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모기한테 뜯기다보니 어느덧 새벽 세 시다

내 꿀같은 선잠과 교환해
모기 한마리를 짓이겼다

그놈의 시체를 창밖으로 던지려다
방충망에 들러 붙은 모기 10마리를 발견하곤
오늘 밤 모기로부터 벗어나긴 글렀구나

가을이 왔다며 모기야 내년에 또 보자꾸나
접어 넣었던 원터치 모기장을 다시 꺼낸다

내 방충망에 들러 붙은 녀석을 잡을 재간은 없어도
모기장을 통발삼아, 이 한 몸 미끼삼아
집안의 모기를 끌어 모으는 중이다

들어올 땐 자유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온 집안 모기를 전기 파리채로 살짝 기절시켜
날개를 뜯어내고 에프킬라에 익사시키겠다
모기향 위에 올려놓고 줄줄이 화형시키겠다
테이프로 땅에 붙여놓고 망치로 내려 쳐야겠다

아무리 잔인한 복수를 생각한들
아직 한마리도 잡히진 않았고
모기향에 눈코가 맵싹하고
물린 곳은 간지럽고

내 꿀같은 잠 다 날아갔다

“제가 가진 요리의 기준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어요” 장진모 셰프의 요리 인생

“Good food ends with good talk.” 좋은 음식은 좋은 대화로 끝난다. 조프리 네이어의 말이다. 지난 4일 만난 그와의 인터뷰는 시간가는 줄도 모른 채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겼다. 아름다운 플래이팅과 다양한 조리법으로 유명하다던 그에 대한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그 수식어에 매달린 기대보다 그는 훨씬 더 솔직하고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진솔한 자신의 디시(dish)를 닮은 그, ‘AND 다이닝’의 장진모 셰프를 만났다.

| 무턱대고 시작된 요리 인생

“인터뷰이를 잘못 선택하신 것 같은데, 저 먹고 살려고 요리 시작했어요. (웃음) 외국에 유학을 갔다가 일이 조금 잘못 되어서 돈이 다 떨어진 거예요. 먹고 살려고 하다 보니까 기술도 없고 영어도 잘못하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딱 두 가지더라고요. 하우스키퍼랑 접시닦이. 저는 접시닦이를 시작했고……. 무튼 접시닦이랑 키친핸드로 시작해서 어떻게 하다보니까 지금까지 요리사 생활을 하고 있네요. (웃음)”

요리사의 꿈을 가지게 되었을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하우스키퍼보단 접시닦이가 낫겠다 싶어 시작한 일이지만 비슷비슷하게 힘들더란다. 2008년 유학을 목적으로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에 나간 그의 첫 주방일은 그렇게 무턱대고 시작됐다.

“그전까지는 사실 요리사를 하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전혀. 아예. 집에서 요리하는 게 좋지도 않았고 딱히 요리해본적도 없고, 라면도 잘 못 끓였어요. 지금도 라면은 잘 못 끓이지만 (웃음) 계란 후리이도 만날 태우고.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일하게 된 첫 레스토랑에서 요리사가 꽤 괜찮은 직업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장셰프의 첫 식당은 캐나다의 한 휴양지에 위치해 있었다. 시즌마다 스키를 즐기며 요리를 하러 오는 요리사들이 그는 꽤 부러웠다. 유학에 실패하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그였다. 자유롭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던 요리사들은 꿈을 위한 수단이 됐다.

“유학이 잘 안되니까 목표가 쫌 없어졌어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을 많이 하면 목표를 다시 가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어쨌든 여행하면 사람이 쫌 변하니까. 그런 점에서 요리사가 꽤 괜찮아보였던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어처구니없는 얘기인데 (웃음) 당시에는 굉장히 좋아 보였어요. 그렇게 3년을 캐나다에서 더 있다가 진지하게 결정해야 할 순간이 왔다고 느꼈어요.”

“인생은 요리와 같다. 좋아하는 게 뭔지 알려면 일단 모두 맛부터 봐야 한다.”
– 파울로 코엘료, 「마법의 순간」

당시 그가 일하던 호텔 측에서는 본격적인 호텔 요리사로의 합류를 제안했다. 그러나 장셰프는 정중히 거절했다. 결정의 기로에서, 요리를 평생 업(業)으로 하려면 책에서만 보던 미슐랭 스타의 다이닝들을 한 번쯤은 직접 봐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좋은 식당들을 몇 군데 찾아다니긴 했어요. 일도 몇 번 했었고……. 그래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이런 일이 왜 의미가 있는지, 내가 이 힘든 삶을 사는 게 의미가 있는 건지, 평생 이러고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약간은 있었어요. 계속 고민을 가지고 있었죠.”

그러던 그에게 길을 제시한 건 세계 최고의 식당 ‘노마(NOMA)’였다. 2010년 덴마크 코펜하겐의 북유럽 요리 식당 노마가 ‘더 월드 50 베스트 레스트런츠(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 1위를 차지했다. 제철 재료와 지역산 재료만을 사용한 요리, 그리고 허브와 버섯을 직접 재배하고 채집하는 요리사들, 기존 파인다이닝(fine-dining)의 틀을 완전히 깨버린 음식들은 그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1위를 하던 해에 노마가 책을 발행했어요. 쿡북이 출시됐는데, 도대체 어떤 식당인가 궁금해서 책을 샀어요. 책을 폈는데 제가 생각하던 것이랑은 전혀 다른, 제가 생각하는 좋은 파인다이닝이랑은 완벽하게 다른 것들이 있었어요. 정제되지 않은 플레이트 업(plate up)과 이상한 부위를 사용해서 만든 요리 레시피들……. 제가 알던 파인다이닝의 기준이랑은 너무 다른 거예요.”

그 길로 그는 노마와 같은 음식의 정점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고민의 답을 찾기 위한 일이었다. 호주 맬번의 식당 ‘아티카(Attica)’가 그에게 그 답을 주었다.

“(아티카에서 일하기)전까지만 해도 저는 10만원 내고 코스 중간에 하나로 감자 3알 먹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감자 3알, 싸잖아요. 저도 쉽게 요리할 수 있어요. 근데 10만원 코스 중간에 감자를 주고 먹으라는 거예요. 도저히 납득이 안됐던 거죠. 근데 그게 아티카에 있으면서 납득이 됐어요.”

‘아티카(Attica)’는 셰프가 직접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짓고 자연의 식재료를 최대한 부각하는 대표적 자연주의 식당이다. 꾸준히 ‘더 월드 50 베스트 레스트런츠(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에 이름을 올려왔으며 올해 호주 최고의 레스토랑(Australian Gourmet Traveller Restaurant Awards)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아티카(Attica)’에서 짧지만 강렬했던 경험은 그의 요리 철학에 주축을 완성했다.

| 자연주의 그리고 농장에서 식탁까지, Farm to table(FTT)의 세 가지 의미

“아티카에서 쓰는 풀 중에 펄슬린(purslane)이라는 풀이 있어요. 우리나라 말로는 쇠비름이라는 풀이에요. 쇠비름은 우리나라에서나 호주에서나 잡초에요. 흔히 양의 먹이로 쓰이죠. 이 펄슬린을 아티카에서는 식재료로 썼어요. 어느 날 펄슬린을 다듬다가 양이 모자란 거예요. 부족하다 말했더니 앞에 길가에 직접 나가서 뽑아 오면 된다고 했죠.”

