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가니에르, 조안 로카, 르네 레드제피의 패널토론 : 전 세계적인 요리사 3명은 한국에 무슨 이야기를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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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9일 롯데호텔에는 피에르 가니에르, 조안 로카, 르네 레드제피가 글로벌 리더스 포럼에 참여해 한자리에 모였다. “세계 3대 셰프에게 음식의 길을 묻다” 세션은 각 셰프들의 발표와 7명의 패널이 참여한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토론은 한 시간가량 진행되었으며 질문 중에는 패널이 직접 던진 질문도 있고 관객의 질문을 패널이 대신 전달한 것도 있다. 프랑스어, 스페인어, 영어, 한국어가 뒤섞여 진행되었던 만큼 모든 내용을 직역하기란 불가능하다는 판단하에, 통역된 내용을 토대로 본래의 단어나 구절에 얽매이지 않고 전체의 뜻을 살려 의역하였음을 밝힌다.

* 아래 내용을 보기 전에 셰프들의 발표내용(http://chefnews.kr/archives/1408)부터 읽기를 권한다.

 

  • 피에르 가니에르에게>>> 해외의 수많은 도시에서 레스토랑을 오픈하기 위해 다른 팀과의 협업이 필요했을 것으로 압니다. 그 과정에서 독창성과 창의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하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올해로 제가 64세입니다. 나이가 많은 편이지요. 제가 30년 동안은 한 곳에서만 식당을 운영했습니다. 런던에 처음으로 해외 레스토랑을 열었을 때 제 나이 54세였습니다. 제가 40세였을 때에는 다른 사람에게 내가 누구이고 어떤 요리를 하는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이게 정립되는 데에는 많은 고민과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레스토랑 운영의 키 포인트는 협업입니다. 어디서 일하든지 팀원들과의 협업은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피에르 가니에르만의 요리를 내어놓는 데 어떤 노하우가 있는지를 물어봅니다. 내 요리를 전달하려 하거나 내 이야기만 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함께 일하게 될 팀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한국에서는 롯데그룹과 일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오만하지 않은 자세로 많은 대화와 이해를 통해 서로를 알아갈 시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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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네 레드제피에게>>> 덴마크는 혹독하리라 할 만큼 추운 겨울을 가지고 있고, 노마의 첫 시작 시점에는 그 방향이 메인스트림과 달랐습니다. 그런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목표를 확실히 설정할 수 있도록 영향을 준 덴마크의 문화는 무엇이었나요?

덴마크에는 북유럽의 개신교가 들어와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즐기는 것이라면 죄악으로 여기는 사회입니다. 음식이라도 정도를 넘어서 즐기게 되면 지옥에 간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그런 인식은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개혁을 위해서는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들입니다. 음식을 즐긴다던 지 음식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인생을 즐기는 모습을 비치기만 해도 ‘부르주아 놈’이나 ‘무지몽매한 놈’이라는 욕을 얻어먹습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그것이 선(善)한 것이라 표현하면 받아들여지는 편입니다.

 

  • 르네 레드제피에게>>> 당신의 음식을 ‘그린 푸드’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동의하나요?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인가요? 채소에 대한 이야기인가요? 그나저나 그린 푸드가 뭘까요?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이라 이해하고 답변하겠습니다.

저는 마케도니아의 농촌에서 자랐습니다. 척박한 곳이고 멀리서 수급한 음식들은 비쌌기 때문에 렌틸콩요리, 지역 채소를 활용한 스튜 요리를 주로 먹었습니다. 그런 어릴 적의 경험들의 노마의 방식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식당이라는 곳은 어떤 것보다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완전히 ‘그린’한 레스토랑이란 있을 수가 없고 그러려고 해도 지속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생존을 위한 기본 요소는 많지 않습니다. 노마는 인생을 즐기게끔 해주는 곳입니다. 노마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그린하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모든 식재료를 식당에서 100km 이상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수급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우리가 얼만큼의 탄소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측정해주는 기관도 있습니다. 그 기관에서 노마에서 사용하고 있는 675가지의 원료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다른 레스토랑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탄소배출량이 적었습니다. 우리는 항상 기후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요리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부분도 많으나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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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안 로카에게>>> 식당 평가의 등급은 어떤 것인가요? 정확히 평가될 수 있을까요?

랭킹이나 평가에 대해서 일방적인 방식으로 고려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레스토랑이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삶의 방식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요리사는 야심 찬 사람일 수도 있고 불만족이 가득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하루하루 살면서 보다 나은 것을 추구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랭킹이라는 것이 최우선 조건이 되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레스토랑은 지금까지 목적을 잘 달성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80년대에 해외 여행을 많이 하면서 레스토랑을 돌아보고 “우리도 언젠가 저런 레스토랑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라는 꿈을 가졌고 지금은 그 꿈을 이뤘습니다. 일하는 과정이 즐겁고 사람들이 우리 음식을 먹으면서 즐거워합니다. 저에게는 이 자체가 마법과도 같은 생활입니다.

