은 배우는 것도 모두 그러한 이유다. 이번 교육과정에서는 국사가 선택과목이 되어버린 데다 뉴라이트가 교과서를 새로 편찬하는데 우리의 역사를 우리가 뒤집어 버리는 꼴을 보고 있자니 교육이라는 행위는 정권에 따라 학생들을 조정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임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12년의 이데올로기, 거기에 사회로 진출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변질되어버린 4년의 대학교육, 거기에 나라의 종이 되기 위한 2년간의 군대교육까지.

나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여 감사해했던 18년의 그 교육이 나를 조종하기 위한 것이었다니! 너무나 괘씸하고 분하다! 특정한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모두가 그것이 옳은 것이라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고 나조차도 따라왔던 길이기에 나 또한 자격이 없다.

하지만 내가 받은 교육에 그렇게 나쁜 면만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러한 교육이 있었기에 오늘날 4대강 사업을 추진시킬 무뇌한 노가다꾼들이 있을 수 있고, 전쟁나면 총알 받을 예비군들이 있으며, 선거기간에 몇 마디 말로 소중한 표를 받아낼 수 있는 5년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명맛의 국민들이 존재하는 것이지 않는가.

이데올로기는 이렇게 국가가 존립하는데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젊은이들을 자본주의 국가의 일원으로 열심히 일을 시켜야 국익을 추구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는 속도에 힘을 실을 수 있기 때문에 하찮은 인간노동력들에게 인권이나 여가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사회가 어지로울수록 시민들을 다루기가 쉽고, 그들의 밥줄을 끊어서 생명이 위태위태할 때야 말로 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임금의 뜻을 따르게 된다.

대한민국 청년들이여, 대한민국의 젊은 혈기들이여, 그리고 내 친구들아! 그러니 모든 것을 포기해라. 깨우치지 말아라! 눈을 감고 귀를 닫아라. 그저 남을 위해 일하고 생계를 위해 몸을 파는 우리는 더 많이 알아봤자 불행해지는 임금노동자이니라. 계속해서 토익공부를 하며 이력서에 한줄 더 그어 넣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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