‘아티카(Attica)’가 직접 빌린 주립 식물원의 땅 일부를 갈아내고 텃밭을 일구면서 자연주의에 대한 이해를 하기 시작했다. 그 지역의 특수성, 그 지역만이 가지는 땅의 맛. 그는 땅이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직감했다.

“땅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식재료에서 나야하는 맛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대표적인 경우가 허브에요. 우리나라 허브들은 대부분 수경재배(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수용성 영양분으로 만든 배양액 속에서 식물을 키우는 방법)를 하니까 땅에서 키운 외국의 허브만큼 그 맛이 잘 나지 않는 거죠. 개인 성향이긴 하겠지만 저는 잘 키운 스테비아(허브의 한 종류)가 푸아그라보다 좋다고 믿어요. 잘만 키우면 풀도 굉장히 놀라운 맛을 가질 수 있어요.”

이를 위해 장셰프는 레스토랑과 지역 내 농장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생태계 구축을 말했다. 농부가 스스로 욕심을 가지고 농작물을 재배하면 레스토랑은 거기서 좋은 식재료를 얻는다. 그로 인해 레스토랑의 수익이 오르면 그 증가분을 다시 농부에게 돌려주고 농부는 다시 그 돈을 일정 부분 투자해 더욱 좋은 재료를 생산하는 선순환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로컬음식하면은 단순히 지역의 농산물을 쓰는 거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우리 논, 땅에서 나는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근데 과연 그럴까요? 예를 들면 한국에서 딱새우라고 부르는 새우가 있어요, 외국이름은 랑구스틴(langoustine). 한국의 딱새우는 큰 걸 받아봤자 덴마크 지방의 랑구스틴이랑 크기와 맛이 비교할 수 없어요. 제가 과연 한국의 딱새우가 외국의 랑구스틴보다 맛있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절대 아니에요. 심지어 덴마크에서 냉동으로 들어오는 냉동 새우가 한국의 생 새우보다 훨씬 맛있어요. 아예 재료의 질 자체가 달라요.”

자연주의 음식으로 유명한 그가 지역음식(로컬퀴진, local cusine)을 고집할 때는 그 지역의 ‘특수성’이 빛을 바랄 때다. 단순히 그 지역의 농수산물을 쓴다고 해서 로컬퀴진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우리 동네에서만 나는 것, 예를 들면 더덕은 프랑스에는 없죠. 도라지 역시 프랑스에는 없죠. 오미자도 아시아권에는 있지만 프랑스에는 없죠. 프랑스에 가서 한국에서 수입한 더덕요리를 제가 먹을까요? 한국에서는 푸아그라나 트러플을 먹어본 적도 없고 만들지도 않잖아요. 푸아그라나 트러플이 맛있다고 해서 프랑스 사람이 한국에 와서 푸아그라랑 트러플 먹으려고는 하지 않겠죠. 한국이 가지고 있는 한국만의 특수성, 그게 그 지역에서 의미라고 봐요.”

요리는 인간의 역사와 공존해왔다. 인간만이 하는 창작 예술이자 문화로서 요리는 그 인류가 살아온 그 땅의 독특한 맛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장셰프의 진정한 요리의 의미는 그것이었다.

“팜투테이블(Farm to table)에서 마지막으로 셰프가 할 일은 그 식재료가 땅에 있을 때에 그 느낌을 손님에게 잘 전달을 하는데 있어요. 손님에게 그 특별함을 억지로 강요하거나 주입시키는 게 아니라 그 의미가 자연스럽게 전달되어야 해요. 손님은 먹고 즐기러 식당에 온 것이지 셰프의 강연을 들으러 온 게 아니란 말이죠.”

그는 손님들이 음식을 먹고 자연스럽게 생각이 바뀌게 하는 것이 셰프가 할 일이라고 믿고 있었다. 자신은 테크닉이 부족한 요리사라 요리에 많은 손을 대지 않는다고 농담조로 말했다. 장셰프는 요리를 복잡하게 하는 테크닉보다 손님에게 무엇을 전달할 것이냐에 대한 셰프만의 분명한 기준을 가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연주의 음식에선 셰프인 내가 그 음식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고요, 그 다음에 내가 생각한 것을 손님한테 어떻게 전달할 건가가 두 번째 문제입니다. 내가 이걸 어떻게 전달할거다를 결정했을 때, 이 결정을 손님들이 테이블 위에서 복잡한 설명 없이 자연스럽게 납득하게 요리를 만드는 게 세 번째 문제죠. 그 다음이 요리에요. 쿠킹은 그 다음 번의 문제인거죠.

| 틀에 갇히지 않으려는 긴장과 노력

사실 셰프는 누구보다 창의성이 중요한 직업이다. 그러나 이를 가장 쉽게 망각하는 직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매일 매일 나가는 똑같은 메뉴를 쉴 새 없이 만들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에 그 자리에서 멈추게 된다. 스스로가 만든 틀 속에 새로운 생각을 쫒아 내고 갇히는 셈이다.

“기본적으로 요리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요리에 대한 일관된 방향성과 기준이 이해에서 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클래식을 좋아하는데, 베토벤이 교향곡 1악장에 1번부터 9번까지를 만드는데, 4번쯤 가서 연구를 더해서 5번을 만들지는 않았을 거예요. 교향곡에 대한 이해가 있었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는 거예요.”

요리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그에 대해 이해하는데 다른 셰프들과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다른 셰프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외식 트렌드나 요리의 방향을 이해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열리는 유명 외식 컨퍼런스에 참가하기도 하고 해외 컨퍼런스를 영상으로 찾아보기도 한다. 또 학교를 그만두기 전에 공학을 전공했었다는 그는 요리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조금 독특한 자신만의 방법을 말했다.

“원래 공대를 다니다가 중퇴했어요. 공학을 전공하다보니 아무래도 논문 보는 게 익숙해서, 궁금한 것이 생기면 조리책보다 관련 논문을 찾아 읽는 편이죠. 예를 들면 태운야채와 발암물질 관계에 대해서 문제에 부딪혔을 때 야채를 태운 것에 대한 발암물질 보고서나 연구논문들을 찾아요.”

그는 여럿 논문을 통해 나타난 연구 결과들을 자신의 기준에 맞춰 나름의 답을 찾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역시 셰프 자신만의 기준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 결론은 태운 야채는 발암물질이에요. 그래도 저는 써요. 레몬에 2급 발암물질이 들어 있어요. 휴대폰 역시 발암물질이에요.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서울 대기권에서 엄청난 발암물질을 흡수해요. 기준점을 정확하게 놓는 거죠. 내가 먹는 음식이 어느 정도의 발암물질을 가지고 있고, 그 정도가 서울에서 생활했을 때 일상 시에 흡수하는 발암물질보다 과량에 해당하는 것인 아니면 적당한 선인지. 적당한 선이면 쓰는 거죠. 개인에 따라 그래도 안 먹는다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괜찮아요, 그렇지만 그때도 기준은 있어야 해요.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요리의 기준이라는 걸 중요하다고 믿어요.”