세계는 돕니다(변합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돕니다. 우리는 우리의 고향에서 우리의 작은 세계를 건설했습니다. 우리가 가졌던 꿈을 이뤄냈습니다.

 

  • 르네 레드제피에게>>> 식당 평가의 등급은 어떤 것인가요? 정확히 평가될 수 있을까요?

어떤 평가 시스템이든지 완벽히 정확할 순 없습니다. 800명의 사람에게 평가를 부탁해서 종합한 결과 아닙니까? 대체로 얼토당토않은 결과가 나오지만 원래 인생이란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은 아예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건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랭킹이라는 것이 음식문화 자체를 근본부터 바꾼 것은 사실입니다. 노출도와 영향력이 아주 큽니다. 그것이 비록 잘못된 것일지라도 말이죠. 저희의 식당을 바꿨고, 마을을 바꿨고, 도시를 바꿨고, 덴마크도 바꿨습니다.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제가 그 평가에서 등급이 높았기 때문에 저 또한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든 싫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조안 로카에게>>>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 당신과 같은 마스터셰프, 스타셰프가 배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식은 코스요리가 아니라는 점 등, 서구 음식문화와 많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식당이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더 발전적인 상황으로 이끌 수 있을까요?

발표에서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선 이미 말씀 드렸습니다. 창의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요. 세계 최고 수준의 셰프들과 일하는 것, 품질을 높이는 것이 아직도 부족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그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기반 위에서 새로운 시도가 펼쳐져야 합니다. 이러한 시각을 갖춘 셰프를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입니다.

르네가 말한 것처럼 식당에 대한 평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우리 식당이 하고자 하는 역할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 역할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의의를 가지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많이 일하고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 르네 레드제피에게>>>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 당신과 같은 마스터셰프, 스타셰프가 배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식은 코스요리가 아니라는 점 등, 서구 음식문화와 많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의 젊은 요리지망생들에게 한마디 이야기해주시죠.

마스터셰프나 스타셰프를 배출할 필요가 있다거나 한식이 서구음식과 다르다는 생각을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뭘 하려는지 알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무엇을 사랑하는지를 재발견해야 하는데, 이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가 했던 것처럼 나는 누구인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내 몸에 완전히 베어버려서 변화를 인지할 수도 없을 수준으로 체화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오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할 줄은 나도 몰랐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절할 정도로, 녹초가 되어도 다시 일어나서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그런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했습니다.

질투가 샘솟는 순간, 내가 내 동료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올 수 있습니다. 그 시점은 바로 성공을 할 수 없게 되는 순간입니다. 노마의 팀원들은 모두 20~30대의 사람들로 한 지역에서 살면서 서로를 응원하며 밀어줬습니다. 우리가 한 그룹으로 노력했고 개개인이 열심히 최선을 다했습니다.

 

  • 조안 로카에게>>> 음식에서 국경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정체성이 없어지기도 하고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적인 방법으로 해외에 전달하는 것이 옳을지, 접목하는 것이 좋을지, 의견이 듣고 싶습니다.

음식문화를 해외에 전파한다는 것은 전통을 유지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을 유지함으로 그것이 전파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퓨전도 가능하지요. 하지만 새로운 풍미를 들여오더라도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필요합니다.

한국에서 대중적인 음식들이 해외로 전파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지역에 가서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려는 사람은 언제나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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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네 레드제피에게>>> 음식에서 국경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정체성이 없어지기도 하고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적인 방법으로 해외에 전달하는 것이 옳을지, 접목하는 것이 좋을지, 의견이 듣고 싶습니다.

이 질문은 항상 거대합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사람들이 어떻게 한식을 더 사랑하게 할지에 대한 비법을 제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계 어디를 가든 한식당은 있습니다. 심지어 덴마크에도 많습니다. 서양인의 시각에서 봤을 때, 한국 음식은 무엇인지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지가 궁금합니다.

한 나라의 음식문화를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힘듭니다. 한식 내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음식점이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온 이유도 그것이죠. 한국에 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한식을 먹기 위해 어떤 종류의 한국 식당에 가야 하는지에 대해 인식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발효음식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키지요. 그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음식’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를 발효시킨다는 것입니다. 음식을 발효시키면 어떻게 되는지, 어떤 맛이 나는지, 발효음식을 서빙하는 음식점은 어떤 분위기인지, 이런 것들 것 그림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한국 음식은 도대체 무엇이냐?’ 라고 물어본 적은 많지만 명쾌한 정의를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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