 

| 두 발짝 내딛기 위한 한 발짝의 양보

인터뷰가 거의 끝나갈 때쯤 장셰프는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다며, 이 이야기는 꼭 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식상할 것 같았던 이 이야기는 까보니 가장 필요하고 절실한 이야기였다.

“어린 친구들이 많이 혼동해요. 이 요리가 지금 뜨는 것 같으니깐 저렇게 하면 유명해지는 것 같고, 이건 구식의 방법이니까 피하고 최근 핫한 요리를 하려면 이렇게 해야 되고 등등……. 근데 사실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좋은 요리를 하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오래 고민해야하고, 또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요리를 하기 위해서 그 중간의 과정들을 어떻게 오래 배워나가는가에 대한 부분이에요.”

장진모 셰프에게 조언을 얻고자 연락하는 셰프 지망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그 접시를 어떻게 그렇게 예쁘게 담나요?”라고 했다. 보여 지는 것에 현혹되는 것, 장셰프는 후배들이 그것을 가장 경계했으면 했다.

“좋은 요리사로 성장하는 데에는 중요한 몇 단계가 있어요. 첫 번째로는 ‘위생’을 잘 배우는 것, 두 번째는 나중에 내 음식을 하기 위해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요리를 내 손으로 직접 재현시킬 수 있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일을 열심히 해야죠. 오늘 만든 요리에서 조금 더 고급 요리로 넘어가는 것보다, 오늘보다 내일 브뤼누아즈(brunoise, 야채를 1/8 인치(3mm) 정도의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써는 것)를 더 잘 써는 게 조금 더 중요할 때가 있어요. 근데 요즘은 대부분 그 시기를 안 거치고 싶어 해요.”

그가 호텔에서 일할 때였다. 첫 날, 과일을 깎고 있었는데 셰프가 와서 말했다. “너 왜 이렇게 느려.” 화가 났다고 했다. 정말 열심히 깎고 있었고 어떻게 이것보다 더 빨리 깎을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6개월 지나고 그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더 빠르게 되더란 말이죠. 그때 알았어요. 열심히 하면 좀 더 나아지는구나. 나는 이게 최대한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다음 단계에 나아지는 게 있구나. 이 과정을 거쳐야, 내가 셰프가 되어 다른 요리사들을 이끌 때 그 사람들이 많든 적든 이 안에서 일을 어떻게 분배하고 요리사들이 얼마 정도의 시간 내에 어느 정도의 일을 해줘야 되는지를 알게 되요.”

셰프가 가지고 있는 생각, 좋은 맛에 대한 고민, 그리고 그걸 만들어 내기 위한 수많은 작업. 오래 열심히 일하고 많이 고민하는 후배 요리사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그는 전했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 다이닝계에는 영혼도, 기술도 없는 정체성 없는 요리들만 남을 거라는 걱정도 함께.

| 함께한다는 것

“국내 다이닝 업계가 사실 적잖게 힘들어요. 적자보시는 분들도 많고 적자보시지 않더라도 대규모의 흑자 보시는 분들은 몇 없어요. 굉장히 힘든 상황을 거치고 있죠. 요리사가 박봉을 받고도 쉬는 날도 없고 한 이유는 아직 업계가 미성숙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다이닝 업계가 제대로 설 거라는 그런 소망은 갖고 있어야 해요. 서로 같이 발전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직원 복지 같은 부분들은 프렌차이즈나 호텔이 먼저 좋아지고 다이닝이 늦어요. 그치만 요리는 다이닝이 먼저 좋아지고 호텔이 따라오는 부분이 있죠. 서로 간에 잘해줄 수 있는 영역이 있고 분명 좋게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점이 있어요.”

한 잔에 5,000원~6,000원 하는 커피가 이제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다. 처음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커피 산업이 강요가 아닌 물흐르듯한 트렌드의 형성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장셰프는 매우 초창기지만 한국의 다이닝계에도 손님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점이 중요해요. 셰프들이 이 가격이 맞다고 강요하는게 아니라 유화적으로 나가는 디시(dish)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손님들에게 인식시켜야하는 것 같아요. 근데 이건 저 혼자 열심히 한다고 바뀌지 않아요. 각자 맡은 영역에서 잘 해내야죠. 그래서 셰프들 서로 간에 보완점이 있고 또 그것이 각자가 존재하는 의미라고 봐요. 공통된 이해를 갖고 공감대를 찾으면 분명히 바뀔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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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요리 철학이 궁금하다.” 대한민국의 숨어있는 셰프를 세프뉴스가 직접 찾아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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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전사고로 한 팔 잃은 요리사, 로봇팔을 얻은 후 3년 간의 이야기

2011년 몬타나주의 한 야산에서 에듀라도 가르시아Eduardo Garcia는 하이킹을 하고 있었다. 미동없는 곰 한마리가 그의 시선에 들어왔다. 가지고 있던 칼로 곰을 찌르는 그 순간, 그것이 실수였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상황은 벌어진 뒤였다. 2,400볼트가 흐르는 전선에 감전되어 죽은 곰에 몸에는 전류가 아직 흐르고 있었다. 가르시아는 정신을 잃으며 쓰러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의 눈 앞에는 검게 재가 되어버린 왼손이 보였다.

왼손을 절단해야만 했다. 주요 근육들과 말단 신경이 모두 손상을 입었다. 가르시아는 삶의 희망을 놓지 않았다. “내 육신의 수명은 조금 줄어들었겠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 걸을 수 있고, 말할 수 있으며, 먹을 수도 있고, 요리도 할 수 있어.” 큰 사고를 겪고 난 후 당연하게 누렸던 것들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 가르시아의 부모는 아이가 보이지 않으면 주방으로 향했다. 아이는 항상 주방에 있었다. “15살, 돈을 벌려고 피자를 만들어 팔았어요. 야외로 나가 사냥하고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죠. 그럴 때마다 요리는 제 삶의 숙명이라 느껴요.” 그에게 요리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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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열정과 의지를 감전 사고가 꺾을수 없었다. 가르시아는 쇠고리 의수를 착용하고 퇴원 후 5일 만에 주방으로 복귀했다. 왼손이 없으니 무거운 물건을 들 수도 없었다. 예전엔 눈감고도 하던 양파썰기가 절벽을 오르는 일만큼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가르시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한 손으로 스테이크를 굽거나 살사 소스를 젓는 일을 맡았다. 새 의수와 함께 예전에 쉽게 할 수 있었던 일들을 다시 처음부터 새롭게 배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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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에 소개된 에듀라도 가르시아의 로봇 의수 착용 모습

지난해 9월, 그는 ‘터치바이오닉스Touch Bionics‘와 ‘어드벤스드암다이나믹Advanced Arm Dynamics‘의 두 회사로부터 새로운 로봇 팔을 얻게 됐다. 근육의 움직임을 소프트웨어로 분석하는 ‘미오엘렉트릭Myoelectric‘이라는 신기술이 적용된 로봇 팔이었다. 로봇 팔은 무려 25가지의 근육의 움직임을 구별해낼 수 있으며 용도에 따라 달린 손의 형태도 교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힘과 속도, 민첩성이 부족했다. 부족한 부분이 보이기 시작하니 더 필요한 부분도 생겼다. “전동칼갈이가 달려 있으면 어떨까? 모니터로 알림을 보내주는 세균감지센서는?” 그의 호기심은 한쪽 팔을 잃은 셰프들을 위한 로봇 팔 개발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당시 가르시아는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소개됐다. 일명 ‘바이오닉셰프Bionic Chef로 생체공학 셰프 혹은 인조인간 셰프라는 뜻이다. 기존에도 로봇의수(義手)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어떤 직업보다 손이 필수적인 셰프의 로봇 팔 개발은 세계적으로 더욱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

셰프들이 아무리 장비를 좋아한다고 해도, 세상 어느 셰프도 가르시아만큼 비싼 장비를 갖춘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오래 가지 않았다. 무려 $150,000(한화 약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조리도구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의수(義手)는 너무 비싸서 보험회사의 보상 대상도 아닌데다가, 팔을 잃은 사람만을 위한 장비를 만든다는 것은 사업성이 전혀 없었다. 그때 가르시아는 자신이 로봇공학자가 아니고, 미디어의 관심이 역시 자신의 행복 기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요리사의 본분에 충실하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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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ana Mex의 홍보영상 – 제한적인 신체 조건에서도 가장 효과적으로 요리할 수 있는 기계 의수로 돌아왔다.

그는 다시 주방으로 돌아왔고 지금은 로봇 팔이 아닌 쇠고리 팔이 달려 있다. 쇠고리 팔로 요리하기가 여전히 쉽지는 않다. 얼마 남지 않은 근육으로 쇠고리를 움직여야하는 데다 무게도 엄청나서 야채를 씻으려면 허리가 부러질 지경이다. 하지만 그는 긍정적이다. “떼었다 붙일 수도 있죠, 원한다면 휘스크나 주걱을 꽂아 쓸 수도 있어요. 펄펄 끓는 물에 집어 넣을 수도 있고, 손가락을 자를 염려도 없죠. 1억5 천만 원짜리 로봇팔을 달고 있으면 아무 일도 못 했을거에요.”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려고 많은 시간을 쓴 만큼 그에게 인생은 짧다. 그는 자신이 절실히 원했던 것은 요리였으며, 요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제는 안다. “저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요리를 할 뿐입니다. 제가 어떤 방식으로 당근 껍질을 벗기고, 얼마나 힘들게 파스타를 삶아내는지 누가 상관해요? 중요한 것은 제가 만든 음식이 얼마나 맛있냐는 것입니다.”

그는 현재 소스와 향신료를 판매하는 식품업체인 ‘몬타나맥스Montana Mex‘의 공동창업자이자 여전히 여행과 사냥, 아웃도어 스포츠와 요리를 즐기는 요리사다. 왼손을 잃은 지 3년,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의 삶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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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는 왜 그 멍청한 모자를 쓰는 것일까?

밥을 먹다 문득 둘러본 주방에 셰프들은 오늘도 바쁘다. 조리대 앞에 선 그 기세등등한 풍채가 우아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구경하다보면 한참이다. 우뚝 선 흰모자들이 오르락 내리락. 신나는 구경이다. 갑자기 냉장실로 향하던 한 셰프가 움푹 몸을 숙인다. 주방과 냉장실 사이 낮은 천장에 그 긴 모자가 걸리지 않도록 살금살금 지나간다. 셰프들은 왜 저런 모자를 쓰는걸까? 출발은 거기에서, 오늘은 셰프의 그 요상한 모자에 대한 이야기다.

셰프의 모자, 일명 토크Toque의 기원은 영국 헨리 8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 헨리 8세는 요리에 관한 내용과 순서 등을 메모하여 식탁 위에 놓고 그 순서대로 음식을 즐겼다. 이처럼 요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그의 식탁에 어느 날 올라온 스프 한 그릇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스프에서 나온 머리카락 한 가닥은 다혈질이었던 헨리 8세의 심기를 단단히 건드렸고 왕실 요리사는 그 자리에서 참수형에 처해진다. 그때부터 왕실 요리사들은 의무적으로 모자를 써야했다. 나중에 가서 나폴레옹 시대의 프랑스 외무장관 샤를 탈레랑Charles Talleyrand의 개인 요리사가 흰색 모자를 주방의 위생과 청결에 필수 요소로 주장하면서 오늘날 토크가 탄생했다는 설(說)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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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saveurpassion.over-blog.com

토크의 어원은 아랍어의 ‘둥근 모자’라는 데서 시작되었으며 좁은 챙의, 또는 챙이 없는 모자를 의미한다. 셰프의 모자가 토크라 불리기 전에 프랑스에서는 ‘나이트캡casque a meche’ 또는 ‘스타킹 모자’라고 불렀다고 한다. 토크는 셰프들의 모자뿐만 아니라 오랜 세기동안 무슬림 신자들, 교황의 모자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됐고 오늘날에는 승마(乘馬) 모자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셰프들은 주방 위생 관리를 위해 왜 두건도 아닌 헤어 네트도 아닌 왜 챙없이 위로 우뚝 솟은 토크를 택한 것일까? 한 요리사는 토크와 머리 사이의 텅 빈 공간 때문에 주방의 그 엄청난 열기로부터 머리만은 시원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서, 그래서 셰프들이 토크를 쓰는 거라면서 농담을 던졌다. 정말 그럴까?

미국의 명문 요리학교 ICE(Institution of Culinary Education)의 마이클 레이스코니스Michael Laiskonis 셰프는 “토크는 주방에 있는 다른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나타내는 표식”이라 말했다. 실제로 고전 프랑스 요리의 아버지라 불리며 1800년대 가장 명성을 떨쳤던 셰프 중 한명인 마리 앙뚜앙 까렘Marie-Antoine Careme, 1784~1833은 18인치(45.72센티미터)나 되는 토크를 쓰기도 했다. 한때 서울 시내의 한 호텔 식당에는 70센티미터의 토크도 있었다. 주방은 엄격한 위계질서가 자리 잡은 곳이다. 칼, 포크 등 ‘흉기’를 들고 불과 씨름하는 전장에 군기는 당연하다. 군기를 잡으려면 명확한 계급 구별이 필수다. 그 표현의 용도로 우뚝 선 토크가 사용된 것이다.

토크의 또다른 흥밋거리는 모자의 주름 수다. 토크의 주름 역시 주방에서 요리사의 계급과 기량을 표현하는 것인데, 이는 마리 앙뚜앙 까렘이 썼다는 100개의 주름이 잡힌 토크에서 유래했다. 과거에는 셰프가 달걀로 할 수 있는 요리의 개수와 동일하게 토크의 주름을 잡았다. 달걀은 가격면에서나 영양면에서 최고의 재료이고, 다양한 조리 방법으로 어느 식사 메뉴나 코스에 적용되는 가장 훌륭한 레시피 주제이기 때문이다.

19세기 초에 들어서 토크는 또다른 혁명을 맞이한다. 필연적인 레스토랑 산업의 번영과 함께 부엌은 점점 더 커지고 셰프의 일과 장비는 점점 더 복잡해졌다. 토크 역시 그에 발맞춰 셰프가 전공하는 요리마다 다양한 형태로 탈바꿈했다.

옷에는 혼이 깃든다고 했다. 토크는 음식에 대한 열정, 셰프의 그 마음과 역사를 함께 해왔다. 최고의 접시를 위한 셰프들의 우뚝 선 토크의 행진을 앞으로도 기대한다.

SNS를 통해 확산되는 행운의 편지 “아이스 버켓 첼린지”

아이스버켓챌린지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확산되고 있다. 이 캠페인의 요점은 SNS를 통해 ‘행운의 편지’가 현대판으로 되살아났다는데 있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년에 한 바퀴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지금은 당신에게로 옮겨진 이 편지는 4일 안에 당신 곁을 떠나야 합니다. 이 편지를 포함해서 7통을 행운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 주셔야 합니다. (…) 이 편지를 받은 사람은 행운이 깃들 것입니다. 힘들겠지만 좋은 게 좋다고 생각하세요. 7년의 행운을 빌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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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은 받았던 이 행운의 편지는 영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다시 한국으로 넘어온 유행된 것으로 추적된다. 일본에서 행운의 편지가 유행하기 시작했던 때는 1966년으로, 1968년에는 일본 전역으로 확대되어 망상에 빠진 청소년의 자살 사건도 벌어져서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고 조금 잠잠해졌다 싶을 때에도 대중소설이나 라디오 사연 같은 데서 이 행운의 편지는 이따금 언급되면서 명줄을 이어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워드프로세서가 보급된 이후부터는 프린터로 인쇄된 편지가 우편함에 들어와있는 일이 발생했고, PC통신과 인터넷의 시대가 열리면서 전자우편함과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판을 어지럽히곤 했다.

 

버켓 첼린지와 행운의 편지의 공통점

새로운 숙주를 찾아 전염되는 바이러스처럼 새로운 매체가 생길 때마다 옮겨 다니던 행운의 편지가 드디어 2014년 여름, 모바일의 시대와 SNS라는 채널을 통해서 적합한 형태로 진화해 번식하고 있다. 행운의 편지와 아이스버켓챌린지의 확산 매커니즘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행운의 편지와 아이스버켓챌린지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확산될 수 있는 이유는 ‘Call to Action’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Call to Action’이라 함은 게시물을 전달받은 사람에게 정확하게 어떤 행위를 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인데 구매를 유도해야 하는 광고나 마케팅에서는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콘텐츠가 바이럴 확산을 일으킬 때에도 ‘Call to Action’은 중요한데, 보고 난 후 “그래서 어쩌라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콘텐츠 소비자를 이내 콘텐츠 (재)생산자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행운의 편지가 가진 ‘Call to Action’ 방법은 ‘협박’이다. 목숨을 위협하고 소중한 사람을 앗아가겠다는 등 그 내용에 비하면 편지 한 통 쓰는 것은 큰 고생이 아니므로 못미더우면서도 기꺼이 같은 편지를 복제해낸다.

아이스버켓챌린지 또한 ‘Call to Action’으로 ‘협박’을 사용한다. 사회적으로 모두가 동의하는, 도덕성이라는 포장지로 완벽한 약자를 인질 삼아 지목당한 이들의 평판을 협박한다.

“이렇게 좋은 뜻을 가진 캠페인에 너가 참여하지 않는다고? 너는 그럼 ALS환자들이 고통 속에 죽어나가도 괜찮다는 얘기야? 너 어쩜 그렇게 이기적이니? 게다가 너는 이미 전세계인과 약속했다고! (그 약속은 너랑 상의없이 내가 먼저 해버렸지만 말야).”

아이스버켓챌린지는 이렇게 병을 주면서 약도 같이 준다. 이 캠페인에 참가한 후에는 사회적 명성을 보상받는다. 기꺼이 ALS환자를 위해서 고통을 감수한 용감한 사람이 되고, 선택받은 사람만이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을 통해 참여한 소수의 엘리트 계층이 되어 우상화된다. 동영상이 유포되고 나면 몇 일간은 평생 접해보지 못했던 영웅 대접을 받게 된다.

행운의 편지는 여러 가지 버전이 있지만 “케네디 대통령 암살과 이름 모를 복권 당첨자의 사례”는 필수적으로 들어가있다. 부정적인 미래로 위협하고 협박을 했다면, ‘복권 당첨’이라는 긍정적인 미래로 다시 한 번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내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과 최고의 상황이 동시에 ‘Call to Action’을 불러일으킨다.

아이스버켓챌린지에 참여하는 사람은 대중의 시선 속에서 평판을 지키려는 자기보호적인 차원과 자신을 매력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자기과시적인 차원에서 참여한 것이라고 해석해보자. 지목 당한 사람이 그저 시키는 일만 잘 수행하면 부정적인 상황의 방어와 긍정적인 상황의 성취를 이끈다는 점에서 누구나 미션을 수행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행운의 편지의 ‘96시간 내에 자신의 손을 떠나야 한다’는 조건과 아이스버켓챌린지의 ‘24시간 내에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는 조건도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다. 촉박한 시간은 비판적 사고를 할 기회를 박탈한다. 바이러스로 치자면 면역체계가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21세기 SNS 버전 행운의 편지, 그리고 아쉬움

아이스버켓챌린지는 대다수의 바이럴콘텐츠가 그러했듯, 시일 내로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껴 인기를 잃고 식어버릴거다. 다만 행운의 편지가 가졌던 전염성은 분명 또 다른 콘텐츠를 숙주로 재생산 될 것이고, 우리는 또 다른 버전의 행운의 편지를 앞으로 계속 접하게 될 것이다. 아이스버켓챌린지는 수많은 행운의 편지 중 하나의 새로운 버전이다.

숙주를 매개체로 삼아 자가증식을 한다는 점에서 생물학적인 바이러스, 컴퓨터 바이러스, 콘텐츠 바이러스가 공통점을 가진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2014년 여름, SNS를 숙주로 삼은 콘텐츠 바이러스가 탄생했다. 이 역사적인 시점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나, 우리는 사회적으로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체계를 키워나가야 한다. 정보 불균형과 올바른 정보소비를 위한 소양이 SNS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시되는 시대다.

한편 미국에서 아이스버켓챌린지가 대중의 인기를 끌면서 확산되기 시작한지 2주가 지나고 있고, 한국에 상륙한지도 3일이 지나고 있다. 캠페인의 성과로 보면 아주 우수하다. 지난 해 동월 대비 열 배에 가까운 기부금이 들어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부의 본래 취지로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테레사 수녀는 기부에 대해 “당신이 얼마나 많이 하는가 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랑을 갖고 하는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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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ㅍㅅㅅ에 기고 : http://ppss.kr/archives/26866

웹 정보 투어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기대

새로운 정보나 웹사이트를 찾아내는 방법이 발전되어야 새로운 온라인 활동이 생긴다.

웹 ‘서핑’이라는 표현이 부끄러울 정도다. 더 많은 정보-사람이 연결되었기 때문에 웹 2.0 시대가 열린 것으로 보자면, 당연히 웹 3.0 또한 정보-사람의 연결을 획기적으로 확장하는 그 시점에서 일어날 것이다.

지금 이 문제에 대해서 그나마 생각있는 애들이 스텀블 어폰이랑 레딧 정도이다.

https://www.stumbleupon.com/ 모든 서비스가 개인화 큐레이션으로 갈 때 얘는 반대로 간다. 무작위로 간다. 한 페이지로 구성된 웹 정보를 책 넘기듯이 계속 넘겨보면 된다. 진정한 의미의 서핑이다. (2015년 현재, 서비스가 운영되지 않고 있다.)

http://www.reddit.com/ 수많은 페이지들이 공유되고 유저들은 끊임없이 해당 정보에 대한 점수를 매겨서 실시간으로 인기가 있는 정보들이 랭크되어 보여진다. 한국의 라이크링크가 이와 같은 모습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http://digg.com/ 얘네들도 레딧이랑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서비스를 했었는데 2012년도쯤 들어서면서 손 큐레이션으로 바꼈다. 전문 큐레이터들이 15명 모여서 종일 큐레이팅만 하는 것이다. 언론사로 보자면 기자는 한 명도 없는데 편집장만 15명이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virtual한 세계에서도 그 나름대로의 물리적인 한계를 갖게 된다. 위 서비스들과 네이버같은 대형 포털도 결국엔 하나의 infuluencer에 그친다는 점이다. 트래픽이 많든 적든 결국 한 가지 방식으로 정렬된 정보들이라는 것이 한계다.

얘네들의 등장은 분명 긍정적인 일이지만 아직도 아쉬운 것은 이런 key-influncer들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새로운 웹세계로의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섯다리 건너면 세계인이 모두 친구”라지만 이 다리를 두번이라도 건너는 순간 그 사람은 평생 만나지도 못했고 만날 일도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전달되어 마땅한 정보는 모두 한 다리안에 놓여져야 하는데 지금의 웹 지도는 그런 상황이 아닌 것이다.

윕키(http://www.wibki.com/) 얘네들도 좀 개념있게 즐겨찾기를 정리하긴 했지만 결국 개인의 생산성 증가 보조도구로만 접근한 것 같아 아쉽다.
즐겨찾기를 chunk 지어서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기대했는데.. (http://8tracks.com/ 처럼…) 타인의 즐겨찾기를 관음하고 싶다…..

DDP에서 beLAUNCH2014를 개최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그 당시 공사가 얼마나 진척되었는지, 언제 쯤에야 개관을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저 확인하고 싶었다. 저 공간이 뭐하는 곳인지, beLAUNCH가 담길 수는 있는 공간인지.

몇 달에 걸쳐 서울시와 디자인재단에 수십번 전화를 걸었지만 담당자는 연결되지 않았고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 말하거나, 그런 계획은 없다는 답을 들을 뿐이었다.

한 번은 공사장 개구멍을 통해 몰래 들어가 훔쳐본 적도 있다. 공사와 관련된 사람인척 행세하며 시치미를 뗐으나 “안전모도 안쓰고 어디서 거짓말을 하냐”며 이내 쫓겨나고 말았다.

13년 11월, 드디어 사업담당부서가 신설되었다. 담당자와 연결된 후 하루 세끼 밥은 걸러도 담당자 안부전화 세번은 안거르는 적극적인 구애 후에 beLAUNCH2014 @ DDP 유치 계획서를 보낼 수 있었다.

DDP는 다른 컨벤션 센터와 비교해 대관 Hall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체 전시 이외에는 1년에 10개 정도의 외부 행사만 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 가능성을 믿어주신 통찰력있는 담당자분(그분은 유명 방송국 PD 출신이라 하셨는데 나도 모르는 해외 VC이름도 알고 계셨다.)덕에 개최가 승인되었다.

3년차 행사지만 아직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많다. 지금까지 올 수 있도록 가능성을 믿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beLAUNCH2014를 그저 대관 고객으로 여기지 않고, 좋은 콘텐츠를 함께 담겠다며 협력해준 DDP에도 감사드린다.

힘찬 출발이었다. 앞으로 남은 한달도 힘내서 화이팅!

‘스타트업’ 어휘의 정의를 찾아서 – What is a Startup?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는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쓰여진지 3년이 채 되지 않았고, 미국에서도 2007년도 이후에야 쓰이기 시작했다. 이 신조어는 네이버 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그나마 오픈사전에서 3줄의 짧은 설명을 찾을 수 있다. 위키피디아는 조금 더 많은 설명을 담고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는 스타트업을 보통 ‘창업’으로 번역해서 사용하거나, 기존의 ‘벤처기업’이라는 단어와 혼용하거나, ‘IT업계 초기기업’으로 가두어 지칭하곤 한다. 유사한 듯 보이는 이 세 단어는 스타트업의 뜻과 의미를 잘 표현하지 못하며 많은 오해를 불러낸다. 언어가 사회적 약속이라는 전제하에, ‘창업’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식당 창업을 떠올리게 하고, ‘벤처기업’은 왠지 정부로부터 벤처기업 인증을 받아야 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초기기업’이라고 부르면 설명하는 내용이 제한적이다.

미국에서도 이 신조어에 대한 정의가 정확하게 굳어지지 않아 많은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와이 컴비네이터(Y Combinator)의 창업자인 폴 그래이엄은 스타트업을 ‘성장‘(한글 번역본 by 윤치형님)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페이팔의 창업자인 피터티엘은 둘도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린스타트업의 저자인 에릭 리스는 스타트업 기업이 가지는 네 가지 속성을 설명하고 있으며, 에릭리스의 스승인 스티브 블랭크는 조금 더 도식화된 설명을 덧붙여 분석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이 신조어를 정의하려는 시도가 쿼라(Quora), 리서치게이트(ResearchGate)를 통해서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렇듯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는 아직 정의가 확실히 굳어지지 않은, 살아있는 단어이다. 수많은 정의가 공존하는 시점에서 비석세스는 직접 그 뜻과 의미를 찾아 나서기로 했고, 지난 2달에 걸쳐 30여 명의 스타트업 업계 종사자, 멘토들에게 영상인터뷰를 진행했다.

beSUCCESS 근무 당시 제작한 영상 : http://besuccess.com/2014/02/what-is-a-startup/

— 덧붙임 —

언어는 사회적인 약속이다. 독일의 언어철학자 마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의미의 집이다” 라고 말했다.
그렇게 보면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는 집도 없고 약속도 없는 상태. 많은 사람들은 지레짐작으로 대~충 뜻과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명료하고 흔들리지 않는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아니다.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단어에 대한 약속과 의미의 집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정의하기 위한 논란은 계속 되고 있다.
의미 정의의 중요성은 모두가 깨닫고 있는 듯.
오해가 없으면 새로운 해석도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더 의미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스타트업에 대한 의견.

뉴욕을 스친 스타트업! 그들이 말하는 뉴욕!

K-app Global HUB 뉴욕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스타트업 24팀에게 뉴욕시장은 어땠는지 들어보자.
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는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이라는 난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관련 기사 보기> 24개의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 동부시장의 문들 두드려보다. 미국동부 시장개척단

 

 

WePlanet 목진건 공동창업자

뉴욕에 친구 몇 명이 있다. MBA를 나온 친구도, 월가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는데 작년에는 스타트업에 관심도 없던 친구들이 이번에 만나보니 스타트업을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헬스케어, 바이오테크, 언론, 금융 분야에서 전문성있는 고학력자들이 스타트업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StyleWiki Ciren Jang CEO

패션의 도시 뉴욕! 패션 스타트업이 이렇게도 많이 있구나! 이 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될 것 같다는 자신감이 팍팍 솟는다. 뉴욕 사람들은 모두 아이폰을 쓰고 있다. 엊그제 안드로이드 버전을 먼저 론칭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iOS부터 개발할걸! 멘토들이 많은 의견을 줬지만 우리의 타겟인 패션 매니아가 아니라 그런지 ‘패션정보의 산재’라는 고통을 이해시키지 못한 점이 아쉽다. 뉴욕에 있는 실제 유저들로부터의 피드백을 받아내고 싶다!!

두잇서베이 최종기, 정민구 공동창업자

그나저나 여기는 인터넷이 너무 안터진다! 지하철은 물론이고 높은 옥상에서도 휴대폰이 안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모바일의 온라인 상태가 필요한 서비스라면 많은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아이폰 유저가 다른 OS를 사용하는 유저보다 구매력이 높고 트렌드를 앞서나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뉴욕은 확실히 아이폰 비율이 높다.

WOLFMENT 이주현, 김민준 공동창업자

애초에 미국시장을 목표로 준비했고, 마침 이번 기회에 뉴욕에 오게 되었으니 우리는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계속 여기 머무를 생각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업무적으로 사람을 소개시켜주는 것에 대해서 개방적이다. IT관련 산업에 있는 사람은 물론 하버드 출신, 커머스 전문가, 금융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개방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미국 여자를 만나서 결혼해라. 사업이 수월해질 것이다.”라는 멘토의 충고가 기억에 남는다.

Wishbenn 이지현 COO

데모데이에서 발표를 하는데 심사자 한 분이 “오 마이 갓, 대박이야! 나 저거 쓰고 싶어!”라고 호들갑을 떨었던 것이 인상적이다. 우리도 서비스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투자자가 굳이 물리적으로 떨어져있는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를 할까? 아직도 확신이 안선다. 투자를 논의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현지에서 몇 개월을 보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마이리얼트립 백민서 공동창업자

멘토들에게 우리가 “뭘 할거다”라고 얘기하면 먼저 “왜 할건데?”라고 되묻고, “어떻게”라는 의견을 덧붙여서 돌아왔다. 여행산업의 온라인화가 많이 되어 있어서 여행사업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은데, 5개가 넘는 다양한 사이트들과 협업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었다.

외국시장에 진출하겠다면 그 시장의 엑셀러레이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 이상적인 방향인 것 같다. 그렇게 현지에 적을 두지 않을 것이라면 현지 투자자들이 투자할 이유도 없고 깊은 관심도 안 가질 것이다.

SinglePet 전혜린 공동창업자

이곳엔 도시 곳곳마다 개공원이 있다. 싱글펫 프로토타입을 들고 나가서 산책나온 사람들에게 제품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기로 했다. 이 사람들이 사고 싶다는 정도를 넘어서 가격이 얼마든지 상관없으니 제품으로 나오면 꼭 살것이라고까지 이야기하더라. 미국에는 정말 개를 키우는 사람이 많다. 한국보다 대형견들도 많아서 미국 시장에 오려면 대형견용 제품을 따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해외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유통 관계자를 멘토로 만났는데, 우리 회사에 투자를 고려해보겠다고 얘기했다. 때를 놓치지 않고 4억을 불렀는데 “고작 4억으로 뭐하겠느냐? 배포를 키워라”라는 답변을 들었다.

VCNC 김주연 Value Innovator

사전 오리엔테이션이 많았던 덕분에 1분/6분 발표는 정말 달달 욀 수준이 되었다. 서비스를 소개하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도착하니까 이게 웬걸! 모두가 우리 서비스를 알고 있었다. ~_~
Between은 언론홍보보다는 사용자들간의 입소문을 통한 viral 홍보가 더 큰 확산을 불러일으키는데 뉴욕은 그렇게 확산되기 좋은 배경이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일회성으로 보이긴 하지만, 싱가폴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채용으로 이어졌고 그 관계를 계속 팔로업하고 있기 때문에 물꼬를 트는 의미가 크다.

Enkino 송기범 대표, Shawn Park CMO

미국 동부는 지역에 따라 투자생태계가 극명하게 나뉜다. 하드웨어, 헬스케어가 특화된 지역이 따로 있고, 뉴욕은 미디어, 문화산업에 관련된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많이 모여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 내에서 주요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간의 네트워킹이 잘되어 있는데 자발적으로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제품만 잘 만들어서 모든 사업이 잘 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런 생태계의 관계는 스타트업들이 사업하는데 중요한 요인이다.
같이 진출한 팀들을 보면서 한국에서도 이미 미국이나 글로벌 시장에 뒤지지 않는 서비스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Dooub 나현기 팀장

‘우리 게임이 진출하기 가장 적합한 미국 내 시장은 어디일까?’ 라는 질문에 모든 사람들이 ‘뉴욕’이라는 대답을 한다. 게임이기 때문에 다른 서비스들의 진출보다는 상대적으로 쉬울 수도 있고 소요되는 시기도 짧을 수 있을 것이다. 현지의 음원사와 미팅도 했는데 게임에 K-POP도 들어가있고 J-POP도 들어가있다는 과거의 성과가 있다는 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윤활유가 되어 주었다.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일년이 걸렸으니 미국 시장도 일년 걸릴 것으로 보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겠다.

TGENS 조용철 팀장

회사 내부의 역량으로 전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아시아지역 정도는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과 같은 시장이라면 이 곳 시장을 잘 이해하는 담당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우리의 기술은 메신저 내 뿐만 아니라 광고에도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라이센싱을 판매함으로 사업확장하는 것이 지금 생각하는 가장 합리적인 접근법인 것 같다.

CloudVision 김정호 대표

이 사람들은 제품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 ‘시장에 대한 분석’,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받았는데, CloudVision은 너무 기술적으로 접근했다는 평이었다. 한국에서 B2B로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말이다. 핵심에 집중하라는 이야기가 이제서야 실감이 난다. 미국의 B2B시장은 한국과 다르니 우리가 더욱 핵심기술에 집중하고, 글로벌 진출에 관해서는 현지 파트너를 만드는 방식을 권고하더라.

Mindwareworks 이재인 COO

글로벌 시장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면 개발계획보다는 비즈니스모델, 사용편의성 등에 먼저 집중해야 할 것이다. 개발계획을 먼저 세우면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lean하게 방향을 틀기가 힘들다. 개발단계가 비효율적이라도 사용자로부터 시작된 서비스 기획이 우선이고 개발은 그 후에 시작되어야 한다.

Smile Family 김동신 대표

미국은 각 지역마다의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시장의 문화적인 배경을 세부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나는 처음으로 동부시장을 경험한 것인데, 스마일패밀리의 잠재유저와 잠재투자자가 어디에 있을지 생각해본다면 동부도 충분히 괜찮은 환경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보스톤이라는 도시는 정말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강도는 한국 시장보다 훨씬 치열하다. 준비하고 있는 사람 수, 스타트업 수, 퀄리티있는 서비스의 개수도 너무 많다. 이 곳에서는 높은 수준으로 마무리를 해야 한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메일을 보냈는데 7번 거절당하고 8번째 미팅제안에 만날 수 있었다. 모든 순간이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이다. 나를 알리는 데에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Gist 조승민 대표

서비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뉴욕에와서 자리를 잡을 계획이다. LA, 실리콘밸리 모두 좋지만 뉴욕만큼 뉴스관련 스타트업에게 좋은 지리적 위치는 없는 것 같다.
관습과 문화가 다르다는 상황은 난관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것들에 집중하게 되면 그 생각 자체가 장애로 작용한다. 내가 무엇을 해내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그 의지는 해결책을 가져다준다.

—- 덧붙임 (21년 2월 27일) —

짧은 일정 속에서 24팀을 모두 인터뷰하느라 하루에 3팀씩 인터뷰해야 했다. 숙소에서, 버스에서, 세션 중간에, 식사시간에 짬을 냈다. 마지막 2팀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인터뷰했다.

13년 늦가을, 당시 편집부에서 이 글 발행을 빠트렸다. 나는 행사 준비에 바빠서 글이 발행되지 않은 것을 뒤늦게 알아채고 안타까워하고 길길이 화를 냈다. 7년이 지난 오늘 문득 생각났다. 들어가보니 draft가 다행히 아직 있다. 여기로 가져와 붙인다.

beSUCCESS가 엄선한 BEST 스타트업 비디오 TOP6

지금까지 beSUCCESS가 봐왔던 수많은 스타트업 비디오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영상 여섯개를 뽑아서 소개한다.

 

WISTIA

동영상의 코덱문제를 모두 없애겠다는 것이 이 회사의 목표다. 영상을 보기 위해 플러그인을 깔아야 하거나 곰플레이어에서도 맞는 코덱이 없어서 영상을 재생하지 못한다는 경고는 누구나 한 번쯤은 받아봤을 것이다.

사용자가 동영상을 WISTIA에 올릴 때에 자동적으로 Flash와 HTML5를 포함한 다양한 버전과 화질로 영상을 자동컨버팅해서 저장하는데, 재생할 사람들에 맞춰서 적합한 동영상을 틀어주는 방식이다.

기술적인 내용을 들어서는 이해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밝은 분위기의 회사분위기를 보여주는 데 노력하고 있고, 영상에도 자신들이 키우고 있는 개를 등장시켜 위트 넘치게 풀어나간다. 필자도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서 본 영상을 수십번 봤지만, 뭐 하는 회사인지는 5분 전에 이해했다.

 

 Musixmitch

네이버의 음악검색과 같은 기술을 가지고 있고 노래를 들을 때 가사도 제공한다는 아주 단순한 서비스다. 서비스를 소개할 때 짧고 명료하게 소개할 수 있겠지만 너무 제품이 단순해서 그 외에 할 말이 없다. 홍보영상은 사무실 내에서 만화 같은 상황들을 깨알같이 연출했다. 경쾌하고 훈훈한 결말에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진다.

 

AeroPress

별다른 각본도 없고 제품 사용법을 천천히 보여줄 뿐이다. 제품을 부각시키기 위해 과도한 클로즈업을 사용하고, 모든 소리를 죽인 뒤 커피를 만들 때 나는 작은 소음들을 크게 키웠다. 이 단순하고 명료한 보여주기는 보는 사람들이 스스로 온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든다.

 

Couple 

1:1폐쇄형 메신저 시장에서 VCNC를 따라올 서비스는 없지만, 비트윈의 홍보영상보다는 Couple의 것이 조금 더 볼만하다. 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DEMO도 보여주었고, 실제 연인들이 이 앱을 사용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들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해냈다. 전문 연출가가 만든 화면들의 퀄리티가 썩 괜찮지만 “본격 연애하고 싶어지는 영상”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직접 만나서 연애하지 않고 손바닥만한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 연애하는 게 찌질해보여서일까?…)

 

 Warby Parker

오늘 선별된 6개의 비디오 중에서 유일하게 내레이션을 사용하고 있다. 서비스가 물리적인 것이 아닌, 쇼핑의 ‘과정’을 개선한 것이기 때문에 영상이라는 시각전달매체로 서비스를 소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신의 얼굴사진에 안경이미지를 얹혀볼 수 있는 가상현실 서비스를 재밌는 상황들에 비유해 내레이션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자세히 관찰해보면 영상의 가장 앞부분과 마지막 부분의 상황, 화면구도, 배우들의 움직임 등이 같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두 장면을 비교하기 위함이다. 이런 영상의 요소들을 고정시킨 뒤, 더 매력적인 여성모델을 보여주고 웃음까지 띄며, 작가의 의상이 더 패셔너블해지는 등의 상황들이 극명하게 대립된다. 이는 서비스를 사용하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후가 낫다는 전형적인 광고의 논리전개방식이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센스있게 풀어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Dollar Save Club

남성들이 정기적으로 소모하는 면도날을 매달 싼 값에 배송시키는 섭스크립션 서비스이다. 워낙 이슈도 많이 되었고 유튜브 조회수도 3개월 만에 5백만, 현재는 1천만에 달하는 자타공인 가장 유명한 스타트업 비디오. CEO이면서 영상의 호스트로 등장한 Michael Dubin은 말한다. “사람들은 음악적으로 보여지는 것에 대해 기억하는 습관이 있다. 그리고 코메디는 음악의 한 종류다.” 실제로 Dubin은 영상을 제작할 때 “무엇을 어떻게 말할지”라는 것보다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Our Blades are F**cking Great”를 과장되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CEO의 태도, 유치한 개그와 어설픈 척 깨알 같은 연출들은 절대 광고대행사에게 영상 제작을 맡겨서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 아닐 것이다.

 

 

beSUCCESS에 발행 : https://besuccess.com/product/top-6-best-startup-promotion-videos-chosen-by-besuccess/